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 -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허승철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를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픽션처럼 재구성한 형태로 분절하여 보여주고 있어, 사건과 사건 사이의 여백이 도드라져 보인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다.

그러나 때로 등장하는 ‘나는’이란 단어는, 저자가 역사의 현장을 겪었던 증인이라는 명징한 표지이기도 하다. 저널리스트로서 역사의 흐름에 동참했던 저자라서 그런지, 이야기들은 간명하게 정리되어 있다.

덕택에 당시를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워낙 어린 시절이었던지라, 기억에 남아있는 당시의 폭풍같던 사건들이 삶에 불러 일으킨 변화를 되짚을만큼의 깊이는 없겠지만, 그 때 일어났던 일이 세계사의 대전환점이었음을 이해하는 독서가 되어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수학책 - 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상 속 수학 개념들
벤 올린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렌들 먼로의 [위험한 과학책]과 같은 방식으로 삽화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조금 더 일상적이다.

보험, 복권, 세금, 야구, 선거 등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 속 수학 이야기를 꺼내어들고 있지만, 그러나 그 흐름을 따라가긴 쉽잖다.

세상의 많은 것들에는 수학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실전 수학에는 이런저런 수학의 영역과 범주가 분절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저런 영역과 범주 중 핵심적인 영역에 대해서 꺼내어드는 저자의 이야기는 해당 부분을 조금 더 넓게 다루고자 하나, 너무 넓어질 경우엔 영역 바깥으로 이야기가 쉬이 흘러가버릴테니 이야기를 적정선에서 끊어내고자 한다. 하지만 그 적정선을 정하는데 실패한 느낌이다.

저자가 써내려가는 수학 이야기에 대해, 그래서 자꾸 몰입이 깨어진다. 뭘 말하고자 하는거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었을텐데 그것을 잘 마무리해 내지는 못한 느낌이다. 시작은 굉장히 좋았는데, 끝은...

여담이지만, ‘복잡한 세상을 명쾌하게 풀어주는 수학적 사고의 힘’이라는 띠지의 수식어에는 의문이 든다. 이 책은 단순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수학적 원리와 개념이 숨겨져 있다, 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4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은, 다른 독자들도 그렇겠지만,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로 진행된 낙태의 합법화, 그리고 범죄율의 저하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룬 내용이다. 이제 경제학은 자본 만의 것은 아님이 확실하다. 이 책에서는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인센티브와 선택의 연결고리를, (협의의) 경제적 관점에만 묶어두지 않고, 도덕적/사회적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학문은 간학제적, 다학제적 바운더리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른 의미로 경제학 서적이라는 생각이 쉬이 들지는 않는다. 전통적인 의미의 경제학 내용으로부터 많이 비껴 서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평을 넓히거니, 혹은 별종으로 남거나. 다만 다루는 내용들은 다 의미있어 보인다.


덧붙이자면, 6장은 자녀 양육에 대한 내용이다. 자녀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길 원하는 부모의 행동이 덧없음을 회귀분석으로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이없는 진화 - 유전자와 운 사이
요시카와 히로미쓰 지음, 양지연 옮김 / 목수책방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독립서점의 가치를 일깨워 준, 소심한 책방에서의 [어이없는 진화]를 다시 한 번 읽었다.

첫 독서는 진화가설의 전반적인 이해 - 운이 선택한 적응 - 을 이루었다면, 두 번째 독서는 진화가설이 그 실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는 부분에 초점이 맞았다.

진화가 발전과 등치로 사용되면서 자연과학의 용어가 사회 현상의 프레임이 되었지만, 실제 그 사용예시가 적절치 않음을 지적하는 2장의 내용이 새삼스레 다가오는 독서가 되었다.

진화가설은 발전을 말하는 이론이 아니다. 그저 돌연변해가는 과정 중에 현재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음을 설명하는 이론인데, 우리는 이상적인 모습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발전해나가게 될 것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진화가설을 가지고 온다. 전형적인 호가호위라고 보아야겠지.

살아남은 자가 승자도 아니요, 승자가 살아남는 것도 아닌, 그저 살아남아있음을 설명하는 진화가설을 가지고, 자꾸 우열 - 것도 진화가설적 우열이 아닌 - 을 설명하는 얼치기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참 팍팍하다는 것이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함의이다.

요즘들어 몇 번 씩 되풀이하여 읽는 책들이 많아지는데, 이 책 또한 그렇게 들여다볼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증상이 아니라 독특함입니다 - 부모와 교사를 위한 신경다양성 안내서
토머스 암스트롱 지음, 강순이 옮김, 김현수 감수 / 새로온봄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이끌렸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에 오래 있으면서, 아이들의 독특함을 ‘증상’으로 쉽게 규정짓는 목소리들을 종종 듣다보니, 책의 제목이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모호하다. 이 책은 증상이 아니라 독특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증상임에 분명한 것도 자꾸 증상의 바깥으로 빼내고 있다.

물론,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해서 같은 것 또한 아니다. 이 책은 어느 순간, 다른 것을 다르게 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저자의 아버지도 신경다양성 증세 - 우울증 - 를 드러내었고, 저자 또한 그러하기에 어찌보면 다른 것을 다른 것 이상으로 보는 시선이 싫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 저자의 기저가 너무 강력하게 드러나, 책의 말미에 오면 모든 것이 같아 보인다.

책의 내용이 짧고 간단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을 만들다보니 그렇게 여겨지는 것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름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공감하려면, 차라리 앤드루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 훨씬 낫다. 분량은 서너배 되지만, 다름에 눌리면서 살아가는 가족의 무게를 담아내는 글의 담담함에 그저 어쩔 줄 몰라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것이 힘들고 조심스러우며 당혹과 고민을 느끼는 독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신경다양성에 대해 더 깊이있는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하튼. 이 책은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