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51호 - 2016년 11월~12월, 창간 25주년 기념호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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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이 창간 25주년이 되었단다. 이번 호는 창간 25주년 특집호란다. 하지만 그리 기뻐할 만한 일만은 아니라고 하는구나. 녹색평론사가 출판 사정이 어렵대. 그러면서 이번에 녹색평론의 가격을 2000원을 올리면서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단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를 부탁했어. 녹색평론 잡지책이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녹색평론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들이 많이 있단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려는 시민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것이 아빠의 바람이란다. 녹색평론을 읽다가 좋은 내용이라서,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으면 아빠도 가끔 그 글을 발췌하여 SNS에 올리곤 했단다.

하지만, 아빠가 처음 녹색평론을 읽기 시작한 2010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빠 지인들 중에 녹색평론을 읽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를 알고 있는 이들도 많지 않단다. 그래도 녹색평론 뒷면에 녹색평론 모임 공고를 보면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녹색평론을 같이 읽고 있고, 그 모임 공고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희망을 가져본단다. 아빠도 그 오프라인을 한번쯤 나가고 싶지만, 기회가 잘 안 되는구나. 그리고 녹색평론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좀더 다양한 소재를 다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번 호가 특집호라서 그런지, 그간 계속 다루었던 내용들의 중복이라서 다소 아쉬움 마저 남겼단다.

 

1.

창간 27주년 특집호 표지에 무위당 장일순의 사진이 있어 반가웠단다. 아빠가 무위당 장일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동안 녹색평론에서 몇 번 그에 다룬 글을 읽고 그에 관한 책을 읽고, 그에 관심이 생겼단다. 들어가는 글에서 그의 생명 사상에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단다. 최근 우리나라는 두 달 가까이 국정 마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두 달이 아니라 9년 가까이 국정 마비 상태였는데, 이번에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이 실태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악마와 같은 이가 아직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면서,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단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의 백성들은 모두 악마를 가리켜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한다 하지만 그가 버티고 있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단다. 저런 악마가 국가를 개인과 측근의 소유물로 만드는 것을 그대로 둘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시스템은 과연 민주주의 맞는가?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민주주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저렇게 잘못을 수도 없이 많이 한 악마가 버티고 있는데도 당장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이 또한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탄핵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그것은 왜 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그런데 얼마 전에 끝난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미국 또한 민주주의가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누군가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던 것도 민주주의라서 그렇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그런 민주주의라면 무엇인가 상당히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구나.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치르기 전이었고, 트럼프라는 사람이 인기를 끄는 것 자체로 미국식 민주주의가 끝났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 글을 쓴 이는 지금쯤 어떻게 이야기할 지 궁금하구나.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지금의 민주주의는 정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바뀌어야 한단다. 그런 변화를 자신의 이익과 손해를 상관하지 않고 바꿀 수 있는 이가 다음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얼마전 내년 나라 예산 편성을 할 때, 빚더비에 쌓여 있는 나라가 또 빚을 끌고 와서 예산 편성을 하는 것을 보고, 그리고 자신의 당선을 위해 세금을 헐뜯어가는 것을 보고 이 개판인 국회의원 선거 제도도 뜯어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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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하다는 것은 오늘의 정치상황 때문입니다. 시간은 빠르게 가는데, 지금 이대로 가면 인류 생존의 토대 자체가 붕괴한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는데도, 세계의 정치는 마냥 이 사태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닙니다. 최근의 미국 대통령 선거판을 보면 미국식 민주주의는 완전히 끝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기본적 교양도 상식도 없어 보이는 부동산 부호가 갑자기 나타나서 저렇게 대중들의 인기를 끈느 것을 보고 소위 엘리트 지식인들은 포퓰리즘의 대두를 걱정하고 있지만, 결국은 미국식 민주주의가 끝났다는 신호로 보는 게 옳습니다. 그동안 지배층이 정당정치니 민주주의니 하는 가면을 쓰고 정치랍시고 해온 게 실은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는 게 전부였다는 것을 깨달은 대중들의 분노가 표출됐다고 봐야죠. 소위 엘리트들에 대한 민중의 반란이라고 봐야죠.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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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권력의 심각한 부패만큼 시민들의 둔감을 걱정하였는데, 이것은 이 책이 촛불시위가 시작되기 전에 나와서 그런 것 같구나. 주말마다 벌어지는 평화적인 촛불시위는 악마의 스캔들 만큼 온 세계에서 관심을 갖고 있더구나. 권력의 부패에는 무관심했던 시민들이 모욕감에 거리로 뛰쳐 나온 것이란다. 그나저나 얼른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2.

두어 달 전 아빠가 회사에서 일하는데 바닥이 출렁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단다. 예전에 마룻바닥이었던 교실에서 덩치 큰 친구가 옆을 쿵쾅쿵쾅 뛰어날 때 느꼈던 출렁거림... 그 출렁함이 지나가고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웅성댔단다.  그리고 그것이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의 여파란 것을 알게 되었단다. 경주라고 하면 여기서 한참 떨어진 곳인데, 이정도 느낄 정도면 지진의 강도가 적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했단다. 지진 강도 5.8. 언론에서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등의 기사를 쏟아냈단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진 그 자체가 아니라 수많은 핵발전소가 더 큰 문제란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지진 당시 우리는 핵발전소의 위험함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단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안전한가? 지진에 잘 버틸 수 있는가? 핵발전소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활성단층과 활동성단층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활동성단층 위만 아니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하는데, 그것은 말장난에 불가하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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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용어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활성단층은 지구의 40억 년 역사 중 180만 년전에 시작된 제4기에 형성된 단층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활성단층은 최근 ‘180만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을 의미한다. 활동성단증의 정의는 두 가지이다. ‘50만 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움직인 단층 또는 3 5천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으로 정의된다. 언뜻 보면 두 가지 정의가또는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만족해도 활동성단층이 되므로 더 보수적인 기준같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꼼수가 하나 자리 잡고 있다. ‘50만 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이라는 개념이 입증하기 매우 힘들다고 한다. 이미 움직인 단층에서 또 한번의 움직임이 있을 경우 단층면이 바스러지기 때문에 그 단층이 한 번 움직인 것인지 두 번 이상 움직인 것인 확인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질학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활동성단층의 정의 중에서 의미 있는 것은 ‘3 5천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이라는 정의뿐이다. 다시 말해서 핵산업계는 (180만 년 내에 움직인) 활성단층이 아니라 (3 5천 년 내에 움직인) 활동성단층에서만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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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진이 일어난 곳이 하필 경주였단다. 경주라는 도시는 신라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로 예전에 여행 갔을 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기를 꺼리는 도시가 되었단다. 왜냐하면 경주에 세워진 방폐장의 문제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야. 입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함에도 불고하고 그곳에 지어진 방폐장. 그런데 지진까지 덥쳤으니... 그리고 경주는 방폐장 뿐만 아니라 경주에는 월성단층이 있단다. 진도 6.5까지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다고 하지만, 제대로 성능을 보이는지 확인을 해보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스릴러 세상에 사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정말 6.5에도 강건하게 설계하게 되었다고 쳐도, 진도 5.8이 발생했다면, 6.5 이상도 언젠가는 발생할 수 있는 강도라고 생각이 드는구나. 지금이라서 우선 6.5 지진을 견딜 수 있는 게 맞는지 시험을 해봐야 하고, 더 높은 진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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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2일 경주지진 이후 440회가 넘는 여진이 2주째 지속되고 있다. 많은 경주시민들은 반복되는 지진에 지쳐 있다. 친척 집에 피신을 한 사람도 많다. 여기에 원전사고의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진도 6.5에 견딜 수 있게설계된 원전이라지만 설계대로시공되었는지,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과연 그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조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규모 5.8의 지진이 월성원전이 있는 경주에서 발생하였다. 또한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원자력계는 벌써 이번 지진의 진원지가 양산단층이 아닐 가능성과 활동성단층이 아닐 가능성을 주장하고 했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나는 이 정도의 사실들 앞에서 우리 국민이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하여 충분이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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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녹색평론에는 늘 서평을 서너 편 싣고 있단다. 아빠는 그 서평을 통해 알게 된 책들을 읽곤 했어. 이번에 소개된 책 세 권은 모두 읽고 싶더구나. 전태일의 어머니에서 노동자의 어머니가 되어 노동 운동에 평생을 바친 이소선에 대한 책 <이소선 평전>.

그리고 몇 년 전에 이슈가 되었다가 올해 초 다시 크게 이슈가 되었던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빼앗긴 숨>.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한 원인과 해결방안을 제시한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아빠의 읽고 싶은 책 목록에 모두 넣어야겠구나.

 

 

 

9월 12일 경주지진 이후 440회가 넘는 여진이 2주째 지속되고 있다. 많은 경주시민들은 반복되는 지진에 지쳐 있다. 친척 집에 피신을 한 사람도 많다. 여기에 원전사고의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진도 6.5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된 원전이라지만 설계대로 ‘시공’ 되었는지,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과연 그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조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규모 5.8의 지진이 월성원전이 있는 경주에서 발생하였다. 또한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원자력계는 벌써 이번 지진의 진원지가 양산단층이 아닐 가능성과 활동성단층이 아닐 가능성을 주장하고 했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나는 이 정도의 사실들 앞에서 우리 국민이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하여 충분이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급박하다는 것은 오늘의 정치상황 때문입니다. 시간은 빠르게 가는데, 지금 이대로 가면 인류 생존의 토대 자체가 붕괴한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는데도, 세계의 정치는 마냥 이 사태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닙니다. 최근의 미국 대통령 선거판을 보면 미국식 민주주의는 완전히 끝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기본적 교양도 상식도 없어 보이는 부동산 부호가 갑자기 나타나서 저렇게 대중들의 인기를 끈느 것을 보고 소위 엘리트 지식인들은 포퓰리즘의 대두를 걱정하고 있지만, 결국은 미국식 민주주의가 끝났다는 신호로 보는 게 옳습니다. 그동안 지배층이 정당정치니 민주주의니 하는 가면을 쓰고 정치랍시고 해온 게 실은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는 게 전부였다는 것을 깨달은 대중들의 분노가 표출됐다고 봐야죠. 소위 엘리트들에 대한 민중의 반란이라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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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24 0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자녀분들께 독서편지를 쓰시는 bookholic님의 글을 보면서 자상함과 자녀분들에 대한 사랑을 느낍니다^^: 가족분들과 따뜻한 성탄 보내세요.

bookholic 2016-12-24 23:08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님께서 따님께 하시는 걸 보면 늘 부족함을 느낀답니다. 따님의 얼굴을 보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자랐는지 알 수 있네요. 겨울호랑이님도 온가족 행복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와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