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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ㅣ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달 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천 개의 파랑>의 작가, 천선란 님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예약 판매까지 해서 구입했단다. <천 개의 파랑>가
SF지만 따듯한 휴머니즘이 담겨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나인>도 SF지만 따뜻한 휴머니즘이 담겨 있었어. 아빠의 취향으로 봤을 때 <나인>이 더 좋았단다.
<나인>이라고 하면 오래
전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나인>도 생각났단다. 주인공인이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였는데,
아빠가 재미있게 봤거든. 물론 이번에 읽은 <나인>과 드라마 <나인>은
전혀 관련이 없어. 그 드라마보다 저 재미있었어. 언젠가는
이 소설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웹툰으로 재탄생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 웹툰
등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 소설들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구나. 자, 그럼 천선란 님의 <나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아빠의 편지는 늘 그렇듯 스포일러를
가득 실려 있는데 이 소설은 더더욱 스포일러를 모르고 봐야 재미있을 것 같구나.
1.
주인공은 나인이라는 17살 고등학생이란다. 부모님은 없고, 이모와 함께 살고 있어. 이모의 이름이 유지라서 ‘유지 이모’라고 불렀고, 줄여서
‘지모’라고 불렀단다. 지모는
브로멜리아드라는 화원을 하는데, 일반적인 화원이 아니고 희귀한 식물들을 주로 판매하는 화원이었어. 나인과 지모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이름은 선연시라는 곳인데, 지은이가
만든 가상의 도시란다. 선연시 주변에는 선연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이 또한 지은이가 만든 가상의 산. 나인의 절친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의 이름은 미래, 나머지 한 명의 이름은 현재였단다. 과거라는 친구는 없었어…ㅎ 미래는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미래의
엄마는 경찰이었고, 애인이 요한이라고 하는 여자였단다. 자신이
성소수자인줄 모르고 살았다가 뒤늦게 진정한 사랑을 만난 케이스.
나인은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
도장에 다녔는데, 태권도도 수준급이었단다. 나인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2 년 전에 실종한 박원우라는 선배가 있었단다. 사건은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되었지만, 박원우의 아버지는 몇 년 째 계속 전단지를 나눠주고 붙이면서, 아들을 찾고 있었단다. 이런 배경으로 소설은 시작된단다.
…
2.
그런데 최근 나인은 자주
환청이 들이는 경험을 하게 된단다. 뜻 모를 말들이 계속 들려왔어. 어느날
해승택이라는 동갑내기 학생이 나타냈어. 그러면서 나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너는 식물이야’라고 이야기했단다. 그리고
최근에 들리는 환청은 환청이 아니라 식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했단다. 말 같지도 않아서
떠 넘겼다가 그 이야기를 지모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지모는 어렸을 때 사진을 보여 주면서 그 말이 맞다고
했어. 흙에서 태어나서 사진 속 흙이 묻은 어린 아기가 나인이라고 했어. 그리고 지모 자신도 식물이라고 했단다.
며칠 뒤 해승택이 다시 나타나
나인의 정체에 대해 설명해주었어. 나인은 누브족이라고는 외계인이라고 했어. 해승택 자신도 나인과 마찬가지로 누브족이라고 했단다. 누브족은 어느
나이가 되면 손끝에서 새싹이 돋아나는데 그것을 심으면 아기가 태어난다는 거야. 열을 심으면 보통 두셋은
자란다고 하는데… 나인과 해승택이 태어난 이후로는 지구상에서 더 이상 태어난 누브족이 없다고 했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이 변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 같아. 그래서
누브족들은 또 다시 그들이 살아가야 할 행성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어. 나인은 지모의 손톱에서
자란 새싹에서 태어난 아이였어.
…
나인은 승택과 함께 선연산에
가서 나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중에 한 불쌍한 나무. 일제
시대 일본 경찰에 쫓겨 총맞고 선연산에서 죽었는데 나무가 되었다고 하는 ‘금옥’이라고 하는 나무야. 자신이 사람이었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2년 전에 나무가 되어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내용은 충격적인
내용이었단다. 네 남학생들이 선연산에 왔다고 했어. 그 중
한 명은 박원우라는 학생이고, 또 한 명은 권도현이라는 학생이었어. 그리고
박원우가 지금 이 곳에 묻혀 있다고 했어. 그러니까 실종된 줄 알고 있던 박원우 선배는 사실 이곳에서
죽은 다음 묻혀 있는 것이야. 그 죽음에는 권도현이라는 선배와 연루가 되어 있고 말이야.
이런 진실을 알게 된 나인. 하지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랐단다. 경찰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겠어. 그래서 무작정 경찰서에 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했단다. 나무가 그러더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야.
…
나인은 직접 권도현을 찾아갔어. 그리고 박원우 이야기를 꺼내자, 권도현은 당황하며 나인을 멱살을
잡고 때리려고 했어. 그때 현재가 와서 위기를 모면하게 했단다. 이로써
권도현이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단다. 권도현 선배는 고3인데, 큰아버지가 학교의 이사장이고 아버지는 선연시 대형 교회의 목사이고, 어머니는
잘 나가는 종합학원 원장님이었단다. 그러니까 엄청 잘 사는 집의 둘째 아들이었던 거야. 그러나 박원우 사건이 있고 난 이후에는 최근에 심신이 많이 약해져서 헛것도 자주 보고, 코피도 자주 흘리고 그랬어. 뜻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죽였고 그것도 친했던 친구를 죽였고, 그 죄를 숨기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니. 박원우 사건은 권도현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알고 계신데 그 일을 숨기려고 공권력에
뇌물을 주는 등 별의 별일을 다 했단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들의 죄를 숨기기 보다는 모두
자신들의 명예와 부가 무너질까 봐 그랬던 거야.
…
원래 권도현과 박원우는 태권도
도장을 함께 다니는 엄청 친한 친구였단다. 그러다가 도현이 태권도 도장을 그만 두고 학원에 다니면서
멀어졌고, 그리고 도현의 엄마가 가난한 원우와 만나지 못하게 했단다.
그리고 원우가 진지하게 외계인을 봤다는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니면서, 친구들은 고등학생이나
되었으면서 외계인이야기나 하고 다닌다며 왕따를 시키기도 했어. 도현도 새로 사귄 나쁜 친구 송우준, 김민호와 어울리면서 원우를 멀리하게 되었어. 박원우가 죽은 날 함께
있었던 나머지 두 친구도 바로 송우준과 김민호였고, 그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 권도현의 아버지는 엄청난
돈을 써야 했단다.
3.
나인과 승택은 금옥 나무를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도현이 저지른 범죄를 알릴 수 있을까?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면서 말이야. 나인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것도 미래와 현재가 아무리 친해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기고, 박원우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자연히 미래와 현재와도 사이가 멀어졌어. 미래와 현재도 무슨 일인지 최근에 사이가 안 좋아 보였어. 미래는
나인이 엄마가 일하는 경찰서에 찾아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인에게 화해를 하려고 갔다가 나인이 태권도 도장 선배인 석구에게 박원우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어. 석구는 도현을 친동생처럼 아끼는 형이었는데, 도현의
이야기를 하니 참았던 울음보가 터졌단다. 석구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 도현과 원우가 엄청 친했기 때문에
도현이 원우를 죽였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나인은 산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승택과 함께 자주 선연산에 갔단다. 그러다가 다른 누브족이 갖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나인은 산의 나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정신을 집중하면, 나인의
에너지가 파란 빛의 에너지가 발산하여 식물들의 키가 순간적으로 자랐어. 갑작스러운 식물들의 성장을 캐시
위한 방송국 차들이 선연산으로 몰려 들기도 했단다.
…
미래가 나인과 석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에게 박원우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어. 미래의
엄마 경혜는 2년 전 박원우 사건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감쪽같이
다 사라진 거야. 담당 경찰한테 물어보니 팀장이 다 가져갔다는 거야.
음… 권도현의 아버지의 돈줄이 여기까지 미쳐 있구나. 돈으로
다 막아 둔 것인데, 나인은 다시 곡괭이로 파헤치려고 하는 것이었어.
….
나인과 승택은 다시 선연산에
가서 이야기를 듣게 된단다. 이번에는 2년전에 있었던 상세한
모든 이야기를 듣게 돼. 권도현은 송우준, 김민호와 함께
술을 먹고 나서 원우를 불러 술값을 계산하라고 했어. 원우는 그 자리에 왔고, 그들은 함께 산에 갔어. 도현은 원우가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한편, 원우가 외계인이 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이제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원우와 다시 친해지려고 했지만, 둘은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홧김에 원우를 밀쳤는데 그곳에 벼랑이 있어서 그만 원우가 떨어지고 말았단다. 겁에 질린 도현이 부모님께 연락을 하고, 부모님이 와서 원우를 땅
속에 매장한 것이란다. 그런데 나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벼랑에 떨어지긴 했지만, 원우가 생존에 있다는 것이었어.
정신을 한데 모아 집중하며
듣던 나인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파란빛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주변의 식물을 또 크게 만들었단다. 이때
미래와 현재가 나인을 찾기 위해 선연산으로 오는 도중에 선연산에서 순간적으로 파랗게 빛을 보았단다. 그리고
선연산에서 미래와 현재는 나인을 보았단다. 나인과 승택은 더 이상 정체를 숨기지 않고, 미래와 현재에게 자신의 정체를 이야기했단다.
이후 이야기는 나인, 미래, 현재, 승택이
잘 작전을 짜서, 권도현이 고백을 하도록 하고, 모든 진실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죄를 지은 자들은 벌을 받는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게 된단다.
4.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좋은 문구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이란다. 지은이 천선란 님은 어떻게 그런 문장들을 만들어낼까? 아래 같은 글은 연륜이 묻어나는 글처럼 보이는데, 젊은 작가의 펜에서
나왔다는 것이 대단하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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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벗겨 낸 세상의 비밀을 한 겹씩 먹으면, 어떤 비밀은 소화되고 흡수되어 양분이 되고, 어떤 비밀은 몸 구석구석에
염증을 만든다. 비밀의 한 꺼풀을 먹지 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의 시스템은 그걸 먹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시기가 너무 이르면 소화하지 못해 탈이 나거나 목이 막혀 죽기도 하고, 너무
늦으면 비밀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시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텅 빈 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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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좋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단다. 아빠가 이 책을 읽고 나서, Jiny가 이
책을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책의 내용도 재미있고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니, 먼저 읽어봐도
되냐고 물어보더구나. 그래, 한번 읽어보라고 했는데, 이 책에 푹 빠지셔서 이틀 만에 뚝딱 읽고 역대급으로 재미있다는 감상평을 하셨지. 그러면서 아빠가 읽은 책 중에 자신이 읽을 만한 책이 또 없냐고 물어봤지...
너희들보고 언제나 천천히 자라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쑥쑥 금방 자라니 이렇게 책을 함께
읽는 행복도 금방 찾아오기도 하는구나.
천선란 님의 작품은 아빠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예전에 출간한 다른 책들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그런데 진짜 지구인들 사이에서 지구인과
똑 같은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외계인들이 있는 거 아냐?
PS:
책의 첫 문장: 그곳은 원래 죽은 땅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곳은 원래 죽은 땅이었어요.
감정에 가라앉는 건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고, 무언가에 슬픔을 느꼈다면 그 슬픔을 다시 느끼지 않도록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를테면 현재가 울 때마다 미래는 현재를 울게 만든 원인을 찾아 없애는 식이었다. 놀리는 애가 있으면 찾아내 혼내거나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시험을 망쳤을 때는 울어 봤자 성적이 바뀌지 않으니 그 시간에 차라리 영어 단어나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풀라고 말했다. 몇몇 친구는 그런 미래의 화법을 불쾌하게 여기거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나인과 현재는 그런 미래를 좋아했다. - P49
찰나의 표정이란 감정을 가장 진솔하게 비추는 호수의 수면 같은 것이다. 조그만 충격에도 금방 흩어지고 만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한때,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마법 같은 것이다. 그러니 원망할 수가 없다. 미워할 수도 없고. 어쩌겠는가. 안쓰럽다는 걸, 불쌍하다는 걸, 가엾다는 걸, 애잔하다는 걸. 때때로 어떤 이들의 표정은 파도같이 잔잔하게 밀려오다 부서지고 흩어진다. - P112
살아간다는 건, 적응한다는 건, 익숙해진다는 건, 버텨야 한다는 건, 존속한다는 건, 그러니까 끈질기게 존재한다는 건, 세계라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무게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지한다는 건 지킨다는 것이고 동시에 버린다는 것이다. 지켜야 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버려야 하는 건 존재했던 모두다. - P189
그렇게 어떤 일은, 죽음은, 억울함은, 호소는 한없이 뒤로 밀리고 밀려 세상 밖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걸, 그렇게 사라지지도 분해되지도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로 우주를 떠돌게 된다는 걸 미래는 아직 모른다.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지만 조금씩 알게 되겠지. 그걸 알아가는 게 살아가는 것이고, 나이를 먹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것도 알게 됐으면 한다.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건 온몸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명이 막는 것보단 여러 명이 막는 게 더 좋다는 것, 무른 흙도 밀리고 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단단해진다는 것. - P376
이 꽃이 처음 싹을 틔웠을 때는 이 세상이 지구였는지도 몰랐을 거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 일단 있는 힘껏 세상 밖으로 나와 봤겠지. 물을 머금지 못하는 흙과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선과 앞으로 겪어야 할 많은 시련이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다른 씨앗들처럼 일찍이 삶을 포기했을 텐데, 땅에 있을 때부터 나인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밖에 하지 못해 기어코 세상에 나왔다. 그렇지만 나인은 후회하지 않는다. 이 행성이 자신의 행성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외롭지 않다. 후회한다고 해서 다시 땅속으로 기어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 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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