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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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샌가 모르게, 문학 장르의 글을 읽지 않고 있게 된지 어언 몇 년이 흘러 버렸습니다. 꽤나 많이 읽었더랬는데, 이젠 문학 장르가 아닌 글들을 더 많이 읽고 있습니다.

 

그나마 읽는 문학 장르의 글도, 소위 장르 문학의 글을 많이 읽게 됩니다. '장르 문학'이라는 표현이 적확치 않은 듯하여 - 장르 문학 장르... -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지만, 순수 문학/장르 문학이라는 이분법 자체를 해체하는 방법 말고는 딱히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주로 환상 소설을 많이 읽었더랬는데, 요즘은 SF를 더 많이 보는 듯합니다. 우리나라 작가의 글은 아직까지 그 양이 많지 않고, 그 질적인 부분에서도 아는 바가 적어 손이 잘 가지 않는데, 우리나라 바깥의 작가들의 글은 이미 세계의 곳곳에서 많이 읽히기도 했고, 영향력도 상당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쉽게 손이 가는 부분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원래 (소위) 장르 문학에 입문한 것이 환상 소설 쪽이라서 처음에는 그 쪽 글들을 많이 읽었더랬는데, 아무래도 환상이라는 것이 현실과의 접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성을 가지면서도 그 내심에 현상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보니, 쓰는 이도 많지 않고 좋은 글도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루어질 현실에 집중하는 SF 쪽의 작품군이 더 풍성한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닌가라는 서툰 생각을 한 번 해보게 됩니다. 

 

어쨌든,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환상/SF 소설의 다양한 작품군을 소개하면서 독자를 만족시키고 있는 '황금가지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고, 전집을 9만 9천원에 냉큼 사서는, 이제 막 1권을 다 읽게 되었습니다.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1권인 [파운데이션]은, 겉으로 보이는 은하제국의 흥성함 뒤에 배태되어 있는 멸망의 흐름에 집중하는 한 역사심리학자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역사심리학자인 해리 셀던은 그의 오랜 연구 끝에 은하제국이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은하제국의 쇠퇴에 이은 멸망이 의미하는 바는, 모든 인류 사회의 문명이 3만년 동안이나 암흑 같은 시기로 후퇴할 것이라는 사실. 해리 셀던은 수학을 기반으로 문명의 행동 양식을 분석하고 계산한 후에,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올린 모든 앎을 전승할 수 있다면 3만년을 천 년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제국과 협상을 하고, 황무한 별을 하나 받아 그 곳에서 백과사전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면서, '파운데이션'의 역사는 시작합니다. 

 

'파운데이션'은 그러한 목적으로 세워진 정치적 실체이며, 이러한 정치적 실체가 '셀던 위기'를 통해서 차츰 정치 체제를 띄어가게 되어가는 과정을 1권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요 아래에는 아마도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내용 외적인 부분으로, 시대가 훅훅 뛰어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총 다섯 챕터의 1권은 모두 20~50년의 시간적 간극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챕터에서 해리 셀던 박사의 '파운데이션' 흥정(!) 이야기가 나오더니, 두 번째 챕터에서는 바로 50년 뒤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다음 챕터에 넘어가니, 이번 챕터의 현실은 역사가 되는... 인간이 살아가는 햇수는 고작 백 년도 되지 않는 기간입니다. 우리는 굉장히 애쓰면서, 애태우면서, 애가 닳도록 살아가지만, 우리가 살아내는 기간은 기나긴 역사를 생각해 볼 때 빙산의 일각이며 눈썹만큼일 뿐입니다. 인간은 역사를 늘상 들여다보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시간은 동시대로부터 한참 떨어진 과거일 뿐입니다. 백 년을 살아도 역사를 관통하면서 산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늘상, 현재를 역사로써 들여다보고 싶고, 평가해내고 싶지만, 현재는 백 가지 평가가 존재하기에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역사적인 시간인 셈이죠. 소설 속에서 현재를 읽다가, 현재가 금새 역사로써 평가를 받는 장면을 보는 것은 인상적인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1권에서 내내 일어나면서 독서의 속도를 이야깃 속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가속시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편으로, [파운데이션]은, 인간 역사의 단편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파운데이션'은 처음에는 백과사전을 편찬하는 것이 전부인 그런 학자 집단의 결사체였을 뿐입니다. 여기에 원자력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결정이 들어가면서 '파운데이션'은 주변 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 집단이 됩니다. 이 때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메커니즘으로 종교가 사용됩니다. 실체는 원자력이지만 현상은 종교적으로 비추어지는. 그러다가 이 종교인 원자력은, 같은 힘을 가진 제국 휘하의 국가 앞에서 한계에 부닥칩니다. 이 때 이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상업 개념입니다. 하나의 결사체가 국가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내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종교와, 외부 갈등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능하는 상업의 흐름이 [파운데이션] 1권의 주요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굉장히 재미나게 1권을 다 읽어 내었습니다. 바로 2권을 읽기 시작했지만, 수마에 무릎을 꿇고 2권의 첫 머리에서 책장을 덮을 수 밖에 없는 어젯 밤이었지만, 오늘은 2권의 남은 부분을  차근차근히 읽어가볼 생각입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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