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 권지예 소설
권지예 지음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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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괜찮은 단편집이다. 한편 한편 다 쏠쏠하다.

 

단편은 으레 실패할 때가 많아서 잘 안보게 된다.

 

작가별로 장편에 강한 사람, 단편에 강한 사람이 있는데

 

김영하의 단편은 단연 으뜸이다.(김영하 장편은 뒷심이 부족해.)

 

존경하는 조정래는 말이 필요없는 대하소설 대가지만 단편은 힘이 약하다.

 

 

 

권지예의 단편들은 언제인가 들어봤을 법한 옛 설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것 같다.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도 야릇하고, 가슴 아프고, 깨는(?) 비현실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래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옛날 이야기 같다.

 

이 책에 실린 단편「바람의 말」에서 주인공 엄마의 대사 중 "데친 시금치 같은 얼굴을 하고..."

 

라는 표현이 어찌나 적나라한지.

 

웃음이 났다. 내얼굴도 그렇지 않나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비유와 묘사가 뛰어나고 섬세하다.

 

 

작가가 인생의 쓴맛을 아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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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려서 길바닥이 얼어붙는 바람에 교통이 마비됐다.

버스가 조금도 움직이질 않는거다.

오래 갇혀(?) 있다가 중간에 그냥 내려서 걸어왔다.

오늘따라 버스가 일찍 와서 평소보다 많이 늦지는 않았지만

내가 일하는 곳은 교통을 통제하는 일도 하는 데라서

한바탕 전쟁일 것 같아 조금 걱정했는데

역시나 여기저기 화가 난무하다.

화내는 건 하품처럼 금방 전염이 돼서 니가 화내면 나도 화난다.

우리, 너무 쉬운 건 하지 말자.

의미가 없잖아.

화내고 나면 얼마나 허무한데

요 방정맞은 입에서 쏟아낸 화를 다시 주워담고 싶어지는

얼굴 화끈거리게 창피한 마음 잘 알잖아.

화 잘내는 나도

화내는 그들을 "바라보게" 되니 그제야 그냥, 무턱대고, 화부터 냈던 내 어리석음이 보인다.

 

그러니, 아무 수행없이 게으르게 사는 것을 새삼 인식하고

다시 수행모드 돌입하자고 다짐하고 또 다지는 것이렷다.

내 직속상관에게 틱낫한,『화』를 선물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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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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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달빛에 너도, 그리하여 나도 취한다.

마음이 흐드러져서, 흐느적거려서 비틀거린다.

제아무리 거칠고 무례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

상큼하고 어지러운 사과향내가 물씬 풍겨와 숨이 멎을 것 같다.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들릴 때,

나도 한 마리 짐승이 된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나를 놔주지 않는다, 달은.

 

이 책은 쓸쓸해서 아름다운 시(詩)다. 소설이 아니다.

옮긴이가 문학상을 수상한 이력도 있는 만큼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나다. 번역이 무척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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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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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고쿠도 시리즈 중 두번째(?) 아니, 세번째인가. 『광골의 꿈』도 읽었으니까.

첫 충격(?) 이어서 였을까?

이 시리즈 중 처음 읽은 『백기도연대 雨』가 가장 재미있다.

 

이 책은 첫느낌부터, 제목부터 이상한 귀기(?)가 느껴졌다.

저주받은 가문, 1년 반 동안 아기를 낳지 않는 임산부, 밀실살인사건 등등의 소재가 꽤 흥미롭다.

일본 전설 또는 설화 속 우부메에 대한 묘사도 신선하고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시종일관 이 세상에 이상한 일은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것이 일종의 세뇌작용을 하는지 독자도 그 생각에 동화되는 것 같다.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존재감이 약한 인물인 세키구치의 애틋한(?)연정도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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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역사 안에서 가끔 잉카(인지, 마야인지 아즈텍인지 모를) 후예 인 사람들이 음악 공연을 한다.

 

공짜이기도 하고 음악도 좋고 짠한 마음에 늘 맨 앞에 서서 듣곤 한다.

 

어젠 복장을 제대로 갖춘 잘생긴^^ 잉카 전사들 셋이 나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들었다.

 

 

셋다 키가 나만 한 것이 진짜배기들 같아서 더 마음이 쓰인다.

 

머리에 새깃털 장식(최근에 읽은 잉카책에 나온 것 같은, 새깃에 동물의 털을 연결시킨 )을 하고

 

이마에도 머리띠를 둘렀고 

 

얼굴도 전사처럼 무늬를 그렸고(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아무튼 무지 섹시했다^^)

 

그들의 전통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었다.

 

이제까지 비슷한 공연 때마다

 

한번도 씨디같은 것도 사 본 적 없이 박수만 크~게 쳐줬는데

 

한껏 차려입은 것이 무척 성의있게 보여 뭐라도 사줘야 할 것 같았다.

 

 

머리장식이며 옷도 무거울 텐데

 

추운 날씨에 꽁꽁 얼어 새파랗게 질린 손으로 우리나라 대금 비슷한 관악기를 부는

 

그 고생이 가여워-그거 해본 사람은 안다. 추운 겨울날 바깥에서 악기 치는 거 정말 고통이다.

 

손이 얼어서 악기를 잡을 수도 없는 걸-

 

그들이 파는 물건들을 살피고 악기를 사려다 어차피 연주할 수도 없고 해서

 

장신구를 사기로 했다.

 

가격은 꽤 비싸지만 비싼 공연 본 셈 치기로 한다.

 

 

"드림 캐쳐" 라는 장신구? 기원 상징물? 그거 사고 좋아서 헤벌쭉 했다.

 

차에 달아놓거나 침실에 걸어두는 거란다.

 

내 꿈을 잡아볼까.

 

오늘 본 멋진 그들(그 사람들 이어야해 꼭)의 공연을 언젠가 또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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