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 미시마 유키오
미시마 유키오, ‘탐미문학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정말 아깝지 않은 작가이다. 금각사를 읽을 때도 느꼈던 건데 역시 이 작품도 다르지 않다.
문장 하나 하나 정말 아름답고 인물 한 사람, 한 사람 심리와 성격묘사까지 너무 뛰어남...
자꾸 빠져들게 만든다!


갑자기 혼다가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마쓰가에! 너 요즘 무슨 일 있는 것 아냐? 내가 어떤 말을해도 건성으로 듣고 있군."
"그런 것 아냐."
허를 찔린 기요아키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는 아름답고 서늘한 눈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친구가 자신의 불손함을 알게 되는 것은 부끄럽지 않았으나 고민을 들키는 것만은 무서웠다. - P47

여기서 만약 그가 흉금을 털어놓았더라면 혼다가 서슴없이 그의 마음속에 발을 들여놓을 것은 뻔했고, 누구에게도 그런 행동을 허락할 수 없는 기요아키로서는 이 하나뿐인 친구도 금세 잃게 될 터였다. - P48

그러나 혼다도 즉시 기요아키의 마음속 움직임을 
이해했다. 계속 그의 친구이기 위해서는 거친 우정은 절제해야 한다는 것. 마구 칠해 놓은 벽에 무심코 손을 짚어 손자국을 남기는 일 따위는 해서는 안 된다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죽을 만큼 괴로운 친구의 고통까지 간과해야 한다는 것. 특히 그것이
숨김으로써 우아해질 수 있는 특별한 죽음의 고통이라면. - P48

이럴 때 기요아키의 눈이 어딘지 절실한 간청을 
내비치는 것을 혼다는 좋아하기까지 했다. 그 모호하고 아름다운 경계지점에서 멈춰 달라, 애타게 바라는 눈길…………. 차갑고 팽팽한 긴장 상태에서 우정을 흥정하는, 이토록 무정한 대치(對峙) 속에서 비로소 기요아키는 청원인이 되고 혼다는 탐미적인 구경꾼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두 사람이 암묵적으로 바라왔던 상태이자 사람들이 두 사람의 우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의 실체였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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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14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있어요!!!(어쩌라고?)

은하수 2024-08-14 21:0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당연히 있으신 거 알았죠~~~
<봄눈> 알게 된 게 ㅈㅈㄴ 님 글을 통해서였고
제 기억에 댓글에서 다락방님 본 거 같은데....
여러권 겹친다고 하셔서 아마 이 책도 가지고 게실 거 같더라구요.
워낙 문장이 뛰어난 작가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번역가도 훌륭한 거 같아요. 문장에 거슬림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