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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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박균호 님의 신간을 읽었단다. 책 제목에 이 두 번이나 들어간 책 이야기를 엮은 책이란다. 박균호 님의 책들을 읽다 보면, 대단한 장서가이자 애서가라는 것을 알겠더구나. 그런 분들이라면 책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을 거야. 그리고 어떤 작가의 숨겨진 이야기, 어떤 책에 대한 재미있는 뒷이야기들그런 것들을 이야기해주는 책이 바로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이란다.

이 책의 장점은몰랐던 여러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고, 유명한 작가들의 숨겨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알게 되어 너희들이나 지인들에게 할 이야깃거리가 생겼단다. 그리고 때로는 어떤 책들은 피할 수 있게 솔직한 평을 만날 수 있었어. 이 책을 읽고 어떤 책을 피하겠다고 마음 먹었냐고? 가장 먼저 소개해준 <율리시스>라는 책이란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는구나. 독서계의 양자역학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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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에 관한 서평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것만 믿어야 하지 의외로 재미난다는 말로 선량한 독서가를 현혹하는 선동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말로 <율리시스>를 읽고 이해한 지인이 있다면 다른 종교를 믿지 말고 그 분을 신으로 모셔야 한다. 그런데도 왜 독서의 고수들은 <율리시스>를 권하는가? 왜 우리는 <율리시스>를 읽어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율리시스>를 읽는다는 것 자체로 이미 당신은 독서가의 최고봉에 등극하기 때문이다. 이해 따위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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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책이 어려워서, 독서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신입회원에게 신고식으로 많이 선정되는 책이라고 하는구나. 호된 신고식용 책이지. 그런데 이 책이 왜 이렇게 유명하게 되었을까? 의문이 들 수 밖에 없겠지. 이 책이 출간하고 12년 동안 외설시비에 휘말려 금서로 지정이 되어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렇다 보니 독자들의 호기심이 최고조에 달했고, 금서에서 풀리지 마자 대박이 났다고 했어. 그렇게 유명해진 작품이라고 하는데, 정작 읽으려고 하면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그래서 이 책을 아빠는 읽지 말아야 할 책목록에 추가했단다. 그런데 너희들이 읽는 세계명작동화집에 <율리시스>가 있더구나. 외설 시비를 붙었고, 독서 고수들도 어려워서 읽기 어려운 책을 어떻게 각색했길래, 너희들을 위한 책으로 탈바꿈을 했을까? 궁금하더구나. 아빠도 어린이들을 위해 각색한 <율리시스>는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 책등에 스티커가 안 붙어 있는 거 보니까, 너희들도 아직 안 읽었구나.


1.

이 책에 여러 작가들의 에피소드도 소개해 준다고 했잖아. 많은 작가들의 에피소드들을 다 이야기해주기에는 시간이 없고몇 명 만 살짝

<진달래꽃>의 작가 김소월이 서른세 살에 아편을 먹고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단다. 그 아름다운 시를 쓰는 사람이 아편이라니뜻밖이었는데, 그가 극심한 관절염에 시달렸다고 하는구나. 그 관절염의 고통을 잊지 위해 아편을 했다고 하니, 안타깝구나. 그리고 살아 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하고 평생 가난한 시인으로 살았대. 하늘에서는 그가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구나.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은 총 4권인데 모두 등록 문화재에 등록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그 책값이 만만치 않겠지?

지은이 박균호님은 책 사냥꾼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단다. 아빠도 책을 사긴 하지만, 희귀본이나 진귀한 책에게는 크게 관심은 없단다. 하지만 그런 희귀본에 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엄청 매달리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더구나. 그런 책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가 떠오르더구나. 고서나 희귀본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설로 잘 버무린 책.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 소개했었던 나쓰메 소세끼 전집에 관한 이야기도 이 책에 살짝 소개되었단다.

오장환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시인을 이 책에서 소개해 주었단다. 그의 작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친일로 돌아선 동료 시인들에게 대판 비판하였고 아는 척도 안 했다는 사실에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문학적으로 아주 뛰어난 작품을 남긴 사람이 있단다. 그런데 그 사람이 조국을 배신하고 친일을 했어. 그렇다면 그 나라는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맞을까. 그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라도 반성하면서 조용히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나라에서 그의 뛰어난 문학작품 보다는 조국을 변절하고 친일을 했다는 점을 더욱 부각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런데 그가 죽고 나서 문학관까지 지어주었다고 하니, 아빠로서는 이해가 가질 않는구나. 오장환 시인께서 비판한 서정주에 대한 이야기란다. 아빠는 앞으로 서정주는 잊고, 오장환 시인을 기억하련다. 그의 시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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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오장환 시인은 1937년 시집 <성벽>을 발표했으며 서정주, 이용익과 함께 당시 시단의 3대 천재로 불렸고 심지어 시의 황제라는 칭호를 듣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때 많은 문인들이 친일 성향을 보였지만 오장환 시인은 꿋꿋하게 지조를 지켰다. 서정주 시인과 <시인부락>의 동인으로 함께 활동하면서 우정을 나눈 것이 <화사집>을 출간하는 인연이 되었다. <시인부락> 1936년 당시까지만 해도 문단에서 그럴듯한 명성이나 경력이 없는 서정주가 주도를 해서 창간을 한 소박한 시 동인지였다. 시 동인지에 주소지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으나 오장환 시인도 <시인부락>에 대한 애착이 대단해서 <시인부락>의 주소지를 자신의 자택 주소로 삼았다.

회원들 또한 서정주와 처지가 다르지 않은 무명 신인들로 김진수, 김달진, 오상원 등이었다. 부락이라는 명칭 또한 무슨 심오한 뜻이 아니고 그냥 여러 민가가 모여 사는 시골 마을을 뜻하는 그 부락이다. 시작이 미약했고 끝도 미약했으나 2호를 마지막으로 종간했다. 오장환은 미당이 친일 활동을 한 이후로는 교류를 끊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더라도 인사도 하지 않으며 친일파라고 대놓고 비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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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서가들의 고민거리 중에 공통점이 있는 것 같구나. 집에 책이 있는 줄 모르고 또 주문하는 일 말이야. 박균호님도 그런 경험이 많으신 것 같았어. 처음에는 당황하셨을까? 사실 아빠도 그런 경험이 있거든. 처음에는 당황한 적이 있거든그래서 그런 일이 일어날 때는, 한 권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곤 했단다. 아빠는 주로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곤 하는데, 친절하게도 알라딘에서 이전 구매 이력이 있으면 알려준단다. ‘이 바보야, 너 책 이미 주문했었어그래서 중복구매를 사전에 막은 적이 있었지. , 그런데 아주 똑 같은 책이어야 하는 거야. 고전 같은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알려주지 않는단다. 그리고 같은 출판사인데, 양장본과 반양장본인 경우도 안 알려준단다.

그래서 아빠가 같은 책인데 같은 출판사의 양장본과 반양장본을 같이 갖고 있는 경우도 있었어. 요즘은 긴가 민가 하는 경우는 구매 이력을 직접 조회해 본단다. 제목으로 조회가 가능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지은이 박균호 님은 그런 중복구매를 사고 방식을 전환을 통해 긍정정인 활동으로 생각하고 계시더구나. 중복 주문 덕분에 책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을 두 번 누렸다는 것이지. 그리고 반전 멘트 하나 날리시고치매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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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좋은 책이란 이런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독자에 따라서 너무나 천양지차의 매력과 경험을 느끼게 한다는 것. 어쩌면 내가 머리가 너무 나쁘기보다는 너무 좋은 책이라서 같은 책을 두고 개인에 따라서 극히 독특한 책 소개를 하게 만들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 같은 책을 두 번 주문하긴 했지만 두 번 모두 주문으로 이르게 하는 즐거움과 설레는 책 소개를 읽는 즐거움을 누렸으니 그리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혹시 의학용어로 치매라고 부르는 것은 아닌지 슬며시 걱정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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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감 가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 주자면, 러시아 소설의 등장 인물에 관한 이야기란다. 아빠도 러시아 소설을 읽을 때마다 곤욕을 치르는 것이 등장인물의 길이와 호칭이란다. 러시아 이름에 아버지의 이름도 들어가는 등 긴 이유에 대해 설명을 듣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긴 이름이 기억될 이 만무하단다. 더욱이 한 사람에 대한 호칭도 한 소설 내에서 여러 가지로 부르다 보니, 더 헛갈리는 것이지. 지은이께서 말씀하시기를 출판사의 가장 불친절한 행위 중 하나가 러시아 문학 작품을 내면서 이름을 정리해 주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ㅎㅎ 어찌나 공감이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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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출판사가 독자에게 하는 가장 불친절한 행위 중에 하나는 러시아문학 작품을 내면서 등장 인물의 이름을 따로 정리해주지 않는 것이다. 한국인 독자가 러시아 고전을 읽으면서 겪는 가장 불편함이 이름의 난해함이라고 생각한다. <도스또예프스키 전집>을 사랑하는 나는 2000년에 나온 초판, 2002년에 나온 신판, 그리고 2007년에 나온 수집가용 한정판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데 읽는 것은 휴대성이 가장 좋고 표지가 예쁜 2002년판으로 읽었다. 표지가 뭉크의 그림으로 장신된 빨갱이버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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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었던 러시아 소설들은 대부분 책 앞 쪽에 등장인물을 정리해 준 것 같았어. 아빠는 책 읽을 때 왔다 갔다 번거로워서, 종이에 따로 등장인물 정리한 것을 그대로 옮겨 적어서 그 종이를 책갈피로 사용했던 적이 기억나는구나. 그런데, 예전에 어떤 출판사는 그런 책꽂이, 그러니까 소설의 등장인물을 정리해서 적은 책꽂이를 책과 함께 주었다고 하는구나. 정말 친절한 출판사로구나. 위의 책에서 발췌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지은이 박균호 님은 도스또예프스키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인 것 같구나. 전집을 판본 별로 다 가지고 계시다고 하니 말이야아빠도 도스또예프스키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가지고 있는 것은 빨간색 뭉크 그림의 표지는 서너 권뿐이니 말이야. 그것도 책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책등이 다 바랬고 말이야. 어디 가서 도스또예프스키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지 말아야겠구나.


3.

더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이제 그만해야겠구나. 너희들도 커서 나중에 한번 읽어보고, 지은이가 소개해 준 책 중에 읽어 보고픈 책이 있으면 한번 읽어 보렴. 그리고 너희들도 책과 관련된 추억이 생길 텐데, 그런 책과 관련된 추억들을 일기에 잘 적어 놓으면 좋은 추억 저장소가 되지 않을까 싶구나.

이 책을 다 읽고 책을 덮었는데, 책 앞면에 3 사분면 되는 부분에 길게 칼로 그어진 듯한 선이 있는 거야. , 이게 처음부터 있었나? 어디서 긁혔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 사분면에도 비슷한 것이 있는 거야. 그래서 이게 책의 디자인의 일부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인터넷 서점에 조회를 해보니 똑 같이 있더구나. 책의 디자인이었어. 그런데 왜 저렇게 선을 그어 놓았을까? 궁금하더구나. 지은이 박균호님은 알라딘 인터넷 서점 블로그에서 활동 중이라 댓글 등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앞 표지에 그어진 선에 대해서 여쭈어 보았더니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시더구나. 날카롭게 모든 책들 다 와서 그은 것이라고 하더구나이상, .


PS:

책의 첫 문장 : 2020 2월 마크틴 하이데거의 <숲길> 2판이 출간되었다.

책의 끝 문장 : 책은 고구마 줄기처럼 여러 갈래의 인연과 즐거움을 우리들에게 선사한다.


임화는 조선의 랭보라는 찬사를 받으며 윤동주, 백석, 황순원과 일제 강점기 문화계를 대표하는 꽃미남 트로이카 중 한 명이었다. 시인으로서 임화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단편 서사시를 시도했다. 그가 쓴 단편 서사시의 대표작은 <우리 오빠와 화로>, <젊은 순라의 편지>, <어머니> 등이 있다. 문학비평가로서 임화는 우리나라 비평의 근간을 구축했다. 임화는 영화 주연배우로도 활약한 다재다능한 예술인이었다. 업적은 화려했지만, 말로는 불우했다.
24살의 나이로 마르크스 문학을 지향했던 카프의 서기장으로 활약하다가 광복이 되고 나서 박헌영과 함께 월북했지만, 남로당 숙청 작업이 한참일 때 미국의 스파이, 친일 행위, 반소련, 반공의 죄를 뒤집어쓰고 총살을 당했다. 북한에서 처형되었던 임화는 남한에서조차 그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문학가로서는 더 치욕스러울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 P235

백석의 시에 대한 가장 찬란한 찬사는 이런 수치보다는 그의 연인이었고 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주인공인 자야(김영한) 선생의 한마디다. 김영한 선생은 그 가치가 일천억 원에 달하는 대한민국 3대 요정인 대원각을 아무런 대가 없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하여 사찰 길상사를 세우게 한 인물이다.
기부한 재산이 아깝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1,000원 재산이라고 해봐야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해"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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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9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9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4-19 1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밌었어요. 아 근데 정말 아이들에게 이렇게 근사한 편지를 계속 쓰시다니 존경스러워요.
저희 집은 모두가 코믹버전이라 이런 진지한 얘기 자체가 안된다는..... ㅠ.ㅠ

bookholic 2021-04-19 23:36   좋아요 0 | URL
어차피 쓰는 리뷰를 그저 편지체로 쓸 뿐이랍니다~~^^
코믹 버전의 집이라...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집입니다...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