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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저희 집에서 1분 거리에 문학사상사가 있습니다. 하하. 그 유명한 문학사상사가 집 옆에 있는지는... 막상 잘 모르고 지냈더랬습니다. 문학사상사 책을 어릴 적부터 자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하튼,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문학사상사의 책입니다.
책의 내용들이 기억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어디에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인데, 이 책에서 또 보이는 것이죠. 아마도, [총, 균, 쇠]가 쓰여진 이후에, 주류의 아이디어가 되었겠고, 다양한 책들이 [총, 균, 쇠]를 참고해서 쓰여진 후, 아마도 그러한 책들을 제가 읽었기 때문에 '어디에선가 봤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겠죠.
최근의 많은 역사나 경제사 관련된 책들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 다루어지고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 문명의 시작이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런데 가장 먼저 야생 작물을 생산하게 된 '비옥한 초승달 지역 -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유역'이 현재의 헤게모니를 쥘 수 없게 된 것은 기후의 영향이다라는 것이나, 아프리카나 남북아메리카가 (서)유럽으로 침략해들어갈 수 있는 기술을 찾아낼 수 없었던 이유는, 유라시아 대륙은 같은 기후대로 빠르게 길들여진 작물이나 가축이 이동할 수 있었지만, 아프리카나 남북아메리카는 다양한 기후대를 지나쳐야하기 때문에 길들여진 작물이나 가축이 이동하기 어려웠으므로 작물의 대량 생산을 경험할 수 없었다는 것, 그리고 15세기 말까지 서유럽을 압도하였던 중국이 뒤쳐진 것은 중국 대륙의 통일된 질서가 정체를 유발하였다는 것 같은 이야기는 새롭게 생각해 본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보면, [총, 균, 쇠] 같은 종류의 책은 참 읽기 지난한 부분도 있습니다. 한 2년 전에 [나 홀로 볼링]이라는 책을 절반 정도 읽다가 놓은 적이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의 미국 사회의 변화상을 쓴 [나 홀로 볼링]은, 저자의 논거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통계 자료들을 가지고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주장하는 바를 이야기해보면 간단하고 명료한데, 그것에 대한 논증의 내용이 방대하다보니 책을 읽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책 [총, 균, 쇠]도 그렇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만약 남북아메리카가 같은 기후대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스페인의 침략에 그리도 맥없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인종의 차이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에 현재의 서유럽 중심의 전지구적 질서가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주장의 논증을 600여쪽에 걸쳐서 기술하고 있는 것이죠.
다행히, [총, 균, 쇠]는 읽기에 편안한 부분은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이 쉽게 읽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저는 이 책을 읽는데 4달이 걸렸네요. 보통 중간중간에 다른 책들을 읽어주는데, [총, 균, 쇠]는 그런 것도 없이 꼬박 4달이 걸렸습니다. 거의 끝까지 다 왔다가, 어디에선가 흐름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었더니, 실상은 두 번 읽었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여하튼, 책을 쉽게 읽었다는 느낌은 있는데, 돌이켜보면 꽤나 오래 걸렸다는... 아이러니하죠. 하하.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저자의 주장은 흑인보다 백인이 뛰어나기 때문에 서유럽이 다른 대륙의 식민지를 경영한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부분들이 서유럽의 이후 발전에 기여하였다는 것이라고 거칠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왜 다른 대륙, 다른 장소는 그렇지 않은지도 길게 논증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막상... 읽느라고 걸린 시간에 비해서 독후감상을 쓸만한 것이 없네요. 저자의 주장은 이제 많은 이들의 생각을 뒷받침해줄만큼 널리 인정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이 쓰여진지 고작 16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