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램에게 먼저 갔다가 한참만에 돌아왔다.
그새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좀 많이 사그라 들어버렸다. ㅠㅠ
《사나운 애착》 읽고 바로 읽었어야 했는데...


레너드와 미드타운의 어느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운을 뗀다. "넌 요즘 사는 게어떤데?"
"닭뼈가 목구멍에 딱 걸린 거 같지 뭐" 레너드의 답이다.
"삼키지도 못하고 토해내지도 못하고 말야. 당장은 걸려죽지나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야."
내 친구 레너드는 재치 있고 영리한 게이로, 자기불행에 대해서라면 조예가 깊다. 그리고 그런 조예가 그의 활력이다.  - P5

우정을 나눌 때 겪는 갖은 난관이 자기 자신과 화해할수 없음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3세기 로마작가 카이우스는 이렇게 썼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지못한 사람은 어떤 타인에게도 우정을 기대할 권리가없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으뜸가는 의무다.  - P26

...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적대적일 뿐아니라 자기를 섬기는 타인의 가장 선한 마음조차 꺾어버리고 ‘세상에 친구 따윈 없다!‘며 다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불평까지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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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한 레나르트는 침묵에 잠겼다. 얼마 후 그가입을 열었다.
"일단 구체적인 하나의 사례에서 시작해보지." 그는 바흐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바흐 중대에 다소 의심스러운 인물이 하나있네. 그동안 그 병사는 젊은이들의 웃음거리였는데, 포위되기 시작하고부터 다들 그에게 호의적으로 대할 뿐 아니라 그의 눈치까지 보게 되었지………… 나는 그 중대와 중대장에 대해서 생각해봤네.
성공의 시기에 이 바흐라는 자는 온 마음을 다해 당의 정책을 지지했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머릿속에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도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의심이 드네. 그래서 나는 자문하네. 어째서 그의 중대에서 병사들은 얼마 전만 해도 자기들이 비웃던, 광대와 미친놈이 반반 섞인 것으로 여겨졌던 그런 자에게 끌리게 되었을까? - P195

 그런 자는 운명적 순간에 무슨 짓을 할까? 그는 병사들에게무엇을 호소할까? 그들의 중대장은 어떻게 될까?"
그가 말을 맺었다.
"이 모든 것에 대답하기는 어렵지. 하지만 한가지 문제에는 답할수 있네.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키지는 않으리라는 거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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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쟁의 양상이 바뀌어 독일과 히틀러의 꿈이 떠나간다는 것,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고통, 실수의 고통이, 파괴된 잔해와 더러운 눈발, 일몰의 피로 물든 창문들이... 말고기를 담은 솥 위의 연기를 바라보는 존재들의 양순한 인내라는 결과로 이어지다니... 삶의 깊은 곳에는 얼마나 무디고 무거운 힘이 놓여 있는가.....

32
야전헌병대장 할프가 제6군 참모부로 중대장 레나르트를 호출했다.
레나르트는 한참 뒤에야 도착했다. 경차에 연료 사용을 금지하는 파울루스의 새 명령 때문이었다. 모든 연료는 군 참모장 슈미트 장군의 재량하에 놓였으니, 열번 죽어도 연료 5리터를 받아내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이제 병사들의 라이터는 말할 것도 없고 장교용 차량에도 연료가 부족했다. - P188

레나르트는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야전 우편물을 가지고 시내로가는 참모부 차량에 올랐다.
작은 자동차가 얼음 덮인 아스팔트를 굴러갔다. 바람 한점 없는투명한 대기 속에 반투명의 가느다란 연기가 전선의 벙커와 토굴위로 솟아올랐다. 시내로 향하며 그는 머리에 수건과 스카프를 동여맨 채 걸어가는 부상자들과 명령에 따라 시내에서 공장으로 이송되는, 역시 머리엔 수건을 동여매고 발은 헝겊으로 휘감은 병사들의 모습을 보았다. - P189

운전사가 길가에 죽어 있는 말의 사체 옆에 차를 세우더니 모터를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레나르트는 단검을 들고 반쯤 언 말고기를 잘라내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말의 드러난 갈비뼈 사이로기어오른 한 병사는 마치 다 지어지지 않은 지붕의 서까래에 올라탄 목수 같아 보였다.………… 부서진 건물 잔해들 사이에서 모닥불이 타오르고 삼각대에 검은 솥이 걸렸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허리에는 수류탄을 찬 병사들이 헬멧, 군모, 이불, 목도리 따위를 뒤집어쓴 채 둘러서 있었다. 취사병이 장검을 휘저으며 솥 위로 떠오르는 말고기 조각들을 밀어넣었다. 벙커 지붕 위에서는 한 병사가 거대한 하모니카 비슷하게 생긴 말 뼈다귀를 천천히 뜯어 먹고 있었다. - P189

문득 지는 태양이 길을, 죽은 건물들을 비추었다. 다 타버린 건물의 검은 눈구멍들이 꼭 얼어붙은 피로 가득 찬 듯 보였다. 전투가 남긴 검은 재들에 더러워지고 포탄의 발톱에 파헤쳐진 눈밭이황금색으로 물들고, 죽은 말의 몸체가 만들어낸 검붉은 동굴도 환히 밝혀졌다. 땅을 휩쓸던 눈보라가 날카로운 청동빛을 내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 P190

석양은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며 시각적 인상을 그림-이야기로, 감정으로, 운명으로 바꿔놓는다. 꺼져가는 태양 속에서 더러움과검댕의 반점들이 수백의 목소리를 내고, 인간은 마음의 고통을 가버린 행복을,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실수의 고통을, 희망의 영원성을 깨닫는다.
이는 동굴 시대의 광경이었다. 척탄병들, 국가의 영광, 위대한 게르마니아의 건설자들은 이제 승리의 길에서 멀리 내팽개쳐졌다. - P190

헝겊 조각들로 친친 동여맨 사람들을 바라보며 레나르트는 시적인 직관으로 알아차렸다. 이것이 바로 일몰이라는 것을, 꿈이 떠나간다는 것을. - P190

히틀러의 번뜩이는 에너지가 가장 진보적인 이론으로 무장한강력한 이들이, 날개 돋친 민족의 힘이 이 얼어붙은 볼가의 고요한 강변으로 이어지다니, 파괴된 잔해와 더러운 눈밭, 일몰의 피로 물든 창문들, 말고기를 담은 솥 위의 연기를 바라보는 존재들의 양순한 인내라는 결과로 이어지다니, 삶의 깊은 곳에는 얼마나 무디고 무거운 힘이 놓여 있는가......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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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 사람들에게살지 않았던 사람으로 믿게 하기"
"자신의 전기를 쓸 사람이 나타날 것 같아 그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에밀 시오랑은 농담처럼 그렇게 말하곤 했다.  - P9

밀란 쿤데라는 이 루마니아 허무주의 대철학자의 재담을 거의 거짓말로 만들어버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저자는‘비오bio‘로 시작되는 모든 것
‘비오그라프(전기 작가)‘, ‘비오그라피(전기)‘을 끔찍이도 싫어해서, 남들 눈에 보이는 삶을 살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 P9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소설의 기술》에서 예언하듯 이렇게 말한다. 
"카프카가 요제프 K보다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될 때, 카프카의 사후 죽음의 과정이 예고되는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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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서론: 여성 해방, 사회과학,그리고 한국 사회
1. 여성 해방주의 : 성의 정치학과 새로운 사회의 비전
남녀 불평등 또는 여성 억압에 대한 인식은 길게는 근대 100년, 짧게는 급진적 대중 운동이 전개된 
최근 20여 년간에 있어온 것으로서,이 현상에 대해 논의할 적절한 단어를 우리는 아직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 남녀 평등을 주장해온 사람들은 흔히 여권주의자 · 남녀 평등주의자. 여성(해방) 운동가. 페미니스트 feminist 등으로 불리워져왔으며, 이는 기  엄밀히 남성과 여성 모두가 성적 억압 체계에서 해방되어야 할 존재라고 볼 때 ‘여성 해방‘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한정적인 인상을 남긴다.  - P11

‘여성학‘이라는 단어 역시 그러하다. 여성의 삶이 남성의 삶, 그리고 전체 사회적 과정과 동떨어져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 ‘여성학‘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나, 그러한 독자적 학문 분과를 설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원칙적으로 따져보면 ‘여성학‘이라는 것이 하나의 개별 학문으로 성립될
근거는 희박하다. 따라서 최근에는 ‘여성학‘보다는
‘성 연구gender studies‘라는 명칭이 더 많이 사용
되고 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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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30 17: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힘내십쇼!!

은하수 2024-07-30 21:40   좋아요 1 | URL
넵^^
다락방님께서도 즐건휴가 즐기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