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달 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천 개의 파랑>의 작가, 천선란 님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예약 판매까지 해서 구입했단다. <천 개의 파랑> SF지만 따듯한 휴머니즘이 담겨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나인> SF지만 따뜻한 휴머니즘이 담겨 있었어. 아빠의 취향으로 봤을 때 <나인>이 더 좋았단다.

<나인>이라고 하면 오래 전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나인>도 생각났단다. 주인공인이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였는데, 아빠가 재미있게 봤거든. 물론 이번에 읽은 <나인>과 드라마 <나인>은 전혀 관련이 없어. 그 드라마보다 저 재미있었어. 언젠가는 이 소설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웹툰으로 재탄생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 웹툰 등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 소설들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구나. , 그럼 천선란 님의 <나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아빠의 편지는 늘 그렇듯 스포일러를 가득 실려 있는데 이 소설은 더더욱 스포일러를 모르고 봐야 재미있을 것 같구나.


1.

주인공은 나인이라는 17살 고등학생이란다. 부모님은 없고, 이모와 함께 살고 있어. 이모의 이름이 유지라서 유지 이모라고 불렀고, 줄여서 지모라고 불렀단다. 지모는 브로멜리아드라는 화원을 하는데, 일반적인 화원이 아니고 희귀한 식물들을 주로 판매하는 화원이었어. 나인과 지모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이름은 선연시라는 곳인데, 지은이가 만든 가상의 도시란다. 선연시 주변에는 선연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이 또한 지은이가 만든 가상의 산. 나인의 절친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의 이름은 미래, 나머지 한 명의 이름은 현재였단다. 과거라는 친구는 없었어ㅎ 미래는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미래의 엄마는 경찰이었고, 애인이 요한이라고 하는 여자였단다. 자신이 성소수자인줄 모르고 살았다가 뒤늦게 진정한 사랑을 만난 케이스.

나인은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 도장에 다녔는데, 태권도도 수준급이었단다. 나인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2 년 전에 실종한 박원우라는 선배가 있었단다. 사건은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되었지만, 박원우의 아버지는 몇 년 째 계속 전단지를 나눠주고 붙이면서, 아들을 찾고 있었단다. 이런 배경으로 소설은 시작된단다.


2.

그런데 최근 나인은 자주 환청이 들이는 경험을 하게 된단다. 뜻 모를 말들이 계속 들려왔어. 어느날 해승택이라는 동갑내기 학생이 나타냈어. 그러면서 나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너는 식물이야라고 이야기했단다. 그리고 최근에 들리는 환청은 환청이 아니라 식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했단다. 말 같지도 않아서 떠 넘겼다가 그 이야기를 지모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지모는 어렸을 때 사진을 보여 주면서 그 말이 맞다고 했어. 흙에서 태어나서 사진 속 흙이 묻은 어린 아기가 나인이라고 했어. 그리고 지모 자신도 식물이라고 했단다.

며칠 뒤 해승택이 다시 나타나 나인의 정체에 대해 설명해주었어. 나인은 누브족이라고는 외계인이라고 했어. 해승택 자신도 나인과 마찬가지로 누브족이라고 했단다. 누브족은 어느 나이가 되면 손끝에서 새싹이 돋아나는데 그것을 심으면 아기가 태어난다는 거야. 열을 심으면 보통 두셋은 자란다고 하는데나인과 해승택이 태어난 이후로는 지구상에서 더 이상 태어난 누브족이 없다고 했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이 변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 같아. 그래서 누브족들은 또 다시 그들이 살아가야 할 행성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어. 나인은 지모의 손톱에서 자란 새싹에서 태어난 아이였어.

나인은 승택과 함께 선연산에 가서 나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중에 한 불쌍한 나무. 일제 시대 일본 경찰에 쫓겨 총맞고 선연산에서 죽었는데 나무가 되었다고 하는 금옥이라고 하는 나무야. 자신이 사람이었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2년 전에 나무가 되어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내용은 충격적인 내용이었단다. 네 남학생들이 선연산에 왔다고 했어. 그 중 한 명은 박원우라는 학생이고, 또 한 명은 권도현이라는 학생이었어. 그리고 박원우가 지금 이 곳에 묻혀 있다고 했어. 그러니까 실종된 줄 알고 있던 박원우 선배는 사실 이곳에서 죽은 다음 묻혀 있는 것이야. 그 죽음에는 권도현이라는 선배와 연루가 되어 있고 말이야.

이런 진실을 알게 된 나인. 하지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랐단다. 경찰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겠어. 그래서 무작정 경찰서에 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했단다. 나무가 그러더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야.

나인은 직접 권도현을 찾아갔어. 그리고 박원우 이야기를 꺼내자, 권도현은 당황하며 나인을 멱살을 잡고 때리려고 했어. 그때 현재가 와서 위기를 모면하게 했단다. 이로써 권도현이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단다. 권도현 선배는 고3인데, 큰아버지가 학교의 이사장이고 아버지는 선연시 대형 교회의 목사이고, 어머니는 잘 나가는 종합학원 원장님이었단다. 그러니까 엄청 잘 사는 집의 둘째 아들이었던 거야. 그러나 박원우 사건이 있고 난 이후에는 최근에 심신이 많이 약해져서 헛것도 자주 보고, 코피도 자주 흘리고 그랬어. 뜻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죽였고 그것도 친했던 친구를 죽였고, 그 죄를 숨기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니. 박원우 사건은 권도현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알고 계신데 그 일을 숨기려고 공권력에 뇌물을 주는 등 별의 별일을 다 했단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들의 죄를 숨기기 보다는 모두 자신들의 명예와 부가 무너질까 봐 그랬던 거야.

원래 권도현과 박원우는 태권도 도장을 함께 다니는 엄청 친한 친구였단다. 그러다가 도현이 태권도 도장을 그만 두고 학원에 다니면서 멀어졌고, 그리고 도현의 엄마가 가난한 원우와 만나지 못하게 했단다. 그리고 원우가 진지하게 외계인을 봤다는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니면서, 친구들은 고등학생이나 되었으면서 외계인이야기나 하고 다닌다며 왕따를 시키기도 했어. 도현도 새로 사귄 나쁜 친구 송우준, 김민호와 어울리면서 원우를 멀리하게 되었어. 박원우가 죽은 날 함께 있었던 나머지 두 친구도 바로 송우준과 김민호였고, 그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 권도현의 아버지는 엄청난 돈을 써야 했단다.


3.

나인과 승택은 금옥 나무를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도현이 저지른 범죄를 알릴 수 있을까?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면서 말이야. 나인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것도 미래와 현재가 아무리 친해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기고, 박원우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자연히 미래와 현재와도 사이가 멀어졌어. 미래와 현재도 무슨 일인지 최근에 사이가 안 좋아 보였어. 미래는 나인이 엄마가 일하는 경찰서에 찾아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인에게 화해를 하려고 갔다가 나인이 태권도 도장 선배인 석구에게 박원우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어. 석구는 도현을 친동생처럼 아끼는 형이었는데, 도현의 이야기를 하니 참았던 울음보가 터졌단다. 석구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 도현과 원우가 엄청 친했기 때문에 도현이 원우를 죽였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나인은 산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승택과 함께 자주 선연산에 갔단다. 그러다가 다른 누브족이 갖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나인은 산의 나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정신을 집중하면, 나인의 에너지가 파란 빛의 에너지가 발산하여 식물들의 키가 순간적으로 자랐어. 갑작스러운 식물들의 성장을 캐시 위한 방송국 차들이 선연산으로 몰려 들기도 했단다.

미래가 나인과 석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에게 박원우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어. 미래의 엄마 경혜는 2년 전 박원우 사건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감쪽같이 다 사라진 거야. 담당 경찰한테 물어보니 팀장이 다 가져갔다는 거야. 권도현의 아버지의 돈줄이 여기까지 미쳐 있구나. 돈으로 다 막아 둔 것인데, 나인은 다시 곡괭이로 파헤치려고 하는 것이었어.

….

나인과 승택은 다시 선연산에 가서 이야기를 듣게 된단다. 이번에는 2년전에 있었던 상세한 모든 이야기를 듣게 돼. 권도현은 송우준, 김민호와 함께 술을 먹고 나서 원우를 불러 술값을 계산하라고 했어. 원우는 그 자리에 왔고, 그들은 함께 산에 갔어. 도현은 원우가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한편, 원우가 외계인이 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이제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원우와 다시 친해지려고 했지만, 둘은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홧김에 원우를 밀쳤는데 그곳에 벼랑이 있어서 그만 원우가 떨어지고 말았단다. 겁에 질린 도현이 부모님께 연락을 하고, 부모님이 와서 원우를 땅 속에 매장한 것이란다. 그런데 나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벼랑에 떨어지긴 했지만, 원우가 생존에 있다는 것이었어.

정신을 한데 모아 집중하며 듣던 나인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파란빛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주변의 식물을 또 크게 만들었단다. 이때 미래와 현재가 나인을 찾기 위해 선연산으로 오는 도중에 선연산에서 순간적으로 파랗게 빛을 보았단다. 그리고 선연산에서 미래와 현재는 나인을 보았단다. 나인과 승택은 더 이상 정체를 숨기지 않고, 미래와 현재에게 자신의 정체를 이야기했단다.

이후 이야기는 나인, 미래, 현재, 승택이 잘 작전을 짜서, 권도현이 고백을 하도록 하고, 모든 진실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죄를 지은 자들은 벌을 받는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게 된단다.


4.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좋은 문구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이란다. 지은이 천선란 님은 어떻게 그런 문장들을 만들어낼까? 아래 같은 글은 연륜이 묻어나는 글처럼 보이는데, 젊은 작가의 펜에서 나왔다는 것이 대단하시구나.

======================

(27)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벗겨 낸 세상의 비밀을 한 겹씩 먹으면, 어떤 비밀은 소화되고 흡수되어 양분이 되고, 어떤 비밀은 몸 구석구석에 염증을 만든다. 비밀의 한 꺼풀을 먹지 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의 시스템은 그걸 먹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시기가 너무 이르면 소화하지 못해 탈이 나거나 목이 막혀 죽기도 하고, 너무 늦으면 비밀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시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텅 빈 몸이 된다.

======================

그 밖에 좋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단다. 아빠가 이 책을 읽고 나서, Jiny가 이 책을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책의 내용도 재미있고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니, 먼저 읽어봐도 되냐고 물어보더구나. 그래, 한번 읽어보라고 했는데, 이 책에 푹 빠지셔서 이틀 만에 뚝딱 읽고 역대급으로 재미있다는 감상평을 하셨지. 그러면서 아빠가 읽은 책 중에 자신이 읽을 만한 책이 또 없냐고 물어봤지... 너희들보고 언제나 천천히 자라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쑥쑥 금방 자라니 이렇게 책을 함께 읽는 행복도 금방 찾아오기도 하는구나.

천선란 님의 작품은 아빠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예전에 출간한 다른 책들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그런데 진짜 지구인들 사이에서 지구인과 똑 같은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외계인들이 있는 거 아냐?


PS:

책의 첫 문장: 그곳은 원래 죽은 땅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곳은 원래 죽은 땅이었어요.


감정에 가라앉는 건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고, 무언가에 슬픔을 느꼈다면 그 슬픔을 다시 느끼지 않도록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를테면 현재가 울 때마다 미래는 현재를 울게 만든 원인을 찾아 없애는 식이었다. 놀리는 애가 있으면 찾아내 혼내거나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시험을 망쳤을 때는 울어 봤자 성적이 바뀌지 않으니 그 시간에 차라리 영어 단어나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풀라고 말했다. 몇몇 친구는 그런 미래의 화법을 불쾌하게 여기거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나인과 현재는 그런 미래를 좋아했다. - P49

찰나의 표정이란 감정을 가장 진솔하게 비추는 호수의 수면 같은 것이다. 조그만 충격에도 금방 흩어지고 만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한때,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마법 같은 것이다. 그러니 원망할 수가 없다. 미워할 수도 없고. 어쩌겠는가. 안쓰럽다는 걸, 불쌍하다는 걸, 가엾다는 걸, 애잔하다는 걸. 때때로 어떤 이들의 표정은 파도같이 잔잔하게 밀려오다 부서지고 흩어진다. - P112

살아간다는 건, 적응한다는 건, 익숙해진다는 건, 버텨야 한다는 건, 존속한다는 건, 그러니까 끈질기게 존재한다는 건, 세계라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무게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지한다는 건 지킨다는 것이고 동시에 버린다는 것이다. 지켜야 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버려야 하는 건 존재했던 모두다. - P189

그렇게 어떤 일은, 죽음은, 억울함은, 호소는 한없이 뒤로 밀리고 밀려 세상 밖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걸, 그렇게 사라지지도 분해되지도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로 우주를 떠돌게 된다는 걸 미래는 아직 모른다.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지만 조금씩 알게 되겠지. 그걸 알아가는 게 살아가는 것이고, 나이를 먹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것도 알게 됐으면 한다.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건 온몸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명이 막는 것보단 여러 명이 막는 게 더 좋다는 것, 무른 흙도 밀리고 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단단해진다는 것. - P376

이 꽃이 처음 싹을 틔웠을 때는 이 세상이 지구였는지도 몰랐을 거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 일단 있는 힘껏 세상 밖으로 나와 봤겠지. 물을 머금지 못하는 흙과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선과 앞으로 겪어야 할 많은 시련이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다른 씨앗들처럼 일찍이 삶을 포기했을 텐데, 땅에 있을 때부터 나인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밖에 하지 못해 기어코 세상에 나왔다. 그렇지만 나인은 후회하지 않는다. 이 행성이 자신의 행성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외롭지 않다. 후회한다고 해서 다시 땅속으로 기어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 P4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9)

과연 누가 지금의 광기를 버티면서까지 사법개혁을 위해 장관 후보자로 나서려고 할 것인가? 그래서 지금의 논란은 단지 조국 후보자 한 명을 둘러싼 대립이 결코 아니다. 행여 조국보다 더 도덕적이고 더한 개혁 의지를 가진 인물이 다시 후보자로 지명된다면 그때는 사돈의 팔촌까지 뒤지고 묏자리까지 아예 파헤쳐서라도 주저앉히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더 도덕적이고 더 개혁적인 후보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다. 이 광기의 살육을 나는 규탄한다. 그것이 적어도 지금은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하는 길이라 믿는다.

-       건국대 이종필 교수 칼럼 중에서


(107)

이랬던 검찰이 지금은 달라졌을까. 나는 항상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한탄을 잊지 않으려 했다.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가운데 검찰은 임기 내내 청와대 참모들과 대통령의 친인척들, 후원자와 측근들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추진한 대가로 생각하고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치적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다른 문제였다.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주어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자 정치적 중립은 물론이요 정치적 독립마저 스스로 팽개쳐버렸다. 검경수사권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럽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한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118)

이에 대한 <한겨례> 김종구 편집인의 비판은 정확하다

참여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금 확인되는 바는 첫째, 검찰은 태생적으로 진보정권과는 유전적 코드가 맞지 않는 집단이라는 점이다. 살아온 삶의 이력이나 추구하는 가치 등 검사들의 전반적인 정체성자체가 진보정권과는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둘째, 검찰은 권력의 충견으로 기꺼이 용맹을 떨칠 수는 있어도, 자신들의 이빨을 약화하려는 시도는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마음이 놓이는보수정권과 마음이 놓이지 않는진보정권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에 본질적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131)

검사 출신으로 검찰의 민낯을 폭로한 비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출간한 이연주 변호사는 개탄했다.

검사들은 과거 언론 탄압하고, 민간인 사찰하고, 거짓 자백을 강요했던 잘못은 한 번도 되돌아보지 않으면서, 검찰이 휘두른 칼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은 느끼지 않으면서, 검찰 조직 문제에만 기개 있게 덤비고 정의를 내세운다.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비겁한 사람들이다.”

이어 이 변호사는 검찰의 모토를 간명하게 정리했다.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영원하다.”


(177-178)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는 일갈한다.

() 법무부장관 가족의 일기장까지 파헤쳐 한 달에 100만건이 넘는 기사를 언론에 흘리며 한 가족의 사회정치적 생명을 파괴하면서까지 정의와 상식을 실천하고자 한 검찰은,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심각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다. 위증을 연습시키면서 증인을 매수해 전 국무총리(한명숙)의 사회정치적 생명을 파괴하는 일도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검사들이 룸살롱에서 받은 접대를 ‘96만 원 접대로 만들고, 전 검찰총장의 가족이 수십 억의 허위증명서를 발급하고, 또는 땅 투기를 해서 100억 원의 이익을 챙겨도 이러한 자기 식구들 사건에는 관대하다. 그런데 기억할 것이 있다. 정의는 누구에게나’ ‘어느 사건에나공평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되어야 그 진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취사 선택적 정의 적용은, 정의의 이름을 빌린 불의일 뿐이다.”


(187)

<조선일보> 기자는 내가 치료받은 병원까지 찾아가 무슨 치료였는지 묻고 갔다. 동네 카페와 세탁소 등 상점을 방문해 나와 내가족에 대한 불만이 없는지도 탐문했다. 채널A는 등교하는 아들을 따라붙어 버스에 올라타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질문을 퍼부었다. 아파트 인근에 회사명이 붙어 있지 않은 취재 차량을 항상 주차해놓고 가족이 이동하면 추격전을 벌였다. 서울에 오셨다가 부산으로 돌아가는 어머니를 모시고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을 계속 쫓아오더니, 어머니가 내리자 어머니를 가로막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친구와 지인을 만나러 나갔다가 쫓아오는 차를 확인하고 돌아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만남 장소에서 기다리다가 친구와 지인에게 카메라를 들이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240-241)

장관 사퇴 후 정의당도 유상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덕담을 해주었다.

취임 이후 36일 동안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개혁을 해왔고, 오늘까지도 개혁안을 발표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면서 45년 만에 특수부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한 것 등 그동안 검찰개혁의 초석을 마련했다. 가족들에 대한 수사 등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온 것을 높이 평가한다.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했으며, 수고 많았다.”


(279)

장관직을 그만두고 내려온 후 건국대 이종필 교수의 글을 접했다. 가슴 찡하게 감사했다.

공권력과 언론이 합세해 이렇게 한 가족을 몰아붙이면 누군가는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지도 모른다. 검찰과 언론은 이미 전과가 있는 공범관계가 아니던가.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이 10년 전의 노무현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 것은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 검찰개혁이니 적폐청산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는 솔직히 뒷전이었다. 그냥 잠자코만 있으면 또 누군가 죽어나가겠구나, 내 한 목소리라도 보태서 사람을 살리자는 절박함이 훨씬 더 컸다.

내가 외친 조국 수호는 장관으로서의 조국을 지키자는 게 아니라 한 생물학적 인간으로서의 조국을 지키자는 말이었다. 서초동에는 그런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많았다.”


(297)

1993 6 23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서울구치소에 갇힌 경험이 있지만, 그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구치소 독방 크기는 비슷할 텐데, 더 좁게 느껴졌다. 1993년에는 반정부운동 참여로 구속되었고, 2019년에는 고위공무원의 직권남용혐의로 갇힌 것이라 기묘한 감정이 일었다. 1993년에는 검찰 공안라인이, 2019년에는 검찰 특수라인이 영장청구의 주도자였다. 1993년 검찰은 극우 보수적 정치관으로 무장한 채 체제의 수호자로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는 선봉에 서 있었다면, 2019년 검찰은 조직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언론과 야당과 손잡고 문재인 정부와 싸움을 전개하고 있었다.


(299)

<한겨레> 이재성 기자가 12 26일 당일 인권연대소식지에 쓴 글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늑대가 된 검찰에게 가장 큰 천적은 이른바 검찰개혁 세력이다. 그대로 뒀다간 검찰이 사냥을 못하게 되거나 번식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게 조국은 호랑이 새끼 같은 존재였다. 더 크기 전에 물어 죽여야 했다. 조국 하나를 잡기 위해 청와대와 총리실, 기획재정부, 경찰청 등 가리지 않고 들이닥쳤다. 전국의 검찰 조직을 총동원해 넉 달 동안 뒤진 끝에 고작 감찰 무마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채용 비리 혐의를 받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등에게는 구속영장의 ㄱ자도 꺼내지 않은 검찰이다. 표적수사이자 문어발식 별건수사일뿐 아니라 친검 편파 수사로서 검찰 흑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329)

20215 18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윤석열을 12.12 5.17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에 비교하면서, ‘2단계 쿠데타를 벌였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총장의 시작도 조직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검찰의 권력에 조국 장관이 겁도 없이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니 조국을 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람에 충성하지 않으나 조직은 대단히 사랑하는윤 총장이다. 먼저 칼을 뽑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로까지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국만 도려내겠습니다라고 보고했다고 하니, 당시만 해도 역심까지 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세력이 윤 총장을 떠오르는 별로 보기 시작한다. 윤 총장도 서초동 조국 대첩을 거치며 어차피 호랑이 등에 탔구나싶었을 것이다. 이왕 내친김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돌진한다. 울산시장 선거 사건, 월성 원전 사건 등이다. 명분을 축적한 뒤, ‘전역을 하고는 본격적으로 대선 판에 뛰어들었다.”


(357)

2019 9 2일 기자간담회에서 토로했다.

저는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가 맞습니다. 세상에서 강남 좌파라고 부르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금수저면 항상 보수로 살아야 합니까. 강남에 살면 보수여야 합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 제도가 좀더 좋게 바뀌면 좋겠다, 공평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그런 고민을 했고 공부했다 해도 실제 흙수저 청년, 흙수저 사람들의 마음을 고통을 제가 얼마나 알겠습니까. 10분의 1도 모를 것입니다. 그것이 제 한계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금수저라 해도, 강남 좌파라 야유받아도 국가권력이 어떻게 바뀌는 게 좋겠다, 정치적 민주화가 어떻게 되면 좋겠다고 고민해왔습니다. 그 점에 대해 나쁜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해보려고, 그 기회를 달라고 여기에 비난받으며 와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2021!!!

코로나와 북플러님들 덕분에 쌓은 2021 책탑.

모두 행복한 2021년 마지막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행복한책읽기 2021-12-31 08:1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와~~~책탑 진정 탑 중의 탑!! 넘 멋져요. 제목만 봐도 똑똑해질것만 같은. ㅋ 북홀릭님, 한해동안 책에 빠지셨군요. 새해에는 더 빠지실 예정??^^ 365일 뒤의 새 책탑이 기대됩니다. 책 거탑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뿌리고 거둬들이세요.^^

bookholic 2021-12-31 20:31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코로나 종식되어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어 책탑이 줄어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행복한책읽기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장정 2021-12-31 08: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북홀릭이네요. 몇권인지 셀려다가 눈이 아파서. 새해엔 더 빠지세요. 추위에 건강하시구요~~

bookholic 2021-12-31 20:32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해마다 마지막날 저걸 하다보니,
안하고 넘어가기 이상해졌어요 ㅎㅎ
대장정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ini74 2021-12-31 08:2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 헉. 올 한해 북홀릭님도 수고많으셨습니다. 마지막 날 즐겁게 보내세요 *^^*

bookholic 2021-12-31 20:33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mini74님도 늘 좋은 글 좋은 영상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도 부탁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오거서 2021-12-31 08:2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21-12-31 20:34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늘 좋은 신간 소개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오거서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한 해 되세요~~^^

scott 2021-12-31 09:1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우와 👍👍👍👍👍
북홀릭님
2021년 쌓아 올리신 책탑
아들과 딸이 모두 물려받을
지식 양식
새해 복🐯 마뉘

bookholic 2021-12-31 20:34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아이들과 함께 책탑을 쌓아보겠습니다~~
scott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1-12-31 10:0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책탑이 엄청나네요 ㅋ 너무 멋집니다~!! 내년에도 북홀릭님 화이팅 하세요 ^^

bookholic 2021-12-31 20:35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새파랑 님이 읽으신 것은 책탑으로 쌓았다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무너졌을 거예요~~~^^
늘 좋은 책 소개 고맙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1-12-31 10: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책탑 사진입니다.
영롱하게 빛나면서
다 읽으시고 리뷰까지 열심히 남기시어
더 감탄합니다~~
내년에도 화이팅!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북홀릭님^^

bookholic 2021-12-31 20:37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습관이 무섭긴 한 거 같아요.
책 읽고 리뷰를 안 쓰면 뭔가 허전....
그런데 많이 밀려서 문제지요 ㅎㅎ
페넬로페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1-12-31 11:3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와!란 말밖에;;
진정한 북홀릭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21-12-31 20:38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알리디너들 사이에서 북홀릭이란 닉네임이 잘 어울리지 않죠 ㅎㅎ
닉네임을 바꿀까 몇 번을 고민~~^^
그레이스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1-12-31 20:40   좋아요 3 | URL
이정도면 어울리는 이름이세요~
이름 좋아요

청아 2021-12-31 13: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술이야기 시리즈 내년에 꼭 읽어야지 마음먹게 되네요ㅎㅎ 눈호강하고 갑니다. 새해복 많이받으세요!

대장정 2021-12-31 13:19   좋아요 5 | URL
ㅎㅎ 미미님! 저도 내년 스타트를 난처한으로 하려고 하는데요 ㅎㅎ💯💥

청아 2021-12-31 13:22   좋아요 5 | URL
우와 반갑네요!!ㅎㅎ
3권만 가지고 있는데 내년에는 몇권이라도 꼭 읽어야겠어요(불끈)👍

대장정 2021-12-31 14:57   좋아요 5 | URL
🤔일단 전 6권 준비는 🐝 써 되어있습니다. ㅎㅎ저도 꼭 다 읽겠습니다.

그레이스 2021-12-31 16:33   좋아요 3 | URL
저는 도서관 희망도서로 6권 다 읽었습니다. 나름 지분이...^^^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참고 있는 중입니다^^

청아 2021-12-31 16:54   좋아요 4 | URL
와👍 저는 희망도서 올해 딱 한권 됐었는데 또 안된줄 알고 샀어요😭

bookholic 2021-12-31 20:42   좋아요 4 | URL
미미 님, 고맙습니다~~
미술이야기 시리즈는 대화체로 쉽게 잘 써져 있어서 읽기 좋았습니다...
미미 님, 대장정 님, 내년에는 꼭 읽어보시길 바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파이버 2021-12-31 20: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탑이 아니라 건물 한 채인걸요 북홀릭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22-01-01 08:00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파이버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책과 함께 행복한 한 해 되세요~~^^

scott 2022-01-01 0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서재방에 2022년 産 복주머니 놓고 가여!
 \│ /

.*˝ ☆˝*.

( + 福 + )
˝*****˝ 복 마뉘!^^

bookholic 2022-01-01 08:02   좋아요 2 | URL
scott님 덕분에 새해 첫날부터 ‘복‘부자되었어요.. 고마워요.. 올해도 언제나 건강하시고 따뜻하고 깊이있는 좋은 글들 부탁드려요~~^^

겨울호랑이 2022-01-01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

bookholic 2022-01-01 18:33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 님도 새배 복 많이 받으시고,
저도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서니데이 2022-01-01 1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의 책들이 정말 많네요.^^
bookholic님,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22-01-01 18:34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올 한 해 행복하고 뜻 있는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118)

외로움과 고독 끝에 몰린 사람들은 울지 않거든. 잊었다고 해야 할지 소용없는 걸 안다고 해야 할지. 영혼 없는 눈동자로 허공만 바라보며 하루를 까먹지. 슬플 때 눈물이 난다는 거, 그래서 울 수 있다는 거, 그 나름대로 살아 있다는 의미야. 의욕을 잃은 사람들은 울지 않거든. 운다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울지 않으면 몸속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를 못해. 그 수분 때문에 피가 아주 묽어지는 거지. 잘 숙성된 적포도주처럼. 그들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각이 발달해서 그 고독한 피의 향을 맡을 수 있어.”


(121)

엄청난 힘을 가진 세력이 있다고 하자. 무시무시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아메리카 대륙 정도는 며칠이면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단체가 있는데도 그런 세력이 있다는 걸 인간 사회 전체에 알리는 게 과연 옳을까? 나는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런 세력이 있다는 걸 인간들이 알게 된다면 아마 대부분은 나쁘고 위험한 세력이니 조심하자고 생각하겠지만 인간은, 분명 그중 몇몇은 그 세력과 손을 잡을 거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내다 팔겠지. 네가 보기에는 어때? 그럴 것 같지 않아?”


(142)

밤하늘에는 별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유난히 밝은 별들이 있다. 저 많은 별들 중에서도 유달리 존재감을 드러내는 별들. 모리는 그것이 별이 아니고 행성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완다는 그게 별이든 행성이든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완다의 눈에는 전부 똑같아 보이는걸. 가까이 들여다보면 별도 다 같은 별이 아닐 텐데 멀리서 보면 전부 똑 같은 별이었다. 그래서 완다는 멀리서 보는 것도 좋아했다. 완다는 언젠가 모리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냥 다 똑 같은 별로 쳐요, 멀리서 보면 다 똑같으니까, 그게 좋은 거 같아.


(190)

세계를 넓혀 간다는 건 피부에 실을 꿰어 늘리는 과정이다. 피부가 두꺼워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사람일수록 세계를 넓혀 가는 데 거침이 없다. 그들은 세계를 넓혀 가면서 동시에 빠른 속도로 세상에 적응한다. 세상을 이용하고, 세상을 지배하기도 한다. 많이 넓히려면 세세한 것은 지나쳐야 한다. 황무지나 불모지여도 상관없다. 풀 한 포기 살지 못하는 세계라도 개의치 않는다. 피부가 두꺼운 사람은 전체에서 몇 퍼센트 되지 않는다.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226)

낮에 뜬 구름보다 밤에 뜬 구름이 더 예쁘다. 해는 바라볼 수 없지만 달은 바라볼 수 있고, 해는 별을 감추지만 달은 별과 함께 뜬다. 밤에 듣는 새소리는 귀가 아닌 마음을 두드리고, 낮 동안 움직이지 않던 나무들은 그제야 부스스, 몸을 털어 낸다. 고양이 눈치를 보느라 움직이지 못했던 들쥐와 그들을 노리는 맹금류의 눈이 소란스럽게 지나가고, 그것들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계절이 내려앉는다. 새싹과 꽃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랐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렇다. 부끄러움이 많은 것들은 낮이 아니라 밤에 움직였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면, 주변이 너무 환하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245)

그 사람을 떠나보내도 살면서 누군가를 또 만나게 될 테니까. 한 사람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아. 누군가를 좋아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 바닥에는 외로움이 깔려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모두가 각자 외로움을 깔아 두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외로움을 타인으로 치유할 수는 없단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면 나 하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을 뿐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드디어 <마스터스 오브 로마> 마지막 권이구나. 지은이 콜린 매컬로는 6부에서 끝내기로 했는데, 팬들의 요청으로 7부까지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잖아. 7부를 읽고 났더니, 팬들이 잘 한 것 같구나. 왜냐하면, 옥타비아누스가 로마의 일인자가 되면서 끝나는 7부의 끝맺음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알맞은 끝맺음인 듯했어. 6부에서 끝났다면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텐데 말이야.

, 그럼 제 7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권은 기원전 32년부터 27년까지의 이야기란다.

이제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내전은 불가피해 보였어.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내전에 대한 부담감이 컸단다. 내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서 또 내전을 한다면 로마 시민들의 여론도 안 좋아질 거야. 그리고 여전히 안토니우스의 측근들이 로마 원로원에 다시 포진하고 있었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2권에서 안토니우스가 동방에서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서 공개되었음에도 말이야. 그들 중 일부는 로마를 떠나 안토니우스가 머물고 있는 동방으로 이사를 갔단다. 마치 예전의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와 비슷한 관계가 되어 갔어. 그 때도 카이사르 진영은 로마에 있었고, 폼페이우스와 원로원들은 동방에 머무르고 있었잖아.

옥타비아누스는 이번 전쟁을 내전이 아닌 국제전이라는 여론을 만들었단다. 그러니까 옥타비아누스 대 안토니우스가 아닌, 옥타비아누스 대 클레오파트라의 전쟁, 즉 로마와 이집트 간의 국제 전쟁 구도로 몰고 갔어. 이집트가 엄연한 로마의 땅들을 빼앗았으니 말이야.

=====================

(45)

오늘 아침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저는 현상황이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임은 클레오파트라에게 있습니다. 그 여자, 오로지 그 여자 탓입니다! 꾸준히 서쪽으로 진군한 사람은 클레오파트라지, 그 여자의 꼭두각시요 인형인 안토니우스가 아닙니다. 그가 추는 춤은 이집트의 춤입니다. 저나 로마나 무슨 짓을 했다고 육군과 해군의 위협을 받아야 합니까? 로마와 저는 우리의 의무를 다했을 뿐, 동방에 있는 안토니우스를 위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가 왜 서방을 위협할까요? 정답은, 우리를 위협하는 사람은 그가 아니란 겁니다! 그가 아니라 클레오파트라입니다!”

=====================

그러던 와중에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가 로마를 배신했다는 증거가 그의 유언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원래 다른 이의 유언을 보는 것은 불법이었어. 하지만, 안토니우스를 완벽한 적으로 만들기 위한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그 유언을 빼와야 했단다. 아내 드루실라의 도움으로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의 유언을 얻어낼 수 있었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불법이긴 했지만 말이야.

안토니우스의 유언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단다. 자신이 죽고 나면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로마의 영토와 권한은 모두 이집트 클레오파트라에게 넘긴다는 내용이었어. 이젠 이를 막기 위해서는 클레오파트라와 전쟁을 해야 했단다. 로마 시민들도 동의를 해줄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거야.


1.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어. 안토니우스가 옛 모습을 되찾기만 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어. 안토니우스에게 전쟁 물자를 제공하기로 전쟁 준비에 돌입했어. 클레오파트라는 자신도 전쟁에 참여하고, 특히 작전 회의에 참가하겠다고 했는데, 안토니우스의 부하들이 외국 사람이고 더욱이 여자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단다. 그나마 카니리우스란 사람만이 긍정적으로 생각했단다. 하지만 돈줄을 대고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주장을 계속 무시할 수 없었어. 결국 클레오파트라는 전쟁에서 참여하게 되었어. 전쟁에 참여한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의 장수들과 계속된 의견 충돌을 보였단다.

옥타비아누스는 직접 군함을 이끌고 이집트로 행했어. 이번에는 아그리파가 총 지휘를 했어. 하늘도 옥타비아누스를 도왔는지, 파도와 바람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치고 불었단다. 악티온이라는 곳에서 해상 전투. 아빠는 악티움 해전이라고 기억하는데, 이 책에서는 악티온이라고 하는구나. 외국어 표기이다 보니 다르게 쓰긴 했지만 같은 거란다.

이 해전에서 옥타비아누스 측은 대승을 거두게 된단다. 어쩌면 이미 전투의 승리를 결정되어 있을 수도 있어. 로마군은 옥타비아누스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지만, 안토니우스 군은 내부 갈등을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야. 전투에서 밀리게 되자,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몰래 몇몇 군단만 이끌고 이집트로 도망갔단다. 아직 전쟁이 한창인데 말이야. 악티온에서 전투는 옥타비아누스의 로마군의 대승이었단다.

이제 이집트로 진군을 해야 옳겠지만, 이탈리아에서 레피두스의 반란 소식이 전해졌단다. 2차 삼두연합의 한 사람이었던 레피두스가 반란을 일으켰는데, 이미 시칠리아에서도 한번 배신을 했던 기억이 있어 그리 놀랄 일은 아니구나. 아무튼 레피두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로마로 돌아온 옥타비아누스. 그런데 괜히 왔구나. 이미 마이케나스가 진압해 버렸어 ㅎㅎ. 옥타비아누스의 주변에는 믿음직스러운 능력자들이 있어서 그가 더욱 세력 확장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구나. 이제 다시 옥타비아누스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이집트로 진군하였단다.


2.

한편 이집트로 돌아온 안토니우스는 전쟁의 패배에 상실감이 컸어. 지은이는 안토니우스가 전쟁에서 패배한 것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뽑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너무 낙관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전쟁 준비보다 클레오파트라에 올인했다는 점이라고 하더구나.

=====================

(85)

한마디로 말해 안토니우스는 개별 전투를 지휘할 수 있는 있어도 전체 군사작전을 지휘하지는 못했다. 모든 게 잘되리라 여기는 그의 낙천적인 믿음은 끊임없이 등한시되는 병참과 보급품 문제에만 이르면 그를 저버렸다. 게다가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를 만족시키는 데 골몰한 나머지 장비와 물자에 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의 비위를 맞추느라 온 힘을 써버린 탓이었다. 그의 참모진에게는 이것이 약점 같아 보였지만, 안토니우스의 진짜 약점은 그가 클레오파트라를 죽이고 그녀의 군자금을 몰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를 향한 애정과 그의 정정당당한 승부 정신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

안토니우스는 이집트에 와서 작은 움막을 짓고 그곳에서 은둔 생활을 했어. 얼마 후 클레오파트라의 설득도 있고, 안토니우스도 마냥 은둔 생활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옥타비아누스의 진군에 대비해야겠지.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이 전쟁의 패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생각했어.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아들 카이사리온은 어느덧 성인이 되었단다. 성인이 되니 카이사리온은 더욱 카이사르와 똑 닮았단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위험이 되었어. 왜냐하면 그가 로마에 나타나면 로마 시민들은 카이사르가 환생했다면서 진정한 카이사르의 후계자가 나타났다면 그를 떠받들 것이고, 그러면 옥타비아누스가 위축이 될 것이니 말이야. 옥타비아누스가 그를 발견하면 바로 죽일 것이라고 생각한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리온은 인도로 보냈단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의 실수는 카이사리온에게 카리아시온의 외모가 카이사리온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게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은 점이란다.

카이사리온은 자신이 충분히 옥타비아누스와 협상을 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카이사리온은 인도로 가는 도중, 옥타비아누스가 머물고 있는 진지로 찾아갔단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리온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어. 아버지 카이사르를 너무 닮아서 말이야. 그리고 그가 살아 있으면 자신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어. 그렇다고 바로 죽인 것은 아니고, 카이사리온에게 카이사리온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단다. 그제서야 카이사리온은 자신의 외모가 얼마나 위험했던 것인지 깨달았어. 하지만 적지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단다. 남자답게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카이사리온은 자신의 엄마 클레오파트라의 목숨만은 살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고 말았어.

안토니우스는 전쟁의 패배를 확신하고 자살을 했어. 하지만 칼을 심장에 제대로 꽂지 못하고 오랜 시간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했단다. 그로 인해 클레오파트라와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은 있었지. 드디어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한 옥타비아누스는 클레오파트라를 만났어. 잔인하게도 카이사리온의 죽음 소식을 알려주었지.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에 처분에 대해서 고민을 했단다. 클레오파트라를 죽이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고 자신의 대한 평판이 안 좋아질 것 같았고, 자살을 강요하는 것도 여론은 좋지 않을 것 같았어.

모든 것을 포기한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단다. 신하에게 무화과 과일 바구니 심부름을 시킨 클레오파트라. 그 안에는 코브라가 함께 배달되어 왔단다. 그리고 그 코브라가 자신을 물도록 했단다. 자살이긴 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코브라에 물려 죽은 사고사처럼 보였던 것이지.

이렇게 이집트마저 평정한 옥타비아누스는 양아버지 카이사르도 못한 이집트까지의 점령이었어. 드디어 카이사르 사후 후계자로 임명된 옥타비아누스의 긴 여정이 끝이 났단다. 카이사르가 죽은 건 기원전 44년이었고, 옥타비아누스가 이집트까지 정리한 것은 기원전 30년이니까 약 14년간의 긴 여정이었던 것이지. 허약했던 십대 소년이 30대 젊은 위대한 로마의 일인자가 된 순간이었어. 로마로 입성한 옥타비아누스. 이젠 모든 것을 이룬 그는 집정관에서 물러나려고 했지만, 원로원들의 반대가 이뤄졌단다.

=====================

(250)

옥타비아누스는 서른다섯 살로 일곱번째 집정관을 지내고 있던 1월의 열세번째 날 원로원을 소집했다. “이제 제 모든 권한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 그는 말했다. “위험은 지나갔습니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그 불쌍한 얼간이가 죽은 지도 2년 밤이 지났고 그를 추악하게 타락시켰던 짐승들의 여왕도 그와 함께 죽었습니다. 그 시기 이후의 소소한 공포와 일시적인 두려움도 모두 사그라졌으며, 그것은 로마의 힘과 영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로마의 충실한 수호자였고 로마의 지칠 줄 모르는 투사였습니다. 그러므로 원로원 의원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 모든 속주를 포기하겠습니다. 곡물이 나는 섬들, 히스파니아, 갈리아, 마케도니아, 그리스, 아시아 속주, 아프리카, 키레나이카, 비티니아, 시리라 등입니다. 이 속주들을 로마 원로원과 인민의 손에 넘기겠습니다. 제가 유지하고 싶은 것은 저의 존엄, 그에 수반되는 전직 집정관이자 여러분의 원로원 최고참 의원으로서의 자격, 그리고 명예 호민관으로서의 개인적인 지위가 전부입니다.

=====================

옥타비아누스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에게는 집정관보다 더 높은 자리를 원했던 것이겠지. 원로원도 그 사실을 알고 그걸 막기 위해 집정관에 계속 머물러 달라고 했을 수도. 노련한 정치인들 같으니옥타비아누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호칭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어. 그런 중에 마이케나스가 의견을 하나 주었단다.

아우구스투스. 높은 자들 중에 가장 높은 자, 영예로운 자들 중에 가장 영예로운 자, 위대한 자들 중에 가능 위대한 자. 그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옥타비아누스는 이제 아우구스투스가 되었단다. 소설은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단다.

….

소설 밖의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지만 간단히 이야기하면 아우구스투스가 오랜 로마 공화정의 시대를 끝내고, 제정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란다. 기원전 27년 그는 로마의 첫 번째 황제가 되어 그가 죽는 서기 14년까지 황제로 재임했단다. 그 이후 로마가 멸망할 때까지 로마는 제정을 유지했고 말이야.

...

이렇게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다 읽었구나. 아빠는 이제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완독한 사람이란다. ㅎㅎ 아빠가 이 책의 내용을 금방 까먹겠지만, 읽는 동안은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고대 로마에 대한 책들은 너무나 많아서 읽을 거리도 많겠지만, 소설로 흥미롭게 잘 이야기해주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다시 한번 지은이 콜린 매컬로님께 경의를 표하면서 오늘 편지를 마칠게.

언젠가는 너희들도 한번 로마의 재미에 빠져보기를


PS:

책의 첫 문장: “당신 법안은 여전히 비준을 받지 못했습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아우구스투스다. 유일무이한 아우구스투스.





"로마인들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 민족이 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신격화했는지 말해주겠소. 그건 정말이지 로마인답지 않은 행동이거든. 사람들은 그를 사랑했소! 휘하 병사들이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다는 장군들은 많았지만, 로마와 이탈리아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던 이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밖에 없소. 그분은 포룸 로마눔을 걸을 때, 로마나 다른 이탈리아의 도시의 뒷골목과 빈 민가를 걸을 때 마주치는 사람 모두를 동등하게 대했소. 그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그들의 소소한 넋두리에 귀를 기울이고 도움을 주려 애썼소. 수부자 지구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최하층민 무리 속에 있을 때면 그들의 일원처럼 행동했소. 그들의 은어를 사용하고 그곳 여자들과 잠자리를 했으며 그들의 냄새나는 아기들에게 입맞추고 그들의 힘든 처지에 공감하여 울기도 다반사였소. - P197

그러다 저 교만하고 지독한 속물들과 돈밖에 모르는 자들이 그를 살해했으니, 로마와 이탈리아 인민들은 그를 잃는 걸 견딜 수 없었던 거요. 바로 그들이 그를 신으로 만들었소, 원로원이 아니라! 실상 원로원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주도하에! – 어떻게든 카이사르 숭배를 진압하려 했지. 그래봤자 소용없었소. 그의 피호민이 군대였기에 나는 그분의 재산과 함께 군대도 상속받았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2-29 0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스터스 오브 로마> 완독 ! 추카 합니다!!
이제 저 책 탑들 아들과 딸이 물려 받을 탑!
⸜( ◜࿁◝ )⸝︎︎‎

bookholic 2021-12-29 07:28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책 탑은 잘 물려주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1-12-29 1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탑 멋집니다! 완독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2-30 01:1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책 탑은 언제나 진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