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슈거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3
로알드 달 지음, 허진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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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쓴 로얄드 달. 그러나 이 책은 성인 버전이다. 19금. 기묘한 느낌의 이야기로 전부 이루어져 있다.

로얄드 달의 시대였다면 놀라움의 대상이었겠지만, 지금에선 그것들이 누군가의 씨앗이 된 덕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감을 선사하는 작품을 고전이라 하지만... 과연 이 책은 그렇게 불리울 수 있을까? 기괴한 번뜩임에 한 두 번 소스라치지만, 대부분은 여상하게 흘리게 된다.

[찰리의 초콜릿 공장]의 로얄드 달만 보고, 자녀에게 읽히면 난감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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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볼 높은 학년 동화 34
이현 지음, 최민호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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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미래의 삶을 위해, 어린이의 현재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야구를 좋아하기에, 야구선수로써 살아가는 동구를 보면서, 모든 야구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사는 것은 아닌데... 번뜩여 보이지는 않는 동구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야구선수로 더 이상 스스로의 빛을 내지 못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인생을 탐색해야 할 때, 힘들지는 않을까, 후회하진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꼭 동구의 아빠처럼. 그러나 문득 들었던 생각. 무언가에 깊이 몰두하며 살아갔다면, 아마 새롭게 달려가기 시작할 때 누구보다 잘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아빠로서 해야할 것은, 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섣부른 예측과 걱정 - 간섭 - 이 아니라, 내 아이들의 현재를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한 사람으로써 내 삶을 잘 살아가는 모습을 가지는 것일테다.

결국, 이 책은 어른의 동화이다.

어린이가 읽기에는 ‘너무 쓸데없는’ 정보가 많다. 작가가 야구에 가진 애정이 크게 드러나지만, 그것이 과연 어린이들에게는 어떻게 가 닿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러티브에 불필요한 요소가 많기도 하다. 아빠와 엄마가 따로 살지 않아도 충분히 이야기는 흘러갈텐데. 민구가 도벽이 없어도, 영민이가 엉덩이를 실룩거리지 않아도, 감독님이 야구의 재미를 승패로만 짓지 않아도. 동구는 충분히 푸른이와 서로 다른 길 위에서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텐데.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동구의 꾸는 꿈을 과연 알아차릴 수 있을까? 솔직한 생각으론... 작가도 모를 듯 하다. 사실, 동구는 삶의 결론을 유예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보인다. 카르페디엠. 어른의 태도이다.

이 책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어른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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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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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모어 징크스.

서사가 개연성을 지닌다는 것은, 뜬금없이 등장하는 요소가 없다는 것일게다. 뜬금없다는 것은, 예컨대 일껏 주인공을 지구 위 타자로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 - 다미 외 무리들 - 의 쓰임을 뜬금없이 종료한다던지, 유니온 마스크가 가상세계의 벽을 갑작스레 뛰쳐 넘는다든지, 유니온피아의 유저들이 레벨도 낮은 두 어린이들에게 설득되어 강제 렙다운을 한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을 말한다.

작가의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내러티브는 아이디어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지만, 차라리 서사에 끼어들 수 없는 몇 가지는 과감하게 버렸으면 어떨까 싶다.

군데군데 학교 현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들도, 주인공들은 5학년이지만, 위도와 경도는 아마 6학년 교육과정일 것이며, 체육 시간을 이용해 반별 피구대회를 하는 것은, 현장에서도 점차 꺼리는 아이디어이다. 피구가 5~6학년군의 교육과정도 아닐 뿐더러, 체육대회는 학생 참여를 소외시키는 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피구는 선발된 학생들이 아닌 경우, 참가자들이 소외되기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잔뜩 욕심내고 힘이 들어갔지만, 내러티브가 흘러가는 방향이 어딘지 모호하기만 하다. 전작을 재미나게 읽은 독자로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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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무늬 하나 없이 푸른 빛을 띠던 곳에 물결이 생겼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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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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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자면, 어린이 동화에서 이런 문장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어린이 동화는 서사를 발판삼아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문장의 힘을 신경쓰지 않는다. 아니, 그 만큼의 역량이 안 된다고, 그 만큼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5번 레인]은 문장의 힘이 있는 책이다. 우리는 문장이 주는 위력을 쉽게 간과하지만, [햄릿]을 생각하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떠올리는 것은, 문장이 서사를 압축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힘이 있다.

수영을 좋아하는 나루의 이야기가, 다만 수영이 좋은 어린이에서 머물지 않는 것은, 주변에 촘촘하게 깔아둔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태양, 버들, 그리고 초희는 각각의 순간에 나루를 명확하게 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스스로 빛나기까지 하는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한강초등학교 6학년 수영부 친구들. 승남부터 모두가 자신의 삶을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완성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6학년 교실의 현실감을 유지하는 디테일이, 적절하게 드러나는 것도 매력이다. 간혹 어린이 소설임을 과하게 드러내는 과장된 말투들과 비쭉 삐져나오는 맥락없는 에피소드에 눈살을 찌뿌리게 되는데, 이 책은 혹여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연애 이야기와 절도 이야기까지 설득력 있게 완결에 도달하는 탄탄함을 드러내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참 좋은 ‘이야기’를 읽었다.

다만, 띠지에 적힌 ‘건강하고 당당한 여성 아동 주체’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어줍잖은 단어로 이 책이 다루는 이야기의 범주를 좁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남여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삶의 순간에 맞닥뜨리는 한계와, 이에 대한 제각기 다른 도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을 6학년 수준에서, 의미있게 그려내었다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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