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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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MB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 공중파 TV, 특히 뉴스를 안보기 시작했으니까,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10년 동안, MBC KBS는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철저하게 망가져버렸고, 사람들은 외면해 버렸단다. 하지만 그 구성원들은 처절하게 싸워왔고, 그렇게 처절하게 싸우다가 회사에서 부당하게 짤려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았어. 그런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가 바로 <공범자들>이라는 영화란다. 아빠가 올해 극장에서 본 몇 안 되는 영화 중에 하나야. 그리고 그 영화의 인상적인 한 장면어떤 MBC 해직 기자의 암 말기 투병기.. 그가 건강할 때의 영상을 보니 낯익은 기자였더구나. 삐쩍 마른 그의 모습은 병색이 완연하였고, 그가 떠나고 나면 남을 어린 아이들에게 남길 글을 쓰고 있다고 멋쩍은 미소와 함께 이야기하는데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계속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 그 기자의 이름은 이용마. 그가 그렇게 억울하게 해직당하지 않았다면 그런 병도 걸리기 않았을 텐데보는 아빠가 너무 억울했단다. 왜 이 세상은, 저렇게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말도 안 되는, 고칠 수도 없는 병을 주어 그를 아프게 하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걸까. 우주를 창조를 한 사람이 정말 있다면 세상을 잘못 만들어도 한참 잘못 만든 게 아닐까 싶구나. 아빠는 그 영화를 보고 이용마 기자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고, 마음 속으로 기적을 빌었어. 그가 쾌유가 되길 말이야. 그렇게 그를 기억하고 있는데, 이용마 기자의 책 출간 소식을 들었단다. 그때 아이들에게 남긴 글들을 책으로 출간한 거야.

, 이 책을 읽게 되면 가슴이 아프겠지만, 그래도 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 책을 구매했단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했어.

 

1.

그는 어느날 건강검진에서 배에 복수가 조금 있다는 진단을 받았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그가 들은 이야기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

듣도 보도 못한 악성중피종. 그것도 말기. 우리나라에서 이 병에 걸린 환자는 열 손가락으로 뽑을 정도. 완치율 0%. 이 영화 같은, 아주 슬픈 영화 같은 일이 그에게 일어난 거야. 덧붙이는 의사의 이야기. 길어야 12개월에서 16개월. 원인도 모르고, 석면 때문에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다고만 하는 병. 그의 나이 마흔아홉 살. 그의 아이들 이제 고작 아홉 살.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

상상하기조차 어렵구나. 그는 생각했어. 아이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남겨주기는 어렵겠다고그러면 그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는지 생각하고, 아이들이 조언이 필요할 때를 위해서 그가 배운 삶의 이치를 글로 적기 시작한 거야. 아이들이 스무 살 안팎에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어. 글을 쓰면서도 그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자신의 죽음보다 남겨질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걱정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용마 기자가 글을 쓸 때의 심정으로 읽었단다. 그가 이야기하는 핵심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완치율 0%의 확률을 깨버리고, 그가 제발 완치되길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바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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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 나의 꿈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너희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든 우리는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다. 그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나의 인생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우리 모두 하늘로 돌아간 뒤에 천상병 시인처럼소풍이 즐거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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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북 남원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어. 공부 잘해서 서울대 법대를 목표로 했지만, 성적이 약간 안 나와서 정치학과를 들어갔어. 그의 꿈은 관료였고, 행정고시를 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대. 그래서 정치학과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대.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한 해서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서 잘 몰랐대. 대학교에 들어가서 알게 된 현실들.. 부조리로 가득 찬 세상. 그는 그냥 앉아서 공부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대. 그는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니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대. 그가 대학을 입학한 해가 1987.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절정을 이루고 있던 시절. 그 또한 그 민주화 운동 한복판에 있었던 거야.

 

그렇게 현실을 직시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알게 되면서, 그의 꿈도 점점 변하게 되었어. 그의 꿈은 직업이 아니었어. 그의 꿈은 우리 사회를 더욱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들고, 인간미가 넘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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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하지만 이때 생긴 꿈은 대학 4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험한 것들에 대해 철학자들, 역사 속 인물들과 숱한 대화를 나누며 나 스스로 얻은 것이다. 그런 만큼 말 그대로 순순하고 소중한 나의 꿈이다. 그 꿈이 무엇이냐고? 그건 우리 사회를 더욱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 사회를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현재로서는 민주주의이다. 다수 대중의 이해가 반영되면서도 소수를 보호할 수 있는 체제. 종교는 내세에서 그런 약속을 할지 모르지만, 나는 현실에서 그런 사회를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혁명을 논할 것도 없이 그런 사회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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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을 준비했어. 취업 준비하기 전에 작은어머니가 계시는 미국에 갔다가 미국 여행을 잠시 했는데, 그는 여행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았어. 당시 사진들이 책에 실렸는데, 꿈 많은 청년의 해맑은 모습이었어. 저렇게 꿈 많은 청년이 무식한 권력에 꿈이 무너지고, 건강마저 무너졌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또 아프구나. 책에는 그의 사진들이 여러 컷 실려 있는데, 예전의 사진에 비해 투병으로 삐쩍 마른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또 한번 가슴이 아프더구나.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부디 건강을 찾기를 바랬어.

그는 미국 여행에서 다녀온 다음 언론사 시험을 준비했대. 그런데 면접을 보면서 그의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계속 불합격. 그러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기업이라는 곳은 올곧은 사람이 아닌 적당히 구부러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었대. 그는 결국 MBC에 합격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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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입사 시험 경험을 통해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먼저 한 가지는 사기업의 경우 절대로똑똑하고 원칙에 충실한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올곧으면 회사의 부당한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최규석의 만화 <송곳>에서처럼 노조에 가입해 회사와 대결하거나 회사에 노조가 없다면 본인이 직접 노조를 만들 수 있다. 기업은 적당히 구부러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원칙을 따지기보다 불법이나 부적절한 일도 회사의 지시라면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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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 입사한 이후 그는 그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단다. 하지만 그의 송곳 같이 올곧은 성품 때문에 선배들과 자주 부딪히게 되었대. 특히 그와 생각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선배들과는 더욱 더그렇다 보니 부서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 일쑤였다고 하는구나. 부서를 옮겼다고 해서 그는 선배들에게 또는 권력이 구부러지는 사람이 아니었어. 그는 꿈꾸었던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부단해 했을 뿐이야.

 

3.

아빠는 가끔 그런 생각을 했어. 지난 MB정권과 박근혜 정권 때 방송을 장악했던 이들. 그들 또한 언론인이고, 그들이 그 이전 민주 정부에서 그렇게 권력에 쓴소리를 내던 이들인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저렇게 권력의 강아지가 된 것일까 하고 말이야. 이 책을 보니 알겠더구나. 우리가 겉에서 보는 언론사나 방송사와 다른 일들이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었어. 실제 내부에서는 진보와 보수(아니 수구) 사이의 계속된 다툼이 있다는 거지. 노무현 정부에 자유로워진 언론 환경에서 MBC안의 수구 세력들은 쓴 비판이라는 명목으로 권력을 쥐어흔들었던 것이야. 그런데 일반 사람들이 보면 당시 MBC면 그래도 진보 매체에 속하는데 너무 비판만 하는 것 아니야?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거든.

당시 MBC는 심지어 조선일보의 거짓뉴스까지 베껴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다고 하는구나. 이런 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보도본부장이 MBC 내의 수구세력에 대표격인 구본홍이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하는구나. 기자가 직접 취재한 기사가 아닌, 남이 쓴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쓰는 행위는 직무유기가 아닐까 싶구나. 이 이야기를 들으니, 걱정이 되는구나. 언젠가는 또 정권이 바뀔 날이 올 텐데, 그러면 또 다시 지난 정권과 같은 방송과 언론이 생겨날 테니 말이야. 어찌하면 공정한 언론을 갖출 수 있을까? 이것도 시스템 문제일 텐데. 언론 개혁이 그래서 쉽지 않은 것인가 싶구나. 결국 언론이 바로 서야 하는데, 그것을 이용마 기자는 이렇게 이야기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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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언론이 바로 서는 것은 단순히 정치권력의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검찰이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면, 언론은 사회적 의제 설정을 통해 미래를 여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언론이 자유로워야 사람들이 현재 생각하는 것,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의제가 형성되고, 하나씩 해결되어 나간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전형적인 발전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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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마 기자는 노무현을 열렬히 지지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그의 평가는 냉정했어. 노무현이 집권하는 기간 많은 성과를 냈지만,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했어. 그래서 노무현은 새시대의 맏형이 될 수 없었고, 구시대의 막대였다고 평가를 했어. 하지만 그가 만들어 놓은 토대로, 조금 늦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것이지. 그에 대한 노무현의 평가는 또다른 애정이라는 것을 아빠는 알 수 있었어. 문재인 정부는 새시대의 맏형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아빠는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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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노무현은 내가 현실 정치를 접한 이후 김대중에 이어 열렬히 지지했던 정치인이었다. 물론 노무현 집권 기간에 지지층들이 많이 이탈했다. 노무현은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는 그의 말대로 구시대의 막내였다. 정치개혁이라는 관점에서는 그 누구보다 선명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권위주의는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경제와 노동, 사회 개혁이라는 관점에서는 노무현 역시 시대의 한계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새로운 시대의 맏형이 되지는 못했다. 그 과제를 후대에 남겨졌고, 우리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노무현은 우리 현대 정치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했고, 그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수 있었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밑그림을 깔아놓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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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MBC 김장겸 사장이 해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 아빠도 정말 너무 기뻤단다. 70여일 동안 계속되었던 MBC 파업도 그만 둔다는 소식도 이어서 들려왔어. 뒤이어 그동안 중단되었던 MBC TV와 라디오가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단다. 아빠가 TV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무엇인가 정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아빠도 기분이 좋더구나.

이제는 정말, 허일후 아나운서가 김장경 해임소식이 있던 날 이야기한 것처럼 이용마 기자가 빨리 건강을 되찾아서 건강한 모습으로 출근하기만 하면 완벽해 질 것 같구나.

제발.. 부디

기적이 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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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7-11-29 0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용마 기자는 저와는 같은 공간에 있었던 동갑이네요. 숙연해집니다. ‘공범자들‘에서 본 그의 앙상한 얼굴이 마음 아파요.

bookholic 2017-11-30 08:38   좋아요 0 | URL
이용마 기자님을 볼 때마다 주범자와 공범자들의 처벌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연 2017-11-29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적이 일어나기를... 제발.

bookholic 2017-11-30 08:39   좋아요 1 | URL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으니, 꼭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