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만들기 - 성형외과의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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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류가 생겨난 이후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단다. 그 많은 전쟁 중에 1차 세계대전은 규모도 규모지만 전쟁사에 있어 안 좋은 쪽으로 전환점이 되었단다. 가스전이 시작되었고 탱크 등 강력한 신무기들이 대거 등장하였단다. 이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는 이야기야. 그런 사람들 중에는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을 다친 사람들도 많았단다. 얼굴은 한 인간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얼굴을 다쳐 흉측한 모습이 되었다면 그 상처는 육체를 넘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갖게 된단다.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들도 있었어.

1차 세계대전 때 그렇게 얼굴을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고 고쳐준 의사들이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이 영국의 해럴드 길리스라는 사람이란다. 아빠가 오늘 이야기라는 하려는 책 <얼굴 만들기>는 바로 해럴드 길리스와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 다루고 있단다. 전쟁의 참혹함에서 살아났지만 다친 얼굴로 또 다른 전쟁을 치뤄야만 했던 이들에게 삶의 의지를 다시 심어 주었던 해럴드 길리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단다.

지은이 린지 피츠해리스는 영국의 의학 연구자이자 작가라고 하는구나. 이 책 이전에는 <수술의 탄생> 등을 출간했대. 오늘 이야기할 <얼굴 만들기>의 부제는 성형외과의의 탄생이란다. 앞서 짧게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성형외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 1차 세계 대전 중에 얼굴을 부상당한 사람들을 치료해주면서 성형외과가 시작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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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5)

클레어에게는 다행히도 헤럴드 길리스라는 선견지명을 지닌 외과의사가 얼마 전부터 영국 시드컵의 퀸스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얼굴 재건만을 전담하는 세계 최초의 외과의사 중 한 명이었다.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길리스는 기존에 초보적인 성형 수술 기법들을 개선하고 상황에 맞게 변형시킨 끝에 완전히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오로지 지옥 같은 참호에서 망가진 얼굴과 정신을 복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흔들림 없이 일에 매달렸다. 이 엄청난 도전 과제를 해내기 위해서 그는 사람들을 모아 독특한 의료진을 조직했다. 그들은 찢겨 나간 부위를 복원하고 파괴된 것을 재창조하는 일을 맡았다. 외과 의사, 내과 의사, 치과 의사, 방사선 의학자, 화가, 조각가, 가면 제작자, 사진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재건 과정을 도왔다. 길리스의 주도하에 성형 수술 분야는 진화를 거듭했고 새로 개척된 방법들을 표준화하면서 이윽고 현대 의학의 한 분야로 적법하게 자리 잡기에 이른다. 그 뒤로 이 분야는 전 세계 성형외과 의사들의 재건과 미적 혁신을 통해 우리 자신과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방식에 도전하면서 점점 번창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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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책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꾸나.

 

1.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1913년만 해도 해럴드 길리스는 골프를 좀 잘 치는 평범한 의사였단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와 결혼하여 아이도 낳으며 평범하게 지냈지.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해럴드 길리스도 1915년 봄부터 전장의 간이 병원에서 부상병을 치료하는 일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살려냈어. 해럴드가 있는 병원에 마리 퀴리도 병원에 방문했었다고 하는구나. 자신이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엑스선 기계 등을 고안해서 부상병 치료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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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그 해 봄에 새로운 이들이 길리스와 모리슨만은 아니었다. 저명한 과학자 마리 퀴리도 병원을 방문했다. 퀴리는 라듐을 발견한 유명 인사했다. 1903년에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받았고 1911년에 또 한 번 받았다. 전쟁이 터졌을 때 퀴리는 연구를 중단하고서 자신이 연구하던 방사성 원소를 모두 납으로 코팅된 용기에 담아 보르도의 안전 금고로 옮겨 독일군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런 뒤 자신의 재능을 전쟁 쪽으로 돌려 병상, 발전기, 엑스선 기계, 사진 현상 암실 설비를 갖춘 차량을 고안했다. <꼬마 퀴리>라는 별명이 붙은 이 차량은 전쟁터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화학자는 전시에 엑스선 기계를 갖춘 진료소 200곳을 세우고, 여성 방사선학 전문가 150명을 훈련하여 운영을 돕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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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는 전쟁터의 병원에서 미폴리트 모레스탱이라고 하는 프랑스 의사가 능숙하게 피부 이식을 하는 것을 보고 성형외과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성형은 자신과 같은 외과의사 뿐만 아니라 치과의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수술진도 모집하였다고 하는구나. 그의 수술진에는 의사 출신 화가인 통크스도 함께 했단다. 당시 사진은 흑백사진기뿐이어서, 그것보다는 통크스가 세밀하게 그린 칼라 그림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어. 통크스는 수술 전후 환자의 얼굴을 그림으로 일을 맡았다고 하는구나.

….

피부 이식하는 것은 당시 생소한 수술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단다. 그래서 좀 쉬운 방법으로 가면 등으로 얼굴의 다친 부분을 덮는 시술도 많이 했었대. <오페라의 유령>처럼 그렇게 티가 나는 마스크는 아니고, 얼굴색과 비슷한 색상으로 해서 최대한 얼굴과 비슷하게 가면을 만들었어. 조각가들이 이 작품에 참여해서 감쪽같이 만들기도 했대. 하지만 그 가면의 최대 단점늘 같은 표정의 얼굴이었고, 늙지 않는다는 점이야. 얼굴을 대체하기에는 너무나 큰 단점이었던 거야. 그래도 조각가들도 성형에 참여했단다. 성형 수술이라는 것이 대충 피부를 덮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환자들의 삶의 의지도 살려주기 위해서는 미적인 것도 고민을 해야 했기 때문이야. 조각가들은 그런 것에 도움을 주었단다.

이 책에는 당시 부상병들의 수술 전후 사진이 실려 있단다. 아빠가 생각한 것보다 수술은 훨씬 잘 된 것 같구나. 수술 전 사진을 보면 도저히 복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사진들도 있는데, 수술 후 사진을 보면 수술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지만, 환자들의 자존심을 되살리는데 충분해 보였단다. 부상병들에게 해럴드 길리스는 또 다른 부모가 아닐까 싶구나. 그들은 해럴드 길리스에게 깊이 감사의 말을 전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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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

그 소식이 알려지자 수십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한 사람은 길리스가 기사 작위를 받자 이렇게 썼다. <선생님께서 제게 보여 준 경이로운 친절과 제 삶을 살 가치로 있게 만들어 준 모든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또 한 환자는 자신의 위턱 일부가 사라진 적이 있다고 말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고 편지를 보냈다. <너무나 멀쩡해 보여서 11년 전에 거의 불에 다 죽을 뻔했다고 말하면 믿으려 하지 않아요.> 길리스의 노련한 손이 닿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삶이 과연 어찌 되었겠느냐고 말하는 편지도 많았다. 이렇게 쓴 사람도 있었다.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가기 전의 나 자신을 생각하면 정말로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길리스는 그들의 얼굴을 복원했지만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이 워낙 많았기에 그에게는 얼굴 없는 이들로 남았다. 한 병사는 이렇게 썼다. <선생님이 저를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부상병 중 한 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우리가 선생님을 기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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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환자들의 부상 정도를 설명하기 위해 전쟁터에서 벌어진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하는데 너무 처참한 장면들이란다. 전쟁은 이렇게 잔인하고 처참한 것이기에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인데, 오늘날도 여전히 전쟁의 공포 살고 있구나. 그것도 무식하고 노망든 두 노인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말이야. 또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을까. 자신의 결정으로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죄책감 같은 것은 느끼지 않을까? 그런 사람은 싸이코패스밖에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샜구나.

 

2.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아이러니하지만 의료계도 많은 발전이 있었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성형외과의 큰 발전이 있었고, 마취학도 발전하여 독립적인 학문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구나. 그리고 수혈에 대한 연구와 발전도 있었대. 그 전까지는 피를 저장하지 못했는데, 이때부터 피를 저장하는 기술도 생겼다고 했어. 그렇게 의료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전쟁은 절대 안 되지.

1918 6 28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드디어 종전 선언을 했단다. 이제 총으로 얼굴을 다칠 일도 없었어. 그렇게 되자 성형 수술의 미래는 불투명했다고 하는구나. 오늘날 성형 외과가 이렇게 성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나 보구나. 해럴드 길리스 등 전쟁 중에 성형을 했던 이들은 민간 성형외과를 시작했는데, 예상과 달리 무척 잘 되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해럴드 길리스는 돈에 욕심 없이 치료를 해주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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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317)

성형수술로 돈을 벌었든 못 벌었든 간에 길리스는 미용 수술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대중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는 의문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수술을 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들어 줄 코가 헛수고가 된다면 내가 이런 일을 굳이 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길리스가 때때로 내면의 갈등을 느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얼굴의 주름을 제거하다가 문득 내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들면서도 수술을 받은 이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환한 표정을 볼 때면 과연 환자를 거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길리스는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에게는 사소해 보일 일탈이 당사자에게는 심한 고민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당시의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미용 수술이 원하는 이에게 약간의 추가 행복을 안겨주기에 정당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그는 그렇다고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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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후 또 한번 큰 전쟁이 일어났단다. 2차 세계 대전. 그때도 해럴드 길리스는 전쟁터에서 얼굴 다친 부상병을 치료해주었고, 그 동안 성형외과는 더 발전하여 2차 세계 대전 때는 생식기를 다친 사람들도 치료해 주었대. 전쟁 때 생식기 재건 수술이 발전하면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는 음경성형술이 발전하고 성전환수술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구나. 성정체성을 겪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것 같구나.

평생 성형외과 발전에 큰 공을 세운 해럴드 길리스는 돌아가시기 한 달 전까지 수술을 하시다가 1960 78살 때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우리가 가진 평범하지만 상처 없는 이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그런데 나이가 들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 얼굴에 새겨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얼굴을 소중히 다루기 위해서는 생각도 올바르게 가져야 한다는 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잔소리가 된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캉브레의 동쪽 하늘에 붉고 노란 빛줄기가 환하게 뻗으면서 날이 밝았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런 수술이 과학적 사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1차 세계 대전 때 해럴드 길리스와 직원들이 성형 수술 쪽으로 흔들림 없이 일구어 나간 성취 덕분이다.

 

 


거기에 악취까지 동반되어 공포스러운 광경은 더욱 끔찍하게 와닿았다. 썩어 가는 살에서 나오는 역겨우면서 달착지근한 냄새가 사방으로 수 km까지 뒤덮었다. 다가가는 병사는 시신을 눈으로 보기 전에 냄새부터 맡을 수 있었다. 악취는 그가 먹는 상한 빵에도, 마시는 고인 물에도, 입고 있는 넝마가 된 군복에도 배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싸운 로버트 C. 호프먼 중위는 20여 년 뒤 미국이 두 번째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죽은 지의 악취를 맡아본 적이 있나요? 모래알 하나를 보고서 애틀랜틱시티의 해변을 떠올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생지의 악취와 오래 전에 죽어 쌓여 있는 병사들에게서 나오는 악취의 차이가 그 정도는 될 겁니다." 호프먼은 시신을 묻은 뒤에도 <여전히 악취가 지독해서 몇몇 장교가 심하게 알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 P14

길리스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칼을 움직여 환자의 가슴에서 특징이 사라진 얼굴에 이식할 피부를 떼어 내기 시작했다. 그 의료진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가슴에 그려진 얼굴 전체를 떼어내어 손상된 얼굴을 덮을 거예요. 코는 갈비뼈에서 떼어낸 연골을 넣어 만들 거고요. 살아있는 진짜 피부로 덮을 겁니다. 피부 조직은 자연적으로 공급되는 피를 받아서 이식편처럼 새 자리에서 자랄 거예요. 그런 뒤 남은 흉터를 다 없앨 겁니다." - P193

길리스는 으레 그랬듯이 수술을 앞두고 자신의 집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는 발라디에의 편지를 옆에 두고서 벨의 얼굴을 재건할 계획을 마음속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코였다. 코는 감염되었음에도 기적처럼 남아 있었다. 하지만 코가 허약해진 상태이기에 사소한 실수만 해도 아예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술 시간이 다가오자 길리스는 자신이 적고 스케치한 내용들을 살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을 시간이 되었을 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전 프로그널 땅의 중심이었던 본관을 나섰다. 그는 새로 깎은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새로 지어진 건물로 향했다. 환자들이 지내고 있는 병실과 그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수술실이 거기에 있었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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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의경은 강인한 생명력이란 결국 에 대한 항구적이고 독자적인 재생 의지에 달려 있음을 인식했다. 살아남은 개개의 객체들이 때로는 잘려나간 부위를 때로는 상처 입은 부위를 스스로 복원시켜 생명을 연장하였고, 자율적인 복원 능력을 상실한 것들은 결국 도태되고 소멸해버리고마는 진정한 생명의 원리를 의경은 오히려 생물학의 연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그는 작고 보잘것없는 생명체의 놀라운 재생력에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생의 신비에 감동했다. 그것은 단지 실증적 실험의 결과로써 뿐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생의 본질을 직접 볼 수 있게 하는 특별한 경험세계였고, 의경은 바로 그 본성에 포진해 있는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과 그 실재를 재생의 의미로 정의하였다.


(106-107)

한국의 지성인들은 대부분은 아주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습자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서체를 획득하게 됩니다. 그것은 개개인이 지향하는 정신적 이데아를 미적인 것으로 표상하는 하나의 도구였습니다. 사람들은 개성을 담은 서체로써 그때그때 강하게 혹은 유연하게 자기 사상을 표출하기도 하고, 동시대인과의 예술적 세계관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서예는 그 자체로 한국의 전통문화입니다. 그것은 나를 한국인으로서 살아가게 하는 생명의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언제 어디서든 나의 영혼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예술혼의 원천이지요. 사람들은 가장 독특하면서도 난해한 글자체인 초서로 운()에 갇혀 있는 시 문학을 아주 자유분방하고 추상적인 회화예술로 바꾸어 놓지요. 붓은 나 자신을 아주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도구입니다.


(115)

유럽인들은 낯선 나라 사람들의 이름을 말할 때 최대한 빠르고 불분명하게 중얼거리는 나쁜 습관이 있다. (…) 내가 어떤 사람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였다. 나는 습관대로 내 이름 두 글자를 한 글자 한 글자 아주 정확하고 발음하여 그에게 말해 주었다. 그러나 그가 내 이름에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아서 나는 위대한 시인 이--백까지 소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모든 노력은 그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내가 그에게 인사를 할 때마다, 그는 매번 내 이름을 틀리게 불렀다. 그는 한 번은 이라 부르기도 하고, 또 한 번은 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심지어는 이라 부르기도 했다. 더욱이 그가 나를 어떤 교수에게 소개하면서 내 이름을 또 그렇게 불러서 나는 화가 났다. 그는 나 말고도 진짜 팅이라는 사람의 이름조차도 제대로 발음하지 않았다. 팅은 나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그는 지나치게 냉정하게 의례적인 것을 따지는 사람이어서 내가 머리도 잘 빗지 않고, 또 항상 나의 넥타이가 삐뚤어져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나는 이런 내 동료에게 창피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천 번도 더 내 본래의 이름을 고수하려 하였다.


(125)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세례를 받았고, 오직 이 종교만을 추종했다. 그들은 다른 모든 가르침을 그릇된 교리라고 비난했다. 그들은 미신이니, 우상숭배이니 하는 말들을 했고, 사람들을 기독교와 이교도로 신앙인과 비신앙인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진리라는 것이 오직 하나의 가르침에만 주어져야만 한다고 했다. 정말 새로운 개념 종교가 나타났다! 이후 사람들은 구교인지 아니면 신교인지 둘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물었다. 기독교인들은 한국 땅에서 자신들의 선교 임무를 수행해나갔다. 그들은 기독교 학교를 설립했고, 시민들을 교육하였다. 그들은 이 땅의 모든 우상 숭배자들을 몰아냈고, 당목을 베어냈고, 미신적인 종이형상과 신모(神帽)를 불태워버렸다. 새로운 가르침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곳곳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127)

늘 신을 향한 믿음 속에서 성장해온 한국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세 개의 낯선 종교들을 받아들였다. 중국의 유교, 인도의 불교, 팔레스티나의 기독교가 그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 모든 종교를 숭상했지만, 오히려 그 낯선 객들이 서로 화합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서로 싸우고 또 서로를 무너뜨리려 했다. 그런데 그런 종교들마저 이젠 유물론에 위협을 받고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 종교들이 언제 이 땅에서 유기될지, 또는 어느 하나가 다른 것들을 정복하게 될지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오늘날까지 한반도에서는 단 한 번도 종교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 민족은 그들의 땅에 들어온 모든 가르침에 감사하지 않았던가. 유교에서는 도적적 질서를, 불교에서는 절제를, 기독교에서는 이웃사랑을 배웠다. 그런데 유물론을 통해서는 무엇을 배워야 한단 말인가?


(142)

창공의 어두운 벨벳 속에 박혀있는 작은 은빛 점으로 빛나고 있는 허공의 별을 가리키며, 서양 사람들에게 저 별들은 아득히 먼 별 무리 어딘가에 있는 Altair Wega이지요. 두 별은 저기 하늘에서 서로를 바라보고는 있지만, 자존심이 강한 청년별과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소녀별은 서로를 찾을 수도 만날 수도 없지요. 그것은 두 성좌 사이에 바로 강물이 놓여 있기 때문이겠죠. 그 두 별 사이에 있는 너무도 광대한 은하수, 우리 고향에선 그 희뿌연 우윳빛 길을 은하수라고 부르지요.”


(204-205)

독일에서 이름난 잡지와 지역신문에서 연이어 화려한 찬사의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책은 매혹적인 삶으로 충만한 낯선 문화의 먼 나라 신비로운 이야기일 뿐 아니라, 마지막 행에 이르러 깊은 감동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고국 땅에서 나온 큰 울림이다. 그곳에서 모든 것은 격정과 힘을 얻는다. 우리는 작가가 고향이라고 말하는 동양의 신비한 나라, 수천 년 동안 유지해온 심오한 정신과 본성 그대로의 순수성을 강탈했던 일본 군대의 포악성에 밤새도록 생각의 끈을 놓지 못했다. 이미륵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유산으로 울쳐 있었고, 부유하게 태어난 그의 정신적 기질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중국의 문화를 섭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그는 그때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어가게 된다.(…)

그는 자신의 이별이 그토록 오랜 세월 계속될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독일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그리고 이곳 독일에서 제2의 고향을 찾았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늘 연평도와 고요한 송림, 고향의 언덕, 그리고 한국에 두고 떠나온 사랑했던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너무도 섬세하고 순수한 책이다.”


(298)

이미륵은 절대 자유의 신봉자였다. 그는 오늘날의 교육이 개성을 억압하고 획일화시킨다고 인식했다. 그는 부모가 원하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고, 아이들은 스스로 지식을 깨우치기보다는 부모가 숟가락으로 떠넘겨주는 것을 떠받아 먹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아이들에겐 자유가 필요하고, 그 자유를 통해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충분히 쉬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론과 정치적 주제 포스터가 생을 구원하고 치유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오직 인간 영혼의 가장 내면적인 가치를 울리게 했을 때 삶을 구할 수 있게 되고, 치유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역설했다. ‘인간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내적인 것으로부터 일어나야 하고, 의사는 피딱지와 오물딱지를 씻겨줄 뿐, 진정한 치유는 자기 속으로부터 새 살이 돋아나 아물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331)

그는 결코 우리 곁을 떠난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 같다. 한국인 이미륵의 내면 깊숙이 깃들어 있었던 그의 사상과 그의 유산들. 그것은 지혜의 단편이고, 동양의 질서이고, 조화이며, 신의 장소이다. 꽃잎의 그림자는 꽃잎 아래 드리우고, 강줄기는 강바닥 속에서 결코 넘치는 일이 없으며, 밤을 배회하는 사람의 길 위에 뜬 달과 저 멀리 떠난 친구를 기다리며 잠들지 못하는 책상 위의 갓등도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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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2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 옮김 / 민음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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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또 제인 오스틴의 책을 이야기하려고 해. 얼마 전에 <오만과 편견>, <설득>을 이야기 주었는데, 오늘은 <이성과 감성>이라는 소설을 이야기할게. 제인 오스틴의 여러 작품들 중에 보통 대표작으로 부르는 장편이 여섯 개가 있는데, 이번에 세 번째이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앞으로 이 여섯 작품은 모두 읽어볼 생각이란다.

오늘 이야기할 <이성과 감성> 1811년에 출간한 작품으로 제인 오스틴의 데뷔작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원제가 Sense and Sensibility이고,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 <센스 앤 센서빌리티>도 꽤 유명하단다. 아빠는 보지 않았지만 엄마가 무척 감동 있게 봤다면서, 이 책을 읽고 있는 아빠에게 영화도 꼭 한번 보라고 하더구나. 유명한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유명한 감독인 이안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베를린 국제 영화제 황금곰상 등 여러 상을 탄 작품이라고 하는구나. 보통 고전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원작을 뛰어넘기 쉽지 않은데,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여러 굵직한 상들을 탔다고 하니 기대가 되긴 하구나.

 

1.

이야기는 노어랜드에 살고 있는 헨리 대시우드라는 사람의 집안 이야기로 시작한단다. 헨리 대시우드는 첫째 부인으로부터 아들 존 대시우드를 낳았고, 존 대시우드는 패니라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 다른 곳에서 살고 있어. 첫째 부인과 일찍 사별하고 둘째 부인과 결혼했는데, 소설에서 대시우드 부인이라고 부른다. 둘째 부인과 사이에서 세 딸을 낳았어. 첫째 딸은 열아홉 살 엘리너. 둘째 딸은 열일곱 살 메리앤, 셋째 딸은 열세 살 마거릿. 엘리너는 이해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단다. 메리엔은 분별력이 있고 영리하긴 하지만 과도한 감성의 소유자란다. 소설의 제목 이성과 감성이 이 자매의 성격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구나. 엘리너는 이성’, 메리엔은 감성’. 막내 마거릿은 막내답게 명랑하고 마음씨 고운 소녀였어.

그런데 아버지 헨리 대시우드가 갑자기 돌아가셨어. 헨리 대시우드의 법적 상속인 존 대시우드였단다. 장례식을 치르고 존의 식구들이 상속을 행사하기 위해 노어랜드로 이사를 왔단다. 법적으로는 이제 노어랜드는 존이 주인이 된 거야. 대시우드 부인과 세 딸은 하루아침에 얹혀 사는 신세가 된 거야. 그래도 다행히 헨리 대시우드는 존에게 계모이긴 하지만 어머니와 동생들을 잘 보살피라는 유언을 남겼단다. 존은 어떻게 어머니와 동생들을 챙겨주어야 할지 고민했어. 동생들에게 1000파운드씩 주려고 했으나, 존 대시우드의 아내 패니는 그를 설득해서 돈을 주지 않기도 했단다. 자매들의 올케 언니가 만만치 않은 사람이구나. 그리고 자매들의 배다른 오빠 존은 우유부단한 사람이구나.

존의 아내 패니의 남동생 에드워드가 노어랜드에 방문했어. 엘리너와 에드워드가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나게 되었어. 이 사실을 알게 된 패니는 대시우드 부인을 찾아와서 큰소리 쳤단다. 자기 동생은 좋은 집안과 결혼해야 한다면서 말이야. 뭐 이런 배은망덕은 사람이 있는가. 따지고 보면 대시우드 부인은 패니의 시어머니인데 말이야.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었지.

대시우드 부인은 당장 이사 갈 집을 알아보았어. 그런 와중에 그녀의 친척으로부터 편지가 왔어. 더번셔 지역에 자신의 집들 중에 빈집이 하나 있다면서 와서 살라고 했어. 대시우드 부인은 곧바로 좋다고 하고 바로 이사를 했단다. 패니가 버릇 없기도 했지만 아들 존이 우유부단하지 않고 제대로 일을 처리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구나.

대시우드 부인과 세 딸은 정든 노어랜드를 떠나 더번셔에 도착했단다. 그들의 집 이름은 바턴 커티지였어. 그 편지를 주었던 친척의 이름은 존 미들턴 경이었단다. 존 미들턴 경은 그들의 이사를 도와주었고 더번셔에 정착하는데 이것저것 지원해주었단다. 참 고마운 분이구나. 존 미들턴의 아내 레이디 미들턴은 행실이 반듯해 보였으나 약간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처럼 보였고, 그들 사이에는 여섯 살짜리 아들이 있었어. 존 미들턴의 엄마 제닝스 부인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으로, 특히 젊은이들을 짝지어 주는 것에 관심이 무척 많았단다. 존 미들턴의 친구 중에 브랜던 대령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메리앤을 보고 첫눈에 빠졌단다. 메리앤도 브랜던의 감정을 눈치챘지만 나이가 너무 많다고 했어. 브랜던의 나이는 서른다섯 살이고, 메리엔이 열일곱 살이니까 메리엔에 비하면 나이가 많긴 많구나.

 

2.

메리엔이 산책을 하다가 넘어져 걷질 못할 정도로 다치고 말았어.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윌러비라는 청년이 메리엔을 안아서 집까지 데려다 주었단다. 메리엔은 그 월러비라는 청년에게 첫눈에 반했고, 월러비도 메리엔을 좋아해서 둘은 금방 서로 깊게 빠져들었단다. 월러비는 나이도 스물다섯으로 브랜던에 비하면 꽤 젊었어. 메리엔과 윌러비는 사랑에 푹 빠졌는데, 그들은 브랜던 대령에 대한 험담을 하기도 했어. 그들의 이런 대화가 불편한 엘리너는 브랜던 대령의 장점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를 변호하기도 했어. 더번셔 사람들이 함께 소풍을 가기로 했는데 브랜던 대령은 런던에서 급한 연락이 와서 런던에 가야 한다고 했어.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답을 해주지 않고 급한 일이라고만 하면서 런던에 갔단다. 오지랖 넓은 제닝스 부인은 브랜던 대령이 런던에 가는 이유가 그의 사생아 때문일 거라고 했단다. 그 이야기를 들은 대시우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단다. 총각인줄 알았는데 사생아라니

….

얼마 후 윌러비는 갑작스럽게 일이 있다면서 런던에 갔단다. 메리엔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가서 메리앤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 그 뿐만 아니라 런던에 간 이후에도 연락이 안 왔어. 한편 엘리너와 썸씽이 있었던 에드워드가 더번셔에 방문하여 일주일 동안 머물다 갔어. 엘리너와도 재회했지만 서먹서먹한 관계로 있다가 돌아갔단다. 존 미들턴의 집안은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단다. 그 중에 레이디 미들턴의 친척 루시와 앤 스틸 자매도 있었어. 루시와 앤은 엘리너와 메리앤과 나이가 비슷하여 자주 만나게 되었어. 루시는 엘리너에게 자신의 비밀이라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놀랄 소식이더구나. 루시와 에드워드가 4년 전에 비밀 약혼을 했다는 거야. 물론 루시는 엘리너와 에드워드의 관계를 전혀 모르고 있었어. 엘리너는 이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는 않았어. 그러면서도 자신이 알고 있는 에드워드를 생각했을 때, 루시의 말은 믿기지 않았단다.

제닝스 부인의 초대로 엘리너와 메리앤은 런던에 가게 되었어. 메리앤은 윌러비를 다시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어. 메리앤이 런던에 도착을 해서도 에드워드는 방문은커녕 연락도 없었어. 그러다가 연회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월러비는 메리앤을 보고도 차갑게 대하면서 외면을 했단다. 그리고 다음날 메리앤에게 윌러비의 편지가 왔어. 월러비는 그레이 양과 결혼한다는 소식이었어. 그레이 양은 참고로 엄청난 부자라고 하는구나. 메리앤은 윌러비의 배신으로 큰 충격에 빠졌어. 윌러비가 자신을 떠난 이유도 모르고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에 크게 상심했어.

이 소식은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었고, 그 다른 사람 중에는 브랜던 경도 있었단다. 브랜던 경이 엘리너를 찾아와서 윌러비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전에는 메리앤이 윌러비와 잘 되고 있어서 이야기를 못했다면서 말이야. 그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해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질투심에 빠진 남자의 험담으로 들릴 수 있으니까 말이야. 이제 메리앤과 윌러비가 깨졌으니 이야기해도 될 것 같아서 찾아온 거야.

그 이야기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어. 오래 전에 브랜던 경이 깊이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고 말았고, 그 여자는 브랜던의 형과 결혼하여 형수가 되었다는 불행부터 시작했어. 브랜던 경의 사랑들은 다 쉽지 않았나 보구나. 그런데 형과 형수는 얼마 못 가 이혼을 했고, 그 충격으로 형수는 폐인이 되어 병에 걸려 죽고 말았대. 형수에게는 불륜으로 낳은 딸 일라이자가 있었는데, 그 아이를 브랜던 경이 키웠다고 하는구나. 제닝스 부인이 사생아로 알고 있던 아이가 바로 일라이자란다. 그러니까 사생아가 아니고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낳은 딸이었던 거야. 그런데 얼마 전에 일라이자가 8개월 동안 사라졌다가 돌아왔다고 했어.

얼마 전에 급하게 런던에서 연락 받은 것이 바로 일라이자가 돌아왔다는 소식이라고 했어. 그런데 일라이자가 사라진 이유가 바로 윌러비 때문이었어. 윌러비가 일라이자를 꼬셔서 데리고 갔던 거야. 윌러비가 돌아오겠다면서 떠났는데 그 이후로 소식이 끊겨서 일라이자가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했어. 그것도 임신까지 하고 말이야. 윌러비, 이놈 이거 완전히 못된 상습범이구나. 그런 놈이 또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메리앤이 윌러비가 일찍 깨진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단다.

 

3.

이복 오빠 존 대시우드도 더번셔에 방문했단다. 에드우드의 결혼소식을 가지고 왔어. 엘리너 다시 충격. 그런데 결혼 대상자가 자신이 알고 있던 루시도 아니고 모턴 양? 그 사람은 또 누구?

런던에서 성대한 사교 모임이 열렸어. 그곳에서 엘리너는 에드워드의 엄마 페라스 부인을 만났어. 페라스 부인은 엘리너를 무시하며 무례하게 이야기를 했어. 옆에 있던 메리앤이 화가 나서 페라스 부인에게 맞받아쳤단다. 엘리너는 그런 페라스 부인을 보고 에드워드와 잘 안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얼마 후 제닝스 부인이 에드워드와 루시가 4년 전 비밀 약혼한 것을 알게 되었고, 오지랖 넓은 제닝스 부인의 귀에 들어갔으니 그 소식은 금방 다 퍼졌단다. 오빠 존의 집안도 난리 났어. 집안에서 정한 상대가 아닌 다른 여자와 약혼했다는 소식이 퍼졌으니 말이야. 에드워드의 누나 패니는 몸져 누웠고, 페라스 부인은 에드워드에게 금전 지원을 안 하겠다고 했어.

이런 소식에도 엘리너가 아무렇지 않자, 메리앤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 엘리너는 이미 네 달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어. 메리앤은 그걸 알고도 내색하지 않은 엘리너를 보고 더 놀랬단다. 자신은 윌러비의 일 가지고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말이야. 이성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의 차이오늘날 유행하는 MBTI로 따지면 T F의 차이라고 할까?

얼마 후 메리앤은 심한 열병에 걸렸어. 그 증세가 점점 악화되었어. 당시에는 이런 열병으로도 죽을 수 있었단다. 다행히 위기를 넘긴 메리앤이 서서히 낫고 있었어. 그런데 윌러비가 찾아왔어. 윌러비는 엘리너에게 이야기하기를 자신은 메리앤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서 자신을 후원해주는 친척 아주머니가 반대를 해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어. 자신이 빚이 많기 때문에 친척 아주머니의 후원이 끊기면 곤경에 빠지게 된다고하지만 엘리너는 윌러비의 과거를 다 알고 있었기에 그를 용서할 수 없었지

윌러비가 떠나고 브랜던 경이 어머니와 도착했단다. 혹시 메리엔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번셔이 있는 어머니를 모셔 온 거야.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브랜던 경이 오는 길에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다고 했어. 자신이 메리앤을 사랑한다면서 말이야. 메리앤은 다행히 병이 낫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단다. 메리앤은 몸도 크게 아프고 마음도 크게 아프고 난 뒤라 그런지 더욱 성숙해진 듯했어. 메리앤은 생각이 좀더 깊어져서 지난날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성찰하기도 했어.

얼마 후 그들이 이웃이 찾아와 페라스 씨와 루시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어. 페라스 씨라면 에드워드를 이야기하는 거겠지. 설마가 현실이 되었구나. 에드워드가 결혼까지 했다고 하자 이성적이었던 엘리너도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그 에드워드가 방문했단다. 엘리너는 결혼 이야기를 하자, 루시와 결혼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동생 로버트라는 거야. 루시가 자신보다 자신의 동생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재미있는 반전이구나.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어. 어린 시절 철모르던 시절 루시와 약혼한 것이라고 했어. 그렇게 약혼했지만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는데, 최근에 루시로부터 약혼을 깨자는 편지를 받았다고 했어. 그리고 철이 든 다음 자신은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했어. 그리고는 방문한 이유를 이야기했어. 엘리너에게 청혼하려고 방문한 것이라고엘리너도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결혼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메리앤도 브랜던 경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결혼하기로 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해피하게 끝이 났단다.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하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두 자매의 사랑이야기. 이 소설을 읽던 당대 사람들은 어떤 느낌으로 소설을 읽었을까. 자신의 성향이 이성적이라면 엘리너에게 , 자신의 성향이 감성적이라면 메리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소설을 읽지 않았을까 싶구나. 아빠는 어떤 타입인지 너희들도 잘 알지?^^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대시우드 가문은 오래 전부터 서식스 지방에 터를 잡고 살았다.

책의 끝 문장: 즉 자매가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면서도, 서로 간에 불화한다거나 남편들이 소원해진다거나 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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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그러다 어느 날 우리는 어느 페이지의 낱말을 알아보고 큰소리로 읽는다. 그 순간 신()의 일부가 사라져가고 낙원에 첫 균열이 간다. 그렇게 또 다른 낱말이 이어진다. 온전했던 운주는 이제 이어지는 문장들에 불과하고 백지 속 유실된 땅들에 지나지 않게 된다. 아이는 학교에 가고, 학생의 신분이 된다. 그런데 이 유실에는 실제로 엄청난 행복이 존재한다. 글을 읽는 첫 경험. 책의 한 페이지를 해독하고 어렴풋한 형체들을 감지할 수 있게 된 첫 경험. 그것은 행복을 넘어서는, 정확히 말해 기쁨이라고 할 만한 무엇이다. 기쁨과 공포라 할 만한 무엇. 기쁨을 어김없이 공포를 수반하고 책들은 언제나 애도를 수반하기 마련이니까.


(14-15)

그런데 때론 어떤 사람들에게, 더 적은 수의,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름 아닌 독자들이다. 가던 길을 남들이 포기하는 여덟 살 혹은 아홉 살 무렵에 이 길로 들어서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독서의 길로 뛰어드는 그들은 언제까지나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그 길이 끝이 없음을 알고 기뻐한다.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낀다. 그들은 출발점에, 첫경험에 집착한다.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경험이다. 그들은 언제나 그 지점에 머무르며 삶이 다해가는 순간까지 책을 읽는다. 고독을 발견했던, 그러니까 언어들의 고도고가 영혼들의 고독을 발견했던 첫 경험의 언저리에 머문다. 그들은 황홀감에 취해 세상에서 물러나 이 고독을 향해 간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고독의 골은 깊어진다. 더 많이 많을수록 아는 건 점점 더 적어진다. 이 사람들이 작가와 서점, 출판사, 인쇄소를 먹여 살린다.


(26-27)

그렇다. 눈이다. 당신의 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 두 눈은 이제 우는 일 말고는 쓸모가 없다. 울지 않을 때는 책을 읽는다. 어느 날 당신은 릴케의 한 페이지를 읽는다. 다른 한 페이지, 또 한 페이지. 그러다 잉크의 새장을 여는 순간 영혼의 새들이 우르르 당신에게 돌아온다. 실패한 자살이 모두 그렇듯 당신의 자살도 성공을 거둔 것이다. 당신이 잃은 건 생명보다 더한 것이었다. , 투명한 말의 맛, 참된 말에 대한 사랑, 그 모두를 잃은 것이다. 말 앞에서 당신은 먹을 것을 앞에 둔 아픈 아이 같았었다. 그런데 릴케가 당신에게 먹을 것을 다시 준다. 한 편의 시, 이어지는 또 한 편의 시, 한 편의 이미지, 또 한 편의 이미지. 헐벗은 말과 함께 온전한 사실이 돌아온다. 진실과 함께 온전한 영혼이 돌아온다.


(35-36)

발작 상태는 세상의 본성이다. 전쟁이 잇따르고 발명도 이어진다. 총매상고가 집계되면 자살률도 집계되며, 기아의 저편에는 달콤한 환락이 자리한다. 세상은 그것들 모두의 잡탕이다. 그것들이 모두 함께한다. 사랑만 예외이다. 사랑은 그 무엇과도 함께하지 않는다. 사랑은 아무 데도 없다. 전시(戰時)에 부족한 식량처럼, 죽어가는 사람의 짧은 호흡처럼, 사랑도 모자란다. 놀이에 몰두해 있는 아이에게 시간이 모자라듯 사랑도 그렇게 부족하다. 사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정말로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 우리 안에 자리한 사랑의 욕구를 채워주기엔 시간은 늘 역부족이다. 우리 안에 자리한 목소리와 피의 요구, 창공 같은 그 목소리에 흐르는 우윳빛 피의 요구를 채워주기에는 말이다. 혜성 같은 사랑은 영원히 단 한 번 우리의 심장을 스친다. 밤낮없이 지켜야 그걸 목격할 수 있다. 오랫동안,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사랑의 본성이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이 사실 이야말로 사랑이 갖춘 위엄이자, 사랑의 놀라운 특성이다. 소음과 부산함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 온갖 발작으로부터도 훌쩍 떨어져,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 사랑은, 그리고 사랑의 가볍고 경쾌한 자각이자 더없이 겸허한 형상이며 각성한 얼굴인 시(), 심오한 기다림이고 달콤한 기다림이다. 부드럽고도 오묘하게 반짝이는 희망이다.


(38-39)

피로에 절은 사람들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그들은 무언가를 쉴 새 없이 하는 사람들이다. 휴식과 침묵. 사랑이 내면으로 파고들 여지가 없는 사람들이다. 피로에 절은 사람들은 장사를 하고, 집을 짓고, 경력을 쌓는다. 피로를 피하기 위해 그런 일들을 하지만 그러면서 오히려 피로에 빠진다. 그들의 시간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일을 더 많이 할수록 점점 더 적게 하는 꼴이 된다. 그들의 삶에는 삶이 부족하다. 자신과 자신 사이에 유리벽이 존재한다. 그들은 멈추기 않고 유리벽을 따라 걷는다. 피로는 그들의 용모와 손과 말에서 드러나 보인다. 그들에게 피로는 일종의 향수이며 불가능한 욕망과도 같다. 그들은 페르스발처럼, 어머니를 떠난 이 젊은 남자처럼, 들판과 강을, 강과 숲을, 산과 들판을 오간다.


(47)

위대한 책은 그 책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에 시작된다. 어떤 책이 위대하다는 건, 그 책에서 점차 드러나 보이는 절망의 위대함을 의미한다. 책 위에 무겁게 드리워져 책이 태어나지 못하도록 한참을 가로막는 그 모든 어둠을 의미한다. 책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 책이 있기 전, 글이 써지기도 전에 모든 것이 시작된다. 즉 아버지의 떠도는 그림자가 있고, 번잡한 날들 속에서 첫 시구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라신과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담갈색 밤이 있다. 사방에서 꿈은 짓밟히고, 자신과 지나치게 밀착되어 글쓰기는 불가능해진다. 불만에 찬 왕,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갈가리 찢긴 유년기에 너무 밀착된 상태로는 글쓰기가 불가능하다.


(54-55)

당신은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제 이 두 사람에 대해서도 라신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 당신은 제3의 문제에 골몰한다. 부부란 대체 뭘까. 열정은 뭐고 사랑은 뭘까. 당신은 머릿속으로 게임을 벌이며 하나의 규정을 마련한다. 집에 다다르기 전, 그러니까 5분 안에 해답을 찾아낼 것. 결국 게임 종료 직전에 당신은 답을 발견한다. 부부란 김빠진 삶의 장이고, 열정은 분열된 삶의 장이다. 그런데 사랑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집 문 앞에 선 채로 웃음을 터뜨린다. 이 참담한 발견에, 이 모든 한심한 정의에 경의를 표한다. 당신은 17세기와 20세기를 싸잡아 비웃고, 사랑과 세상을 함께 품을 수 없는 이 영원한 무능을 비웃는다. 망가지가 쉬운 천사들과 튼튼한 개들을 두고 너무 한탄하지 않으려고 웃는다.


(108-109)

우리는 사랑을 하듯 책을 읽는다. 사랑에 빠지듯 책 속으로 들어간다. 희망을 품고, 조바심을 낸다. 단 하나의 몸 안에서 수면을 찾고, 단 하나의 문장 속에서 침묵에 가닿겠다는, 그런 욕구의 부추김을 받으며, 그런 욕구의 물리칠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다. 조바심을 내며, 희망을 품는다. 그러다 때로 무슨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이 목소리처럼, 일체의 조바심을 몰아내고 일체의 희망에 딴죽을 거는 무언가다. 그것은 위로하며 하지 않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유혹하지 않고 황홀감을 준다. 자체 안에 자신의 종말과 죽음의 슬픔, 어둠을 품고 있는 무언가다. 스스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그것에 귀 기울이는 자는 이제 자신이 피신할 데도, 의지할 데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는 자신에게서 해방되어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목소리가 어두워질수록 우린 더 분명히 보게 된다. 목소리가 격해질수록 숨쉬기가 한결 쉬어진다. 우린 일체의 문학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온전히 성스러움에 바싹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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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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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Jiny가 학교 과제로 <오셀로>를 영어책으로 읽어야 한다고 해서, 아빠는 영어로는 읽지 못하겠고, 한글로 된 <오셀로>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오늘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를 이야기할게.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은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이렇게 네 개 인데 이제 리어왕만 읽으면 되겠구나. 사실 중학교 시절 친구 집에 갔다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 있길래 빌려서 읽었는데 당시 아빠가 책도 거의 읽지 않던 시절이고, 배경 지식도 없이 읽다 보니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나도 않기 때문에 읽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맞다.

어른이 되고 나서 책읽기에 재미를 붙인 이후에 고전도 하나 둘 찾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 작품들도 읽곤 했는데, 이번에 <오셀로>를 읽었으니 이제 <리어왕>만 남았구나. <리어왕>도 조만간 읽을 계획이고 오늘은 <오셀로> 이야기를 해줄게. 희곡이라서 소설처럼 읽기 편하지는 않지만,  머릿속에 연극무대를 상상하면서 무대 위 연극배우를 생각하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구나. 여건만 된다면 일부분은 소리 내어 연기하듯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구나.

 

1.

이 작품의 배경은 베네치아로도 부르는 이탈리아 베니스가 배경이란다. 주인공 오셀로는 배니스에 고용된 무어인 출신 장군이란다. 무어인은 아프리카에 살고 있어서 보통 흑인이란다. 그래서 오셀로를 영화로 만든 것들을 보면 오셀로는 흑인 배우가 연기한단다. 오셀로의 아내는 데스데모나라는 사람으로, 베니스 원로원인 브라반시오의 딸이기도 해. 그리고 카시오는 카시오 오셀로의 부관, 이야고는 오셀로의 기수란다. 이렇게 네 명이 이 작품의 주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이야고라는 인물이 악인으로 나오는데, 오셀로는 그의 정체를 모르고 그를 신뢰하고 있단다. 이야고는 브라반시오를 만나서 이야기하기를,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몰래 약물을 먹이고 마법을 써서 결혼하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단다. 이 이야기를 들은 브라반시오는 베니스 공작에게 가서 오셀로가 범죄자라고 고발을 했단다. 오셀로는 무죄를 주장하며, 베니스 공작에게 자신과 아내가 만나 결혼 이야기를 했고 오셀로의 아내 데스데모나가 와서 자신은 진정으로 오셀로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일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지나갔단다.

키프로스 섬에 터키군이 침략해 왔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오셀로는 그들을 물리치기 위해 키프로스 섬에 가게 되었어. 이때 아내 데스데모나도 동행하였고 기수 이야고에게 데스데모나를 호위하라고 했단다. 그렇다면 왜 이야고는 오셀로를 그렇게 미워할까? 이야고가 오셀로를 증오하는 이유는 오셀로가 자신의 아내 에밀리아와 동침했다고 의심하고, 무어인 자체를 싫어했기 때문이란다. 이야고는 오셀로의 주변 사람들을 이간질하려고 했어. 이야고는 오셀로의 부관 카시오를 부추겨서 술을 먹게 하고 몬타나와 싸움을 하게 만들었어. 이 일을 알게 된 오셀로는 화가 나서 카시오를 해임하겠다고 했단다.

이야고는 카시오에게 이야기하기를 오샐로의 아내 데스데모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라고 했어. 데스모나와 카시오가 은밀한 사이처럼 보이게 하려는 계략이었단다. 카시오는 이야고의 조언대로 데스데모나를 찾아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면서 오셀로에게 자신을 다시 부관으로 써달라고 부탁해 달라고 했단다. 데스데모나도 카시오가 한번 실수한 것을 알고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데스데모나와 카시오 둘이 이야기하는 것을 오셀로가 봤어. 이것도 이야고가 유도한 것이란다.

이야고는 오셀로에게 데스데모나와 카시오 사이가 의심스럽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단다. 참 교활한 사람이구나. 오셀로는 지금까지 한번도 아내를 의심한 적 없이 사랑해왔는데 이야고가 한 이야기를 듣고 데시데모나와 카시오가 함께 있는 것을 보자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었어. 더욱이 데스데모나가 카시오를 용서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니 의심의 수치는 더 올라갔어.

이야고의 아내 에밀리아는 우연히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줍게 되었는데 그 손수건을 이야고에게 주었어. 그 손수건은 오셀로가 사랑의 징표로 데스데모나에게 준 선물이었단다. 이야고는 그 손수건을 몰래 카시오의 집에 두었단다. 이야고의 농간은 점점 심해졌어. 오셀로에게 이야기하기를, 카시오와 데스데모나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고 거짓말 했어. 그러면서 증거로 카시오가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어. 이 말에 충격을 받은 오셀로는 간질 발작까지 일으켰어. 이제 아내의 부정은 거의 확실하다고 믿었단다.

 

2.

오셀로는 아내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죽음으로 복수하겠다고 마음먹었어. 오셀로는 이야고와 함께 아내와 카시오를 죽이려고 했단다. 오셀로는 이제부터 이성을 잃은 듯했어. 아내를 때리기도 하고, 아내를 다그치면서 창녀라고 소리치기도 했어. 다정했던 남편이 돌변한 것을 보고 데스데모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단다. 데스데모나는 슬픔에 빠지게 되었지.

이야고는 베니스 신사 로데리고라는 사람을 설득하여 함께 카시오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어. 로데리고라는 사람은 예전에 데스데모나에게 구애했다가 거절 당한 사람인데, 카시오가 데스데모나와 그렇고 그런 관계라고 하자 카시오를 죽이자는 계획에 동참했단다. 로데리고가 카시오를 급습해서 찔렀지만 카시오의 갑옷이 두꺼워 실패하고 오히려 카시오의 반격으로 칼에 찔리고 말았어. 이때 이야고가 카시오의 뒤에서 나타나 카시오의 허벅지를 찌르고 도망갔단다. 카시오는 누가 자신을 찌른 지 보지는 못했어.

카시오는 도와달라고 소리쳐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중에는 이야고도 있었단다. 이야고는 작전이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로데리고의 입을 막기 위해 그를 죽였단다. 그리고 카시오를 구해주려는 스탠스를 취했어. 카시오는 그런 이야고가 자신을 찔렀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

그 시간에 오셀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내의 배신을 복수한다면서 침실에서 데스데모나를 목졸라 죽였단다. 뒤늦게 이야고의 아내 에밀리아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오셀로를 찾아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단다. 에밀리아도 자신이 주웠던 손수건이 이 비극의 원인 중에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꼈단다. 에밀리아는 오셀로에게 손수건에 관한 이야기부터 자신의 남편이 벌인 짓을 이야기했어. 그리고 그때 이야고, 카시오, 데스데모나의 삼촌인 그라시아노가 왔어. 에밀리아는 남편 이야고가 지금까지 벌인 속임수를 다 이야기했어. 화가 난 이야고는 아내 에밀리아를 칼로 찔러 죽인단다. 그리고는 도망가지만 잡히고 처형당하게 된단다. 한편, 오셀로는 사기꾼에 속아서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에 괴로워했어. 자신이 한일을 후회를 해도 죽은 데스데모나는 돌아올 수 없단다. 결국 자책감에 오셀로는 자살로 자신의 죗값을 치르면서 끝이 난단다.

….

완벽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기 쉽지 않지만, 모든 일에는 의심을 하고 두 번 세 번 팩트 체크를 해야겠구나. 더욱이 그렇게 진정으로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이 의심 가는 행동을 하게 되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더 정확하게 확인을 해볼 것. 오셀로는 저 세상에서 데스데모나를 다시 만났다면 아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길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 말도 안 돼.

책의 끝 문장: 저는 곧장 매에 올라 이 무거운 행위를 무거운 마음으로 정부에 고하리다.

 


제 심장을 손안에 쥐었대도 못하시고
제가 그걸 보관하고 있는 한 안 됩니다.
오, 질투심을 조심해요.
그것은 희생물을 비웃으며 잡아먹는
푸른 눈의 괴물이랍니다. 오쟁이 진 자가
운명임을 확신하고 죄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는 더없이 행복 속에 산답니다.
오 그러나, 푹 빠졌지만 의심하고
수상히 여기지만 강렬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저주받은 시간을 헤아리겠습니까!
- P109

이 손수건을 카시오의 숙소에 떨구고
그가 발견토록 해야지. 질투하는 사람에겐
공기처럼 가볍고 하찮은 물건도
성경 말씀처럼 강력한 확증이야.
이게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
무어인은 벌써 내가 준 독약 먹고 변했어.
위험한 상상은 그 본질이 독약인데
맛이 고약한 줄 처음엔 거의 모르다가
약간씩 핏속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유황불처럼 타는 거야. 그렇다고 했잖아.
- P118

저 하늘이 뜻하여
고난으로 날 시험하려고 낸 맨머리 위에다
갖가지 아픔과 치욕을 쏟아 붓고
이 몸을 가난에 뼛속까지 빠뜨리며
나와 내 희망을 포로로 넘겨줬다 하더라도
난 내 영혼 어디선가 한 줌의 인내심을
찾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더러
경멸하는 시간의 느린 부동의 손가락질
시계판 숫자처럼 받으라고 하는 건…… 아, 아,
하지만 난 그것도 잘, 아주 잘 견딜 거다.
그러나 내 심장을 갈무리해 둔 곳
내가 살거나 아니면 삶을 유지 못하는 곳
내 생명수가 흐르거나 말라붙은 샘
바로 그곳에서 버림을 당하거나
또는 더러운 두꺼비 쌍쌍이 뒤엉키어
알 까는 웅덩이로 그곳을 지키게 된다면!
그럴 경우 얼굴빛을 바꾸어라
그대 장밋빛 입술의 어린 천사 인내심아,
맞아, 지옥처럼 험악하게 보이거라!
- P156

있어요, 수십 명이. 게다가 그들이 놀고 얻은
이 세상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이요.
하지만 전 아내들이 타락하게 되는 건
남편들 잘못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면
그들이 밤일을 소홀히 하면서
우리의 보물을 딴 여자 허벅지에 싼다든지
아니면 유치한 질투심을 터뜨리고
우릴 구속하거나 또는 우릴 때린다든지
약심 품고 용돈을 줄이면, 원 참,
우리도 성깔이 있잖아요. 남편들은 아내들도
자기들과 꼭 같은 감각이 있는 줄
알아야 한다고요. 보고, 냄새 맡고
단 것과 신 것을 둘 다 맛보는
혓바닥을 가진 건 남편들과 같다고요.
남편들이 우리를 단 여자와 바꿀 때
하는 짓이 무엇이죠? 재미 보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정으로 시작되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약하니까 실수해요?
그도 맞죠. 그럼 우린 정 없어요?
놀고픈 욕망도 약함도 남자처럼 없냐구요?
그러니까 그들은 우리한테 잘해야죠.
안 그러면 그들이 잘못으로 가르쳤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함을 알려주고 싶어요.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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