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유산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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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 심윤경 님의 <설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어. 그래서 우연히 인터넷서점에 이번에 읽은 <영원한 유산>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단다. 지은이가 심윤경 님이었거든. <설이>를 괜찮게 읽어서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단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는 소설의 주 무대인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 Commission for the Unification and Rehabilitation of Korea)줄여서 언커크(UNCURK)란 조직이 지은이가 허구로 만들어낸 조직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존재했던 조직이라고 하더구나. 그리고 그 조직의 본부로 쓰인 곳이 실제로 친일파 윤덕영의 벽수산장이라는 적산가옥이었다고 해. 그러니까 실제 있었던 장소를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어떻게 그런 소설을 만들 수 있었냐면, 지은이가 어렸을 할머니와 찍은 사진 한 장 뒤로 낯선 유럽식 뾰족탑이 있었다는 거야. 그 사진은 책 뒤편 작가의 말에 실려 있어서 볼 수 있단다. 사진으로 봐도 개인의 집이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엄청나게 큰 집처럼 보였단다. 낮은 집들 사이에 높고 뾰족한 건물이 이국적이었어. 지은이의 그 건축물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이란다. 그 언커크 본부를 둘러싼 지은이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를 간단히 줄여서 이야기를 해볼게.


1.

주인공은 윤원섭이라고 하는 여자란다. 벽수산장의 주인이었던 윤덕영의 막내딸이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윤덕영은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윤원섭은 가상의 인물이니, 참고하렴. 때는 1966년 사기죄로 서대문 형무소에 있던 윤원섭을 출소하게 된단다. 윤원섭은 감옥에 있으면서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 줄여서 언커크의 대표에게 편지를 보냈어. 당시 대표는 호주 사람 데이비드 애커넌이라는 사람이야. 편지를 보낸 이유는 그 집, 그러니까 언커크의 본부 때문에 방문 좀 해보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애커넌은 원섭이 출소하는 날에 맞춰 언커크에서 통역으로 일하는 이해동과 윤덕영이 살 때 머슴으로 있다가 지금은 언커크에서 잡일을 하는 공팔묵을 서대문형무소에 보냈단다. 원섭은 키가 훤칠하고 신세대 감각을 자신 여자였단다. 나이는 40대 후반이었지만, 잘 꾸미면 그것보다 훨씬 어리게 보였단다. 원섭은 언커크 본부, 그러니까 자신의 옛집에 왔단다. 애커넌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원섭은 자신의 아버지는 친일파가 아니고 나라를 위해 애쓴 사람으로 설명했어. 집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진실은 골수 친일파였을 뿐.

그리고 아무도 모르고 있는 비밀통로와 비밀 공간인 다락방의 존재를 알려주었지. 그것을 무척 신기해하는 애커넌말도 잘 하고 외모도 뛰어난 원섭에게 애커넌이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더욱이 애커넌은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였거든. 애커넌은 원섭에게 당분간 언커크에서 같이 일을 하자고 했단다. 언커크에 대한 홍보동영상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원섭도 하겠다고 하면서 자신은 비밀공간이었던 다락방에서 일하겠다고 했단다.

통역사 해동이 보기에는 원섭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골수 친일파의 딸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은 하지 않고, 자기의 아버지는 친일파는 아니고 나라를 애쓴 사람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니 말이야. 그걸 언커크 사람들한테 통역해주어야 하는 이고 자신이니 더 기분이 나빴지. 해동의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투옥되고, 출소한 뒤 감옥에서 얻은 병으로 돌아가셨으니 더욱 원섭을 미워했어. 해동은 엄마도 일찍 돌아가셔서 고모가 보살펴 주다가 미국인 선교사에게 맡겨져 자랐어. 그래서 영어를 잘하게 되고 통역으로 일하게 된 것이고 말이야.


2.

원섭이 애커넌과 친해지면서 아니 애커넌을 조종을 해서 그런지, 원섭이 원하는 대로 언커크를 옛 벽수산장 시절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하게 되었어.. 그것을 주도하는 것은 원섭이고, 애커넌은 이해동에게 그 일을 도와주라고 했어. 친일파의 집을 복원하는 일을 돕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어. 결국 해동은 갈등을 하다가 이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었단다. 고모가 소개시켜준 손진형이라는 아가씨와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었는데 말이야.

해동은 언커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던 와중에, 언커크 건물에 화재가 났다는 뉴스를 듣게 되었어. 해동은 자신도 모르고 언커크로 달려 갔단다. , 그 건물이 화재로 폐허가 되어 버렸어. 그곳에 원섭도 있었는데, 원섭은 여전히 당당했어. 그러면서 더 제대로 복원을 할 수 있겠다고 했어. 해동을 본 원섭에게 해동에게도 도와달라고 했지만, 해동은 거절하고 그 자리를 떠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작가의 말에서 보니 실제로 언커크 본부는 1973년 화재로 불타고 철거되었다고 하더구나. 사진 속 뾰족 건물에서 시작한 소설이긴 한데, 좀더 박진감 넘치고 좀더 흥미진진한 이야깃살을 붙였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게 아니면 원섭의 벽수산장에서 살던 옛이야기라든가, 애커넌의 이전 이야기라도 더 살을 붙였으면 좋았겠다 싶었어.

오늘은 짧게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966년이 시작된 지 며칠 안 된 한겨울, 그들은 서대문형무소 앞에 서 있었다.

책의 끝 문장: 해동은 언커크 언덕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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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9 16: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아들과 딸에겐 쉿! 👆 비밀로 ^0^

그레이스 2021-12-09 16:05   좋아요 4 | URL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2-11 06:16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비밀이 달마다 쌓여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bookholic 2021-12-11 06:17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 님도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mini74 2021-12-09 16: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손가락이 빛난 리뷰 ㅎㅎㅎ 물론 글은 더 좋지만요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2-11 06:18   좋아요 2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손가락 칭찬이 더 기분 좋네요~~^^
따뜻한 주말 되시고요~~

thkang1001 2021-12-09 16: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1-12-11 06:18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thkang1001님,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새파랑 2021-12-09 17: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이 아름다운 북홀릭님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1-12-11 06:19   좋아요 4 | URL
ㅎㅎ 이번에는 이달의 손가락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새파랑님도 책과 함께 즐거운 주말 되세요~~~

쎄인트saint 2021-12-09 17: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이하라 2021-12-09 18: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1-12-11 06:20   좋아요 2 | URL
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하고 따뜻한 주말 되세용~~^^

서니데이 2021-12-09 2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bookholic 2021-12-11 06:21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정말 고맙습니다...
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강나루 2021-12-10 06: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1-12-11 06:25   좋아요 3 | URL
강나루님,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달 남든 2021년 즐거운 마무리 되시길~~^^
 
광기와 우연의 역사 (최신 완역판) - 키케로에서 윌슨까지 세계사를 바꾼 순간들 츠바이크 선집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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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17년 전에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단다. 그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인물과 역사적인 사건들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그 책에서 소개된 몇몇 인물들 관련된 책을 더 본 적도 있어. 그 이후에 그 책은 개정판으로 꾸준히 팔리고 있었단다. 그런데 올해 아빠가 읽었던 그 책에는 2개의 에피소드가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모든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는 최신 완역판이 작년에 출간되었다는 소식도 알게 되었고 말이야.

그래서 다시 한번 읽어 보게 된 것이란다. 몇몇 이야기는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기억났단다. 그러면서 아빠의 기억력이 아직 완전히 썩지 않은 모양이네,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지. 예전에 아빠가 읽은 책에는 없고, 이번 완역판에 있는 에피소드는 태평양을 처음 발견한 유럽 사람 발보아의 이야기와 윌슨 대통령의 좌절을 그린 이야기란다. 17년 전에 이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필력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큰 기대를 들고 책을 펼쳤고, 각기 에피소드들이 모두 꿀잼이었단다. 역사는 때론 한 사람의 광기 어린 행동으로도 바뀔 수 있고, 우연의 일들이 모여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재미있는 일화들로 보여준 것 같구나.


1.

첫 번째 에피소드는 로마 키케로에 관한 이야기란다. 아빠가 읽고 있는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에서 찌질남으로 나왔던 키케로에 대한 재평가란다. 슈테판은 키케로를, 로마공화정을 죽음으로 지키려고 했던 휴머니스트로 평가했단다. 키케로을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다 보니 그와 척을 두었던 카이사르, 옥바비아누스, 안토니우스는 로마의 민주적인 공화정을 망친 사람들로 안 좋게 평가했단다. 물론 그가 때론 비겁하고 때론 고집도 부리고 때론 아첨꾼이기도 했지만, 끝까지 민주주의 상징인 공화정을 지키려고 했다는 점을 더 크게 보았단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에서 봤을 때는 그와 척을 두었던 이들이 왕정으로 가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대파인 공화정 측에 섰던 것으로 보이기도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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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쉬지 않고 일단 덕에 온갖 관직을 죄다 맡았고 온갖 지위에 올랐다. 포룸에서 소송을 벌였고, 전장에서 군단을 지휘했으며 집정관이 되어 공화국을 다스렸고 총독이 되어 속주를 다스렸다. 엄청난 재산을 손에 넣었다가 큰 빚을 지기도 했다. 팔라티움 언덕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가졌지만, 적들이 그 집을 불태우고 부수는 걸 지켜봐야 했다. 중요한 논문을 썼고 길이 남을 연설을 하기도 했다. 자식들을 얻었지만 잃기도 했다. 용감하기도 했지만 비겁하기도 했으며, 고집을 부리다가도 금세 아첨꾼이 되곤 했다. 칭송도 많이 받고 미움도 많이 받았다. 이 변화무쌍한 인물은 모순투성이지만 광채를 가득 뿜어내고 있다. 한마디로 키케로는 당대에서 가장 매력이 넘치는 흥미진진한 인물이다. 마리우스로 시작해서 카이사르로 끝나는 파란만장한 40년 세월에 일어난 모든 사건이 키케로와 끈끈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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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오스만 튀르크의 젊은 술탄 메흐메트가 어떻게 동로마를 점령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란다. 메흐메트가 술탄이 된 것은 1451년이었어. 그는 술탄이 되고 나서 지상 목표로 잡은 것인 비잔티움 함락이었단다. 당시 동로마제국은 이미 다 무너지고 수도인 비잔티움만 남아 간신히 생명을 연명하고 있었단다. 힘은 약화되었지만, 지형적으로 유리하고 성 전체를 둘러싼 강력한 성곽으로 철옹성처럼 무너지지 않고 있었어. 하지만 술탄 메흐메트는 수단과 방법과 가리지 않았어. 심지어 배를 들쳐 매고 산을 넘어가는 무모한 짓까지 말이야. 그런데 그 무모한 짓이 대성공을 거두었단다. 이렇게 성 안으로 진입한 오스만 튀르크는 오랜 역사를 가진 로마의 마지막 숨통을 끊었단다. 그로 인해 이 장면은 세계사에서 무척 유명한 장면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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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바스코 누녜스 발보아라는 사람의 이야기란다. 풀 네임은 낯설지만, 발보아라는 이름은 익숙한 이름이었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유럽 각국은 신대륙을 차지하려고 몰려들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스페인 출신의 발보아였단다. 그는 함께 온 군대의 일원이었는데, 반란을 일으키다 실패를 하고 궁지에 몰렸어. 어차피 죽은 몸이라고 생각하고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또 다른 거대한 바다를 발견하게 된단다.

당시 유럽 사람들에게는 보지 못한 바다 태평양이란다. 그러니까 발보아는 태평양을 최초로 본 유럽 사람으로 역사에 남았단다. 하지만, 나중에 그의 반란을 진압하러 온 스페인의 군대에 붙잡혀 참수당하고 만단다. 잘 알다시피 당시 유럽의 정복자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아주 못되게 굴었단다. 이 책에도 그런 장면이 나오는데, 불완전한 생명체들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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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발보아는 왕권에 반기를 든 뻔뻔한 무법자에 불과했고 카스티야 법정에서 교수형이나 참수형을 선고받을 처지였다. 그런 사람이 막강한 추장의 처소를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세계사에 남을 결정을 내리게 된다. 코마그레 추장은 널찍한 석조건물에서 그를 맞이한다. 집에 가득한 사치품을 보며 발보아는 깜짝 놀란다. 코마그레는 손님에게 자발적으로 4천 온스나 되는 금을 선물하기까지 한다. 이번에는 추장이 놀랄 차례다. 최고의 예우를 갖춰 영접한 신의 아들들이, 신을 닮은 위풍당당한 이방인들이 금을 보자마자 망나니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이방인들은 사슬 풀린 개처럼 검을 뽑아 들고 주먹을 휘두르며 서로 달려든다. 다들 악을 쓰고 날뛰면서 금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 든다. 추장은 기가 막혀서 이 미친 짓거리를 경멸스럽게 지켜본다. 지구 끄트머리에 사는 자연인들은 문명인에게 자신들이 이뤄낸 온갖 정신적이고 기술적인 업적보다도 한 줌의 누런 금속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곤 한다. 이런 일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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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는 헨델이 위대한 걸작 <메시아>를 어떻게 작곡하게 되는지 이야기해주고 있어. 뇌졸중으로 오른쪽 반신 불구가 되었다가 온천 치료로 낫게 되는데 헨델은 기적이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건강을 되찾은 헨델은 마치 하늘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3주 동안 거의 잠도 자지 않고 작곡에 매달려 <메시아>를 작곡하게 되었대. 헨델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작곡한 것이 아니라 신이 내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현대 의술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 회복하기 쉽지 않은데 그렇게 회복하여 젊었을 때처럼 잠도 자지 않고 3주 동안 줄줄 악성이 떠올랐다고 하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겠구나.

다섯 번째는 프랑스 혁명 당시 혁명가로 유명해졌다가 오늘날 프랑스 국가(國歌)가 된 <라 마르세예즈>를 작곡한, 군인이자 음악가인 루제 드 릴에 관한 이야기란다. 평범했던 그가 하룻밤에 작곡한 그 곡. 그 곡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대표곡이 없는 루제 드 릴. 이 곡의 흥망성쇠와 함께 자신의 처지도 똑같이 변했던 삶을 살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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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이야기는 그 유명한 워털루 전투에 관한 이야기란다. 나폴레옹의 운명을 가르게 된 그 전쟁. 오랜 전투 끝에 유능한 장수들이 죽어나가고 능력이 아닌, 윗사람이 모두 죽어 어쩔 수 없이 원수가 된, 평범한 사람 그루쉬. 그가 잘 하는 것은 지시한 내용을 잘 따르는 일이었단다. 나폴레옹이 그에게 3분의 1이나 되는 병력을 떼어주면서 시킨 일은 프로이센 군대를 추격하라는 것. 그런데 며칠 동안 추격했지만 프로이센 군대는 보이지 않았어. 아마 다른 경로를 가거나 프로이센의 작전이 바뀐 듯. 하지만, 그루쉬는 자신이 맡은 임무는 프로이센을 추격하는 일이라면서 계속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프로이센을 찾았단다. 그러다가 워털루에서 폭음이 들려왔어. 부하들이 워털루로 가서 나폴레옹을 돕자고 했지만, 그루쉬는 그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아니라고 했어. 한편 나폴레옹은 워털루에서 백중세였던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그루쉬를 기다렸단다. 군대를 이끄는 원수라면 그 정도 판단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하도 안 와서 전령을 보냈지만, 그 전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다음에야 그루쉬를 만났단다.

….

일곱 번째 이야기는 74살의 괴테가 19살 울리케를 사랑하는 이야기란다. 누가 들으면 노망이 들었다고 하겠지만, 괴테의 이 사랑으로 다시 젊음을 되찾은 듯, 다시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 작품들 중에 괴테의 대표작 중 하나인 <파우스트>가 만들어졌대. 괴테의 나이 81살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노년의 사랑이 없었다면 역작은 없었을지도 몰랐다는역시 사랑은 사람을 건강하고 젊게 만드는구나. 아마도 사랑을 하면 호르몬의 변화가 생겨서 그럴 것 같구나.

여덟 번째는 서터라는 사람의 이야기란다. 신대륙을 발견 후 서부에서 금이 발견되어 골드 러쉬가 일어나기 직전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서터라는 사람은 오늘날 샌프란시스코의 땅을 싼 값에 얻게 된단다. 우연히 그곳에서 금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이 엄청난 금맥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돼. 이 비밀이 유지되기 어렵겠지. 소문이 나서 그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단다. 몰려든 사람들은 그곳에 건물을 짓고 금을 캐고 그랬어. 그 땅은 모두 서터의 소유였는데 말이야. 나라의 틀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 많은 사람들은 상대하기 어려웠던 서터. 그래도 소송을 걸 수 있었고, 그 승소를 하게 되었단다.

이젠 최고 갑부가 되는가 싶었는데, 당시 서부가 법이 제대로 지켜지는 사회가 아니었어. 무법자가 판을 치고 총 잘 쏘고 힘 있는 자가 살아남는 사회였지. 아무튼, 서터는 재판에서 이겼지만 폭동과 약탈이 일어났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 그리고 이후 거렁뱅이로 삶을 마감했다고 하는구나. 엄청난 금맥을 자신의 땅에서 발견했지만, 아직 나라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신대륙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며 살았던 서터, 불쌍하구나.

….

아홉 번째는 도스토옙스키의 유명한 사형 장면이란다. 사형 판결을 받았다가 사형 집행 직전에 짜르의 사면으로 풀려난 도스토옙스키의 이야기는 유명하단다. 이 이야기가 아홉 번째 이야기인데, 독특하게 시() 형식으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단다.

열 번째는 사이러스 필드라는 사람이 이야기란다. 그가 한 일에 비하면 별로 유명하지 않은 것 같구나. 성공한 사업가로 돈이 엄청 많은 사람인데 그 많은 돈으로 무모해 보이는 사업을 했단다. 그것은 미국과 영국 사이 대서양인 해저 케이블을 설치한 사람이란다. 아이디어는 전기기술자 기즈번이라는 사람인데, 이 무모하고 성공을 보장받지 못한 사업을 한 이가 바로 사이러스 필드라는 사람이란다.

아빠가 지금 생각해봐도 그게 가능한 일일까 싶은데, 그 당시에 그런 일을 할 생각을 하다니정말 돈이 많거나 정말 도전 정신이 셌거나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 만에 성공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이젠 유럽의 소식을 바로 미국에서 알 수 있었다는 거지. 그런데 세 번째 성공이 얼마 못 가 불통이 되었다고 하지만 다시 설치하여 또 성공. 그의 무모한 도전은 그를 더 큰 돈방석에 앉게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

열한 번째 이야기는 희곡의 형식으로 썼단다. 지은이 슈테판 츠바이크는 글을 쓰는 형식은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하게 쓰시는구나. 역시 천재인 것 같구나. 희곡으로 쓴 이야기는 톨스토이의 마지막을 그렸단다. 1910 10월 러시아, 톨스토이의 나이 83. 집에서 평온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었지. 악처가 있긴 하지만 말이야. 그런데 당시 러시아는 혁명 전야로 긴박한 상황이었어.

어느날 젊은이 둘이 톨스토이를 찾아왔어. 톨스토이의 글들을 읽고 그에 영향을 받아 혁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도와달라고 온 젊은이들에게 톨스토이는 혁명을 지지하고 않는다고 이야기했어. 평온하게 지내는 83살의 노인이게 무슨 혁명하지만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톨스토이는 점점 생각이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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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266)

선생님, 오직 사랑만이 인간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잘못입니다. 부자라서 근심과 걱정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굶주리며 평생을 지주의 지배 아래에서 시달리는 사람들은 기독교가 말하는 형제의 사랑이 하늘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리느라 지쳐 있습니다. 그들은 기다리기보다는 주먹을 휘두르게 될 겁니다. 돌아가실 날이 머지않으신 선생님께 감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세상은 피로 뒤덮일 겁니다. 지주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자녀들까지 목숨을 잃고 능지처참을 당할 것입니다. 이 땅에서 그들의 사악한 자취를 몽땅 없애려면 그래야 합니다. 선생님이 그릇된 선택을 하셨음을 살아생전에 직접 보시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선생님이 평화로이 눈을 감으실 수 있기를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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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안일하게 살았다는 것을 생각하고 젊은이들이 자신을 일깨웠다고 생각했어. 오랫동안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았던 악처 소냐와 헤어지기로 했어. 그동안 자신이 양심의 평화 대신 집안의 평화를 선택해서 살았는데,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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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이토록 한결같다니, 러시아 청년들은 정말 대단해! 이들은 모든 정렬과 힘을 증오와 살인에 쏟고 있어. 그것이 마치 성스러운 일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야. 그렇지만 그들은 내게 좋은 일을 해 주었어. 두 청년은 나를 흔들어 깨웠어. 정말이지 그들 말이 옳아. 지금이야말로 나약함을 떨쳐내고 내 말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야. 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니! 정말이지 올바른 것은 젊은이에게서만 배울 수 있다니까. 젊은이가 스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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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언도 새로 작성해서 자신의 저작권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고, 딸 샤샤와 주치의만 데리고 집을 떠났단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을 편안한 집이 아닌 좁은 기차역에서 마무리했단다. 톨스토이를 찾아온 두 젊은이로 죽어가던 톨스토이에게 다시 열정적인 삶을 주었던 것이야.

열두 번째 이야기는 위대한 2등 로버트 스콧 대령에 관한 이야기란다.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17년 전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읽고 다른 책들을 찾아보았다고 했잖아. 그 중에 한 권이 스콧 대령이 남극 탐험하면서 죽기 전까지 썼던 <남극일기>란 책이란다. <남극일기>란 책은 정말 좋은 책이란다. 너희들도 나중에 꼭 읽어보길 바란단다. 최초의 남극점 정복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하고, 그 어려운 길을 떠나 도착을 했는데, 자신보다 조금 빨리 도착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어떨까. The winner takes it all.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남극의 험한 날씨가 아닌 그런 좌절감이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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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인류 역사상 있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지구의 남극은 수천 년 동안, 아니 어쩌면 세상이 개벽한 이래로 인간의 눈길이 닿은 적이 없는 곳이었는데 찰나에 불과한 15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두 번이나 사람이 찾아온 셈이다. 그런데 그들은 두 번째이다. 한 달이 백만 번이 되는 기 세월 가운데 딱 한 달 차이로 2등이지만 인류 역사에서는 1등이 모든 것을 얻고 2등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법이다. 지난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숱한 고통을 견디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건만 이 모두가 말짱 헛수고라니! “그토록 애를 쓰고 고생을 하며 아픔을 견뎌낸 대가가 고작 이것인가?” 스콧은 일기장에 이렇게 쓴ㄷ다. “이제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대원들은 눈물을 흘린다. 너무나 지쳤지만,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다. 참담한 심정으로, 희망을 잃은 사형수처럼 그들은 극점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옮긴다. 환호하며 그리로 달려가려고 했는데 말이다. 아무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려 들지 않는다. 다들 말 없이 지친 몸을 끌고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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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는 스위스 망명 중이던 레닌이 어떻게 러시아에 귀환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란다. 스위스 망명 중에 그가 레닌이라는 것을 아무도 몰라 보고, 그저 성실한 독서가로만 알려졌다고 하는구나. 그런 그를 봉인 열차를 태워 몰래 러시아로 보낸 것은 프로이센 정부러시아가 전쟁에 관심을 못 갖도록 러시아 국내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목적으로 레닌을 러시아에 보낸 것이란다. 그런데 그 레닌이 그 엄청난 혁명을 일으키게 될 줄 알았겠니.

….

마지막 열네 번째 이야기는 미국 윌슨 대통령의 이야기란다. 윌슨 대통령은 이상주의자였어.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열린 리뷰 회의격인 파리강화회의(1919)에 참석을 했는데, 윌슨 대통령은 패전국까지 모두 아우르는 동맹 조직을 만들자고 했어. 하지만 실제 전쟁에 참여했다고 생고생을 한 승전국들은 패전국으로부터 전쟁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어.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윌슨 대통령은 건강도 안 좋아져서 귀국을 했다고 하는구나. 결국 승전국들만 참여하는 반쪽 짜리 국제연맹이 결성되었어.

이렇게 일부 국가들만 참가해서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가 유지되겠니. 얼마 못 가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단다. 위에서 이야기한 파리강화회의는 우리나라 역사에도 의미가 있는 회의였단다. 1918년 결성한 독립단체 신한청년당은 김규식이라는 분을 파리강화회의에 파견 보냈단다.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만큼, 그들에게 우리나라의 독립을 보장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말이야. 하지만, 정부 대표가 아니라면서 문전박대를 당했대. 나라 잃은 약소국을 돕겠다면 그런 걸 따지지 말고 도와주어야 진정한 강대국이지.. 쯧쯧. 1919 4월 임시정부가 세워진 다음 임시정부의 도움으로 우리나라 독립에 관한 자료 등을 다시 파리강화회의에 제출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도 우리나라 독립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아 강대국들은 약소국의 독립 의지를 무시했던 것 같구나. 그리고 일본이 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쪽 편이었기 때문에 더욱 우리의 이야기를 무시했던 것 같구나.

이렇게 이 책에 소개된 14개의 이야기를 간략히 이야기해보았단다. 이 책을 읽기에는 지금은 너희들이 어린 것 같고, 너희들이 나중에 고등학생 정도 되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아빠가 잊지 말고 이 책을 추천해 주어야겠구나. 너희들 취향이 아니면 안 읽어도 되고~~


PS:

책의 첫 문장: 영리하기는 하지만 용기가 부족한 남자가 자신보다 강한 자와 마주칠 때 가장 현명한 처신법은 강자를 피해 가는 것이다.

책의 끝 문장: 우리 유럽을, 수천 년 내내 평화와 단합을 갈망하면서도 이뤄내지 못한 그 불행한 땅을 뒤돌아보지 않으려는 것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의 성격과 품성에는 여러 요소가 희한하게 뒤섞여 있어서 설명이 어렵다. 그들은 여느 기독교도보다도 더 경건하고 신앙이 돈독하다. 열렬히 하느님께 기도하면서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지르곤 한다. 용감히 자신을 희생하고 고통을 견디면서 영웅답게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뤄낼 수 있지만, 지극히 야비한 방식으로 서로를 속이며 싸우곤 한다. 그런가 하면 한심한 짓을 벌이는 와중에도 새삼 명예를 지극히 존중하는 면모를 보이며 자신들의 과제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놀라울 만치 정확히 파악하는 족속이 바로 그들이다. 발보아는 하루 전에는 묶여서 저항도 못하는 죄 없는 포로들을 사냥개들에게 던져주고 아직 따뜻한 사람 피를 뚝뚝 흘리는 짐승의 주둥이를 쓰다듬으며 흐뭇해했다. - P94

그러나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운명은 야릇한 변덕을 부리며 별로 대단치 않은 사람에게 내맡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세계사에서 몹시 불가사의한 순간이 되곤 한다. 어쩌다가 아주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운명의 실마리를 손에 쥐게 되면 그 사람은 행복해하기보다는 겁에 질리기 마련이다. 영웅들이 세계를 놓고 벌이는 도박판에 끼어들게 되면 엄청난 책임을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벌벌 떨다가 자신의 손에 쥐어진 운명을 놓쳐버린다. 이런 경우 힘차게 기회를 움켜쥐고 위로 올라서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위대한 존재가 하찮은 존재에게 자신을 내맡기는 일은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한 번 놓친 사람에게 두 번째 기회는 영영 오지 않는다. - P160

위대한 순간이 속세의 삶을 사는 인간을 찾아 내려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엉겁결에 불려 나온 사람이 그 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모진 복수를 당하게 된다. 평온한 시절에는 조심성, 복종, 노력, 신중함과 같은 시민적 미덕들이 불길 속에 맥없이 녹아내리고 만다. 웅대한 순간은 늘 천재만을 택해서 불멸의 형상을 부여하는 반면, 우유부단한 자를 경멸하며 밀쳐낸다. 지상의 또 다른 신이기도 한 운명의 순간은 불 같은 팔로 대담한 자만을 들어 올려 영웅들의 천국으로 들여보낸다. - P181

위대한 사람의 경우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곧잘 그가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을 방해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위대한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을 떠나 멀리 도망쳐야만 하지요. 이렇게 된 것이 사필귀정입니다. 여기서 돌아가신다면 그 분의 삶은 완성되고 신성해질 겁니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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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9 0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은 14개의 역사 에피소드 책이군요 ㅋ 저는 평전인줄 알았는데 😅 17년 전에 이 책을 접하셨다니 부럽고 대단하십니다~!!

bookholic 2021-11-19 00:22   좋아요 3 | URL
얼마 전 같은데 17년이나 흐르다니....
17년이 휘리릭~~
즐거운 불금 되세요~~~~^^

scott 2021-11-19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 입문자용으로 이 책 쵝오!
몇번을 읽어도 소설 처럼 재미가 가득!!

분명 북홀릭님 아드님과 따님도 이책 좋아 할 것 같습니다. ^^

bookholic 2021-11-19 00:24   좋아요 2 | URL
우리 애들이 지금은 역사가 싫다고 합니다... ㅠㅠ
역사책 같이 읽어보자고 하면 ‘놉‘~~~ㅎ
여유로운 금요일 되시길~~~^^

mini74 2021-11-19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세련되게 바뀌었군요. 저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 아이 읽으라고 사줬지민 sf만 읽고있네요. 그래도 읽는게 어디야라며 사달라는 책 사주고 있습니다 ㅎㅎ저희 아인 어릴적 역사속으로 숑숑~ 책 좋아했습니다 ㅎㅎ

bookholic 2021-11-20 20:02   좋아요 1 | URL
그렇죠~~^^ 요즘 같은 시대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읽으면 good이죠..
저도 이젠 가끔 같은 책을 같이 읽는 경우가 있는데,
재미가 솔솔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바람돌이 2021-11-19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저는 이 책 십몇년전에 읽었는데 안 읽은 줄 알고 또 읽었다죠. 진짜 문제는 다시 다 읽을때까지도 제가 이 책을 예전에 읽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요. 그럼 어떻게 읽은거 알았냐고요? 어쩌다가 예전에 알라딘에 쓴 글을 찾다가 봤어요. 떡하니 예전판에 써놓은 제 리뷰를..... ㅎㅎ

bookholic 2021-11-20 20:04   좋아요 1 | URL
ㅎㅎ 아니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산 책을 모르고 또 사는 경우랑 막상막하이네요~~
옛 리뷰와 다시 쓴 리뷰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합니다 ㅎㅎ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세월은 참 빠르기도 하구나. 너희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고천천히 크라고 주문을 걸어도 무용지물. 이젠 동화책과도 이별을 고할 때가 다가오고그때가 되면 너희들에게 어떤 책들을 추천하면 좋을까. 물론 오랜 시간 동안 검증이 끝난 고전을 추천해주면 쉽겠지. 하지만 최근 출간된 책들도 추천하면 좋을 것 같아서, 아빠는 가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들을 들쳐 보곤 한단다. 아빠의 안목이 없다 보니 국내외 문학상 수상작들이 눈에 들어 오게 되는데, 그런 책 중에 최근에 읽은 구병모 님의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책을 이야기해줄게.

우리 식구들 모두 빵을 좋아하잖아. 많이 먹으면 몸에 썩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함과 향기에 거부할 수 있는 매력이 있구나. 그런 빵을 만드는 빵집 이야기인가 싶었어. 앞에 마법사라는 뜻의 위저드가 붙어서 평범한 빵집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말이야. 지은이 구병모 님은 인터넷 서점 서핑을 하다가 많이 본 이름이라 이름은 익숙한 분이야. 그런데 아빠는 이번이 구병모 님의 작품은 처음이란다. 아빠의 선입견인데, 이름 때문에 당연히 남자 작가인줄 알았단다. 구병모 님께 죄송~~ 아빠가 비록 이번이 처음이지만, <위저드 베이커리>뿐만 아니라 <파과>, <아가미> , <네 이웃의 식탁>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쓰셨단다. 나중에 이런 책들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읽어봐야겠구나.


1.

이 책에는 주인공은 열여섯 살 소년이란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되어 있어서 주인공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단다. 나왔는데, 아빠가 놓쳤을 수도 있고 말이야. 주인공은 여살 살 때 엄마에 의해 청량리역에 버려졌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온 아픈 기억이 있단다. 엄마가 정신적으로 아픈 병을 가지고 있었어. 결국 주인공 엄마는 자살을 하고 말았지. 주인공이 열 살 때 아버지는 재혼을 하셨어. 새엄마는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주인공과 사이가 좋지 않았어.

주인공도 혼자 생각할 때는 새엄마에게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고 배선생이라고 했어. 배선생은 두 살배기 딸 무희가 있었어. 시간이 지나도 배선생과 주인공 사이는 좋지 않았어. 그래서 중학생이 된 이후에는 밥도 집에서 잘 먹지 않았단다. 집에 오는 길에 집 앞에 있는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가지고 왔지. 그렇게 위저드 베이커리 빵집의 단골손님이 되었어.

위저드 베이커리는 빵집 이름답게 약간 신비스러움을 가지고 있단다. 말 수 적고 음침한 분위기마저 내는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소녀. 빵집은 독특하게도 24시간 내내 운영한단다. 아르바이트생 소녀는 낮에만 일하고 밤에는 점장이 직접 카운터를 지킨단다. 사장은 낮에는 주로 빵을 구웠어. 그럼 도대체 잠은 언제 자는 것인가.

시간은 흘러 주인공은 열여섯 살, 의붓동생 무희는 열 살. 무희가 어디선가 성폭행을 당한 것 같은데, 겁먹은 무희가 주인공을 손가락으로 가르쳐서, 배 선생한테 엄청 맞고, 주인공은 도망쳐서 베이커리로 와서 숨겨달라고 했단다. 그렇게 주인공과 위저드 베이커리는 다시 엮이게 된단다. 그러면서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일들을 알게 되었단다.


2.

위저드 베이커리에서의 사장님은 진짜 마법사이고, 마법에 걸린 빵을 팔고 있었어. 그리고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소녀는 밤이 되면 자신의 본 모습으로 변하는데, 소녀의 정체는 파랑새였단다. 빵집 진열대에는 평범한 빵을 팔지만, 마법 주문에 걸린 빵은 인터넷을 통해 몰래 팔고 있었단다. 미운 사람에게 주면 당황한 상황을 유발하는 악마의 시나몬 쿠키, 시험이나 출장 등을 앞두고 부정타지 않게 하는 마인드 커스터드 푸딩. 사과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면 100퍼센트 화해하는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사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고백 받았을 주면 바로 떨어져 나가는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시간들 되돌리고 싶을 때 먹는 타임 리와인더 쿠키 등 다양한 종류의 빵들을 인터넷 주문으로 팔고 있었단다.

사장님은 24시간 내내 잠을 자지 않고 있었고, 한 달에 한번 빵집을 쉬면서 24시간 내낸 자는 게 전부라고 했어. 그렇게 해서 사람이 살 수 있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고 마법사니까…. 사장님은 주인공을 처음에는 하룻밤만 숨겨주려고 했으나 계속 눌러 앉게 되었어. 베이커리 일도 도와주고 그랬단다. 사장님이 마법에 걸린 빵을 파는 것은 분명 불법이고, 사장님이 아주 너그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자꾸 사장님과 위저드 베이커리가 주인공에게 위안을 주었어. 오랫동안 집에서 받은 상처를 아물게 해주었어.

이후 이야기는 빵집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로 진행된단다. 위저드 베이커리 빵집의 단점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는 거야. 마법 걸린 빵을 주문한 손님들이 실제 빵의 마법이 동작하자 불만을 가지고 빵집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고 어떨 때는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이 찾아오는 경우는 있단다. 그럴 경우는 미련 없이 그 동네를 떠나 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곤 했어. 주인공이 사는 동네에도 그렇게 온 것이고, 또 떠날 때는 그렇게 아무 이야기 없이 갑자기 떠났단다. 주인공이 살던 그 동네에서도 그렇게 갑자기 떠나고 말았단다 .

주인공은 그 베이커리를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간 주인공은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단다. 의붓동생 무희를 성추행하고 있는 아버지를 보게 된 거야. 그리고 뒤이어 들어온 배 선생. 다시 지옥으로 돌아온 것을 깨달은 주인공. 빵집 점장님이 주신 시간 되돌리는 타임 리와인더 쿠키가 손에 있었단다.

..

이후 이야기는 주인공이 타임 리와인더를 먹은 경우와 먹지 못한 경우 두 가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먼저 타임리와인더를 먹은 경우, 그러니까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 주인공. 주인공의 강력한 반대로 아버지는 재혼을 하지 못했단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아 성추행으로 구속되는 것은 똑같이 일어났고, 주인공은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집의 소녀를 보고 왠지 모를 그리움을 느끼게 된단다.

그리고 타임리와인더를 먹지 못한 경우(난리통에 떨어진 타임리와인더를 배선생이 발로 밟음), 시간이 흘러 2몇 년 뒤 우연히 익숙한 빵봉지를 보게 되었어.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손님이 호의로 건넨 빵. 바로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봉지였어. 손님에게 그 빵을 산 곳을 물어 보았고, 주인공은 그 자리에서 뛰쳐나가 위저드 베이커리로 달려갔단다. 그가 몇 년 동안 찾던 위저드 베이커리의 간판이 저 멀리 보였어. 주인공을 힘차게 위저드 베이커리를 향해 달려가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판타지 소설이었구나. 괜찮았단다. 새로운 영역의 소설이지만, 지은이의 이런 시도도 좋았고, 이야기도 좋았어. 주인공이 성장해 가는 모습도 좋았고 말이야. 빵집 점장님이 비록 무뚝뚝한 마법사이긴 하지만, 인간적인 정도 있어 보였고 말이야. 몇 년 전에는 위저드 베이커리가 갑자기 이사가면서 헤어졌지만, 이제 다시 만나게 되면, 주인공도 위저드 베이커리 점장님의 수제자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청출어람의 마법사가 되어서, 더 신비하고 마법에 걸린 빵을 만드는 그런 이가 되었으면 하네그리고 점장님은 이 소설 속에 등장하기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척 궁금하구나. 어떻게 이런 빵집을 시작했는지, 태어나면서부터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등 말이야. 소설에서 풀지 않은 떡밥들이 많이 있어서 후속작이 나왔을 법한데, 이 책은 2009년 출간되었는데 십 년이 넘도록 조용한 것을 보니 후속작은 없는가 보구나. 아빠와 같은 독자들의 상상력으로 생각하는 수밖에,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중불로 달구어진 설탕 냄새가 난다.

책의 끝 문장: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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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7 0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맘이 참 아팠던 책, 아이들이 이 책 참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구병모작가님 피그말리온 아이들도 좋았어요. 피그말리온 읽고 아이들이 로젠탈 등 용어도 찾아보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크는 건 뿌듯하기도 하지만 아쉬움도 더 크지요.

bookholic 2021-11-17 08:30   좋아요 1 | URL
구병모 님의 <피그말리온 아이들>도 리스트에 올려 놓아야겠네요... 추천 감사~~^^
아이들이 금방금방 크는 게 정말 아쉬운데,
클수록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늘어서 고맙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제 좀 더 크면 같이 안 놀아주겠죠???
 
시월의 말 3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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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시월의 말> 마지막 3권을 이야기해줄게. <시월의 말> 3권은 기원전 43 1월부터 기원전 12월까지의 이야기란다. 2권에서 카이사르가 죽었잖아. 그 이후 혼란스러운 로마의 이야기를 그렸고 말이야. <시월의 말> 3권도 그 연장선상에 있단다. 이번 3권에서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옥타비아누스라고 봐야 할 것 같구나. 카이사르의 공식 후계자이니 말이야. 그리고 옥타비아누스가 그 위험한 후계자 자리를 피하지 않고,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니, 카이사르가 사람 보는 눈도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로마뿐만 이탈리아 전체에 혼란이 이어졌단다. 아무래도 거대한 산이 무너진 거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키케로는 입으로 계속 안토니우스를 비난하였단다. 그리고 안토니우스는 이제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한 것 같구나. 원래는 해방자들 편에 섰으나, 이제는 해방자들을 공격했어. 마치 과거는 모두 잊은 것처럼 말이야. 해방자 측에서는 데키무스 브루투스가 총독이 되었고, 안토니우스의 이 공격을 반란으로 규정했어.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의 옛 군단과 함께 하면서 사태를 지켜보았단다. 원로원 의원은 옥타비아누스에게 데키무스 브루투스의 아래로 들어와 함께 싸우라고 이야기했지만, 옥타비아누스는 그럴 생각이 없었어. 카이사르를 죽인 이들과 어찌 함께 하는가. 오히려 그들은 죽여야 할 원수 같은 존재인데 말이야. 데키무스 브루투스는 안토니우스와 전투에서 져서 갈리아로 도망쳤어.

그런데 데키무스 브루투스는 갈리아에서 엄청난 실수를 하게 된단다. 그는 갈리아 사람한테 잘 보이기 위해 자기 자랑을 했단다. 데키무스 브루투스 자신이 카이사르를 죽인 사람이라고오랫동안 카이사르와 싸운 갈리아인들이니 당연히 카이사르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고 한 이야기였어.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지. 갈리인들은 관용을 베푼 카이사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거든. 오히려 갈리인들은 데키무스 브루투스를 가둬 두었고, 안토니우스에게 데키무스 브루투스를 어떻게 할지 물어보았단다. 안토니우스는 갈리아인들에게 돈까지 보내면서 죽이라고 했어. 그래서 데키무스 브루투스는 갈리인들에 의해 죽고 말았단다.

….


1.

옥바티아누스는 조금씩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일들을 했어. 옥타비아누스는 스무 살도 안된 나이에 수석 집정관이 되었단다. 옥타비아누스가 집정관이 되어 로마에 있던 이즈음 서방에는 총독 레피두스와 안토니우스가 자리 잡고 있었고, 동방에는 마르쿠스 브루투스 등 해방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어. 옥타비아누스는 집정관이 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카이사르를 죽인 23명에 대해 기소를 한 것이란다. 그리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어. 스스로 해방자들이라 부른 이들은 이제 모두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된 것이란다.

옥타비아누스는 동방에 있는 그 범죄자들을 바로 공격하러 가기에는 서방에 있는 세력들도 만만하게 볼 세력이 아니었단다. 그래서 옥타비아누스는 결단을 내린단다. 서방으로 가서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와 협상을 하게 된단다. 안토니우스와 레피두스는 처음에는 적대적으로 대했지만, 옥타비아누스의 설득으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단다. 그의 제안은 셋이 함께 로마를 이끌어가자는 이른바 삼두정치이란다. 그 옛날 율리우스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마르쿠스 크라수스가 함께 했던 것처럼 말이야. 역사는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의 삼두정치를 2차 삼두정치 또는 2차 삼두연합이라고도 한단다.

그들의 지위는 집정관보다 위라고 정의했어. 독재관을 셋이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구나. 옥타비아누스는 집정관도 그만두고, 셋이 하는 독재관을 하기로 했단다. 그들에게 문제가 하나 있었어. 세금이 부족하다는 거야. 그들은 예전에 카토가 썼던 칼을 꺼내 들었단다. 그것은 바로 공권박탈. 공권박탈이란 죄를 지은 이들의 재산과 지위와 심한 경우는 목숨까지 앗아가는 거야. 그 공권박탈의 1순위는 누구일까. 힌트는 안토니우스가 강력히 주장했어. 그래, 얼마 전까지 안토니우스를 맹비난했던 키케로였단다. 공권박탈이 법으로 제정되자마자 안토니우스는 사람을 보내 키케로를 죽였단다. 그냥 독약 같은 것으로 얌전히 죽인 것도 아니고, 참수하고 손목까지 자르는 등 잔인하게 죽였단다. 이것을 지켜본 옥타비아누스는 속으로 안토니우스는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어. 현재 어쩔 수 없이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어. 옥타비아누스는 더 확실한 적과의 동침을 하기로 했단다. 안토니우스의 의붓딸 클라우디아와 정략결혼을 하는 것이야. 아무리 정략결혼이라고는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클라우디아와 잠자리를 한번도 하지 않았어.


2.

카이사르를 죽인 범죄자들이 모여 있는 동방 사정을 잠시 살펴보자꾸나. 마르쿠스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는 동방의 여러 속주들을 차지하면서 세력을 키워나갔어. 그러면서 로마로부터 들려오는 소문에 촉각을 세웠단다. 그리고 자신들이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어. 그리고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와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긴장했단다. 더 많은 군대와 군자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속주들을 공격했어. 당연히 속주들의 민심은 잃은 것은 당연한 것. 내부적인 문제도 있었어. 브루투스와 카시우스의 의견차가 점점 심해져서 주먹다짐까지 한 적도 있어.

옥타비아누스가 동방으로 공격을 가려고 했는데, 또 하나 남은 찜찜함도 해결하고 갔단다. 그것은 시칠리아에서 정세를 살피고 있던 폼페이우스의 둘째 아들 섹스투스 폼페이우스와 동맹을 맺은 거야. 이것도 지금의 안전을 위한 일시적인 동맹이라고 생각했어.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관계를 보면 함께 할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야.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나서 동방으로 살인자들을 치러 갔단다.

그리고 필리피에서 커다란 전투가 벌어졌어. 필리피 회전이라고도 해. 서로 승리와 패배가 이어지고 있었어. 그런데 이 전투는 허무하게 끝이 났단다. 카시우스는 승리를 거둔 자신의 기병들이 오는 것을 보고, 적군이 오는 것으로 오해하고 이젠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결을 한 것이란다. 거참,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있었는지 모르겠구나. 카시우스의 죽음 소식을 접한 브루투스…. 브루투스는 카시우스에 비해 군대를 이끌 능력이 부족했어. 그래서 카시우스 죽음 이후 브루투스 군대는 급격히 밀리게 된단다.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브루투스는 부하에게 죽여 달라고 부탁했단다. 브루투스를 끝으로 암살자들이 이끈 군대는 더 이상 없었단다. 완패.

카이사르를 죽이기 전에 이것저것 나름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23명의 암살자들그들이 계산에 넣지 않았던 하나, 그것은 바로 옥타비아누스였단다. 그리고 그 옥타비아누스로 인해 그들은 모두 파멸과 죽음의 길을 가고 말았단다. 브루투스의 시신을 본 옥타비아누스. 그 시신을 처리하는 데 있어 안토니우스와 작은 말다툼이 있었단다. 안토니우스는 브루투스의 장례를 치러 주려고 했지만, 옥타비아누스는 가차없이 참수해 버렸단다. 옥타비아누스는 양아버지 카이사르만큼 영리하지만, 죄를 지은 자에 대한 처신은 달랐단다. 옥타비아누스가 생각하길 카이사르가 그렇게 죽은 이유도 다 관용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옥타비아누스의 사전에서 관용을 지어버렸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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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그것이 바로 내 아버지의 큰 실수였다. 아버지는 오래된 귀족들을 유지하고자 하셨고, 자신의 파벌을 오래된 귀족 가문 출신들의 이름으로 유지하고자 하셨다. 그의 독재는 표면상 민주적인 틀 안에서 제대로 확립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내 건강 상태와 취향은 화려함과 어울리지 않고, 나는 내 아버지의 웅장함을 절대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는 최고신관의 의복을 입고, 용기의 상징은 시민관을 머리에 쓰고, 천하무적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포룸 로마눔을 거닐고 다니셨다. 그를 쳐다보는 여자들은 활홀해했다. 그를 쳐다다보는 남자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떠올리며 괴로워했고, 자신의 무능함을 떠올리며 괜스레 그를 증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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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카이사르가 죽고 난 이후 이집트로 돌아온 클레오파트라. 자신의 후계구도에 대해 계속 고민했단다. 자신과 카이사르 사이에서 낳은 아들 카이사리온과 짝을 맺어줄 자신의 딸이 필요했단다. 당시 이집트는 기본적으로 근친간 결혼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상식이었단다. 옥타비아누스가 권력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클레오파트라는 옥타비아누스에게 편지를 보냈단다. 자신의 아이를 낳아달라고 말이야. 하지만 옥타비아누스는 완벽한 거절 의사를 보냈단다. 정말 칼이구나, 옥타비아누스. 클레오파트라가 다시 아이를 낳지 못해서 그런지, 이집트는 다시 가뭄과 역병으로 어려움에 빠지고 말았단다. 여기까지가 <시월의 말> 3권의 이야기란다.

지은이 콜린 매콜로는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쓰면서 6부를 마지막으로 끝내려고 했단다. 공화정도 끝난 시점이고, 카이사르도 죽었으니 말이다. <시월의 말>을 쓰고 난 다음 쓴 작가의 말에도 그런 내용이 있더구나. 그런데 작가들의 성화에 힘입어 7부까지 쓰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나중에는 왼쪽 눈의 시력까지 잃어서 남편의 도움으로 책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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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로마 공화정 시대에 끌린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다른 작가들에 의해 지겹도록 많이 다뤄지진 않았다. 둘째, 우리 사회의 사법, 정치, 상업 체계가 대부분 로마 공화정에 뿌리를 두고 있을 정도로 현대 서구문명과 연관이 깊다. 마지막으로, 역사의 무대에서 그토록 비범한 재능을 지닌 여러 인물이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서로 알고 지낸 사례는 극히 드물다. 카이사르는 마리우스와 술라, 폼페이우스를 모두 알았고, 이들 모두 어떤 식으로 카이사르의 인생항로에 영향을 끼쳤다. 그 밖에 카토 우티켄시스나 키케로 같은 다른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월의 말> 끝자락에 이르면 카이사르를 포함해 그들 모두 세상을 떠난다. 남는 것은 그후로도 계속되는 후대에 그들이 남긴 유산이며, 그 주인공은 카이사르의 생질손으로 훗날 카이사르 임페라토르, 최종적으로 아우구스투스가 되는 가이우스 옥타비우스이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나는 절대 멈추지 못할 것이다!  - <작가의 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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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독자들의 열렬한 요청으로 추가된 7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하나만 남았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나라를 구했고 그 잊지 못할 집정관 임기로부터 정확히 20년이 지난 뒤(그는 들을 준비가 된 모든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다), 그는 다시 한번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섰다.

책의 끝 문장: 그것은 디라키온과 앙코나 사이의 아드리아 바닥 어딘가에 영원히 놓이게 되었다.


아그리파는 질투나 야망의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옥타비아누스를 향한 그의 감정은 늘 순수한 애정, 온전한 존경, 부드러운 보호반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옥타비아누스를 비난하고 혐오하고 조롱할지 몰라도, 아그리파만큼은 옥타비아누스를 비난하고 혐오하고 조롱할지 몰라도, 아그리파만큼은 옥타비아누스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으며 옥타비아누스의 성격에서 가장 극단적인 면마저 나쁘게 보지 않았다. 카이사르의 지성이 그를 점점 더 하늘 위로 끌어올렸다면, 옥타비아누스의 아주 다른 사고방식은 그를 땅속까지 내려갈 수 있게 해준다고 아그리파는 생각했다. 옥타비아누스는 인간의 결점을 놓치는 법이 없었고 약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의 무게를 꼼꼼히 따졌다. 그의 본능은 파충류를 닮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섣불리 움직이는 실수를 범할 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움직일 때는 너무 빨라서 흐릿하게 보일 뿐이거나, 혹은 너무 느려서 가만히 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켰다. - P49

"로마는 로마입니다. 우리 중 한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로마의 종복일 뿐 로마의 주인이 아닙니다. 당신이 하는 모든 일과 제가 하는 모든 일은 로마에 더 큰 영광을 가져다주고 로마의 국력을 키우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당신과 저, 마르쿠스 레피쿠스가 꼭 경쟁해야 한다면 로마의 더 큰 영광에 기여했다는 명성을 두고 경쟁해야 합니다. 오늘 이 전투에서 죽든, 아니면 이후 평화로운 시기에 죽든 간에 우리는 유한한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로마는 영원하죠. 로마는 우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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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 2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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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즈 오브 로마> 시리즈 제 6 <시월의 말> 2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시월의 말> 2권은 기원전 46 8월부터 기원전 44 12월까지의 로마 이야기가 담겨 있단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 담겨 있는 책이란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실질적인 주인공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마지막이 이번 책에 담겨 있거든.

카이사르의 죽음은 워낙 유명하단다. 이 책에서는 카이사르의 죽음 전후에 있었던 일들을 아주 자세히, 재미있게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다시 한번 지은이 콜린 매컬로의 천재성과 노력에 경의를 표해 본단다. , 그럼 <시월의 말> 2권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꾸나.

1권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갈리아 전쟁과 내전으로 길고 긴 전쟁을 드디어 마쳤잖니. 이제는 로마를 재정비하여 안정을 되찾게 하는 일이 남았지. 그러면서 카이사르는 자신의 후계자에 대한 생각을 계속 했단다. 생질손인 옥타비우스를 고려하고 있어 그를 자주 만났어. 옥타비우스가 영리하긴 한데 한가지 단점이 있었단다. 어렸을 때부터 기관지가 좋지를 않아 천식이 있어 자주 가뿐 숨을 쉬기도 했고, 기관지 알레르기도 있고 그랬어. 그래서 고민을 더 하게 되었어. 그렇다고 망나니 같은 안토니우스에게 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안토니우스는 여전히 자신이 카이사르의 첫 번째 후계자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안토니우스는 자꾸 카이사르와 의견 충돌이 일어났지. 그래서 다른 사람을 시켜서 카이사르를 죽이려고 했어. 그러면 카이사르의 전 재산을 자신이 물려 받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 안토니우스가 그렇게 배신을 때리는구나. 그렇게 카이사르의 재산을 물려 받으면 풀비아와 결혼하는데도 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안토니우스는 풀비아와 결혼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거든. 풀비아 기억나니? 로마 최고의 여자 갑부로 이미 두 번 결혼했으나 남편들이 모두 일찍 죽었잖아. 하지만 안토니우스의 카이사르 암살 계획은 생각과 달리 경비원들이 많아서 실패하고 말았단다. 눈치 빠른 카이사르가 대비하고 있었던 거야.

안토니우스가 그런 음모를 벌였던 다음 날, 카이사르는 원로원 회의에서 아무 일 아닌 것처럼 안토니우스가 벌였던 일을 이야기했단다. 아주 사소한 일인 것처럼 지나가듯 이야기했고, 그에게 더 중요한 로마 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했어. 안토니우스는 얼마나 당황하면서도 자존심 상했을까. 그래도 아직도 자신이 카이사르의 후계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바보 같은 녀석.


1.

어느날 클레오파트라가 로마에 방문했단다. 그것도 얼마 전에 낳은 아들 카이사리온도 데리고 왔어. 카이사르는 어린 아들을 처음 만났지만,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그 아들을 자신의 후계자로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단다. 그래도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시간을 보냈단다. 불쌍한 카이사르의 아내, 칼푸르니아 .

개선식과 딸 율리아를 기리는 체육대회도 열었단다. 그리고 공을 세운 이들에게 전리품도 넉넉히 나눠주었었다. 전리품들을 넉넉히 나눠주었음에도, 바보들의 놀이인 비교를 하고 불만을 갖는 이들이 있었어. , 저 녀석보다 내가 적게 받냐는 불만들그런 이들 중에는 안토니우스, 데키무스 브루투스, 트레보니우스도 있었단다. 아빠가 그 동안 이야기한 브루투스는 세르빌리아아의 아들 브루투스였는데, 그 브루투스는 마르쿠스 브루투스이고, 여기서 이야기한 데키무스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와 전장을 누비던 옛 부하란다. 그러니까 예전에 함께 전쟁터에서 함께 싸우던 이들의 불만이 컸던 거야. 심지어 안토니우스, 데키무스 브루투스, 트레보니우스는 불만을 이야기하다가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카이사르 암살에 대해 이야기도 했어.

카이사르는 옥타비우스와 많은 시간을 보냈단다. 옥타비우스를 수습군관으로 임명했던, 천식 치료도 잘 하라고 했고, 행동 가짐도 잘 하라고 했어. 동성애자가 되지 말고, 그렇게 보이는 의심을 사는 행동도 하지 말라고 말이야. 그리고 함께 히스파니아 원정에도 같이 갔었어.

클레오파트라가 로마에 머물면서 친하게 지내는 이들 중에는 오지랖 넓은 세르빌리아도 있단다. 세르빌리아 알지? 옛날 카이사르와 바람 폈던 여자. 세르빌리아의 오지랖 정도면 클레오파트라와 친할 만 하지. 세르빌리아의 아들 브루투스는 나이를 먹으면서 엄마의 굴레에서 점점 벗어났어. 엄마 몰래 이혼을 하고, 예전부터 사랑했던 카토의 딸, 그러니까 자신의 사촌 되는 포르키아와 결혼을 했단다. 세르빌리아는 이 소식을 듣고 분노에 가득 차서 아들 집에 쳐들어가서 한바탕 했는데, 브루투스도 예전의 여드름 소년이 아니었어. 엄마한테 만만치 않게 대들었단다. 자신의 사랑을 놓지 않았어.

트레보니우스와 데키무스 브루투스는 실제로 카이사르 암살을 하기로 마음 먹었단다. 비밀리에 카이사르 살해 모임을 만들고, 입이 무겁고, 카이사르에 불만이 많고 싫어하는 원로원 의원들을 포섭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모은 원로원 의원이 23명이나 되었어. 하지만 숫자만 많았지 멤버들을 보면 하나같이 변변치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 그래서 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포섭한 사람이 카시우스와 마르쿠스 브루투스란다.

마르쿠스 브루투스가 넘어온 이유는 아내 포르키아의 영향이 컸단다. 포르키아의 아빠 카토가 카이사르에 의해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브루투스는 처음에는 모른 척은 하겠다, 하지만 참여하지는 않겠다고 했어. 하지만, 포르키아는 협박 가까운 설득으로 결국 참여하기로 했어. 이제 그들은 카이사르를 죽여야 하는 명분을 만들어야 해. 가장 좋은 것은 카이사르가 왕이 된다는 소문을 내는 것이었어. 공화제를 지지하는 백성의 반감을 사게 하는 소문이었지. 그리고 원로원은 카이사르를 불러서 신의 대접을 해주는 제도를 만들자고 했어. 그에게 왕에 가까운 권한을 갖도록 부추긴 것이지. 그래서 로마 시민들에게 미움을 사게 하고, 왕의 권한을 가진 그를 죽인다는 명분을 만들려고 말이야. 하지만, 카이사르는 절대 반대를 했단다. 자신은 공화제를 지지한다면서 말이야. 그러자 원로원은 이번에는 카이사르가 없을 때 카이사르를 종신독재관에 임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단다. 그들이 카이사르를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를 죽이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

카이사르 살해 모임에 등 떠밀려 참여하기로 한 마르쿠스 브루투스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카이사를 찾아가 이야기를 했단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아무래도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 그런 일은 그냥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2.

트레보니우스는 계획을 하나하나 세웠어. 그리고 카이사르를 죽인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을 안토니우스에게 수습해 달라고 요청했단다. 당시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살해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어. 트레보니우스는 안토니우스에게 카이사르 사후 수습을 요청하면서, 카이사르 살해 모임에 참여했던 원로원 의원들은 절대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했어. 카이사르 살해 모임 회원 중에 몇몇은 안토니우스도 죽이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트레보니우스는 안토니우스를 통해서 자신들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 이젠 모든 것이 준비된 것 같구나.

카이사르는 파르티아에서 적군의 공격 소식을 듣고 출동 준비를 했어. 그리고 옥타비누스를 동방으로 유학을 보냈단다. 그리고 운명의 날이 밝았단다. 카이사르의 아내 칼푸르니아는 조짐이 이상하다면서, 카이사르에게 그날만은 원로원 회의를 참석하지 말라고 했어. 하지만, 카이사르는 자신의 할 일을 하려고 했지. 그날의 회의는 폼페이우스 회의소에서 진행을 했어. 그리고 회의장에 도착한 카이사르…. 원로원 의원 23명의 칼을 받고 죽고 말았단다.

이 책에서는 카이사르가 죽기 전에 이야기했다고 하는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말은 없었어. 지은이가 고증을 잘 해서 쓰셨으니 그런 말은 야사에 있었던 것 같구나. 아무튼 그렇게 허무하게 카이사르는 죽고 말았단다. 범행을 벌인 이들의 명분은 로마의 압제자로부터 로마를 해방시킨 사건이라고 했어. 일은 벌어졌는데, 일을 저지른 이들도 모두 당황하고 어쩔 줄 몰랐어. 우르르 신전으로 몰려가기도 했어.

안토니우스는 사전 약속과 달리 그 자리를 피했어. 트레보니우스만이 진정을 하고, 먼저 키케로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어. 키케로는 상황을 정리해 보려고 했지만, 키케로도 잘 정리가 안됐어.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의 집으로 이 소식을 알렸고, 카이사르의 육촌인 루키우스 카이사르가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서 카이사르의 시신을 수습하고 사후 정리를 했어. 로마에 머물고 있는 클레오파트라에게도 소식을 전했어. 그리고 카이사르의 유서를 보고 제 1상속자로 지명된 아폴로니아에 머물고 있는 옥타비우스에게도 소식을 전했단다.


3.

옥타비우스는 카이사르의 사망소식과 자신이 카이사르의 제 1 상속자이자 양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러니까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었다는 거야. 이제 고작 18살이었던 옥타비우스. 카이사르의 후계자 자리가 얼마나 위험한 자리인지 잘 알고 있던 옥타비우스의 양아버지 필리푸스는 곧바로 옥타비우스에게 편지를 썼단다. 카이사르의 상속을 포기하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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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편지를 끝맺기 전에 꼭 말해두어야 할 게 있다. 네가 상속받은 유산 말이다. 옥타비우스, 제발 유산을 물려받지 마라! 재산을 똑같이 나눠서 8분의 1만 받겠다고 하고 입양되는 것은 거부하렴. 이대로 유산을 받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짓이야. 너는 안토니우스와 해방자들과 돌라벨라의 등쌀에 올해를 넘기기 힘들 거야. 그들은 열여덟 살 어린애인 너를 박살대고 말 거라고. 안토니우스는 고작 어린애한테 밀려서 유산을 상속받지 못했다고 화가 나서 제정신이 아니야. 나는 그가 카이사르의 암살자들과 공모했다고까지 말하진 않겠다. 그랬다는 증거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자가 도덕이나 윤리 따윈 없는 인간이라는 건 분명해. 그러니 널 만났을 때 카이사르의 유산을 거부하기로 결심했다는 말을 듣길 기대하마. 오래오래, 늙은이가 될 때까지 살아라, 옥타비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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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옥타비우스는 자신 스스로 상속자라고 하고, 카이사르를 아버지라고 하였어. 그리고 자신의 호칭도 카이사르 집안의 뜻이 담긴 옥타비아누스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단다. 로마 갈 준비를 했단다. 아폴로니아에서 친하게 지내던 아그리파, 마이케나스, 살비디에누스와 함께 길을 떠났단다. 곧바로 로마로 가지 않고, 이탈리아 반도의 남부 지역 브룬디시움에 머물며 향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을 했어. 옥타비아누스는 먼저 카이사르의 옛 병사들을 만났어. 카이사르의 옛 병사들은 옥타비아누스에게 그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했어.

한편 로마에서는 안토니우스와 돌라벨라가 집정관이 되어 사태 수습을 하면서 로마 전체의 혼란을 잠재우려고 노력했어. 카이사르 암살에 참여한 원로원들에게 아무런 죄도 묻지 않았어. 그들은 스스로 해방자라 부르고 다녔어. 그렇게 조심씩 일상을 되찾아 갔단다. 시민들과 카이사르의 옛 병사들은 옥타비아누스를 지지했어.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를 찾아가 카이사르 상속자에 대한 권리를 요구했지만, 거절 당했단다.

당시 로마는 살얼음판이나 마찬가지였어. 옥타비아누스는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역으로 당할 수 있었고, 안토니우스도 옥타비아누스의 세력을 가볍게 볼 수 없었어. 그렇다 보니 카이사르를 죽인 이들과도 선 긋기를 하면서 또 다른 위치를 잡아갔단다. 그렇게 해방자들과 선을 긋는 안토니우스를 보고, 배신자로 울분을 토하는 이가 있었으니 키케로였단다. 카이사르에 비하면 키케로 캐릭터는 찌질남이긴 했지만, 키케로 또한 말빨 하나는 대단한 사람이잖니. 그는 논리 정연하게 안토니우스를 비난하는 연설을 여러 차례 하게 된단다. 그러면서 카이사르 죽음에도 안토니우스가 깊게 연루되어 있다고 했어. 안토니우스가 반론을 내세웠지만, 키케로는 더 반격을 해 댔어.

카이사르라는 최고 엘리트는 죽었지만, 그가 없는 로마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 것 같았단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의 복수를 하겠다고 하고, 안토니우스는 그런 옥타비아누스의 눈치를 보면서 원로원들과도 거리를 두고 있었어. 자칭 해방자라고 부르는 이들은 자신들의 방어막이 안토니우스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거리를 두려고 하니 겁이 나겠지여기까지가 <시월의 말> 2권의 이야기란다.

….

몇 년 전에 존 윌리엄스의 <아우구스투스>라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단다. 카이사르 사후 이후 옥타비아누스가 황제의 자리까지 오르게 될 때까지를 이야기한 소설이란다. <시월의 말> 2권을 읽다 보니 그 책도 다시 생각나더구나. 그 책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야. ,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시월의 말> 3권도 곧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관저의 외관이 개선되었다.

책의 끝 문장: 그 끔찍한 3월 이두스의 해가 마친내 저물어갈 무렵,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답을 아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건대 나는 꽤 오래 살았습니다.햇수로 보나 명성으로 보나 말이죠. 하지만 나는 아직 인생에 그리 싫증이 나지 않았으며 살해당하는 것으로 삶을 끝낼 생각이 없습니다. 나를 제거해보십시오, 그러면 장담컨대 로마는 독재관 카이사르보다 훨씬 더 나쁜 병폐들을 겪게 될 겁니다. 로마의 현상황은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가 독재관 직을 맡을 때와 다릅니다. 로마는 하나의 강력한 손이 필요하고, 그 손을 내게서 찾았습니다. 내 법들을 확립시키고 로마가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하게 살아남을 거라는 확신이 들면 나는 독재관 직을 내려놓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 일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며, 그때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경고하겠습니다. 내게 예전의 영광으로 ‘공화국을 되돌려 놓으라’는 부탁은 이제 그만하십시오. - P41

문제의 핵심은 어느 특정 단체에 있지 않았다. 카이사르가 실패한 지점은 바로 그가 이 모든 일을 사실상 혼자 했다는 사실이었다. 독재관으로서. 그런데 로마에는 자기도 카이사르와 똑같이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카이사르가 독재관을 지내는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뾰족한 해결책은 없었다. 그는 여생 동안 독재관 직을 유지해야 할 터였고, 그가 죽은 후 로마가 부디 충분한 교훈을 깨달아 후퇴가 아닌 전진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전진이란 말인가? 그것은 그도 몰랐다. 카이사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그가 도입한 변화들이 훌륭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를 따르는 자들이 그 훌륭함에 충분히 감화되어 이 변화들을 지속해나가리라고 믿는 것뿐이었다. - P203

해방자들이 광기 어린 눈빛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브루투스는 손등에 흐르는 피를 멎게 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하지만 무언의 동의라도 한 듯 일제히 돌아서서 문을 향해 달렸다. 데카무스 역시 넋이 나가 있었다. 평의원들은 현장을 목격하자마자 이미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달아난 터였다. 그가 죽었다, 카이사르가 죽었다! 해방자들마저 정원으로 뛰쳐나오자 밖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공황상태에 빠졌다. 해방자들의 토가에는 선혈이 낭자했고 끈적끈적한 주먹에는 칼이 들려있었다. - P325

"원로원 의원 여러분, 나는 이 우스꽝스러운 아첨을 당장에 그만두라고 말하겠습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요구한 적도 바란 적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결코 받지 않을 겁니다. 이것이 나의 지시이며, 이 지시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합니다. 원로원에서 나를 로마의 왕으로 만들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는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로마에서 왕정은 폐지되었고 그 대신 공화정이 탄생했습니다. 나는 왕정을 혐오합니다. 나는 결단코 로마의 왕이 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나는 합법적으로 임명된 로마의 독재관이며 이 독재관 직만이 내게 필요한 전부입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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