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부는 바람이 있으니, 국뽕일지라도 자랑스러운 한류란다. K-pop, K-무비, K-드라마 등으로 여러 나라에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K-요리, K-뷰티, K-클래식 등 다양한 분야로 퍼지면서, 소프트 파워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들이란다. 다른 나라에서도 Korea Wave(한류)에 대해 연구하고 다큐멘터리도 찍는다고 이야기 들었어. 그리고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면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온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그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더 알기 위해 우리나라 말도 배우고 우리나라 역사도 공부한다고 들었어.

이런 흐름 속에 영어로 된 우리나라 현대사를 다룬 소설이 하나 나타났단다. 그리고 그 소설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대. 책 제목은 <작은 땅의 야수들>. 아마존 이달의 책에 선정되었고, 여러 매체에서 2021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했어. 이 책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김주혜라는 분이 쓴 것인데, 장편소설은 <작은 땅의 야수들>이 첫 번째 작품이라고 했어.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18년부터 1964년까지의 이야기란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힘들었던 시기.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모두 가슴에 한()을 품고 살지 않았을까 싶구나. 지은이는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외할아버지께서 독립 운동을 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지은이가 비록 미국인이지만 영혼만은, 정신만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리고 이런 괜찮은 소설을 한 편 쓸 수 있는 힘을 갖고 계셨고 말이야. 물론 우리나라 작가가 쓴 현대사를 바탕으로 한 더 훌륭한 소설이 많다고 생각해. 하지만 번역이 쉽지 않고, 우리나라의 작가들의 유명세가 세계적으로 아직 넓지 못해서 그런 작품들이 세계에 많이 소개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 영어로 된 소설로 인기를 끌었으니 그 영향력은 클 거라고 생각되는구나.

지은이 김주혜 님이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더 쓰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현대사에 관한 소설들을 몇 권 더 써서 외국 사람들에게 더 많은 우리나라 역사를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구나. 이 책을 언론에서 평한 것을 책 앞쪽에 실어주었는데, 그 중에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 팬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라라는 평이 있었단다. 아빠가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이사벨 아옌데의 <바다의 긴 꽃잎>이라는 소설이 있었잖아. 칠레의 현대사를 소설로 다른 소설 말이야. 그것처럼 김주혜 님의 <작은 땅의 야수들>도 우리나라 현대사를 소설로 쓰신 것이니, 그 평이 나름 공감이 갔었단다.


1.

, 그럼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게. 사냥꾼 남경수는 눈길에서 기력을 잃고 쓰러지게 된단다. 그런데 길 잃고 헤매던 일본군대를 만나 살아나게 되었어. 그리고 남경수는 일본군대에게 길을 안내해 주었고, 가는 길에 만난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구해주었단다. 산에서 내려온 이후 일본군대 하야시 소좌는 그를 죽이려고 했지만, 야마다 대위가 설득하여 살려주었단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프롤로그의 줄거리란다.

, 이제 소설 속 등장인물에 대해 소개해 줄게. 은실이라고 하는 평양의 유명한 기생이 있었단다. 은실에게는 딸이 두 명 있었는데, 월향과 연화였어. 월향과 연화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은실만 알고 있었어. 독립운동을 하는 이였고, 지금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었고, 은실은 남몰래 독립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단다. 은실의 밑으로 기생견습생 옥희가 들어왔는데, 옥희와 연화는 금방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단다. 옥희는 무엇이든 열심히 했어. 시조도 열심히, 노래도 열심히, 공부도 열심히

은실의 첫 딸 월향은 둘째가면 서러워할 만큼의 미인이었는데, 일본군 소좌 하야시에게 겁탈을 당하고 말았고, 임신까지 하게 되었단다. 은실은 그런 월향을 평양에 두기 보단 좀 멀리 보내려고 했어. 그래서 경성에서 기생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촌 단이에게 보냈단다. 그때 월향을 보살피라고 연화, 옥희도 함께 보냈단다. 단이는 일본인 판사에게 잘 보여서 그에게 후원을 받으며 큰 집에 살고 있었단다. 그래서 월향, 연화, 옥희는 경제적으로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어.

….

남정호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경성으로 왔다고 했는데,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남정호의 아버지는 앞서 이야기했던 사냥꾼 남경수더구나. 남정호는 다리 밑 패거리들과 싸움이 붙었는데, 그 패거리의 우두머리를 이기고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었단다. 그래 봤자 아직 열 살 남짓 어린 아이들이었어. 남정호는 우연히 옥희와 알게 되었고 친구가 되었단다.

김성수라는 지주 아들이 한 명 있었단다. 어느날 동경 유학 동기 중에 한 명인 이명보가 찾아와 독립자금을 부탁했으나, 김성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거절했단다. 이명보는 은실의 소개로 단이를 찾아갔단다. 단이도 은실처럼 남몰래 독립자금을 조달하고 있었거든. 단이는 흔쾌히 독립자금을 준다고 했는데, 그 자리에서 명보는 김성수를 다시 보게 되었단다. 사실 김성수와 단이는 옛 연인이었는데, 김성수가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온 것이란다. (얼마 후 다시 단이를 버리게 되었지만…) 당시 이명보는 3.1 운동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인쇄소를 하는 성수에게 단이가 선언문과 태극기 인쇄를 부탁했어. 성수는 단이의 부탁까지는 거절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허락했단다.

그리고 얼마 뒤 3.1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단다.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웠듯이 1919년이었단다.  단이도 시위에 참여했다가 일본 경찰에 잡혀 구치소에 갇혀 있었는데, 그를 후원해주는 일본인 판사의 도움으로 풀려날 수 있었어. 하지만 동행했던 하녀이자 친구인 해순은 감옥에서 죽고 말았단다. 이 일로 단이는 큰 충격을 받았단다. 이명보도 3.1 운동 주동자로 잡혀서 감옥살이를 했는데, 단이가 이번에도 일본인 판사에게 부탁해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되었단다.


2.

시간은 지나 1925년이었어. 그 사이에 연화와 옥희는 제법 자라서 십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단다. 연화는 경성 최고의 가수가 되었고, 옥희는 기생 공연에서 칼춤과 연기로 유명해지게 되었단다. 그래서 어떤 극단이 옥희에게 제안을 해서 배우로 일하게 되었고 크게 성공하였단다. 연화는 옥희와 여전히 친하게 지냈지만, 자신도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을 밀어준다고 하는 대동영 극장으로 옮겨서 가수로 독자적 활동을 시작했단다. 연화가 노래 실력이 좋았지만 대동영 극장에서 가수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대동영 극장 사장의 애인이 되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이란다. 연화는 임신하고 딸 선미까지 낳게 되었단다.

그런 사이 월향은 딸 해숙을 낳은 이후 열심히 생활했단다. 비록 일본 장교의 겁탈에 의해 낳은 딸이지만, 월향은 딸 해숙에게 정성을 다했단다. 딸의 학교 일로 학교에 갔다가 미국 부영사를 만나게 되었는데, 월향은 부영사의 눈에 들어 미국 영사관에서 일하게 되었어. 나중에서는 그 부영사가 청혼을 했는데, 월향은 자신의 딸 해숙을 미국에서 공부시켜준다는 조건으로 그 청혼을 받아들였단다. 결혼 후 월향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고, 나중 일이지만 미리 이야기를 하자면 아주 행복하게 잘 살았단다.

남정호도 부쩍 자라서 청년이 되었어. 어렸을 때부터 옥희를 사랑했는데 단이가 접근 못하게 하여 마음에만 품게 되었단다. 주먹으로 일인자가 되어 건달 무리들과 지내다가 누군가의 소개로 이명보를 만나게 되었단다. 이명보 기억나지? 이명보는 감옥살이 2년을 마치고 나온 이후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을 물러 받은 뒤 철저하게 사회주의자로 활동했단다. 자신의 재산 절반을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했어. 그리고 여전히 몰래 독립 운동을 했는데, 그 일을 남정호가 도와주게 된 거야. 정호는 자신이 의거를 하기로 마음 먹고 중국으로 건너가기로 했단다. 중국으로 가기 전에 옥희를 만나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옥희에게 사랑 고백을 하면서 마음이 흔들려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했어. 그러자 옥희는 가라고 하였고 이 일로 정호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단다. 정호는 중국에 건너가 의거에 성공했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단다.

옥희의 주변에는 또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단다. 한철이라는 사람으로 오래 전부터 옥희의 인력거꾼 일을 했었어. 그렇게 일도 하고 야학 공부도 했어. 옥희는 한철의 학비를 도와주었고, 한철은 계속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어. 옥희와 한철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대학까지 졸업한 한철은 슬슬 옥희를 멀리하게 되었단다. 한철이 일하는 곳에서 사장의 눈에 띄어 사장의 중요한 일들을 하게 되었는데, 그 사장이 다름 아닌 김성수였으며, 한철은 김성수의 딸 서희와 결혼까지 하게 된단다. 옥희의 사랑을 배신을 한 나쁜 놈.


3.

시간은 또 흐르고연화는 대동영 극장의 사장으로부터 결국 버림을 받았어. 뻔한 스토리였잖니. 연화는 아편에 빠지고 나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단다. 옥희는 연화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어. 해방이 된 이후 정호가 기지촌에서 연화를 찾아냈고, 옥희는 돈을 주고 연화를 데리고 왔단다.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였던 연화는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을 것 같았어. 미국에 있는 월향에게 연락해서 연화도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단다. 옥희도 한철로부터 배신을 당한 이후 생활이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어. 단이 이모가 병으로 죽기 전까지 옥희 혼자 보살펴 주었고, 단이 이모가 죽고 나서는 혼자 생활했단다.

….

정호는 해방 이후 국회의원이 될 정도로 성공했단다. 하지만 일제시대 때 공산당원 이력이 문제되어 수감되었어. 이것은 반대정당의 야비한 수법이었단다. 일제 시대 때 많은 사람들이 공산당원이면서 독립운동을 했었거든. 옥희는 사업가로 성공한 한철을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했어. 한철은 해방 후에 자동차 제조사를 차리고 큰 사업가가 되어 재계에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옥희가 한철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어. 한때 옥희가 그렇게 도움을 주었고, 사랑의 배신까지 한 한철이 용서를 받고 보답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한철은 거절했단다. 이 소설의 최고의 빌런이구나. 결국 정호는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고 말았단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마음에 상처를 크게 받은 옥희는 서울을 떠나 제주에 가서 정착했단다. 그곳에서 버려진 아이 철수를 거두어 보살피면서 지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아빠가 줄거리를 이야기해준다고 하긴 했는데 잘못된 부분도 많고, 다른 이들이 보면 중요한 장면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도 있을 거야. 이해해 주렴. 이 책은 비록 소설이지만 있을 법한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였단다. 그런 우리 조상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있고 우리나라가 있는 거란다. 그들과 우리는 한민족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들이 비록 힘든 삶을 살았지만, 하늘에서라도 지금의 우리나라 모습을 보면 뿌듯해하시지 않을까 싶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하늘은 하얗고 땅은 검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마침내 바다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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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bookholic 2023-02-08 22:28   좋아요 1 | URL
늘 축하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미세먼지 많은 요즘인데요..
마음만은 화창한 2월 되시길 바랍니다~~

커래히 2023-02-1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