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들 - 히틀러 대 스탈린, 권력 작동의 비밀
리처드 오버리 지음, 조행복 옮김 / 교양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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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들]을 읽으려고 시도했던 것은 아마 책이 출간된 직후부터였을 것입니다. 도서관에서도 여러 차례 빌렸었고, 꼭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읽지 못하다가, 작년에 책을 구매하고 올해 초에 책을 읽기 시작해서, 비로소 다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히틀러와 스탈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는 독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독일의 제 3제국 체제와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의 비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20세기 이래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독재자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만화경 같은 구실도 합니다. 


꽤나 두꺼운 책이지만, 읽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의외로 술술 넘어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책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연대기 순이 아니라 주제 순입니다. 실은, 독소전쟁의 이야기를 기대한 측면도 있습니다. 전쟁사에는 문외한인 편이어서 이 책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의 공방을 결정지은 독소전쟁의 대략이 나와있을까 생각했지만, 책은 양 독재 체제를 주제에 따라 비교하는 그런 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독재 체제를 가장 잘 대조한 것은, 독일의 제 3제국은 독일의 민족적 정체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 일사불란한 독재 체제였고, 소련의 공산 국가는 인류의 진보를 위한 이상을 가졌지만 그것을 구현할 만한 역량이 발현될 기회도 실천 의지도 박약했던 독재 체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독재 체제가 처했던 배경과도 관련이 있겠지요. 독일은 어쨌든, 1871년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 급격한 공업 발전과 함께 군국주의적인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한 국가입니다. 소련은, 그 공업 생산력이 세계 다섯 손가락에 들긴 했지만, 기본적인 체제는 농노 제도가 운영되는 지역이 광범위하게 남아 있었던 봉건 전제 국가이면서 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던 국가입니다. 두 독재 체제가 왜 하필이면 독일과 소련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참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두 독재 체제 모두 당 우선의 정치 질서를 구축하였고, 국민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하나의 행동으로 움직여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체주의적'이란 말은 두 정당이 '절대적인' 정당이라거나 모든 것을 포괄하거나 완전한 권력을 휘두른다는 뜻이 아니다. 그 용어는 두 정당이 자신들이 활동하는 사회의 '전체성(totality)'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협의의 의미에서 볼 때 두 운동은 진정 전체주의적 열망을 품었으며, 결코 단순한 의회 정당이 아니었다. (268쪽) 

그리고 독일이 훨씬 강력한 전체 체제를 구축하였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죠. 그것이 제 2차 세계대전에 임하는 독일과 소련의 위치를 결정한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참 의아한 것은, 어떻게 두 독재 체제의 전체성 지향이 국민들에게 먹혔는가라는 부분입니다. 두 독재 체제 모두 유토피아적 국가 수립의 이상향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제시하면서, 체제에 방해가 되는 존재에 대한 배제를 함께 구사하고 있습니다. 1936년부터 1938년에 걸친 소련의 숙청과 함께, 체제 수립 후에 지속적으로 유태인들에 대한 배제를 실시하는 독일의 경우에서 그러한 부분을 잘 볼 수 있습니다. 독재자 개인에 대한 숭배도 강화됩니다. 배제를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사회에서 제거해 나가면서 사회의 전체성을 강화하는 것. 두 국가는 점차 전체성을 강화하면서 독재 체제를 지속해 나갑니다. 


이 부분에서 현대의 독재 체제가 용인되는 메커니즘을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두 경우에서 독재 체제의 정당성을 입증한 것은 주관적 요인(예를 들면 강한 인간들의 포부)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의 객관적인 법칙이었다. 그 결과, 도덕적 전치가 발생하여 정권과 그 대리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에서 해방되었다. 두 체제는 인간의 변덕이 아니라 생물학적 필연이나 역사적 필연이 새로운 도덕 질서를 낳고 인간의 행위를 지배했다고 주장할 수 있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주장했다. 그러한 역사적 힘은 스탈린이 '진정한 지식'과 '객관적 진리'라고 부른 것이나 히틀러가 '준엄하고 엄정한 자연 법칙'이라고 기술한 것의 원천이었다. 두 독재자는 자신들의 체제가 역사적 우연이라는 생각을 거부했고, 이 점에서 그 시대에는 '옳았다'. (397쪽)

배제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도덕적 문제가 이런 방식으로 정당화되고 합리화되면서, 독재 체제의 모든 비인간적인 행위가 눈 감아지는 것이겠죠. 이 지점에서 '구국의 결단'이라는 키워드가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그러면서 법치주의라는 키워드도, 국가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일탈한 개인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키워드로 작동합니다. (435쪽) 그러면서 더 높은 정의 - 독일은 아리아 민족의 이상향 건설, 소련은 모든 인민을 위한 유토피아 건설 - 아래에서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은 두 독재 체제가 드러낸 공통점을 계속 지적하는 것으로써, 결국은 두 체제의 동일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독재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역자 후기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독재 체제를 가깝게 살아간 놀라운 경험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 우리나라나 북한에서 - 우리로써는 의미있게 읽어볼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족을 달자면, 총 14장 9백여쪽의 분량에서 4분의 3 정도 오는 시점부터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습니다. 책이 잘 안 읽혀지더군요. 그 부분부터는 조금 힘들게 책을 읽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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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시대 한길그레이트북스 12
에릭 홉스봄 지음, 정도영.차명수 옮김 / 한길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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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에릭 홉스붐은 2012년에 타계한 영국의 역사학자입니다. 유명한 시리즈인 혁명의 시대/자본의 시대/제국의 시대 3부작을 통하여 18세기 이중혁명 - 산업혁명, 프랑스 대혁명 - 에서 비롯된 19세기의 변화 양상을 잘 포착한 사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시리즈의 첫 작품인 [혁명의 시대]를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실은, 책을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던 것은 2008년이었습니다. 아마도 어디에선가의 서평을 보고 혹해서 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의외로 읽다가 말다가를 서너번 하였습니다. 번역서를 읽다보면 확실히 몰입도가 흐려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번역의 문제인지, 독자인 저 개인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도 읽다가 어디에선가 읽기 불편한 부분들이 생겨서 계속 읽다가 말다가를 반복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방학에, 크게 마음을 먹고 주욱 읽었고, 역시나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끝을 보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역자 후기를 보는데, 역자가 중간에 바뀌었던 적이 있다는 코멘트를 보고는, 독자의 문제보다는 역자의 문제가 책의 몰입도에 더 큰 영향을 차지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약간의 안도감을 가졌습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이중혁명이 19세기에 끼친 영향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산업혁명과 프랑스대혁명의 양상을 기록한 앞부분과, 이중혁명으로 초래된 변화상을 기록한 뒷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저자는 이중혁명이, 분명히 사회의 모습을 혁명적으로 바꾼 것이 분명하지만, 1848년 2월혁명 이전까지는 그런 변화의 모습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살펴보면, 19세기 사회의 급격한 변화의 모습이 이중혁명 때문이라고 기술할 수 있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 산업혁명은 구체적인 양상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프랑스대혁명 또한 1815년 빈 체제가 들어서면서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지나간 사건이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은 정중동의 느낌을 줍니다. 19세기 전반의 시대는, 이름하여 혁명의 시대라고 일컬을 수 있지만, 동시대 사람들이 과연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혁명의 시대로 인식할 수 있었을까, 라는 물음에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어쨌든, 이중혁명으로 초래된 변화가, 그 이후의 시대에 끼치는 영향은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이 가장 적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프랑스 혁명이 남긴 가장 엄청난 유산은 어디에서든 반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써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정치적 격변의 모델이요 패턴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238쪽) 

혁명이란, 결국 후세대 사람들에게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인가의 여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중혁명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에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의 시대가, 산업혁명과 프랑스대혁명으로 인한 자본주의와 공화주의의 체제 아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리즈의 첫 권은 읽는데 5년 가까이 걸렸지만, 아마 두 번째, 세 번째 권은 조금은 빠르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 권을 얼마 전에 구매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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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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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샌가 모르게, 문학 장르의 글을 읽지 않고 있게 된지 어언 몇 년이 흘러 버렸습니다. 꽤나 많이 읽었더랬는데, 이젠 문학 장르가 아닌 글들을 더 많이 읽고 있습니다.

 

그나마 읽는 문학 장르의 글도, 소위 장르 문학의 글을 많이 읽게 됩니다. '장르 문학'이라는 표현이 적확치 않은 듯하여 - 장르 문학 장르... -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지만, 순수 문학/장르 문학이라는 이분법 자체를 해체하는 방법 말고는 딱히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주로 환상 소설을 많이 읽었더랬는데, 요즘은 SF를 더 많이 보는 듯합니다. 우리나라 작가의 글은 아직까지 그 양이 많지 않고, 그 질적인 부분에서도 아는 바가 적어 손이 잘 가지 않는데, 우리나라 바깥의 작가들의 글은 이미 세계의 곳곳에서 많이 읽히기도 했고, 영향력도 상당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쉽게 손이 가는 부분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원래 (소위) 장르 문학에 입문한 것이 환상 소설 쪽이라서 처음에는 그 쪽 글들을 많이 읽었더랬는데, 아무래도 환상이라는 것이 현실과의 접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성을 가지면서도 그 내심에 현상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보니, 쓰는 이도 많지 않고 좋은 글도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루어질 현실에 집중하는 SF 쪽의 작품군이 더 풍성한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닌가라는 서툰 생각을 한 번 해보게 됩니다. 

 

어쨌든,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환상/SF 소설의 다양한 작품군을 소개하면서 독자를 만족시키고 있는 '황금가지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고, 전집을 9만 9천원에 냉큼 사서는, 이제 막 1권을 다 읽게 되었습니다.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1권인 [파운데이션]은, 겉으로 보이는 은하제국의 흥성함 뒤에 배태되어 있는 멸망의 흐름에 집중하는 한 역사심리학자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역사심리학자인 해리 셀던은 그의 오랜 연구 끝에 은하제국이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은하제국의 쇠퇴에 이은 멸망이 의미하는 바는, 모든 인류 사회의 문명이 3만년 동안이나 암흑 같은 시기로 후퇴할 것이라는 사실. 해리 셀던은 수학을 기반으로 문명의 행동 양식을 분석하고 계산한 후에,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올린 모든 앎을 전승할 수 있다면 3만년을 천 년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제국과 협상을 하고, 황무한 별을 하나 받아 그 곳에서 백과사전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면서, '파운데이션'의 역사는 시작합니다. 

 

'파운데이션'은 그러한 목적으로 세워진 정치적 실체이며, 이러한 정치적 실체가 '셀던 위기'를 통해서 차츰 정치 체제를 띄어가게 되어가는 과정을 1권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요 아래에는 아마도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내용 외적인 부분으로, 시대가 훅훅 뛰어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총 다섯 챕터의 1권은 모두 20~50년의 시간적 간극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챕터에서 해리 셀던 박사의 '파운데이션' 흥정(!) 이야기가 나오더니, 두 번째 챕터에서는 바로 50년 뒤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다음 챕터에 넘어가니, 이번 챕터의 현실은 역사가 되는... 인간이 살아가는 햇수는 고작 백 년도 되지 않는 기간입니다. 우리는 굉장히 애쓰면서, 애태우면서, 애가 닳도록 살아가지만, 우리가 살아내는 기간은 기나긴 역사를 생각해 볼 때 빙산의 일각이며 눈썹만큼일 뿐입니다. 인간은 역사를 늘상 들여다보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시간은 동시대로부터 한참 떨어진 과거일 뿐입니다. 백 년을 살아도 역사를 관통하면서 산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늘상, 현재를 역사로써 들여다보고 싶고, 평가해내고 싶지만, 현재는 백 가지 평가가 존재하기에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역사적인 시간인 셈이죠. 소설 속에서 현재를 읽다가, 현재가 금새 역사로써 평가를 받는 장면을 보는 것은 인상적인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1권에서 내내 일어나면서 독서의 속도를 이야깃 속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가속시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편으로, [파운데이션]은, 인간 역사의 단편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파운데이션'은 처음에는 백과사전을 편찬하는 것이 전부인 그런 학자 집단의 결사체였을 뿐입니다. 여기에 원자력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결정이 들어가면서 '파운데이션'은 주변 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 집단이 됩니다. 이 때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 종교가 사용됩니다. 실체는 원자력이지만 현상은 종교적으로 비추어지는. 그러다가 이 종교인 원자력은, 같은 힘을 가진 제국 휘하의 국가 앞에서 한계에 부닥칩니다. 이 때 이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상업 개념입니다. 하나의 결사체가 국가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내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종교와, 외부 갈등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능하는 상업의 흐름이 [파운데이션] 1권의 주요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굉장히 재미나게 1권을 다 읽어 내었습니다. 바로 2권을 읽기 시작했지만, 수마에 무릎을 꿇고 2권의 첫 머리에서 책장을 덮을 수 밖에 없는 어젯 밤이었지만, 오늘은 2권의 남은 부분을  차근차근히 읽어가볼 생각입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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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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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서 1분 거리에 문학사상사가 있습니다. 하하. 그 유명한 문학사상사가 집 옆에 있는지는... 막상 잘 모르고 지냈더랬습니다. 문학사상사 책을 어릴 적부터 자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하튼,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문학사상사의 책입니다. 


책의 내용들이 기억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어디에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인데, 이 책에서 또 보이는 것이죠. 아마도, [총, 균, 쇠]가 쓰여진 이후에, 주류의 아이디어가 되었겠고, 다양한 책들이 [총, 균, 쇠]를 참고해서 쓰여진 후, 아마도 그러한 책들을 제가 읽었기 때문에 '어디에선가 봤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겠죠. 



최근의 많은 역사나 경제사 관련된 책들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 다루어지고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 문명의 시작이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런데 가장 먼저 야생 작물을 생산하게 된 '비옥한 초승달 지역 -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유역'이 현재의 헤게모니를 쥘 수 없게 된 것은 기후의 영향이다라는 것이나, 아프리카나 남북아메리카가 (서)유럽으로 침략해들어갈 수 있는 기술을 찾아낼 수 없었던 이유는, 유라시아 대륙은 같은 기후대로 빠르게 길들여진 작물이나 가축이 이동할 수 있었지만, 아프리카나 남북아메리카는 다양한 기후대를 지나쳐야하기 때문에 길들여진 작물이나 가축이 이동하기 어려웠으므로 작물의 대량 생산을 경험할 수 없었다는 것, 그리고 15세기 말까지 서유럽을 압도하였던 중국이 뒤쳐진 것은 중국 대륙의 통일된 질서가 정체를 유발하였다는 것 같은 이야기는 새롭게 생각해 본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보면, [총, 균, 쇠] 같은 종류의 책은 참 읽기 지난한 부분도 있습니다. 한 2년 전에 [나 홀로 볼링]이라는 책을 절반 정도 읽다가 놓은 적이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의 미국 사회의 변화상을 쓴 [나 홀로 볼링]은, 저자의 논거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통계 자료들을 가지고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주장하는 바를 이야기해보면 간단하고 명료한데, 그것에 대한 논증의 내용이 방대하다보니 책을 읽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책 [총, 균, 쇠]도 그렇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만약 남북아메리카가 같은 기후대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스페인의 침략에 그리도 맥없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인종의 차이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에 현재의 서유럽 중심의 전지구적 질서가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주장의 논증을 600여쪽에 걸쳐서 기술하고 있는 것이죠. 


다행히, [총, 균, 쇠]는 읽기에 편안한 부분은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이 쉽게 읽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저는 이 책을 읽는데 4달이 걸렸네요. 보통 중간중간에 다른 책들을 읽어주는데, [총, 균, 쇠]는 그런 것도 없이 꼬박 4달이 걸렸습니다. 거의 끝까지 다 왔다가, 어디에선가 흐름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었더니, 실상은 두 번 읽었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여하튼, 책을 쉽게 읽었다는 느낌은 있는데, 돌이켜보면 꽤나 오래 걸렸다는... 아이러니하죠. 하하.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저자의 주장은 흑인보다 백인이 뛰어나기 때문에 서유럽이 다른 대륙의 식민지를 경영한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부분들이 서유럽의 이후 발전에 기여하였다는 것이라고 거칠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왜 다른 대륙, 다른 장소는 그렇지 않은지도 길게 논증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막상... 읽느라고 걸린 시간에 비해서 독후감상을 쓸만한 것이 없네요. 저자의 주장은 이제 많은 이들의 생각을 뒷받침해줄만큼 널리 인정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이 쓰여진지 고작 16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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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합본)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 / 현암사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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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대학가에서 철학 입문서로 많이 쓰였던 책은 이진경 씨가 쓴 [철학과 굴뚝 청소부] 였습니다. 철학사를 시대순으로 주욱 엮어, 아마도 20세기 전반기까지 다루었던 책으로 기억하는데, 생각보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철학사적인 접근 방식이 가지고 있는 난해함이 가진 숙명(!)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아무래도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사람 중심으로 훑어 내려오는 서술 방식이, 연대기적인 친숙함을 안겨줄지는 모르겠지만, 철학자들이 사유하였던 주된 아이디어의 범주화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쨌든, 제가 대학을 다닐 때에는 [법철학회]라는 학회에서 활동을 했었기에, 저희의 견식이 짧아 법철학을 다루지는 못하고 철학 세미나를 했었기 때문에, 저희는 [철학과 굴뚝 청소부], 그리고 [철학의 철학사적 이해]라는 정말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책을 텍스트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철학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선다고 사 두었던 책이 바로 [소피의 세계 1]이었는데, 일전에 온라인 서점 리브로가 교원 그룹으로 넘어가면서 모든 책을 50% 할인가로 팔 때, [소피의 세계] 합본이 생각나서 합본으로 다시 사 두었고, 결국 그 합본을 한 달여 동안 긴 호흡을 가지고 다 읽어 내었습니다. 



[소피의 세계]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피 아문젠이라는 소녀에게 어느 날 의문의 우편물이 배달되기 시작합니다. 마법사가 모자에서 꺼내어 드는 토끼의 털 뿌리 쯤에 자리잡은 작은 벌레 한 마리가,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는 세계를 직관하기 위해 털을 부여잡고 꼭대기로 향해 올라오는 것을, 바로 철학한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우편물은, 결국 소피 아문젠과 알베르토 크녹스의 철학 수업으로 연결됩니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철학 수업을 통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함께 철학의 중요한 사유를 함께 고민하도록 쓰여져 있습니다. 


그러나 다만 그 뿐이라면 이 책이 가진 이야기로써의 의미는 상당히 부질없는 것이 되었을 것입니다. 20세기 이전까지 철학자들의 주된 관심사가 바로 존재론과 인식론이었던 것을 상기시켜주려는 듯, 소피 아문젠과 알베르토 크녹스는 자신들의 세계가 현실 세계가 아니며 알베르토 크낙 소령이 자신의 딸을 위해 창조해 낸 소설 세계임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갑니다. 소피 아문젠과 알베르토 크녹스는 앨리스와 곰돌이 푸를 맞닥뜨릴 수 있던 그런 이야기 세계에서 탈출하여, 마침내 알베르토 크낙 소령과 그 딸 힐데가 사는 세계에 발을 디디고, 드디어 이야기와 현실이 교류하는 가능성에까지 이르는 그 순간에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철학 수업 바깥의 이야기를 통해, 아마도 작가는 철학자들이 현실과 현상을 인식하기 위해 사유했던 그 과정을 약간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되며, 과연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철학적인 사유에 이야기를 입힌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연대기적으로 철학적 사유와 철학자들을 만나보기 위해서는 더없이 적절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유가 분절적이어서, 범주화 시키기가 곤란하다는, 연대기적인 철학 입문서의 한계는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데카르트와 흄, 스피노자와 버클리를 지나 칸트 쯤 오면, 범주화되지 않은 사유의 분절적 지식이 머릿속에서 서로 유리되어 방황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거기에 소설 이야기까지...


그래도 작가는 철학 교사 답게 철학적 사유를 쉽게 잘 풀어내었기 때문에, 철학자들이 사유했던 주된 것들을 이해하기에는 어렵지 않습니다. 몇몇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일전에 읽었던 강신주 씨의 [철학 VS 철학]에서 해당되는 철학자 파트를 찾아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철학을 시대순으로 엮은 책들이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접근하다보면 20세기 이후의 철학자를 조망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에서는 사유의 본질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연대기적인 철학 입문서는 20세기 이후의 사유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 접근하는 듯 보입니다. 이 책 [소피의 세계]도 키에르케고르를 끝으로 - 마르크스, 다윈, 프로이트 등 20세기 철학에 영향을 준 사람들을 잠시 언급한 후 - 20세기의 사유는 뭉뚱그려 훑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이런저런 철학 입문서를 읽어가고 있지만... 견문이 짧아 내내 읽는 책이 이렇습니다. 여러 다른 책들을 통해 철학자들의 사유에 조금 더 가까와지고 싶은 생각이 막 들기도 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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