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 나의 두 번째 교과서
나민애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페이지2(page2)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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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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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학창 시절 중요 과목 중에 가장 자신 없던 과목이 바로 국어였단다. 시험을 봐도 컨디션이 좋은 날은 성적이 좀 잘 나오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성적이 잘 안 나오고일단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 그냥 우리말인데 말이지.. 어떤 문제는 아빠가 고른 답이 정답인 것 같은데 틀렸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지. 설명을 읽어봐도 아빠가 고른 것이 왜 틀렸는지 잘 모르겠고 말이야. 아무튼 국어는 공부하기 힘든 과목으로 기억되는구나. 그런데 요즘 너희들은 아빠 때보다 더 힘들게 국어 공부를 하는 것 같구나. 문법도 상당히 심도 있게 배우는 것 같고 말이야. 아빠 때는 국어 문법에 대해서는 너희들처럼 심도 있게 배우지 않았거든. 그래서 너희들 국어 교과서를 보면 낯선 용어들이 많이 나오더구나. 너희들이 어렵다면서 국어 문제를 물어볼 때면 아빠도 바짝 긴장하면서 진땀 흘리는 경우가 많단다. 그래서 좀 도움이 되는 책이 없을까, 검색하다가 좀 쉽게 설명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책을 찾은 것이,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줄 <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라는 책이란다.

지은이 나민애 님은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시는 분이더구나. 아빠는 처음 보는 분 같은데,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현하는 등 유명하신 분인 것 같았어.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민애 님의 아버지가 시인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내용이 있어서 나민애 님을 다시 검색해 보니, 나민애 님의 아버지가 유명한 시인이신 나태주 시인이시더구나.

1.

<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EBS에서 기획한 <나의 두 번째 교과서>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국어 과목을 책으로 엮은 책이라고 했어. 이 시리즈는 국어 이외에 과학, 미술, 경제 과목이 더 있단다. 국어라는 과목에 다시 감각을 익히고, 최근 변화된 국어 교과서는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폈단다. 차례를 훑어 보면 국어 교과서에서 주로 다루는 구분이 눈에 들어왔단다. 일단 차례로만 봤을 때는 다시 만난 국어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단다.

국어를 공부함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읽기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주었어.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는 독서량이 스마트폰의 역습으로 더 떨어지고 있단다. 1장에서 독서와 책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약간은 평범한 내용으로 아빠의 머리나 가슴을 치는 그런 마른 없었단다. 2장부터는 본격적인 장르별 강의가 시작된단다. , 소설, 고전시가, 동화, 에세이와 읽기 이외에 듣기, 글쓰기 순으로 이루어져 있었단다. 그런데, 아빠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었는지 모르겠구나. 다시 만난 국어라고 해서 예전에 알고 있던 국어와는 다른 시각으로 국어를 대하자는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만난 그 국어인 것 같다는 느낌이었단다.

()는 내 안의 나를 만나는 것이고, 소설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즉 간접 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하는 등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들이었단다. 이 책에는 국어 수업이다 보니, 문학 작품들 일부를 소개해주고 했어. 그 발췌해 준 글들이 짧긴 하지만 아빠의 마음에 와 닿았단다. 아빠가 모르고 있던 문학 작품들도 많이 발췌해 주었는데, 책 추천을 받기 좋아하는 아빠로서는 그것이 참 좋았단다. 그 중에 나이 들어가는 아빠에게 인상 갚은 작품이 하나 있어 소개해줄게. 이상국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시인의 시인데, 읽다 보면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딸을 향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느껴지더구나. 이런 시야말로 정말 좋은 시라는 것이 느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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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225)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大地)의 소작(小作)이다

내 조상은 수백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경제정책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보다는 부리는 걸 배운다

그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하늘 아래서 불러준 노래나

내가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알겠는가

그대로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메시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애비가 만들어 보낸 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나는 그전에 서울 가면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그러나 지금은 딸애의 원룸에 가 잔다

물론 거저는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침에 숙박비 얼마를 낸다

나의 마지막 농사다

그리고 헤어지는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그애는 나를 안아준다 아빠 잘 가

  

         _이상국 <혜화역 4번 출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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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자신의 생각과 생활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그냥 글로 써보라고 했어.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힐링이 된다고 말이야. 아빠도 가끔씩 일기를 쓰긴 하지만, 시간을 내서 무엇인가 쓰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아서 잘 쓰지는 않는단다.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글쓰기가 힐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든 일이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잠시 치우고 다이어리를 꺼내서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글을 써 보았단다. 그러니 그 스트레스와 짜증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거야. 그 대신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채워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심박수를 편안히 하는 것 같았단다. 앞으로는 손글씨를 더욱 자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긁적이는 것이지좀더 예쁜 글씨체를 써보려고 노력하거나 나만의 요상한 글씨체로 만들어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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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그런데 일단 써보시면 아실 겁니다. 과정 자체가 힐링이 된다는 사실을요. 에세이를 쓰는 시간은 감정의 디톡스 시간이 됩니다. 에세이를 쓰면서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고 이해하게 됩니다. 타인에게 보여주어야만 글입니까. 가장 소중한 내가 볼 건데요. 그러나 쓰는 것 자체로도 충분한 기쁨을 느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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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너희들이 질문하는 국어 문제를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구나. 그래도 계속 물어봐 주면, 아빠도 최선을 대해서 문제를 풀어보도록 할게. 역시 국어는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아.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안녕하세요.

책의 끝 문장: 결국 국어는 그 제목 하나를 위해 배우는 거 아닐까요.


어느 시대가 더 행복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때도 행복한 사람, 불행한 사람이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죠. 다만, 이런 맥락을 알았으니 이제 우리는 현재 소설을 읽을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겁니다. 소설은 갈등을 겪으면서 시작해요. 문제적 자아가 집을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하면서 ‘나는 누구?’라는 답변을 찾는 거예요. 답을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찾았다고 생각한 답이 오답일 수도 있고, 나중에 바뀔 수도 있죠. - P113

여기서 말하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인생, 그러니까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이야말로 에세이 쓰기가 밀접하게 접목되어 있습니다. 에세이는 나의 기억을 갖고 내가 쓰는 것입니다. 과거나 현재에서 중요한 사물, 인물, 사건 등을 떠올리면서 잘 표현되지 않았던 내 감정이나 포착되지 않았던 내 생각을 다시 잡아서 쓰는 거예요. 즉,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합심해서 만드는 일종의 ‘자아 찾기’, 이것이 바로 에세이입니다. 우선 자아를 찾아야지만 쓸 수 있냐고요? 아뇨, 쓰면서 찾을 수 있습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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