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혁명가 김원봉
허영만 지음 / 가디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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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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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약산 김원봉을 알게 된 이후, 가장 존경하는 독립운동가 중에 한 사람으로 늘 손꼽고 있단다. 남북으로 갈려서 학교에서는 반 쪽짜리 역사를 배웠던 아빠는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김원봉을 배우지 않았단다. 몇 번 너희들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해방 후 김원봉이 북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말이야. 김원봉이 공산주의자이기 때문에 북으로 넘어간 것이라면 이해라도 하지, 남한에서 생명 위협을 느끼고, 일제 시대 우리 독립운동가를 고문했던 노덕술한테 고문을 당하는 치욕을 당하자 남한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북으로 간 것이거든…. 김원봉이 북으로 간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위와 같은 이유였던 것 같았어.

이런 이유로 반공정신 투철한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에서는 김원봉을 볼 수 없었단다. 요즘 역사 교과서에는 김원봉이 나오는지 궁금하긴 하구나. 너희들이 좀더 크면 한국 근현대사를 학교에서 배울 텐데, 그때 너희들 교과서를 봐야겠구나.

1.

아빠는 김원봉이라는 분을 알게 된 이후 존경하고 좋아하게 되었어. 그래서 김원봉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기도 했고 말이야. 그 책들을 읽고 나서 너희들에게도 몇 번 이야기를 해 주어서, 오늘 또 김원봉의 삶과 그가 이끌었던 의열단의 이야기는 생략할게.

이번에는 좀 특별한 책으로 김원봉을 만났단다. 만화로 엮은 김원봉. 지은이가 무려 허영만. 아빠가 만화를 즐겨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허영만 님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대표 만화가라고 할 수 있단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만화가들이 있지만, 웹툰이 생기기 이전부터 허영만은 많은 작품을 통해서 오랫동안 인기를 끌던 만화가란다. 아빠도 예전에 허영만 님의 만화를 여러 편 본 적이 있단다. 비교적 최근에 본 것은 <커피 한 잔 할까요?> <허허 동의보감>라는 책이었어. <커피 한 잔 할까요?>는 모두 8권까지 있는데, 아빠가 읽을 당시에는 5권까지만 출간되어 5권까지만 읽었는데 커피에 관한 상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있구나. 아직 읽지 않은 6~8권도 읽어봐야겠구나. <허허 동의보감>은 조만간에 이야기해줄게.

그런 허영만 님이 약산 김원봉을 그렸다? 호기심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구나. 기회 되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얼마 전에 우리 막둥이가 아빠한테 김원봉 아냐고 물어봤잖아. 어디서 김원봉을 듣고 물어본 건지 아빠가 까먹었지만, 김원봉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잖아. 그래서 어린이들을 위한 김원봉 위인전이나 학습만화를 검색해 보다가, 굳이 그런 책 말고 허영만 님이 쓴 <독립혁명가 김원봉>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이 책을 구입했단다.

그리고 아빠가 먼저 읽어 보았어. 예전에 읽은 김원봉 평전들을 읽을 때, 머릿속에 상상했던 장면들을 멋진 만화로 잘 그려 놓았더구나. 김원봉뿐만 아니라 의열단원들의 활약상들도 나와 있었어. 만화로 읽다 보니 흡입력도 좋았고, 단숨에 읽어 내려가니 영화를 보는 듯 하기도 했단다. 물론 만화로 읽다 보니 일부 자세한 부분은 빠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에 김원봉 전기를 읽어보면 메워지겠다 싶더구나. 만화를 먼저 읽고, 나중에 전기나 평전을 읽어도 좋고, 아빠처럼 전기나 평전을 먼저 읽고, 만화를 읽어도 나쁘지 않는 것 같았어.

2.

다 읽고 너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려고 하니, 살짝 걱정은 되더구나. 일본이 우리 조상에게 행한 악한 짓이 사진으로 삽입되어 있거든. 너희들이 무서운 것을 좀 무서워들 하셔서하지만 그것도 다 우리나라 역사의 한 부분이란다. 그런 일들이 불과 100년도 안된 과거에 일어났던 것이야. 일본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하루가 멀다 하고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나더구나. 더 짜증이 나는 것은 그런 일본의 망언을 따라 하는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있다는 것, 그러면서 외교를 잘못해서 그런 것이라며 정부를 욕하는 인간들

이럴수록 잊혀져 가는 독립운동가들과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구나. , 이 만화책 한 번 읽어보렴

PS:

책의 첫 문장: 1905 11 17(약산 8)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한 을사늑약 체결

책의 끝 문장: 황포군관학교 교관을 거쳐 광주봉기에도 참가했던 그는 북한 정권이 수립되면서 부수상 겸 민족보위상으로 2인자의 위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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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22 07: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립운동 관련 영화에 김원봉님이 자주 등장했던거 같은데 이렇게 북홀릭님 리뷰로 보니 반갑네요. 궁금해집니다 ^^

bookholic 2021-08-22 08:36   좋아요 4 | URL
이원규 님이 쓰신 책을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레삭매냐 2021-08-22 12: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원규 작가의 성함이 제 절친
과 같아서 ㅋㅋ

약산 김원봉 선생의 전기를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

bookholic 2021-08-22 22:26   좋아요 2 | URL
그 친구분한테도 이원규 님이 쓰신 책들을 추천하심이...^^

붕붕툐툐 2021-08-22 12: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잔인한 건 못 봐서-특히 실제 상황이라 상상하면 으~~~ - 댓글에 소개해 주신 책으로 읽어봐야겠습니다!

bookholic 2021-08-22 22:27   좋아요 3 | URL
이원규 님의 책이 소설적인 요소도 좀 있어요.. 감안하시고요~~^^

scott 2021-08-22 12: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주말 북홀릭님 올리신 책들 쓸어 담귀 @ㅅ@

bookholic 2021-08-22 22:28   좋아요 3 | URL
주말이 휘리릭 가버렸어요... 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8-22 14: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는 만화를 대출하겠슴다. 저희딸 학습 만화광이시라. 근데 북홀릭님 아빠세요?? 프로필 보고 당근 어여쁜 여성이라 여겼건만^^;;;;

bookholic 2021-08-22 22:31   좋아요 4 | URL
따님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프로필을 바꿔야 하나요? 엄마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mini74 2021-08-23 1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약산 김원봉 ! 오래전 밀양에서 폐허같은 김원봉 생가를 보며 슬펐는데 요즘은 그래도 나름 잘해놨더라고요. 하기야 몇년전까지도 친일파 음악가를 기리는 음악제가 열리던 곳이었으니까요 ㅠㅠ 그러고보니 저도 김원봉은 배우질 못했어요. 요즘 아이들은 배워요 *^^* 다행이지요. 독립운동계의 최고봉 쓰리봉이 있으니 ~ 하면서 배웠다고 하네요.

bookholic 2021-08-24 10:38   좋아요 1 | URL
밀양 근처에 가게 되면 한번 방문해야겠어요..
쓰리봉이라...^^ ㅎㅎ 재미있게 공부하네요~~
 
안녕, 드뷔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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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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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피아노를 배운 이후로, 가끔 피아노 음악을 같이 듣기도 하잖아. 많은 음악가들 중에 우리 식구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가 라흐마니노프. 문득 그 사람의 음악이 아닌, 그 사람의 삶이 궁금하더구나. 그래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악보가 아닌 라흐마니노프 전기나 평전 등 라흐마니노프 그 사람 자체와 삶에 관한 책을 읽어볼까 하고 인터넷 서점 검색을 해보았단다. ,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 중에 그런 책이 없더구나. 모차르트, 베토벤보다는 유명하지 않지만,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에 관한 책이 없다니원서를 찾아 읽을 수도 없고웹사이트 검색으로 만족해야 하나

그런데 라흐마니노프의 전기나 평전은 없지만, 제목에 라흐마니노프가 들어가 있는 소설은 하나 있었단다.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라흐마니노프 삶을 소설로 쓴 것인가? 싶어 책 소개를 읽어봤더니 그런 건 아니더구나. 추리 소설이래.. ? 그리고 그 책은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일본 작가 쓴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물의 하나라고 하더구나. 평점이 좋아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구나.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겠거니, 하고 말이야. 그런데 이게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2권이라고 했어. 이왕 읽는 거, 1권부터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1권을 검색해봤고, 1권이 이번에 아빠가 읽은 <안녕, 드뷔시>라는 책이란다.

아빠가 알고 있는 노래는 달빛이 유일하지만, 드뷔시도 유명한 음악가잖아. 너희들도 드뷔시의 <달빛>을 좋아해서 가끔 유튜브에서 찾아서 들었고음악이라는 소재와 추리 소설과 만남이라이런 스타일의 소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 그런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꾸나.


1.

드뷔시의 달빛만 알았지. 드뷔시에 대한 사람도 잘 몰랐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의 음악은 프랑스 인상주의로 분류되고, 1862년에 태어나서 1918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많은 유명한 음악을 남겼지만, 아빠가 아는 음악은 달빛 하나.^^ 이 책에는 드뷔시 달빛에 대한 곡 해석 부분이 나오는데, 별 생각 없이 듣던 아빠도 그 글을 읽고, 그런 감정으로 드뷔시의 <달빛>을 다시 들어보았는데, 싸구려 귀에는 그냥 피아노 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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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한 음 하나에 달빛 한 줄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음이 빛이 되어 마음속에 비쳐 든다. 눈꺼풀이 절로 감기더니 이내 정경이 떠올라 또 한 번 놀랐다. 미사키 씨에 따르면 드뷔시는 음과 영상의 관계를 중시했다고 하던데, 정말이었다. 달빛이 호수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교교한 달빛 아래 한 쌍의 남녀가 한가로이 왈츠를 춘다. 시간마저 느릿느릿 흘러가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 위로 퇴락한 고성이 또렷이 떠오른다. 한 음이 끊어지기 전에 다음 음이 이어진다. 곡이 끝나자 나는 무척 후회했다. 왜 이런 곡을 그동안 허투루 들었을까. 선율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지하게 들으면 이토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곡이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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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바로 책 이야기를 해볼게. 주인공은 고즈키 하루카. 피아니스트가 꿈이 소녀로 예술학교도 입학했단다. 자수성가해서 큰 부자가 된 할아버지, 은행에 다니는 아버지, 가정 주부인 어머니, 백수인 겐조 삼촌 이렇게 함께 살고 있었단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사촌인 가타기리 루시아도 함께 살기 시작했어. 루시아는 아버지의 여동생의 딸 그러니까 하루카의 고종사촌이었어. 둘은 나이도 같아서 아주 친하게 지냈어. 루시아와 함께 살게 된 이유는 아주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단다. 2005년 인도네시아에는 아주 무서운 쓰나미가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죽은 적이 있었어. 그 때 루시아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거야. 2005년이면 이 책이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2009년 기준으로 얼마 전의 일이었지. 이 소설은 2009년보다 더 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얼마 전에 무서운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루시아가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하루카의 부모는 루시아를 양녀를 들이려고 절차를 알아보고 있었고, 실제로도 루시아를 친딸처럼 생각했단다.

어느 날 별채에서 큰 불이 일어났어. 그곳은 할아버지의 작업실 겸 침실이 있었고, 하루카와 루시아도 별채의 또 다른 침실에서 자고 있었단다. 이 큰 불로 그만 할아버지와 루시아가 죽고 말았고, 하루카는 전신화상을 입은 채 간신히 살아났단다. 며칠째 정신을 잃고 있었고, 처음에는 말도 못했어. 얼굴도 화상으로 엉망이 되어서 얼굴의 3분의 1이상을 피부이식을 해야만 했어. 가족을 잃은 슬픔. 자신이 꿈인 피아니스트에 대한 좌절. 하루카는 잘 버텨나갈 수 있을까.


2.

그런 하루카를 자진해서 가르쳐주겠다고 하는 강사가 나타났단다. 미사키 요스케. 이 소설이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했잖아. 그 요스케가 드디어 나타났구나. 요스케는 하루카를 가르치던 학원 선생님의 후배이자 떠오르는 천재 피아니스트였어. 요스케는 피아노를 통해 하루카의 회복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단다.

갑부였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할아버지의 재산에 대한 유산 분배가 있었단다. 유서에 적힌 대로 하루카가 1/2, 아버지가 1/4, 겐조 삼촌이 1/4이었고, 할아버지를 친절하게 돌봐주던 개인 간호사 미치코에도 적지 않은 돈을 남기셨단다. 미치코는 다른 식구들과도 친해서, 하루카의 병간호를 계속 해주기로 했단다. 할아버지의 유산 분배에 대해 겐조 삼촌은 자신의 것이 적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단다. 철 없는 삼촌이네.

그런데 얼마 뒤 집에서 하루카를 노리는 테러가 일어날 뻔했어. 일부러 계단의 미끄럼 방지를 떼어 놓아 하루카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는데, 요스케가 옆에 있다가 구해주었어. 요스케가 아니면 큰 일 날 뻔했어. 누가 일부러 계단의 미끄럼 방지를 떼어 놓았을까. 

요스케는 자신이 피아노를 잘 치는 것뿐만 아니라, 피아노도 잘 가르쳤단다. 아빠는 피아노를 못 치니 그가 소설 속에서 가르치는 것들이 훌륭한 가르침인지 잘 모르겠지만, 읽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긴 하더구나. 피아노를 칠 줄 아는 너희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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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있지. 건반을 힘주어서 정확히 치고 싶은 나머지 손끝에 체중이 실리도록 의자를 높게 조절하거든. 그런데 건반의 무게는 고작 70그램이야. 지압하듯 센 힘이 필요 없어. 앉은 위치를 낮추면 자연히 등허리가 세워지고 근육을 곧게 펴서 잘못된 자세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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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 음이 연속해서 나면 드디어 연주의 기본 요소가 갖추어진 셈이야. 기본 요소는 세 가지인데 첫째 리듬, 둘째 음, 그리고 셋째 스타일. 리듬은 작품의 짜임새인 만큼 무조건 정확해야 할 것. 또 연속해서 내되 각각의 끝소리가 다음 소리와 붙어 버리면 안 돼. 리듬이 애매해지거든. 따라서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을 가늠할 필요가 있어.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은 오롯이 음절의 울림을 나타내는 셈이니까, 여기서도 너무 강하게 쳐서 울리지 않게 하는 건 마이너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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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스케의 가르침과 하루카의 노력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어. 학교 교장으로부터 콩쿨 대회에 학교 대표로 참석해 보라고 했어. 학교 교장이 장애를 딛고 일어난 하루카를 다른 저의로 쿵쿨 대회을 제안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하루카는 나가겠다고 결심했어. 그렇게 하루카는 다시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되었단다.


3.

그런데 하루카 집의 비극은 끝이 아니었단다. 하루카의 엄마가 시장에 다녀오다가 낙상 사고로 그만 돌아가셨단다. 처음에는 단순 사고인 것 같았는데, 경찰은 이 사고를 할아버지의 화재 사고와 연관을 지어 조사했어.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사고도 누군가의 방화로 일어난 것일 수 있다면서요스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단다.

사실 요스케는 평범한 피아니스트는 아니었단다. 요스케의 아버지는 유명한 검찰이었고, 요스케도 사법 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하고 사법연수원까지 마쳤었어. 하지만 자신의 꿈인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그만 둔 것이지. 그런 요스케이니 어떤 사건에 대한 추리력이 있었던 것이란다. 그런 캐릭터이니 이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말이야. 아무튼, 하루카의 어머니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고 사건이라면, 누가? 하루카에게 테러를 하려고 했던 사람? 아무래도 범인은 가족 중에 있다 보니, 용의선상에 가장 먼저 올라오는 이는 유산에 불만이 있던 겐조 삼촌. 하지만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이들은 가장 범인 같은 사람은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겐조 삼촌은 가장 먼저 리스트에서 지워버리겠지. 아빠처럼^^

….

하루카에 대한 테러도 더 일어났어. 하루카의 목발을 일부러 고장 나게 하거나, 누군가 도로로 하루카를 밀치는 일이 있었어. 다행히 그때마다 실제 테러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그렇게 좋지 않은 일들이 연속이었지만 하루카는 그런 아픔과 슬픔을 잊지 위해서라도 피아노에 더욱 열심이었단다. 드디어 쿵쿨 대회. 예선에서는 쇼팽의 <에튀드> 10-2, 10-4를 연주하고, 본선에는 드뷔시의 <달빛> <아라베스크 1>을 연주하기로 했어. 이렇게 하루카가 피아노 쿵쿨을 준비하고 참가하는 동안 요스케는 계속 범인을 추적하여 드디어 범인을 밝혀낸단다. 그리고 하루카가 본선을 마치고 시상식을 기다릴 때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아무래도 사건의 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피아노 연중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말이야..


4.

이제부터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이어질 텐데, 스포일러가 싫다면 아래 글은 읽지 않아도 된단다. 자 그럼 강력한 스포일러를 이야기할게. 추리 소설의 범인은 늘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이가 범인이 되는 경우가 많잖아. 이 소설도 그 규칙에 맞았단다. 먼저 하루카에게 테러를 했던 이는 할아버지의 개인 간호사이자, 지금은 하루카를 돌보고 있는 미치코였단다. 왜냐고? 그 이유는 조금 있다가그러면 미치코가 엄마도 죽였냐고? 그건 아니야.

엄마를 죽인 것은 바로 루시아였단다. 뭐라고? 루시아는 죽었잖아. 사실 하루카는 하루카가 아니고 하루카의 사촌 루시아였던 것이란다. 화재가 일어난 날 둘은 잠옷을 서로 바꿔 입고 있었어.(전에도 가끔 이런 적이 있었거든) 화재가 일어나고 살아난 사람은 하루카의 잠옷을 입은 이였으니 다들 하루카인 줄 알았지. 얼굴과 머리도 화상으로 엉망으로 되었고, 루시아도 며칠 동안 정신을 잃고 말도 못했으니 말이야. 루시아는 정신이 들고 보니 자신이 하루카가 되어 있던 거야. 이미 얼굴에 피부 이식과 성형으로 하루카의 얼굴이 되어 있었고순간, 루시아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하루카로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야.

그런 루시아를 처음 알아본 이가 미치코였어. 그래서 미치코는 루시아에게 테러를 가한 거야. 화재도 루시아가 낸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미치코는 돌아가신 하루카 할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했는데 그런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니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지. 그런데 화재는 실재 사고였단다.

그리고 두 번째로 루시아를 알아본 것인 엄마였어. 비 오는 신사의 계단 위에서 우연히 마주친 엄마와 하루카, 아니 루시아엄마는 그 순간 루시아인 것을 알아보고, 둘은 서로 티격태격 하다고 우발적으로 루시아가 엄마를 밀쳤는데, 그만 계단이 높아서 떨어져 죽고 말았던 것이란다. 요스케는 이 사건의 전말을 하루카, 아니 루시아에게 모두 이야기해주었어.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자백하라고 했고, 벌을 받고 난 다음에도 자신이 계속 피아노를 가르치겠다고 했단다. 피아노는 피아노이고, 사람은 사람이니까..

아빠도 루시아를 이해해 보려고 했단다. 어쩌다 보니 하루카가 되어 있었고, 우연히 엄마와 티격태격 하다가 실수로 엄마를 밀쳐서 죽게 만들었으니속으로 무천 힘들어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 루시아는 콩쿨 시상식에서 자신의 죄를 자백하겠다고 결심했단다. 1등을 한 그 시상식에서 말이야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클래식 음악과 추리 소설의 콜라보나쁘지 않았단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피아노 연주에 관한 글도 나오고 음악에 대한 소소한 에피소드도 나오고 말이야. 예를 들어 쇼팽의 유명한 피아노곡 <혁명>이 어떤 사연으로 만들었는지 나왔단다. 그 이야기로 오늘 편지는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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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쇼팽은 1831년 파리로 향하던 길에 고국인 폴란드 바르샤바가 러시아군에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짓밟힌 고향과 남겨 둔 가족. 이 곡(혁명)은 그때의 실망과 분노를 즉흥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곡 전반에 걸쳐 쇼팽의 분노가 가득 차 있다.

곡은 왼손에서 시작해 낮은 음역부터 음계적으로 진행하고 내림나장조로 바뀐다. 도입부의 거친 화음은 몇 번이나 형태를 바꿔 나타나고 그때마다 흥분이 더해진다. 분노는 가라앉을 줄 모른 채 솟구치기만 한다. 선율을 배경으로 전쟁에 쓰러져 가는 민중과 무너져 가는 건물이 보인다. 권총, 파괴음, 그리고 아비규환. 관객은 모두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나도 두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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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건반에 손가락을 살포시 올려놓는다.

책의 끝 문장: 안녕, 드뷔시


쇼팽의 <영웅 폴로네즈>.
폴로네즈를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볼로네즈 파스타와 헷갈리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파스타를 푸짐하게 삶아 줄 테다. 폴로네즈란 폴란드 무곡을 뜻하는 말인데 곡의 주선율은 과연 무곡풍이다. 서주부터 춤추는 듯한 선율이 이어져 듣는 이를 들뜨게 한다. 하지만 연주하는 입장에서 이 곡은 그야말로 난곡이다. 화음을 이루는 음표가 건반을 폭넓게 넘나들어 손이 작은 연주자가 치기에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 연속되는 왼손 옥타브 때문에 엄지손가락을 거의 중노동 하듯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차라리 파스타를 삶는 게 훨씬 편하다. 실제로 중간부에 접어든 시점에서 내 손가락은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 P14

"아무리 근사한 옷이라도 취향과 체형에 맞지 않으면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그런 걸 오시키세(주인이 고용인에게 철마다 해 입히는 의복을 뜻하는 말)라고 하죠. 제 지인 중에도 실제로 있는데요, 주변의 기대와 착각 때문에 본래 자신과는 다른 존재로 인식되는 건 비극입니다. 인간은 물이 아니라서 준비된 그릇에 강제로 집어넣으면 뼈가 뒤틀리고 피멍도 생기지요. 그런데도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무리를 거듭합니다. 그건 남의 인생을 사는 빈껍데기 같은 삶입니다. 그 괴로움과 허무함을 생각하니 암담한 기분이 드는군요." - P271

"으음. 하긴 수업이나 레슨에서는 음악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거의 없으니. 다만 그러다 보면 신체와 직감, 기술과 정신이 따로 놀게 돼. 마음에 곡의 이미지가 확립된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재현할 때 지금껏 상상도 하지 못한 운지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 반대로 새로운 움직임이 이미지에 새로운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지. 하지만 양쪽이 동떨어지면 연주는 절로 빈곤해지지. 잘 들으렴. 연주의 기본 요소 중 세 번째가 스타일이라는 건 전에 설명했지? 스타일이란 곡의 건축 형태를 가리켜. 연주자가 어떻게 칠 것인지는 곡이 만들어진 시대와 작곡가의 어법을 연주자가 어떻게 인식하느냐로 결정되지. 그리고 그 인식 방법은 직감과 조예를 통해 길러져. 악보에 기록된 이음줄, 악센트, 스타카토, 강약 등의 지시 기호를 존중한 상태에서 자신의 재능과 교양과 감수성이 그 곡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걸 선택하지. - P303

그것이 피아노였다. 피아노와 하나가 되었을 때 나는 목소리보다 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말보다 더 전달력 있는 말로 이야기한다. 나이, 성별, 국경, 언어와 같은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꿈같았던 마법이 지금은 미사키 씨가 가능성을 끌어올려 준 덕분에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유일한 능력, 허락된 유일한 재산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 내게 남은 건 피아노밖에 없다. 피아니스트로 인정받지 못하면 나는 나조차 아니게 된다. 그래서 매일 연주했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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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21 1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좋은 문장들이 많이 있네요! 요스케 시리즈 목록보면 클레식에 관한 작가님 사랑이 예사롭지 않은 듯 해요. 그리고 첫 문장과 끝 문장 조합이 어쩐지 감동적입니당~♡

bookholic 2021-08-21 15:25   좋아요 2 | URL
라흐마니노프를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인데, 괜찮더라구요..
클래식과 추리 소설의 조합 나쁘지 않아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scott 2021-08-21 1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카야마 시치리표
클래식 음악+추리 시리즈
한때 줄줄이 읽었었는데
이 작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다작을 쏟아내서 따라 읽기가 힘들정도 ㅎㅎ

북홀릭 님 처럼
저도 첫문장! 자판기에 손을 살포시 얹어 놓는다
끝문장! 북홀릭님 주말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bookholic 2021-08-21 15:27   좋아요 3 | URL
알라딘에서 클래식하면 scott님을 빼놓을 수가 없죠..^^
이 시리즈는 한 권을 읽었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았어요...
클래식에도 관심이 있고,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scott님도 행복한 주말 되시길~~~
 
문제적 과학책 : 문과형 뇌를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오래 전에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5)>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단다. 그 책을 쓰신 분은 수잔 와이즈 바우어라는 분이었는데, 최근에 책 관련 SNS에서 그 분의 다른 책을 우연히 보고 검색을 해보았어. 오래 전에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5)>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그때 지은이의 다른 책들은 왜 안 읽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 검색을 해보니 아빠가 관심을 가질만한 책들이 여럿 있었단다. 그 중에 한 권 <문제적 과학책 : 문과형 뇌를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을 이번에 읽었단다. 제목이원제가 궁금하더구나. 원제는 <The story of Western Science>로 대충 해석하면 서양 과학의 이야기로 볼 수 있겠구나. 지은이는 이 책이 온 세계의 과학 이야기가 아닌 서양 과학에 관한 이야기라고만, 다소 겸손한 제목을 지었던 것이구나. 그런데 그것을 우리나라에서 출간하여 뽑은 제목이 <문제적 과학책 : 문과형 뇌를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 문과형 뇌를 위한 과학적 사고…. 무슨 말인지 대략 감이 오긴 하지만, 말이야. 아빠에게는 거부감을 주었어.

갑자기 오래 전에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5)>을 읽고 썼던 독서 편지가 생각이 나는구나. 그 때도 아빠가 그 책의 책 제목에 딴지를 걸었거든책 제목에 굳이 교양 있는 교양 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했을까 말이야. 그런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책 내용이 너무 좋아서 많이들 볼 것 같았거든 말이야. 아무튼 그랬어. 이 책 <문제적 과학책 : 문과형 뇌를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은 한 마디로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서양에서 출간된 과학책 중에서 지은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학책 36권을 소개해주는 책이었단다. 책 소개를 해주는 여러 가지 책들이 있지만, 이 책은 그 중에 과학 고전부터 최근 책까지 과학에 관련된 책만 소개해 주는 그런 책이야. 가끔씩 과학 관련 책들을 읽는 아빠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고, 아빠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책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해줄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단다.


1.

이 책은 고대의 과학책부터 소개하기 시작하여 현대의 과학책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과학사 흐름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도록 해주었단다. 책으로 읽는 과학사라도 해도 좋을 것 같았어. 기원전 420년 경에 쓴 히포크라테스의 <공기, , 장소에 관하여>서부터 1987년에 쓴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까지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연구에 대한 발전, 생명체와 진화에 대한 책들, 물체의 운동에 관한 책들, 천체의 이동에 관한 책들, 지구의 정체를 연구한 책들, 그리고 현대과학의 꽃인 상대성 이론과 양자 이론에 관한 책들까지

여기에 나와 있는 책들이 번역되어 모두 출간되었다고 해도, 감히 읽기는 어려운 것 같더구나. 이 책에서 소개된 36권의 책에서 아빠가 읽은 책도 두어 권 있었단다.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이라든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책들이야. 그리고 아빠가 예전부터 읽고 싶어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대화: 천동설과 지동설, 두 체계에 관하여>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대한 책도 소개해 주었단다. 각각의 책들을 더 짧게 소개해 보고 싶지만, 능력도 안 되고, 이 책의 뒤편에 잘 나와 있으니 그걸 참고하면 되겠다 싶었단다.

그래서 오늘은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짧게 마치려고 한단다. 과학의 위대한 발견이 우연히 같은 시간대에 위대한 두 과학자에 의해 거의 동시에 발견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단다. 그 대표적인 것이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미분 발견 등이 있어. 그리고 다윈의 종의 기원도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단다. 다윈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은 월리스라는 사람인데 다윈에 비해 별로 안 유명한 사람이야. 그런데 뉴턴과 라이프니츠처럼 서로 자신이 처음이라고 다툰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학회에 발표하고, 그 이후에도 자신들의 연구를 서로 교류했다고 하는구나. 그런 것에 비해 월리스가 유명하지 않은 점이 아쉽긴 하구나. 아무래도 찰스 다윈이 쓴 역저 <종의 기원>의 힘이 컸던 것 같구나. 기록이란 것이 역시 중요한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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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97)

월리스는 이러한 생각을 원래의 유형에서 무한히 멀어지려는 변종들의 경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짧은 글로 작성해서 편지와 함께 다윈에게 보내면서 이 글을 찰스 라이엘이나 그 밖에 관심 가질 만한 자연사학자들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윈은 깜짝 놀랐다. ‘이 글은 내 이론과 정확히 같은 이론을 담고 있다.’ 편지에 적힌 부탁대로 다윈은 이 글을 라이엘로 보냈다. (‘나는 이보다 더 놀라온 우연의 일치를 보지 못했습니다. … 그게 무엇이건 나의 독창성은 깨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윈 자신의 연구에 대한 간단한 초록도 보냈다. 라이엘과 동료인 조지프 후커(왕립 식물원장이자 다윈의 친구)는 두 글 모두를 린네 학회에서 발표했다(린네 학회는 100년 역사를 가진 자연사 학회다). 1858 8월 월리스와 다윈의 이론이 린네 학회 모음집에 나란히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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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던 과학사 책이 아니다.

책의 끝 문장: 그 약속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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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18 03: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잔 와이즈 바우어가 이런 책도 썼군요. 참 쉽게 책을 잘 쓰는 사람인데 이 책도 쉽게 읽을 수 있을까요? 저는 진짜 과학문맹이라서 과학관련만 들어가면 일단 식은땀부터 나는 사람인지라요. ㅎㅎ

bookholic 2021-08-19 09:30   좋아요 0 | URL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전 5권)>보다는 별로였어요~~
과학 고전들에 흥미를 가져보려고 했는데, 어렵겠는데... 이런 생각만 들었어요~~^^
 
사할린 3
이규정 지음 / 산지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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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사할린> 마지막 3권의 이야기를 할 차례구나. 이 소설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지은이 이규정 님이 오랜 시간 동안 취재를 하고 쓰신 것이니까 때문에 등장 인물의 이름은 허구일 수 있지만, 그 인물들의 삶은 실제란다. 소설에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그 사람들의 인생이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사람들의 인생이 모두 실제로 그러했다는 생각을 하니, 참 안타깝더구나. 강제로 끌려간 사할린 땅에서, 조국이 해방이 되어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어쩔 수 없이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 하긴 하지만, 가슴 속에 얼마나 많은 한()이 맺혀 있을까.

….

세월이 흘러 1960년대에 들어섰어. 이제 누구나 사할린은 소련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냉전 시대 소련과 우리나라는 왕래가 어려운 사이였어. 사할린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것은 이젠 더 어려워졌어. 우리나라 정부에서 신경이라도 쓰면 모를까, 외면하고 있으니 더욱 힘들었지. 사할린의 우리 동포들은 예전부터 각자 도생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구나.

남아 있는 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갔어. 그들의 아이들, 그러니까 사할린 동포 2세들은 우리말보다 러시아 말을 더 잘했어. 그곳에서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겠지. 어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해서 사할린을 떠나 러시아 본토로 공부하러 가기도 했어. 이젠 한국 사람이 아닌 사할린 사람으로 러시아 사람으로 살아갔단다. 그래도 자기 자식들은 같은 한국 사람과 결혼해주길 바랬는데, 사랑에 국경이 있는가, 러시아 사람들과 결혼하는 2세들도 있었단다.


1.

이문근은 사할린에 있는 동포들 중에 몇 안 되는 지식인이었단다. 그래서 동포들이 상의할 일이 있거나 어려움에 빠졌을 때 이문근을 찾아왔단다. 이문근은 그곳에서 우리 동포들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었어. 아내 최숙경을 찾아 해방이 되고 나서 사할린에 온 이문근. 최숙경은 이미 사할린을 떠나고, 이문근은 사할린에서 발이 묶이고이후 최숙경에 대한 소식을 듣지도 못한 채, 세월만 하염없이 흘러가고

어느덧 1980년대에 들어섰고, 이문근도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단다. 1988년에는 남한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소식도 들려왔어. 이런 일을 계기로 남한과 왕래가 가능해진다면 고향에 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이젠 그들이 사할린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고향을 가더라도 다시 사할린으로 돌아와야겠지..

사할린 사람들은 그 동안 꾸준하게 고국으로 편지를 보냈단다. 하지만 그 편지들이 제대로 고국으로 오기는 쉽지 않았어. 앞서 이야기했지만, 소련과 남한은 사이가 좋지 않아 편지도 쉽게 오갈 수 없었거든. 그런데 오랜 시간을 걸친 편지들이 하나 둘 고향 땅에 도착하기 시작했단다. 사할린에 살고 있는 정상봉이 보낸 편지가 동생 정상규에게 도착을 했고, 최해술이 보낸 편지는 뒤늦게 그의 그의 아들 최상표에게 도착했고, 이문근이 보낸 편지도 결국 조카 이철환에게 도착했단다.

편지를 받은 이들은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해주었어. 이문근도 이철환의 답방을 받았단다. 조카인줄 알았던 이철환이 자신의 양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최숙경이 끝내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하지만 최숙경은 이문근이 죽은 줄 알고 피폐한 삶을 살다가 일찍 죽었다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었어.

이 얼마나 슬프고도 허망한 소식이었을까. 희망이라는 것이 이렇게 삶의 끈과 관련이 있던 것이란다. 최숙경은 이문근이 죽었다고 알고 있어 희망을 잃고 일찍 삶을 마감하고, 이문근은 언젠가 최숙경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하나 때문에 살아있었고 말이야. 최숙경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문근은 1여 년 뒤 병으로 그만 죽고 말았단다. 때는 1991년이었어. 안타깝게도 그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사할린의 가족을 둔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할린 방문이 준비 중이었단다. 최숙경은 만나지 못해도, 이철환은 만나 볼 수 있었을 텐데


2.

이철환은 이문근과 소식이 닿은 이후, 이문근이 죽은 줄 모르고 사할린 이산가족모임에 가입하여 사할린 방문을 준비했단다. 이철환, 최상필, 김종규 등은 모두 2차에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1991 5 22일 드디어 사할린으로 향했단다. 소설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얼마나 감개무량했을까. 당시 사할린은 소련의 땅이고 소련에 개방의 바람이 들어오긴 했지만, 자유가 통제되던 사회주의국가였단다. 사할린에 도착한 이들은 그런 제한에 낯설고 낙후된 시설에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가족들을 만난다는 희망 하나로 기쁘고 들떴단다. 이철환처럼 안타깝게 만나려고 했던 가족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들도 있었지만그래도 사할린에서 지낸 가족들의 흔적과 그를 기억하는 다른 사할린 동포들과 만남을 통해 아쉬움을 털 수 있었단다. 이철환은 이문근이 남긴 일기장과 유품을 통해 이문근을 만났단다.

소설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단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빠도 사할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한 사실을 알지 못했단다.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보다 지금은 또 한 세대 이상 흘렀으니, 그 후손들은 러시아 사람들이 다 되었지만, 그 와중에 많은 이들은 아직도 우리말을 하고 우리 풍속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구나. 그들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오늘 편지는 이만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1975 5월 얼어붙었던 대지가 풀리고 수목에는 나뭇잎이 파릇파릇 돋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비행기는 망망대해의 바다 위를 전속력으로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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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2
이규정 지음 / 산지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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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사할린> 2권을 해줄게. 일제시대 사할린은 일본말인 가라후토로 알려져 있었다고 하는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가끔 가라후토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할린과 같은 지명이라고 생각하면 돼. 해방은 되었지만, 나라꼴은 가장 최악의 경우로 흘러갔단다. 해방이 되고 누가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남과 북이 갈리고 왕래도 점점 어려워졌어. 주인공 이문근은 최숙경을 찾기 위해 최숙경이 되돌아 올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 어느덧 그의 나이 서른 다섯 살. 부모님뿐만 아니라, 절친 강화중의 계속된 설득으로 결국 강화중의 동생 복희와 결혼하기로 했어. 그래도 생사를 모르는 최숙경이 있는데, 더 기다려야 했다고 봐.. 10년도 안되었는데

결혼 전 속죄라도 하듯 최숙경의 친정에 처음으로 인사 드리러 갔단다. 이문근과 결혼을 끝내 반대했었잖아. 그래서 한번도 찾아 뵙지 못한 장인어른과 장모님그 분들께 최숙경의 소식을 알리고 잘못을 빌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야. 그리고 만의 하나 최숙경이 친정이 있는 개성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하지만 그의 바램은 바램일 뿐이었어. 최숙경의 친정도 최악이었단다. 숙경의 부모님은 몇 년 전에 전염병으로 돌아가셨고, 부잣집이었던 가세도 많이 기울었고, 숙경의 동생들은 일하러 나가고 집은 숙경의 할머니 혼자 지키고 계셨단다. 문근은 차마 숙경의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숙경의 집을 떠났단다.

….

다시 집으로 돌아온 문근. 어느 날 보도연맹에 가입하라고 연락이 왔어. 보도연맹이 무엇인지 짧게 설명한다면, 과거에 좌익이었지만 지금은 전향한 사람들을 증명하기 위해 가입하는 단체였어. 그래야 나중에 무슨 일이 있을 때 좌익으로 몰리지 않는다고 말이야. 그런데 이게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고발로 반강제적으로 가입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어. 문근도 그런 사례였단다. 가입을 거부한다면 자신은 좌익이었고 전향하지 않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거든. 그런데 문근은 좌익도 우익도 아니었고, 자신은 민족주의자라고 생각했어. 도대체 누가 문근을 리스트에 올리게 했을까. 아마 척을 두고 있었던 (1권에서 이야기했던) 그 초등학교 교장이었었을 거야. 문근은 고민 끝에 가입을 거부하는 것보다 가입하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 같아서 가입했단다. 절친이자 학교 동료 선생인 강화중도 똑 같은 입장이었고, 그도 가입을 했어. 강화중의 여동생 복희와 결혼을 얼마 앞둔 1950 6월 하순정말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단다.

1.

전쟁. 북한에서 결국 전쟁을 일으켜 남으로 밀고 내려온 것이야. 해방 5년도 안되어 우리나라는 역사상 최악의 전쟁을 일으키고 말았단다. 어느 날 강화중이 찾아와 이상한 이야기를 했어. 우리나라 경찰들이 보도 연맹에 가입한 사람들을 놀래 끌고가 총살시킨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지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좌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입한 단체인데하지만, 어떤 흉악한 놈의 결정인지 모르겠지만, 그건 사실이었단다. 실제로도 그렇게 죽은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

이문근도 그날 밤 집을 떠나 일단 피하려고 했단다. 바로 그날 경찰들이 찾아올 줄 꿈에도 몰랐지. 옷도 챙겨 입지도 못하고 경찰서로 끌려간 이문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끌려와 있었어. 문근은 도망갈 틈을 보았지만 쉽지 않았어. 몇 명 도망가려고 시도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총에 맞고 죽었단다. 그들이 끌려간 곳은 어느 산골짜기그들 앞엔 깊이 파인 구덩이가 있었어. 수십 명씩 총알세례를 받고 죽었단다. 얼마나 억울할까. 하라는 대로 하고, 오라는 대로 왔을 뿐인데, 가족들한테 연락도 못하고 항변 한번 못하고 죽어야 하니까 말이야. 문근은 그 총알 세례에 정신을 잃고 죽은 줄 알았어. 하지만 기적적으로 그는 살아났단다. 그 총알 세례가 문근을 피해갔던 거야. 이렇게 소설뿐만 아니라 실제 그런 무서운 경험을 했던 사람들 중에 이렇게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이 있었단다. 정말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로구나.

기적적으로 살아난 문근은 무조건 도망을 갔단다. 어떤 절에 들어가서 스님의 도움으로 승복을 입고 승려 행세를 하기도 하고, 미군을 만나 한동안 미군 통역으로 일하고 하고, 인민군 포로가 되었다가 우연히 처남 친구를 만나기도 했어. 그 처남 친구는 이문근의 사연을 듣고 허가증을 주었어. 이문근이 최숙경을 찾기 위해 사할린을 가기 위해 북쪽으로 가겠다고 했었거든. 그의 신분을 보장해는 그런 허가증이었어. 이문근은 그렇게 북으로 가서 함경도 땅까지 갔지만 그곳에서 사할린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어.

방법으로 찾아보려고 평양으로 왔단다. 평양에서 우연히 경성사범학교의 동창과 문근의 친척 형님인 준근을 만났어. 하지만 그들도 사할린으로 가는 방법을 잘 몰랐어.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이 일본을 통해서 가는 방법이라고 해서, 문근은 다시 부산까지 내려와서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갔단다. 부산으로 가면서도 그는 고향집에는 들르지 않았어. 그는 이미 보도연맹 사건으로 죽은 것으로 되어 있고, 살아 왔다면 다시 끌려가 죽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2.

문근이 이렇게 동분서주하고 있는 동안 최숙경은 1951년 집에 돌아왔단다. ,,, 엇갈리는 운명문근이 조금만 더 똑똑해서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고향집에 밤에 몰래 다녀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집에 돌아온 최숙경을 기다리고 있던 소식은 문근의 사망 소식이었어. 그렇게 힘들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 집에 돌아온 이유는 문근이었는데, 그가 죽고 없다니삶의 의미가 사라졌단다. 최숙경은 자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기도 했어. 남은 인생 아무 의미도 없이 살다가 1971년 이른 나이에 삶을 마감했단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불쌍한 삶을 살았지만, 아빠가 생각하기에 가장 불쌍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구나.

3.

이젠 사할린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해방 후에도 6만명의 조선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고, 해방이 되고 5~6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5만명 이상이 그곳에 살고 있었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들은 결국 그곳에서 정착할 수밖에 없었어. 그들은 그곳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았단다.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최악이었어. 전쟁이라니, 같은 민족끼리 전쟁이라니.. 완전히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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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특히 조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이야기는 그들 모두 남조선 출신이지마는 남조선 당국에 대하여 심한 욕을 퍼부었다. 6만 명 가까운 조선 사람들을 이 사할린에 팽개쳐 둔 채 전쟁을 일으켜 북침을 하다니, 조국의 통일도 중요하지만 조국이 불행했던 시절에 외지에 끌려나와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는 조선 사람들을 구해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전쟁 놀음이나 벌이다니! 해방 전에는 왜놈들로부터 갖은 구박과 수모를 당했더니, 해방이 되자 로스케 놈들이 건너와, 들어온 놈이 동네 팔아먹는다고 오래전부터 살아온 조선 사람들을 얼마나 천대하고 멸시했는가. 왜놈들이 조선을 조센징이라고 멸시했듯이 이놈들도 조선 사람들에 대하여, 까레이 혹은 까레스키, 하면서 천대와 구박을 마음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생각하면 최해술은 말할 것도 없고, 나이 젊은 허남보 같은 사람도 울분과 슬픔으로 절로 주먹이 불끈불끈 쥐어지면서 눈물까지 고였다.

특히 조선 사람들이 하나같이 남조선에 대하여 적의를 품게 된 이유는 북조선 사람들의 입김과, 그 입김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소련 당국의 영향이 무엇보다도 컸다. 남쪽에서 불법 북침을 했다는 것도 북조선에게 전해진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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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할린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상한 사람이 한 명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조선 사람 한 사람이 사할린에 왔다는 거야. 그래, 이문근이 일본에 갔다가 선박회사에 취업한 후 끝내 사할린에 도착한 거야. 사할린에 와서 문근은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서 아내 최숙경을 찾아보았어. 최숙경을 아는 사람들도 만났어. 1권에서도 나왔던 최해술, 박판도이 문근에게 숙경의 소식을 알려주었어.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말이야. 힘들게 왔지만….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방법은 쉽지 않았어. 그는 일단 사할린에 있으면서 돌아갈 길을 알아보기로 했어.

최해술, 박판도 등 사할린에 정착한 이들은 사할린 조선 민족 학교를 세우기로 했는데, 이문근은 이 일에 많은 도움을 주었단다. 그렇게 사할린에 있으면서, 이문근은 조선 귀국을 위해 소련 정부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방법을 찾았지만, 여기서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어.

..

일본 정부는 사할린에 억류된 일본인들의 국내 귀환을 위해 소련 정부와 협상하기도 했어. 여기에 기대를 하고 일본 정부에 조선인 귀환도 요청했지만, 매몰찬 답변만 돌아왔단다. 이제 너희들 정부가 있으니 그쪽에서 알아서 알 것이라고 말이야. 어느덧 시간은 흘러 1960년에 들어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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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일본에 있는 사할린 억류 귀환 한국인회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쏟아 일본 정부에 재사할린 조선인의 귀환을 교섭했지만 일본 정부 당국자의 변명을 이러했다.

당신들의 고충이나 간절한 희망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이 일은 정부가 수립되어 당당한 독립국이 된 당신네들의 나라 한국정부에서 맡아 할 일이거나 한국 국민 전체가 나설 일이 아니겠소. 당신들의 소망이 이처럼 절절한데 당신네들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왜 말 한 마디 없겠소.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오. 일한 간에 관계가 좀 더 본궤도에 올라 정상 가동되면 당신들의 희망은 보가 전향적으로 고려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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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할린> 2권의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소설이 소설로 끝이 아니고 실제 일어난 일들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고 무능했던 옛 우리 정부를 생각하니 참 답답했단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3권의 이야기도 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1949년 겨울방학, 문근은 화중과 함께 경부선 기차를 타고 개성으로 가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조선동포들이 연명으로 소련 서기장 브레즈네프에게 보낸 탄원서도 헛수고, 김형개가 애지중지 키운 딸로, 자신의 명예는 물론 조선 민족의 자존심과 영광까지를 생각하던 김형개의 꿈도 헛수고, 늦게야 아내를 얻어 인생살이의 또 다른 행복을 맛보겠다던 정상봉의 꿈도 모든 것이 헛수고로 끝나고 말았다.


"나는 북조선 편을 드는 조총련에도 가입하지 않았네. 사실은 무슨 주의, 무슨 주의 그런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거네. 미국과 소련이 없으면 자본주의도 없고 공산주의도 없는 거네. 우리에게는 무슨 주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잘 살아 가느냐 하는 것이 문제 아니겠는가. 미국의 자본주의는 죄가 얼마나 많으며, 소련의 공산주의 또한 죄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통일이 돼도 나는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그런 통일이 돼야 한다고 보네. 자네 생각은 어떤까?"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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