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4)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여러분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어른들에게 말하면, 어른들은 도무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 애의 목소리는 어떠니? 그 애는 무슨 놀이를 좋아하니? 그 애도 나비를 채집하니?> 절대로 이렇게 묻는 법이 없다. <그 앤 나이가 몇이지? 형제들은 몇이나 되고? 몸무게는 얼마지? 그 애 아버지는 얼마나 버니?> 항상 이렇게 묻는다. 이렇게 묻고 나서야 어른들은 그 친구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여러분들이 <나는
아주 아름다운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는데요, 창문에 제라늄이 있고, 지붕
위에 비둘기가 있고……> 이런 식으로 어른들에게 말한다면, 어른들에겐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나는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비로소 그들은 소리친다. <정말 예쁜 집이겠구나.>
(44)
“그때 난 아무것도 알지 못한 거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꽃을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주고 내 마음을 밝게 해주었어. 거기서 도망쳐 나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 어설픈 거짓말 뒤에 따뜻한 마음이 숨어 있는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꽃들은
정말 모순덩어리야! 하지만 난 꽃을 사랑하기엔 너무 어렸어.”
(53)
“바로 그렇다. 누구에게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하느니라.” 왕은 계속했다. “권위는
무엇보다도 이성에 근거를 두는 법이니라. 네가 만일 네 백성들에게 바다에 빠져 죽으라고 명령을 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키리라. 짐이 복종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은 짐의 명령이 지당하기 때문이니라.”
(76)
“할아버지 생각엔 제가 어딜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는 물었다.
“지구가 괜찮아.”
지리학자가 대답했다. “그 별은 평판이 좋아……”
그래서 어린 왕자는 자기 꽃을 생각하며 길을 떠났다.
(92-93)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모두를 너무나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여우가
말했다. “너는 아직 내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 없어. 너도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세상에 흔한 여러 여우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여우에 지나지 않는 거야.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의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
(94-95)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 알수 없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어느 것도 알 시간이 없어. 그들은 미리 만들어진 것을 모두 상점에서 사지. 그러나 친구를 파는
상인은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없지. 네가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 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나한테서 조금 떨어져서 바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나는 곁눈질로 너를 볼 텐데, 너는 말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야.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이 앉아도 돼……”
(98-99)
“잘 가.”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너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나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여우는 말했다. “그러나 너는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나는 내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110-111)
“아저씨네 별에 사는 사람들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정원 하나에 장미를 5천 송이나 가꾸고 있어…… 그래도 거기서 자기들이 구하는 것을 찾지는
못해……”
“찾지 못하지.”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자기들이 구하는 것을 장미꽃 한 송이에서도
물 한 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을 텐데……”
“물론이야.”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덧붙였다.
“하지만 눈은 장님이야. 마음으로 찾아야 해.”
(119)
“사람들에겐 별이라고 해서 다 똑 같은 별은 아니야.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겐 별이 길잡이일 거고, 어떤 사람들에겐 작은
빛에 지나지 않을 거야. 학자들이라면 별을 문젯거리로 생각하겠지. 내가
만난 사업가들한텐 별은 황금이야. 그러나 별은 말이 없어. 아저씨가
보는 별은 다른 사람들하곤 좀 다를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의 어느 별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그 별들 중의
어느 별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아저씨에겐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으로 보일 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