1984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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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너무나 유명한 고전 소설인 조지 오웰의 <1984> 이야기를 하려고 해. 이 책은 이미 20년 전에 읽은 적이 있어. 20년 전이면 아빠의 기억 속에서 모두 사라져야 정상이지만, 이 소설은 인상을 주었는지 아빠의 기억 속에 아직 남아 있구나. 그런데 Shawn의 학원 숙제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해서, 아빠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가 20년 전에 읽은 <1984>는 청목출판사에서 나온 것인데, 이번에 읽은 것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의 책으로 읽었단다.

읽고 나서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1984>의 기억은 그야말로 빵 부스러기 수준이었던 것 같아. 이번에 읽으면서 <1984>를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이었어. 물론 아빠의 기억력으로는 또 얼마 못 가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얼마 없겠지만 말이야. Shawn도 이 책을 읽었으니, 아빠가 구구절절 쓴 줄거리를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서 지루할지 모르겠지만, 줄거리를 모르고 읽어도 지루한 글이니 그냥 이야기할게. 조지 오웰의 생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아빠가 조지 오웰 평전과 에세이 책을 소개할 때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생략할게.

 

1.

때는 1984년. 지금이야 1984년이 먼 과거이지만, 이 책이 출간된 1949년에 1984년은 가까운 미래였단다. 세상은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 이렇게 3개의 초강대국으로 재편되었단다. 그들은 서로 동맹을 맺기도 하고 전쟁을 하기도 하면서 상대의 존재를 자국이 존재하는 이유에 이용하곤 한다. 그 중 오세아니아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국가이고, 오세아니아는 ‘빅 브라더’라는 강력한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야. 오세아니아에 소속된 런던에 살고 있는 39살 윈스턴 스미스라는 사람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야.

그는 기록국 소속 진리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부서 이름에 ‘진리‘라고 적혀 있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역사를 현재 상황에 유리하게 변경하는 것이란다. 역사를 대놓고 왜곡하는 일을 하는 부서야. 오늘날 빅 브라더가 하는 말과 행동에 따라 과거에 있었던 일의 기록을 바꾸기도 하고 없던 사람을 만들어내기도 한단다. 그러면 시민들은 그 기록으로 과거의 기억을 대체하게 돼. 오세아니아의 구호는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야. 이 모순된 말을 오세아니아 국민들은 세뇌되어 당연한 진리하고 믿는다.

이 세계는 이곳 저곳에 텔레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단다. 시민이라면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는데, 특이한 것은 노동자 계급은 텔레스크린이 감시하지 않는다는 것이야. 이 세계에서는 노동자는 인간 취급을 하지 않고 있었어. 노동자는 동물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서 그들을 감시하지 않는다고 했어. 오세아니아는 감시 사회이자, 통제 사회이자, 자유가 억압된 사회였단다. 윈스턴는 이런 사회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어. 윈스턴은 이 사회에 저항하고 싶은데 자신의 힘은 너무 약하다는 것을 알았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일기 쓰기인데, 텔레스크린의 감시가 닿지 않는 집 구석에서 일기를 썼어. 윈스턴은 유전자가 이상한 지 빅 브라더의 세뇌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인 것 같구나.

윈스턴만 이 세상에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야. 반정부 조직인 형제단이 있다는 것을 들었어. 윈스턴은 형제단에 가입하는 것을 고민했지만 방법을 몰랐지. 그런데 당의 간부 오브라이언도 이 조직의 멤버인 것 같은 강한 의심이 들었어. 그래서 오브라이언을 통해서 형제단에 가입하려고 생각했어. 저항의 상징 엠마누엘 골드스타인이라는 사람이 있어. 그를 만나 본 사람은 없지만, 그가 반역자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어. 그는 전 대륙의 공공의 적이었어. 윈스턴은 이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일기를 통해서만 할 수 있었어. 자신도 모르게 일기장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라는 글을 썼어. 누군가 윈스턴의 일기를 본다면 윈스턴은 사형감일 것이야.

오세아니아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 사이에 애정이 있으면 결혼을 할 수 없단다. 결혼이란 국가에 아기 낳는 봉사 정신이 있는 두 남녀의 만남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어. 윈스턴도 결혼한 적이 있었어. 캐서린이라는 여자와 결혼했지만 이혼했어. 윈스턴은 목석 같은 여자와 살 수 없었어. 이 세상은 모두 행복하다고 세뇌를 받았지만 간단한 생필품을 구하기도 어려워 때론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단다.

이 지옥 같은 세계의 기본적인 정치 이념은 전체주의라고 볼 수 있겠구나. 지은이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을 이 소설을 통해 하려는 것 같았어. 오세아니아에서는 모든 시민들이 자본주의를 악이라고 생각하도록 세뇌 당했어. 텔레스크린은 지금이 과거의 그 어떤 시대보다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홍보를 해서 시민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런 사회에서 산다고 상상해 보면… 하루도 못 살 것 같구나.

 

2.

1984년의 오세아니아가 만들어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있었던 대규모 숙청이라고 했어. 앞서 이야기했던 엠마누엘 골드스타인도 이때 도망을 갔어. 그 이후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는 사회의 악으로 쓰레기통에 버려졌단다. 오늘날 1984년의 세상은 자유가 없는 세상이야. 혼자 있는 것 자체가 법에 위반되는 행동이란다.

어느 날, 윈스턴은 선술집에서 혁명 이전의 일들을 기억하는 노인을 만났어. 노인에게 옛이야기를 듣고, 골동상에서 혁명 이전의 물건들도 구경하였단다. 윈스턴은 그 물건들 중에 하나를 사기도 했어. 그런데 그 선술집에서 회사 동료인 여자를 만났어. 창조국 소속의 여자로 얼굴만 아는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윈스턴은 자신을 감시하는 사상 경찰의 정보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얼마 후 회사에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났는데 윈스턴에게 비밀쪽지를 전해주고 사라졌어. 윈스턴은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피해서 그 쪽지를 펴보았는데 뜻밖의 문장이 써 있었어. ˝당신을 사랑합니다.˝ 정보원인 줄 알았는데 이런 쪽지를 보내다니, 함정인가? 함정이든 함정이 아니든 그 쪽지는 무척 위험한 쪽지였단다.

윈스턴은 하루 종일 그 쪽지와 그 여자 생각만 했어.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겨났어.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세계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그러니 그녀와 단둘이 있는 시간도 만들어내지 못했어. 쪽지를 받은 지 일주일 후 식당에서 그녀와 같은 자리에 앉게 되고 약 1분간 둘만의 시간이 생겼어. 여자는 퇴근 후 승리광장에서 19시에 만나자고 했어. 승리광장은 늘 많은 시민들에 의해 붐비는 곳이었단다. 그런 곳에서 만나는 것이 오히려 감시의 강도를 낮추는 방법이기도 했어. 똑똑한 여자다. 그들은 많은 군중 속에서 만났고 몰래 손도 잡았어. 그 이후 그들은 감시의 망을 피하는 방법을 계속 찾아냈단다. 사랑의 힘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구나.

여자의 이름은 줄리아. 줄리아는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장소들을 알고 있었어. 그렇게 그들은 위험한 데이트를 시작했단다. 사랑의 나무를 키워나가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사람다운 대화를 할 수 있어서 함께 있으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어. 윈스턴과 줄리아는 가끔 몰래 만나 사랑을 나누었지만 늘 부족했어. 어떨 때는 군중 속에서 몇 마디 나누는 것이 고작일 때도 있었지. 그들의 밀회는 채링턴 씨가 운영하는 상점의 2층에서 자주 이루어졌단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텔레스크린이 없었기 때문이야. 그들은 이 세계에서 도피하려고 했지만 방법도 몰랐고 당국의 감시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어.

그 즈음 당의 간부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에게 접근을 했단다.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저항 단체 ‘형제단‘의 멤버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의 접근을 어느 정도 반겼단다. 윈스턴은 조심스럽게 오브라이언에게 자신도 당을 전복하려는 비밀단체에 가입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 과연 그의 행동이 조심스러운 행동이었을까. 오브라이언이 말하길 엠마누엘 골드스타인과 형재단의 존재한다고 이야기했어. 그러면서 형제단의 행동지침을 이야기해주었어.

...

 

3.

세상의 초강대국 세 개가 서로 싸우기도 하고 동맹을 맺기도 한다고 했는데, 오세아니아는 얼마 전까지 유라시아와 이스트아시아와 전쟁을 하게 되었어. 이렇게 되자 기록국은 이스트아시아와 관련된 과거의 모든 기록을 바꾸는 작업을 했어.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으로부터 받은 골드스타인의 책 <과두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체>를 읽고 이 세상의 실체를 알게 된다.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 초강대국으로 나뉜 세계에 대한 설명이 있었어. 세 개의 초강대국은 서로 교류가 거의 없고 서로 대립한 상태로 있는 것이 각 국가의 권력자들에게 유리했기 때문에 그런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어. 그뿐 아니라 오세아니아의 영국사회주의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 빅 브라더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 있었어.

오세아니아는 빅 브라더 아래 2%로 이루어진 내부당이라는 지도부가 있고 그 아래 외부당이 지배계급을 이루고 있어. 그런데 사실 빅 브라더가 진짜 존재하는지 의심이 되더구나. 빅 브라더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 지도부들이 만든 허상일 가능성이 높았어. 윈스턴은 이 책을 감시를 피해 읽기 위해 채링턴 씨의 상점 2층에서 읽고 있었는데 검은 제복 입은 사람들에게 포위되었단다.

윈스턴은 체포되었고, 줄리아도 체포되어 따로 수감되었어. 알고 보니 채링턴 씨는 사상 경찰이었어. 상점 2층이 이유도 없이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의심했어야 했다. 윈스턴은 다른 사상범들과 함께 수감되었어. 어떤 사람은 잠꼬대로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고 했는데 11살 먹은 딸이 신고를 해서 체포되었다고 한다. 윈스턴은 구타와 고문을 받으며 심문을 받았단다. 처음에는 자신의 주장대로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구타와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거짓 자백을 했어.

오브라이언이 와서 윈스턴을 심문했어. 알고 보니 오브라이언은 형제단 멤버가 아니고 사상경찰이었어. 그는 윈스턴을 정신 상태가 이상해서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이라며 그 정신을 치료하기 위해서 체포한 것이라고 했어. 윈스턴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오브라이언의 질문에 모두 ˝예˝라고 했단다. 윈스턴은 줄리아에 대해 물어보니 줄리아도 전향했다고 했어. 오브라이언은 덧붙여 이야기를 하기를 권력이 강해지면 더 무자비하고 전체주의는 강화되어 더 튼튼한 세계가 된다는 했어. 윈스턴은 공포와 증오와 잔인성 위에 문명을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진리는 빅 브라더의 말뿐이야. 결국 윈스턴은 항복하고 재교육, 그러니까 치료를 받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듣기로는 이미 중죄를 지었기 때문에 총살형을 피할 수는 없을 거라 했어.

윈스턴의 치료는 쉽지 않았어. 윈스텀이 마음에 있는 진심을 말하는 실수를 했다가 공포의 101호살로 보내졌어. 101호실에는 녹색 천으로 덮인 두 개의 테이블이 있었어. 101호실은 죄수가 가장 끔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고문한다고 했어. 윈스턴이 갔을 때는 윈스턴이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쥐가 있었어. 쥐가 들어있는 마스크를 윈스턴에게 씌웠어. 그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단다. 그렇게 강제로 전향한 윈스턴은 석방되었단다.

어느 날, 우연히 줄리아를 만났어. 여전히 그녀를 원했으나, 줄리아의 눈동자에는 경멸과 혐오의 빛이 서려 있었어. 줄리아와 윈스턴 모두 자신이 배반했다고 고백을 하며 용서를 구했어. 이제 윈스턴은 삶이 무의미해졌어. 카페에서 하루 종일 술이나 먹으며 시간을 축냈지. 그런데 무장한 간수가 나타나 윈스턴의 머리에 총알을 박았단다. 윈스턴은 죽기 전 드디어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지은이 조지 오웰은 부록으로 신어의 원리를 정리해 주었는데 그 세계 신어의 목적은 필요 없는 언어들을 줄이는데 있었어. 예를 들어 동사와 명사의 불규칙한 변화를 없애고 규칙적인 변화로 통일시켰단다. 그런데 아빠는 이렇게 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불규칙 변화가 우리를 엄청 고생시키잖니.

....

이 소설은 지은이 조지 오웰의 마지막 작품으로 1946년에 쓰기 시작해서 1948년에 완성하여 1949년에 출간했단다. 이 작품은 너무 유명해서 많은 독자와 평론가들이 이 소설을 평가하고 지은이가 이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해석을 했기에 아마추어인 아빠가 평가를 더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의미 없는 일인 것 같아 생략하란다. 그저 전체주의에 대해 이렇게 극도로 비관적인 예측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지은이 조지 오웰의 천재성에 경의를 보낸다.

…

이렇게 독서 편지를 쓰고 아빠가 20년 전에 쓴 <1984>의 리뷰를 다시 한번 읽어봤어. 글솜씨야 그때나 지금이나 졸필이지만, 당시 리뷰에는 이상하게 젊음이 묻어 있는 것 같더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초기의 위태로웠던 시절에는 당이 세습 체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반대 세력을 무마시키는 작용을 했다. 소위 ‘특권 계급’이라는 것을 상대로 투쟁해 온 지난 시대의 사회주의자들은 세습적이 아닌 것은 영구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그들은 과두 체제가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굳이 드러내 놓고 사실 그대로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으며, 세습적인 귀족 사회는 늘 단명했지만 가톨릭교회 같은 선임 체제는 수백,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과두 체제의 본질은 아버지에게 아들로 이어지는 부자 세습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세계관이나 생활양식 등을 산 사람이 고수하는 데 있다.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는 한 지배계급이다. 당은 그들의 혈통이 아니라 당 자체를 영속시키는데 관심이 있다. 계층적 구조를 언제나 동일하게 유지하는 한 누가 권력을 장악하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 P287

윈스턴은 한동안 말문을 열지 않았다. 피로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열정에 들뜬 광적인 빛이 오브라이언의 얼굴에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는 오브라이언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은 자체의 목적을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나약하고 비겁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수호할 수도 없거니와 진리와 접할 줄도 모른다. 당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자체가 자기보다 강한 타인에 의해 통치되거나 체계적으로 기만당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유와 행복 중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행복을 더 선호한다. 당은 약자의 영원한 수호자이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희생하며, 선을 구현하기 위해 악을 행하는 헌신적인 집단이다. - P362

"우리는 정신을 지배하기 때문에 물질도 지배할 수 있네. 실재란 머릿속에 있지. 자네도 차츰 알게 될 걸세. 우리가 못하는 건 없네. 눈에 보이지 않게 할 수도, 공중을 날 수도 있지. 그 외 무엇이든 할 수 있다네. 원한다면 비눗방울처럼 이 마루 위를 둥둥 떠다닐 수도 있지. 당이 원하지 않으니까 안 하는 것뿐이네. 자연의 법칙에 대한 19세기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만 하네. 우리는 자연의 법칙을 창조하지."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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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병실에서 안드레이는 창문 근처 초록색 식물 옆에, 내 침대를 마주 보는 작은 침대에 앉아 있고, 간호사들은 내가 침대 위에 앉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문이 닫히고, 우리만 남겨진다. 그가 말한다. 나스티아, 곰을 용서했어? 다시 침묵, 곰을 용서해야 해.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처음으로 나는 운명에, 연결고리들에, 우리가 향하는 이 모든 불가피한 것들에 저항하고 싶다. 곰을 죽이고 싶었다고, 내 체계 밖으로 곰을 쫓아내고 싶었다고, 내 얼굴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은 것을 무척이나 원망한다고 그에게 소리 지르고 싶다. 그러나 나는 소리 지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숨을 몰아쉰다. 그래, 곰을 용서했어.

 

(62-63)

학자로서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연구 주제를 학생들과 공유하고 참여시키는 것, 지식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모든 기회를 이용하는 것, 특정한 대상을 주제로 토론하는 것 모두, 오늘 그 대상이 나라는 사실만 빼면, 의대생들이 여왕벌을 따르는 벌들처럼 교수를 따라 내 병실에 들어온다. 나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겨우 몇 살 더 어릴 뿐인 학생들이 공책을 손에 들고, 흰 가운을 입고, 학구적인 눈빛으로 나의 사례를 설명하는 교수에게 집중한다. 얼굴과 머리에 곰에게 물린 자국, 오른쪽 머리에 난 다수의 상처, 오른쪽 다리에 물린 자국, 그들이 메모를 하는 동안, 나는 그들을 하나하나 관찰한다. 그들은 매우 깨끗하고, 단정하고, 흰 가운을 걸친 몸에서는 빛이 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여기 도착하고 나서 나를 보러 온 한 지인이 뱉었던, 그다지 섬세하지 않은 말이 떠오른다. 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었어. 너는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막 나온 사람처럼 보일 뿐이야. 그들의 시선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베일로 얼굴을 감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들이 오늘 저녁 친구들에게 두개악안면외과에 송환된 ‘곰의 여자’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는 이미 혼자 상상한 반응을 억누르고 애쓴다. 얼굴이 다 망가졌어. 불쌍하기도 하지, 전에는 분명 예뻤을 텐데 말이야.

 

(73-74)

프랑스에서 받는 첫 수술 날이다. 내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의사와 의료진 내 턱에 소련의 플레이트를 그대로 두는 것에는 위험이 따르고, 따라서 이를 서방의 플레이트로 교체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플레이트가 너무 큰 나사로, 의료진을 표현을 빌리자면, ‘러시아 방식으로’ 고정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그것을 매우 두꺼운 데다, 재활 운동을 어렵게 만들지도 위치에 고정되어 있다. 어쩌면 바로 그 순간에 나는 러시아 사람들을 신뢰한다고 말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우선 집으로 돌아가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도, 모르겠다. 이 밤의 시점에서는 어떠한 진실에도, 어떠한 당연한 것에도 접근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언제는 가능했었나? 그렇게 내 턱은 고요하지만 가차 없이, 프랑스와 러시아의 의료 냉전 현장이 되었다.

 

(88)

그날 밤, 나는 야수를 믿어야 한다고, 그들의 침묵과 그들의 신중함을 믿어야 한다고 쓴다. 경계 태세를, 이 병실의 헐벗은 백색 벽을, 노란 침대 시트를 믿어야 한다고. 중립성과 무관심, 횡단성이 존재하는 비공간 안에서 몸과 영혼에 작용하는 후퇴를 믿어야 한다고. 형태가 없는 것이 조용히 그리고 급작스럽게 구체화되고, 그려지고, 재정의된다. 신경 분포를 막고, 다시 신경을 분포시키고, 섞고, 병합하고, 이식하고, 곰과 그의 발톱이 지나간 내 몸, 피가 흐르지만 죽음이 없는 내 몸, 삶으로, 실밥과 손길로 충만한 내 몸, 여러 존재가 만나는 열린 세계의 모습을 한 내 몸, 그들과 함께, 그리고 그들 없이 회복하는 내 몸, 내 몸은 혁명이다.

 

(124-125)

어른이 살면서 내내 간절히 찾는 은신처를 태아는 이미 가지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매일 영양분이 유입되는 포궁의 내벽을 우리 주위에 재건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우리가 실패할 때, 세상이 운명의 장난으로 우리를 다시 그곳으로 되돌려 보내려고 한다는 이상한 생각이 든다. 바깥의 무엇인가가 우리를 겉보기에 어딘가 음산해 보이는 문 안에 가두며 내면의 삶을 상시기킨다. 그러나 그 공간은 사실 구원의 공간이다. 사이가 좁은 네 개의 벽, 작은 문과 제한된 접촉, 빅토르 위고는 섬 안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시를 써나갔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미국 버몬트의 숲에서 러시아 이야기를 다시 썼다. 레프 트로츠키는 감옥을 전전하면서 죽음을 피했고, 썼다. 맽컴 라우리는 바다에 직면한 그의 오두막에서 그가 있던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소리를 종이 위에 수집했다. 내가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오며 화산 아래의 숲에서 머무는 동안 하고 있는 일 역시 그들이 이룬 것과 다르지 않지 않을까? 나를 관통하는 징후와 시대의 모순, 분노, 비극과 완전한 종말을 드러내는 신호들을 더 잘 보기 위해 대담하게 옆으로 비켜나는 것 외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나는 너무나도 다른 짐승의 세계를, 병원에선 너무나도 인간적인 세계를 봤다. 나는 내 자리를 잃었고, 그 중간을 찾는다. 나를 재구성하기 위한 공간, 이 피정은 내 영혼이 다시 회복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 세계 사이의 다리를, 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포기란 내 내면의 사전에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126)

가끔 어떤 동물은 인간에게 선물을 주기도 해. 인간들이 처신을 잘했을 때, 그들의 삶 내내 귀를 기울였을 때, 너무 나쁜 생각을 품지 않았을 때, 그녀는 시선을 내리깔고 천천히 숨을 내쉰 다음 고개를 들고 다시 미소를 짓는다. 곰들은 우리에게 선물을 줬지, 너를 살려둠으로써 말이야.

 

(147)

엄마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존재가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요. 흠, 그가 중얼거린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차 한 모금을 마신다. 곰이 인간과 다른 점은 그들이 스스로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는 거야.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 이해했어요. 곰들이 거울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게 다행이네요. 한 그랬으면 모두 미쳐버렸을걸요! 마시아가 맑은 웃음을 터뜨리고 나도 함께 웃는다.

 

(160-161)

2015년 8월 25일, 그날의 사건은 캄차카 반도의 산 어딘가에서 곰 한 마리가 프랑스 인류학자를 공격한 것이 아니다. 사건은 곰 한 마리와 한 여자가 만나고 세상의 경계가 파열한 것이다. 이는 인간과 짐승이 대면하면서 그들의 몸과 머리에 균열에 생기는 물리적 한계로만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현실과 신화의 만남이고,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고, 꿈과 실재의 만남이다. 이 장면은 오늘날에 전개되었지만 천 년 전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는 우리가 개인적이고 미미한 궤적에 무관심한 도시에 세계에서 나와 곰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라스코 동굴 멱화에서처럼 상처를 입은 들소와 발기된 성기를 하고 비틀거리는 인간의 원형적인 대면이기도 하다. 동굴 벽화의 장면처럼, 결투 결과의 불확실성이 이 놀랍고도 필연적인 사건을 지배한다. 하지만 우물 벽화와는 반대로, 이다음의 일은 수수께끼로 머물지 않는다. 우리 중 아무도 죽지 않았고, 불가능한 일에서 살아 돌아왔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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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독립운동가 박열에 관한 책을 읽었어. 그 전에도 다른 독립운동 관련 책에서 단편적으로 읽고 나서, 박열에 대한 책을 읽었어. 위 책들을 통해 박열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를 알게 되었지. 가네코 후미코. 그녀의 당당한 모습과 박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일본인이지만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 비판했던 사람. 그래서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책도 읽어봐야겠다고 검색을 해 보았더니,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평전이 한 권 있었고, 가네코 후미코가 감옥에서 직접 쓴 옥중수기가 한 권 있었어. 그 중에 가네코 후미코가 직접 쓴 책 <나는 나>라는 책을 읽었단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가네코 후미코라는 사람이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감옥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지 않았다면, 나중에 작가로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 기준으로 잘 쓴 글은 읽기 편하고 매끄러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매끄럽게 잘 읽혔단다.

가네코 후미코.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이 일어나고 얼마 안 있어,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과 함께 천황 암살 혐의로 체포되었어. 이때 판사로부터 재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일대기에 대해 쓰라는 명령을 받아 쓴 글이란다. 아빠가 이런 명령을 받아 글을 쓴다고 하면 원고지 10장이나 채울 수 있으려나. 가네코 후미코는 당시까지 자신의 삶을 차분히 정리하여 책 한 권의 분량을 써냈단다. 박열과 만난 이후에 대한 내용을 끝부분 아주 조금만 나오고, 대부분이 박열을 만나기 전의 이야기란다. 가네코 후미코가 박열의 아내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삶 또한 고난과 역정의 시간이었고, 자기 성장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삶이더구나. 그래서 더욱 그의 자살이 안타깝구나. 그런데 진짜 자살한 것이 맞는지는 의심스럽더구나. 그의 글을 보면 희망과 꿈이 있어서 감옥에서 그렇게 허망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야.


1.

가네코 후미코는 요코하마 고토부키초에서 태어났어. 아버지는 고토부키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형사였단다. 후미코의 기억에 따르면 네 살 때까지는 무척 행복했대. 하지만 그 행복은 아버지의 바람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고, 집안은 늘 시끄러웠어. 한번은 이모가 병원 진료를 받으려고 후미코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아버지의 새로운 불륜 상대가 다름 아닌 이모였던 거야. 그 일 때문인지 아버지는 경찰서까지 그만두게 되었어.

결국 후미코가 일곱 살 때 부모님은 이혼을 했단다. 후미코는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고, 남동생은 아버지가 데려가 이모와 재혼했어. 게다가 아버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때까지 어머니를 호적에 올리지 않은 상태였어. 그렇다 보니 후미코 역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았지. 호적이 없는 무적자였던 후미코는 학교조차 제대로 갈 수 없었단다. 어머니가 무적자도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알아봐서 겨우 입학은 했지만, 학교에서 가해지는 차별은 무척 심했어. 학년을 마칠 때 주는 수료증조차 받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이후 어머니도 생계를 위해 다른 남자와 살아야 했어. 하지만 그 생활도 오래가지 못해 헤어졌고, 또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었지. 그렇게 고바야시라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지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어. 결국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바야시의 고향으로 내려가 지내게 되었단다.

고바야시의 부모님이 후미코를 친절하게 대해주기는 했지만, 그분들 역시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어. 학교에 적은 두었으나 꾸준히 다닐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지. 후미코의 어머니가 고단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외가에서는 외삼촌을 보냈어. 외삼촌은 고바야시의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어머니와 후미코를 외가로 데려왔단다. 당시 어머니와 고바야시 사이에서 태어난 '후루코'라는 아기가 있었는데, 후미코는 동생 후루코를 무척 아꼈기에 헤어지는 것을 너무나 힘들어했어.

외가에 온 뒤에도 안정이 찾아오지는 않았단다. 어머니는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했고, 후미코는 외삼촌 댁에 홀로 남겨져 지내야 했거든. 어린 시절부터 후미코의 삶은 온통 고난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프구나. 얼마 후 어머니가 재혼하여 자신과 완전히 떨어져 살게 된 것 또한 후미코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큰 슬픔이었을 거야.


2.

어느 날, 아버지의 어머니, 그러니까 후미코의 친할머니가 찾아왔어. 친할머니는 조선 땅에서 고모 부부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후미코를 조선으로 데려가겠다고 했지. 결국 후미코는 일본을 떠나 조선 충청도 부강이라는 곳에 오게 되었단다. 부강에는 일본인들도 정착하여 40여 가구가 모여 살았고, 나머지는 조선인들이 살고 있었어. 이때부터 조선에서 7년간 지냈어. 친할머니의 집은 형편이 나은 편이어서 후미코는 학교도 정식으로 다닐 수 있었단다. 그렇다고 할머니와 고모, 고모부가 후미코를 따뜻하게 대해준 것은 아니었어. 아빠가 후미코의 글을 통해 느낀 것은 거의 학대를 받는 수준이었단다. '그럴 거면 왜 데리고 간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지. 학용품이 필요하다고 해도 사주지 않았고, 후미코가 열두어 살이 되었을 때부터는 식모처럼 부려 먹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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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22)

이웃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던져놓고 근처 들판에서 놀곤 했다. 내가 집에 돌아와 마당 청소 등을 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누구누구야, 하며 서로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토라지거나 화내거나 울거나 웃거나 하는 소리가 손에 잡힐 듯 들려왔다. 뜰 앞 울타리 사이를 비집고 보면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한데 모여 오비가 땅에 끌리는 줄도 모르고 뛰어놀았다. 잡거나 잡히거나 하는 모습이 잘 보였다. 얼마나 즐거울까. 얼마나 자유로울까.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가난뱅이’가 부러웠다. “우리 집은 말이야. 가난뱅이들과는 격이 달라. 아이를 밖에 내팽개쳐둘 순 없어.”라고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말했고, 그 ‘고상’한 교육방침에 따라 집에 갇혀 있는 내 자신이 불쌍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말이 단지 나를 노예처럼 부리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더욱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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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코는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커서 성적도 무척 우수했어. 하지만 그곳에서도 다른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단다. 후미코가 태어난 이후로 행복했던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 스스로도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들까?' 하고 깊은 고뇌에 빠지지 않았을까 싶구나. 조선에서의 7년 동안 구박만 받고 사람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다가, 결국 할머니에게 쫓겨나듯 조선을 떠나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단다. 갈 곳이 외할머니 댁밖에 없어서 그곳으로 향했어. 처음에는 반겨주는 듯했으나 외가댁 사정 역시 여전히 여의치 않았단다.

…

어느 날 아버지가 찾아와 그동안 미안했다며 후미코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했어. 이번에는 아버지와 이모가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갔지. 그런데 아버지가 그렇게 손을 내민 데에는 숨겨진 이유가 있더구나. 아버지는 후미코를 외삼촌과 결혼시켜 승려였던 외삼촌의 사찰 재산 일부를 차지하려고 거야. 이미 아버지와 외삼촌 사이에 모종의 약속까지 오간 듯했어. 이런 게 무슨 부모인가 싶어 참 씁쓸했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미코는 아버지를 더욱 경멸하게 되었어. 후미코는 아직 나이가 어려 독립할 처지가 못 되었기에, 아버지와 외삼촌 앞에서 일부러 반항적으로 행동했지. 이에 외삼촌은 아버지에게 후미코와의 파혼을 선언했고, 격분한 아버지는 후미코를 모질게 때렸단다. 더 이상 이 지옥 같은 집에서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 후미코는 무작정 차비만 챙겨 집을 나와 도쿄로 향했어. 당시 후미코의 나이는 고작 열일곱 살이었단다. 아니 벌써 열일곱 살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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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나의 불행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요코하마에서, 야마나시에서, 조선에서, 하마마쓰에서, 나는 줄곧 학대당했다. 나는 ‘자신’이라는 것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모든 과거에 감사한다. 나의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도, 외삼촌에게도, 이모에게도. 아니, 내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고, 가는 곳마다 모든 환경 속에서 학대받을 만큼 학대받은 나의 운명에 감사한다. 왜냐하면 만약 내가 나의 아버지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집에서 부족함을 모르고 자랐다면, 아마 나는 내가 그토록 혐오하고 경멸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성격, 생활을 그대로 받아들여 결국에는 나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적으로 불운한 탓에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벌써 열일곱 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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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살고 계신 작은 외할아버지 댁에서 한 달 가량 신세를 지다가, 숙식을 제공하는 신문사에서 신문팔이 일을 시작했어. 그렇게 번 돈으로 공부도 병행했단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신문을 팔아야 했기에 학교 공부에 제대로 집중하기는 어려웠어.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같은 학교 동급생인 이토의 권유로 신문팔이를 그만두고 비누 가루 장사를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벌이가 시원찮았단다. 아빠가 보기에는 적더라도 정기적인 수입이 보장된 신문팔이가 비누 가루 장사보다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조언을 해준 사람이나, 그 말을 듣고 곧바로 실행에 옮긴 후미코나 선뜻 이해되지 않았어. 아직 어려서 사리에 어두웠을 수도 있고, 아빠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다른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결국 비누 가루 장사는 얼마 못 가 그만두고, 이번에는 식모살이를 시작했어. 하지만 이 역시 노력에 비해 보수가 너무 적었단다. 결국 다시 작은 외할아버지 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 이번에는 외할아버지 댁에서 집안일을 돕는 조건으로 돈을 받기로 하고, 덕분에 학교에도 다시 다닐 수 있게 되었단다. 후미코에게는 '학업'이라는 꿈이 있었기에 그 모진 시련들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구나. 사랑에 눈뜰 나이가 되면서 외박을 하기도 했는데, 이 일로 작은 외할아버지 댁의 눈치를 보게 되었어. 결국 그곳을 나와 홀로 독립하게 되었단다.

이때부터 자유연애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기 시작했어.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조선인 친구들과도 인연이 닿았단다. 물론 그중에는 여자를 한낱 노리개로 여기는 못된 이들도 있었어. 그러던 중, 조선인 친구 ‘정’을 통해 어떤 시를 건네받고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단다. 그 시는 아빠가 몇 년 전에 박열에 관한 책을 이야기하면서도 이야기했던 ‘개새끼’라는 시다. 제목부터 너무 강렬한데, 다시 한번 그 시를 적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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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

- 박열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짓는

달을 보고 짓는

보잘 것 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

…

후미코는 ‘정’에게 그 시의 지은이가 누구인지 몰아보았고, 후미코는 박열을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그렇게 후미코는 박열을 만나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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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나는 당신 가슴속에서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을 발견했어요. 당신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결국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나는 하찮은 사람이오. 나는 그저 죽을 수 없어 살고 있는 사람이오.”

그는 이렇게 다소 냉소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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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지만 박열과 만난 이후의 이야기는 이 책에는 거의 실려 있지 않단다. 음… 박열과 일은 이미 재판부도 잘 알고 있거나 박열과 일은 재판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짧게 이야기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일기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단다. 그 어려운 고난의 시간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사람이 정말 자살을 선택했을까? 아빠는 믿기지 않는구나. 당시 일본의 감옥에서는 여러 의문사가 많던 시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네코 후미코도 그런 희생자 중에 한 명이 아닐까 싶구나.

….

이 책을 통해 가네코 후미코에 대해 더 호감을 갖게 된 것 같아. 나중에 평전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다이쇼 12년(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책의 끝 문장: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기를!


나는 앞에서 우리를 버리고 간 아버지가 홀연히 찾아와 고무공을 사준 것을 이야기 한 바 있다. 그때 얼마나 아버지가 그리웠는지. 하지만 나를 꼭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나는 이미 아버지를, 아버지의 사랑을 포기한 상태였다. 단 한 사람, 어머니만을 믿고 의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머니마저 나를 버리고 간다. 나는 어머니가 나를 유곽의 기생으로 팔려 한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어머니는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그저 고달픈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팔아버리려고 한 것이 틀림없다. - P82

‘아아, 기차여! 7년 전 너는 나를 속이고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고통과 시련 속에 나를 혼자 두고 갔다. 그동안 너는 몇백 번 몇천 번 나를 지나쳐 갔다. 늘 곁눈으로 흘끗 보며 말없이 지나쳤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너는 나를 데리러 왔구나! 너는 나를 잊지 않았구나. 아아. 어디든 데려가주렴! 얼른, 얼른! 그저 빨리 여기에서 벗어나게 해주렴!’ - P185

사회주의는 나에게 특별히 새로운 것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겪어오면서 느낀 감정들이 정당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줄 뿐이었다. 나는 가난했고, 지금도 가난하다. 그 때문에 나는 돈을 가진 자로부터 혹사당하고 괴롭힘을 받았으며 들볶였고 억압당했다. 또한 자유를 빼앗겼으며 착취당하고 지배당했다. 이런 나는 힘을 가진 자들에 대해 항상 마음 속 깊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진심으로 동정했다. 조선의 할머니 집 아인 고 씨를 동정했던 것도, 불쌍한 개마저 동지처럼 느꼈던 것도, 그 외에 이수기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할머니 주위에서 일어난 많은 일에서 억압당하고 고통받고 착취당하는 불쌍한 조선인에 대해 한없이 동정했던 것도 이러한 마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에 타오르고 있던 반항심과 동정심은 순식간에 사회주의 사상에 의해 불이 붙어버렸다. - P331

실제로 당시의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일에 열정을 갖던 당시 나는 고학을 해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확실히 깨달았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는 고학을 하더라도 훌륭하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훌륭하다고 대접받는 사람만큼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한 진정한 만족과 자유를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나 자신이어야만 한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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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생각해보세요. 학교란 기관은 생각보다 기회를 주지 않아요, 실용적이지도 않고도. 평생을 공부했는데 우리가 누군지도 모른 채로 사회에 던져지죠. 먹고는 살아야겠으니 알바하다가, 공부했다가, 어영부영 취업했다가, 다시 퇴사했다가, 쉬다가, 반복 또 반복, 그러다 까딱 잘못하면 고립 청년이 되고요, 좀 잘되면 견딜 수 있는 작업을 찾는 거죠. 그런데 하나의 일을 꾸준하게 해왔다는 건 인내와 끈기가 있다는 거거든요. 게다가 악기는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 수없이 같은 것을 반복해서 연습해야 하잖아요. 섬세함도 갖춰야 하고요. 저는 김정한 씨야말로 청년귀농프로그램이 원하는 인재상이라고 보거든요.”

 

(88)

방진 커튼을 펼쳐 안으로 들어선다. 아침 햇살처럼 따스한 황색의 LED 라이트가 공간을 빼곡히 덮고 있다. 창문 하나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유일한 태양이 되어주는 인공 불빛 아래 층층이 펼쳐진 사육 틀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각사각. 잎을 갉아 먹는 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울려 퍼진다. 먹는 일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한없이 입에 잎을 밀어 넣는 말랑한 생명체들.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럽고 젤리처럼 탱글거리며 하얗지도 노랗지도 않은 반투명한 빛깔로 살이 오르는 나의 말캉한 몸뚱이들. 이들이 내가 키우는 빵충이다.

 

(102)

‘누님이 밀었잖아요’라는 투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저 피식 웃음으로 흘려보내며 엑셀을 밟았다. 낭만 농부라니, 세상에. 그 촌스러운 별명이 웃기면서도 싫지 않았다. 낭만은 서울에 다 두고 온 줄 알았다. 어쩌면 내가 두고 온 건 커피와 담배, 대마, 새벽 감성에 취해 끄적이던 곡들. 그리고 한탄과 질투로 여름날 아스팔트 위 껌처럼 엉겨 붙은 지독한 예술병이었는지도 모른다. 트럼펫으로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어지자, 어린 날의 그때처럼 음악을 즐기게 되었다. 서울의 비좁은 자취방에 살 때와 다르게 이곳은 뒷산에 올라가기만 하면 어떤 소음 공해나 항의 없이 마음껏 불어댈 수 있었으니까. 한껏 마음속 쌓인 음표들을 내지르고 나면 속이 뻥 뚫린 것같이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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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말라리아에서 시작된 두 시간의 사색 끝에 월리스는 자연선택이론을 완성해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렇게 발전하고 도태하는 자연의 자정 작용은 필연적으로 다음 세대를 진보하게 할 것이다.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열등한 종은 빨리 죽을 것이고, 우월한 종은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즉 가장 적응을 잘한 종이 가장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월리스는 자신이 지금까지 표본을 수집해온 정글이 해수면의 상승과 하강, 기후 변호, 가뭄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계속 변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다가 마침내 “오랫동안 찾아온 자연의 법칙”을 깨달았다.


(59)

당시 다윈은 이미 <종의 기원> 3판을 출간하며, 자연선택 이론의 ‘주인’으로서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있었다. 월리스는 다윈의 명성이 높아진 것을 보고도 전혀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과학계는 이제 월리스를 학자로 대우했다. 영국 조류학협회는 월리스를 명예회원으로 인정했고, 동물학회는 그를 특별회원으로 지정했다. 생물학자 토머스 헉슬리는 이렇게 발표했다. “월리스 같은 사람은 한 세대에 한 번 나오기도 힘든 인물이다. 열대의 야생 밀림을 아무 탈 없이 돌아다니기에 육체적, 정신적, 도덕적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췄고, 대단히 훌륭한 수집품을 모았다. 게다가 그 수집품을 분석해서 아주 현명하게 결론을 도출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조류학자, 존 굴드는 월리스의 표본이 앞으로의 연구에 아주 요긴하게 쓰일 ‘완벽한’ 자료라고 단언했다.


(73-74)

산업이 발달할수록 이러한 수치는 더욱 커졌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다이아몬드 깃털을 자랑하던 1798년 프랑스에는 깃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술자가 25명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1862년에 이르면 120명까지 증가하고, 1870년경에는 280명까지 급증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깃털을 뽑고 가공하는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미가공 깃털 상인 조합’, ‘깃털 염색업자 조합’, ‘깃털 산업 어린이 노동자 보호 협회’ 같은 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1890년대 프랑스에는 거의 4만 5000톤에 달하는 깃털이 수입됐다. 런던 민싱가에 있는 경매장에서는 4년간 극락조 15만 5000마리가 거래됐다. 같은 기간, 현재 가치로 약 28억 달러에 달하고 무게로는 총 1만 8000톤에 달하는 극락조가 거래되었다. 한 영국인 딜러는 1년간 새 가죽 200만 장을 팔았다. 미국의 깃털 산업도 상황은 비슷했다. 1900년대까지 8만 3000명의 뉴요커가 모자 관련 업계에 종사하며, 북미 지역에서만 매년 약 2억 마리의 새들이 죽어갔다.


(285)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박물관 표본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했다. “기술적인 면에서 보면, 일정 시간 후에는, 아마 100년 정도는 되겠지만, 표본들에서 뽑아낼 수 있는 과학적인 데이터는 이미 모두 뽑아냈겠지요. DNA로 이제 더는 할 만한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들의 역할이 뭐죠? 그 새들이 멸종되지 않고 더 오래 살게 하려는 것이었죠. 하지만 제대로 안 됐잖아요. 지금도 멸종되는 새가 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죠. 밀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345)

그들은 모두 수세기에 걸쳐 새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에게 새들은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공통된 신념이 있었다. 그 새들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신념과 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므로 같은 새라도 그 새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계속 제공될 거라는 신념 말이다.

또 다른 쪽에는 에드윈 리스트가 속하는, 깃털을 둘러싼 지하세상이 있었다. 거기에서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탐하며, 몇 세기 동안 하늘과 숲을 약탈해온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지식이냐 탐욕이냐, 이들 사이의 전투에서 탐욕이 승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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