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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 권지예 소설
권지예 지음 / 민음사 / 2009년 8월
평점 :
드물게 괜찮은 단편집이다. 한편 한편 다 쏠쏠하다.
단편은 으레 실패할 때가 많아서 잘 안보게 된다.
작가별로 장편에 강한 사람, 단편에 강한 사람이 있는데
김영하의 단편은 단연 으뜸이다.(김영하 장편은 뒷심이 부족해.)
존경하는 조정래는 말이 필요없는 대하소설 대가지만 단편은 힘이 약하다.
권지예의 단편들은 언제인가 들어봤을 법한 옛 설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것 같다.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도 야릇하고, 가슴 아프고, 깨는(?) 비현실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래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옛날 이야기 같다.
이 책에 실린 단편「바람의 말」에서 주인공 엄마의 대사 중 "데친 시금치 같은 얼굴을 하고..."
라는 표현이 어찌나 적나라한지.
웃음이 났다. 내얼굴도 그렇지 않나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비유와 묘사가 뛰어나고 섬세하다.
작가가 인생의 쓴맛을 아는 사람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