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조정래.조재면 지음 / 해냄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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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조정래님의 책을 읽었단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아빠가 조정래님을 좋아해서 조정래님의 태백산맥 10권을 필사까지 했었잖아. 단지 태백산맥 10권 필사를 하면 조정래님을 만나 뵐 수 있다고 해서 말이야. 그렇게 좋아하는 분의 책이니 빠짐없이 읽으려고 한단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그동안 조정래님의 책들과 성격이 다른 책이란다. 혼자 쓰신 것이 아니라 공동 저자였어. 그리고 그 공동 저자는 다름 아닌 조정래님의 손자인, 이제 고등학생인 조재면군이었단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가지 주제를 놓고 논술을 주고 받는 내용이란다. 어떤 주제에 대해 손자가 글을 쓰면 할아버지가 그 글을 수정해주고, 그리고 할아버지 자신도 그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이야. 그런데 그 글이 원고지 서너 장이 아니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수십 장씩 쓰고 있단다. 조정래님이야 워낙 글 잘 쓰는 작가이니 그렇다 쳐도, 조재면군은 글 내용과 실력은 둘째 치더라도 고등학생이 저렇게 장문을 글을 쓸 수 있다니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태어나서 보니 할아버지가 당대 최고의 작가라면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그 할아버지가 직접 논술 지도를 해주신다? 색다른 기분이 들면서 자부심도 클 것 같구나. 조정래님께서는 손자뿐만 아니라 아들이 젊었을 때도 글쓰기를 가르쳤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다른 책에서 소설가로 살아가자면 가난하게 될 것 같아서, 아이도 한 명만 낳았다고 글을 본 적이 있었어. 그 한 명뿐인 아들이 군대에 다녀와서 구타로 인해 목을 크게 다쳤다고 했어. 그리고 당시 태백산맥은 금서로 묶여 있어서 조정래의 아들이라고 하면 오히려 빨갱이 아들이라고 더 맞았다는 거야. 그런 아들에게 미안함이 컸던 조정래님은 아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직접 하셨다고 하는구나. 신문 사설을 통한 글쓰기였다고 했어. 군대까지 갔다 온 나이에 그런 글쓰기를 공부를 한 조정래님의 아드님도 대단하신 것 같구나.

 

 

1.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단다. 국정 역사 교과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 청소년 PC 게임 시간 제한, 남녀 성평등, 비만 문제. 모두 최근에 이슈가 되었거나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들이란다. 각 주제에 먼저 손자 조재면군이 글을 썼단다. 조재면군의 글들은 고등학생의 글 답지 않게 논리정연 하더구나. 하지만, 그런 느낌 들었어. 일반적이다.. , 이런 느낌. 그러니까, 인터넷 뉴스 같은 데서 많이 본 글들을 논리적으로 잘 정리했다는 느낌이 들었어. 간간이 개인의 생각도 적긴 했지만 말이야.

그에 비해 할아버지 조정래님의 글들은 확실히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포함된 글처럼 보였단다. 그리고 조정래님의 글이 더 읽기 편했어. 이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말글씨에 더 가까운 글들이었단다.

..

이 책에서는 조정래님이 손자의 글을 퇴고한 것을 캡처해서 실어 놓았단다. 꼼꼼하고 자세한 퇴고.. 손자의 글을 퇴고하면서 할아버지 조정래님은 뿌듯함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렇게 글을 주고 받는 것은 손자 조재면군이 고3이 되어 입시 준비 때문에 그만두었다고 하는구나. 할아버지와 나눈 이 글쓰기나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

2.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제목에대화라고 써 있어서 그야말로 할아버지와 손자가 마주 앉아서 나누는 대화일 거라 생각했어. 할아버지인 조정래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그런 대화이런 고급 논설문인줄은 생각도 못했단다. 그러면서 아빠는 이런 논술지도를 해주지 못할 텐데너희들이 이 다음에 고등학생이 되면 결국 논술학원에 맡겨야 하나? 씁쓸한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가 한동안 했던 편지노트 주고 받기를 다시 해봤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이 이제 막 글을 배웠을 때, 노트에 편지를 주고 받았었는데, 요즘은 뜸해졌잖아. 그것을 다시 해봤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조정래님처럼 글을 고쳐줄 수는 없지만, 글을 쓰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오늘은 독서편지를 짧게 마치고, 편지노트에 손편지를 오랜만에 써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딸도 없이 하나인 아들이 군대에서 제대해 복학을 앞두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한밤중에 야식을 먹어야 잠이 오고, 숨이 차오르도록 많이 먹고는 소화제를 먹은 우리들을 보면서 돼지도 개도 소도 말도 고양이도 그리고 날아가는 새들도 손가락질하며 깔깔깔 웃고 있다..


(16)
세 가지 신문 중에서 한 가지 사설을 골라낸다. 아들과 나란히 앉아 내가 먼저 사설의 제목을 읽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런 방향과 저런 방향에서 볼 수 있다고 두 가지 시각을 제시한다. 아울러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전개하는 이야기의 방법을 간추려 들려준다. 그런 다음에 내가 사설을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 나간다. 그러면서 문장의 의미를 설명하고, 논리 전개를 짚어 주고, 기승전결을 구분하고, 확인시킨다. 그리고 논리 전개를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대목 대목에서 예를 들어 가며 설명해 준다. 그 공부는 약 30분 정도 걸린다. 사설 한 가지를 읽는 데 3~4분 걸리니까 그 열 배의 시간이 들어간다.

(55-56)
그러나 그의 무능과 고집불통의 독단은 최순실과의 국정 농단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의 잘못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세월호 사건을 그렇게 무감각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해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에 대해 절망케 만들었고, 국민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해 버려 남북 관계를 냉전 시대보다 더 얼어붙은 파탄 상태로 몰아넣었고, 국민 그 누구도 모르게 결정된 사드 배치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나라 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지게 만들었고,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사전에 단 한마디 의논도 없이 돈 몇 푼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해 버려 민족 자존심을 훼손하는 새로운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이 사건들은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나라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증거들이다.

(83)
이제 전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 경제 이념은 자본주의뿐이다. 그것은 앞으로 더욱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는 속담을 낳게 한 인간들은 돈을 더욱 살아 있는 신으로 떠받들게 될 것이다. 그런 살벌한 시대에 이윤 추구를 본질로 하는 기업들에게 ‘기업 윤리’를 지키라고 하는 것은 참 부질없는 잠꼬대일지도 모른다. 교수님들도 변호사님들도 다 그 지경인 판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갈데없이 불의한 세력들이 합작한 살인극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사태가 또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쉬 떼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탐욕이란 인간의 힘으로 제거할 수 없는 본성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정직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자가 온순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돈 앞에서 양심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하이에나가 고깃덩이 앞에서 얌전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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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4 1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태백산맥 10권을 필사하셨다구요? 우아....진짜 북홀릭님 대봑입니다 ^^

bookholic 2018-12-24 15:26   좋아요 1 | URL
에고고 부끄럽습니다^^ 제가 태백산맥 필사하고 나서 알라딘 서재에 포스팅한 것이 카알벨루치님과 친구맺기 전이었네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십시오~~^^

카알벨루치 2018-12-24 17:03   좋아요 1 | URL
참 메리크리스마스 하소서! 조정래 <태백산맥>이참에 읽어버릴까 내 맘에 불을 지펴주는 북홀릭님 감사합니다

bookholic 2018-12-24 17:21   좋아요 1 | URL
읽는 것보다 카알벨루치님의 독창적이고도 범우주적인 글씨체로 <태백산맥> 필사를 해주시면 엄청날 것 같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24 17:35   좋아요 1 | URL
북홀릭님 표현은 정말 아방가르드하시네요! 필사하신분은 제가 바로 옆에 두고 있었네요 그것도 3년...내공이...제가 <필사>책을 읽고 독서를 시작했었는데 태백산맥필사를 조정래작가가 며느리한테 시켰다고 하던데 북홀릭님도...일단 일독하는 것부터 먼저!ㅎ

붕붕툐툐 2018-12-24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백산맥 필사라뇨~ 정말 대단하셔요~ 조정래님은 만나셨어요??

bookholic 2018-12-25 11: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네, 조정래 선생님을 만나뵈었습니다~^^ 즐거운 연말연시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