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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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과학 교양 서적을 가끔 찾아본다고 했잖아. 너희들이 점점 자라다 보니, 과학 교양 서적을 읽은 내용을 너희들에게 이야기해 주면 너희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더 찾아보게 된 것 같아. 특히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은 더욱 말이야. 과학 교양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가 쉽지 않거든. 얼마 전에 몇 달 동안 계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리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과학 관련 책이 하나 있었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에 관한 책인가 보다 했어. 자세한 책 소개를 읽어보지 않고 샀단다.(읽고 나서 보니 참 잘한 것 같구나.) 지은이는 룰루 밀러라는 사람으로 과학 전문기자라고 하는구나. 첫 부분을 읽다 보니 과학 교양 서적이라기 보다는 과학 에세이라고 해야 더 많을 것 같구나.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 그러니까 자신의 일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어. 자신의 삶이 무료하고 침체되어 있는 것 같고 우울한 생활돌파구도 없어 보이고 그런 생활들.. 그러다가 그는 한 위대한 분류학자를 알게 되었단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분류학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던 분류생물학자. 지은이 룰루 밀러는 그를 우상으로 삼기로 하고, 그를 통해서 삶의 전환을 이룰 수 있고, 어떻게 사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지은이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책들과 자료들을 섭렵하게 되었단다.


1.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1851년에 태어나 1931년에 삶을 마감했단다. 그 시절 치고는 장수한 편에 속하는구나. 데이비드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를 분류해서 공통점을 가진 것끼리 나누는 것을 좋아했단다. 하늘의 수많은 별들. 식물들도 자기 나름대로 분류해 보았어. 대학교 때 자연사수업코스라는 것이 있었는데, 데이비드는 그것을 신청했어. 그가 평상시 존경하던 루이 아가시 교수가 진행을 한다고 했거든. 그 코스는 페니키스라는 섬에서 진행을 했단다. 공부보다 놀러 왔다고 생각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데이비드는 처음부터 열정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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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러나 눈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감각기관이어서 사람에 따라 똑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바로 그 똑 같은 뜨거운 땅이 데이비드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개, 해면동물, 해초들로 반짝거리며 환영의 손짓을 보냈다. 학생들이 안면을 트고, 서로 추파를 던지고, 길게 늘어선 침대 중 자기 자리를 고르는 동안, 데이비드는 슬그머니 해변으로 내려가 평생 처음으로 소금기 밴 바닷물에 손가락을 담갔다. 까맣고 부드러운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이어서 녹색을 띤 돌을 집어 들었다가 하는 사이, 그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평생 그를 따라다닐 다급한 마음이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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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런 열정은 루이 아가시 교수의 눈에 들었고, 데이비드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물고기 분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단다.

그 코스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데이비드는 물고기 분류를 했어. 그는 물고기 분류학 분야에서 유명해지면서 정부의 프로젝트 제안도 들어왔어. 이름 없는 물고기들에게 이름을 짓고 분류해달라는 것이었어. 그는 이름이 없던 미국의 민물고기들 80여 종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 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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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그건 그렇고, 데이비드는 다윈이 신을 없애버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추구는 여전히 고귀한 일이라 여겼다. 그는 자연의 사다리의 형태, 그러니까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지위가 정해져 있는지를 드러내줄 가장 높은 청사진에 대한 추적을 계속 이어갔다. 다만 이제는 그 질서를 만드는 것이 신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믿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그 청사진은 여전히 가장 결정적이고 많은 것을 알려줄 비밀들을 품고 있을 터였다. 데이비드는 물고기의 해부학적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의 진짜 창조 이야기, 인간을 만드는 데 어떤 생명의 실험들이 필요한지를 알아내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가 하는 일은 다른 생물들의 우연한 실수와 성공들 속에 쓰여 있는, 잠재적으로 인류가 더욱더 진보하도록 도와줄 실마리들을 찾는 것이었다. 이는 키를 잡고 있는 창조주의 존재가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아가시의 사명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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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는 페니키스 섬에서 알게 된 수전과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아이 셋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가 했는데, 수전이 폐렴에 걸려 일찍 죽고 말았단다. 데이비드는 제시라는 여자와 재혼했는데, 제시와 데이비드의 아이들과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대.

지은이가 데이비드 조던 스타를 삶의 모델로 삼기에 좋은 에피소드가 두 개 있었단다. 그의 연구소에 불이 나서, 수 년 동안 자신의 모아두었던 샘플들을 모두 잃어버리는 사고가 났었어.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단다. 그런데 그것은 약과였어. 나중에 그거 더 유명해졌던 1905년 대지진이 일어나서, 30년 간 모아주었던 물고기 샘플과 그 샘플에 이름들이 다 떨어진 거야.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들의 이름이 다 사라지고 만 거야. 이정도 피해를 입었으면 웬만한 사람들은 포기할 텐데, 데이비드는 다시 하나하나 이름표를 매핑시켰단다. 그러면서 다음에 지진이 나도 이름표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그는 물고기에 이름표를 실로 꼬매 놓는 식으로 다시 정리했다고 하는구나. 정말 대단한 노력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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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133)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그 지진과 화재가 준 교훈이다. 그가 지은 집은 무너지기 쉬운 카드로 지은 집이지만, 그는 집 밖에서 서 있고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다. 위대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그보다 더 경이로운 일은 도시가 되는 것이다. 도시란 사람들로 이루어지며, 사람은 영원히 자신이 창조한 것들보다 높이 올라가야 한다. 사람의 내면에 있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보다 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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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달리 주변 사람들, 가족이나 동료 연구원들의 안타까운 죽음들이 많았어. 그래도 꿋꿋하게 자신의 연구를 계속 하였단다. 그런 그의 일관된 열정은 본 받을 만 했지.


2.

그가 분류학으로 유명한 학자가 되자, 시골의 어떤 부자가 대학교를 만들었다면서 그 대학교의 학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어. 그 학교가 그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교였단다. 그러니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지금은 명문이 된 스탠퍼드의 대학교 초대 학장이었던 거야. 한 길만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인정을 받게 되는 거구나. 스탠퍼드 대학교를 세운 사람은 스탠퍼드 부부였는데, 그 중 부인인 제인 스탠퍼드와 데이비드는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하는구나. 그들 사이는 남편이 죽고 나서 더 안 좋아졌어. 데이비드를 지지하던 남편이 죽고 나자, 제인은 어떻게 하면 데이비드를 쫓아낼까 생각했단다. 그래서 스파이까지 두면서 그의 비리를 찾아내려고 했어. 그러던 중 제인이 하와이 여행에 갔다가 급사하게 된단다. 데이비드에게 행운이었을까?

지은이는 제인의 죽음에 의문점들이 있어서 조사를 해보았어. 제인은 하와이 여행 전에도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단다. 독이 든 음식을 먹고 말이야. 제인은 맛이 이상한 음식을 뱉어내고 그 위기를 모면했단다. 그런데 하와이에서는 그러지 못했어. 제인의 시신에서는 독으로 죽었다는 증거들이 여럿 있었단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를 살해한 것이지.

제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데이비드는 만사를 뒤로 하고 하와이로 향했단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알고 지내는 의사와 함께 갔는데, 그 의사는 제인이 자연사했다고 발표했고, 언론에도 그렇게 내보냈단다. 다른 의사들의 생각은 달랐지만, 사람들은 신문에 발표된 것만 보았지나중에 데이비드가 죽고 나서도 한참 뒤인 2000년대 초반 데이비드가 제인을 죽였다는 내용으로 책이 출간되었는데, 그 책 내용으로 보면 증거와 정황이 너무 명백해서 제인은 데이비드의 사주를 받은 이가 죽였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았어.

지은이가 데이비드를 계속 조사하다 보니, 우생학이라는 학문을 계속 만나게 되었단다. 데이비드가 우생학 신봉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런데, 우생학은 무척 잔인하고 나쁜 학문이었단다. 우생학은 열등한 사람들을 죽이거나 후손을 갖지 못하게 하여 미래에는 유전적으로 좋은 사람들만 살아남게 한다는 학문이었어. 다윈의 사촌 골턴이라는 사람이 우생학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는데, 그는 자연선택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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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우생학은 1883년 유명한 박식가이자 찰스 다윈의 고종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영국의 과학자가 만든 단어이다. <종의 기원>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골턴은 사촌의 책을 읽고 깊은 영감을 받아, 그 책을 내 정신 발달 과정의 신기원이라고 불렀다. 지구에서 생물의 배열을 결정하는 자연선택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자마자, 그는 인류의 지배자 인종을 선별할 수 있도록 그 힘을 조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요컨대 가난, 범죄, 문맹, “정신박약”, 방탕함 등 그가 피와 관련된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특징들을 교배함으로써 말이다. 그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살시키는 이 기술을 우생학이라고 불렀다. “좋은출생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그리고 그는 자기-다윈의 사촌인!-말을 들어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얼핏 과학적으로 들리는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계획에 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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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도 그런 우생학을 신봉했던 거야. 그러면서 우생학을 신봉하는 다른 사람들과 실제로 행동도 하였단다. 열등함도 그들이 판단하여 사람들을 납치하여 감금하기도 했단다. 그들이 판단한 열등한 사람들에게는 유색인들도 포함되어 있었어. 그들은 사람들을 감금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불임수술을 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질렀단다. 지은이는 당시 피해를 받은 여성들을 찾아가 그들의 사연도 책에 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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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스턴은 한 연구팀과 함께 수년간 그 기록들을 분석했고, “부적합자란 말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그 범주 안에서 살아갔는지에 관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스턴의 글에서 알 수 있듯 부적합하다고 여겨진 사람들은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판단된 젊은 여자들, 멕시코와 이탈리아, 일본 이민자의 아들과 딸들그리고 성적인 전형에서 벗어난 남녀들이었다. 다른 연구들은 과도하게 치우친 비율로 많은 유색인 여성들이 불임화의 표적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 정부는 1970년대 초에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2500명 이상을 강제로 불임화했음을 인정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우생학위원회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수백 명의 흑인 여성들을 찾아내 불임화했다. 그리고 당혹스럽게도 1933년과 1968년 사이 푸에르토리코 출신 여성 중 약 3분의 1이 미국 정부에 의해 불임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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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이런 사실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어. 자신이 롤모델로 삼으려고 했던 이의 충격적인 사실. 열정을 가진 분류생물학자인 줄만 알았던 그가 알고 보니 사람들을 죽이고 온갖 만행을 저지른 사람이었다니그건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같은 충격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이런 반전이 숨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지. 책의 전반부에 느꼈던 감정이 후반부에는 다 사라지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분노의 감정만….


3.

지은이는 어떻게 하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 앙갚음을 할까 생각했어. 그러던 와중에 데이비드가 평생 연구했고 그의 업적의 전부인 물고기라는 것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연구 주장을 보게 되었어. 그러니까, 물고기를 너무 퉁쳐서 같은 무리로 했다는 거야. 마치 산에 사는 다양한 동물들을 하나로 분류했다는 거야. 어류로 분류된 많은 것들이 하나로 묶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주장이었는데, 지은이가 알아보니 이런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많았고, 그 근거들이 명확해서 최근에는 학계에서는 어류가 없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했어.

지은이는 그래, 이거야.. 하고 깨달았단다. 지은이는 이걸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자며 이 책의 후반부에는 어류로 분류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니까 어류란 없다는 근거와 설명을 해주고 있단다. 그러니까 데이비드, 당신이 평생 쌓았던 업적과 그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다 잘못된 것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그렇게 그가 죽은 다음에라도 그의 업적을 없애는 것만이 그가 죗값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생각했던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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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 만약 당신이 아직도 물고기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을 과학적으로 타당한 한 집단에 몰아넣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바늘이 있는 폐어들과 실러캔스를 당신 생각에 그들이 당연히 소속된 곳인 물속에 송어와 금붕어와 함께 밀어 넣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범주를 어류라고 부를 수도 있다! ,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공통 조상을 지닌 모든 후손이 함께 포함될 수 있도록 몇몇 다른 생물들도 어류라는 집단에 집어넣어야 한다.

물가에 걸터앉아 있는 개구리들은 어떨까? 그 개구리들도 발로 차서 같은 물속에 집어넣어라.

저 하늘 높이 나는 새들은? 그 새들도 물에 빠뜨려라.

소들은? 물론 소들도 들어간다.

당신의 엄마는? 당연히 어류다.

어떤가? 그럴듯한가? 그렇지 않다면, 과학적으로 좀 더 논리적인 일은 어류란 내낸 우리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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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 책은 한 사람의 열정과 업적을 쫓다가 그 사람을 고발하는 내용의 대반전으로 끝이 났단다.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스탠퍼드대학과 인디애나대학에 있던, 데이비드 조던 스타의 이름을 따서 지었던 건물들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는구나. 뒤늦게나마 적절한 조치구나.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는 법이구나. 그리고 어류라는 것이 분류학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내용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 우리가 오랫동안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옳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류가, 물고기가 없었다니

독특한 이야기의 구성이 신선했던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남은 추석 연휴 재미있게 잘 보내자~~


PS:

책의 첫 문장: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책의 끝 문장: 가장 희망적이었던 순간에조차, 나의 하찮은 뇌는 그녀만큼 한없이 도취시키는 존재를 꿈에도 결코 상상해내지 못할 거라고.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이 사상은 정의, 향수, 무한, 사랑, 죄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천상의 에테르적 차원에 머물면서 인간이 발견해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그것들의 이름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개념은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실재"가 된다. 우리는 전쟁, 휴전, 파산, 사랑, 순수, 죄책감을 선언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이렇듯 아이디어를 상상의 영역에서 세상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운송 수단인 이름 자체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사상에 따르면, 이름이 존재하기 전까지 개념들은 대체로 불활성 상태에 있다고 한다. - P93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 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 P226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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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9-11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bookholic 2022-09-12 10:13   좋아요 0 | URL
저도 고맙습니다~^^

종이달 2022-09-11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뚜버기님 안녕하세요.

종이달 2022-09-11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님 안녕하세요.

돌아온탕아 2022-09-12 0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책이군요!

bookholic 2022-09-12 10:15   좋아요 1 | URL
돌아온탕아님의 취향에도 맞는 책이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