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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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자면, 어린이 동화에서 이런 문장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어린이 동화는 서사를 발판삼아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문장의 힘을 신경쓰지 않는다. 아니, 그 만큼의 역량이 안 된다고, 그 만큼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5번 레인]은 문장의 힘이 있는 책이다. 우리는 문장이 주는 위력을 쉽게 간과하지만, [햄릿]을 생각하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떠올리는 것은, 문장이 서사를 압축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힘이 있다.

수영을 좋아하는 나루의 이야기가, 다만 수영이 좋은 어린이에서 머물지 않는 것은, 주변에 촘촘하게 깔아둔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태양, 버들, 그리고 초희는 각각의 순간에 나루를 명확하게 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스스로 빛나기까지 하는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한강초등학교 6학년 수영부 친구들. 승남부터 모두가 자신의 삶을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완성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6학년 교실의 현실감을 유지하는 디테일이, 적절하게 드러나는 것도 매력이다. 간혹 어린이 소설임을 과하게 드러내는 과장된 말투들과 비쭉 삐져나오는 맥락없는 에피소드에 눈살을 찌뿌리게 되는데, 이 책은 혹여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연애 이야기와 절도 이야기까지 설득력 있게 완결에 도달하는 탄탄함을 드러내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참 좋은 ‘이야기’를 읽었다.

다만, 띠지에 적힌 ‘건강하고 당당한 여성 아동 주체’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어줍잖은 단어로 이 책이 다루는 이야기의 범주를 좁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남여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삶의 순간에 맞닥뜨리는 한계와, 이에 대한 제각기 다른 도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을 6학년 수준에서, 의미있게 그려내었다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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