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삶은 이러한 비대칭성에 기인한 밀당 속에서 생성되어 명멸하는 일련의 관계로 점철된다. 내가 욕망치 않을지라도.

물론 우리는 우리가 우위에 선 비대칭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것이 바로 자기중심성이다.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리디아의 양치기 기게스의 이야기는 이와 같은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잘 보여준다. 자신의 몸은 투명하게 가린 채 타인을 볼 수 있는 반지, 이것은 스스로는 대상이되지 않으면서 남들을 지배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자기중심적 욕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투명인간이 되는 초능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보다 특출한 능력이나 지위 따위를 통해 이러한 비대칭성을 구현코자 한다. 기게스의 우화가 함의하는 바처럼 만일 우리 모두가 이런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욕망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의 자기중심성을 제한함으로써 대칭적인 관계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그나마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다시피, 이 같은 계산과 대칭성으로는 휴전으로서의 평화나 상품으로서의 호의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타자와의 비대칭적 관계를 달리 수용하는길은 없을까?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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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 - 과학교사 김추령의 기후위기 이야기
김추령 지음 / 빨간소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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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주장하는 글을 받아보면, 주장에 대한 근거를 첫째는, 둘째는, 하면서 열 몇 가지나 달아오는 경우들이 있다. 지면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보통 근거를 설명하는 깊이는 떨어지는 편이다.

이 책이 그런 느낌을 준다. 지구가 닥친 위기를 되먹임과 급변점으로 시작하는 것은 좋았으나, 이후 나오는 이야기는 되먹임과 급변점을 충분하게 뒷받침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 위기를 드러내는 사례의 나열이 아니다. 위기가 도래하니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면서 자가용 타는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비행기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횟수도 절반으로 줄이며 채식 위주의 식단을 늘려가기 위래 전교 학생회의를 조직하고 의결해 매뉴를 변경해야 한다는, 쉽게 고개를 끄덕거리기 어렵거나 당장에 실천하기 쉽잖은 대안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예시한대로, 왜 프레온 가스의 사용이 그렇게나 쉽게 모든 나라에 의해 받아들여졌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기후 위기를 실감하여 행동을 고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확실한 사례 하나에 집중하던지, 우리 삶의 형태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는 하나를 제한하던지 해야한다. 사실, 저자가 든 백과사전 식의 사례와 예시도, 확실한 하나는 아니잖은가.

결국 이 책이 주는 아쉬움은, 이미 이런 류의 담론은 계속 있어왔다는 것이고, 이 이상으로 나아간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책은 최신간이기도 하고.

다만, 기후 위기의 예시나 사례로 언급되는 현상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이 책의 예시와 사례가 의미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발판으로, 더 깊은 담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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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확한 표현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라는 표현을 써야한다. 그리고 아마도 관측이 시작된 것은 100년 조금 넘을 것이다. ‘사상 처음’ 같은 표현이 이 책에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2020년 2월 남극 기온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기록했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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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다음과 같다.

엘니뇨는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현상은 아니다.
기후변화는 엘니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기후변화가 야기한 수온 상승은 기압과 강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잘 모른다.
그러니, 인간 중심, 개발 중심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이 책의 문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 책에서의 답은 정해져 있다. 어쨌든 이상하니,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을 줄이자, 같은 방식의 흐름이 많다. 인간이 문제를 야기하는 확실한 것에 대해 더 자세하게 기술하는 것이 오히려 독자를 끄덕이게 만드는데, 글쎄…

엘니뇨가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기후변화와 엘니뇨는 별개의 다른 지구 시스템의 현상이다. (중략)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엘니뇨 현상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의심은 많이 가지만, 아직 엘니뇨 자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구는 한 몸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이므로 당연히 여러곳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특히, 대기와 해양의 컬래버는 강력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의 온도는 전반적으로 이미 올라갔다. 이 해수의 수온 상승이 적도의 기압 배치와 강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리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는 지구를 너무 인간 중심으로만, 혹은 경제와 개발 중심으로만 재단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여전히 오리무중인 현상이 많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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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인간 사회에까지 등장하게 되었고, 그것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의 원인이 되었으니, 결국 박쥐 같은 동물의 서식지를 보존하여야 한다, 는 말인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원인이 기후변화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는 코로나19와 기후변화가 연결되어 있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야생동물 박쥐에 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이 다른 인간에게 옮겨 갔고, 곧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켰다. 코로나19 사태의 근본 원인은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에 있다. 인간 사회의 과도한 개발이 숲을 파괴했고, 이것이 기후변화의 속도를 높였다. 기후변화는 다시 더 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했다.
(중략) 그러므로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병의 근본적인해결책은 사회적 거리두기나 백신 개발이 아닌 서식지의 보존이다. 서식지 보존은 산업화의 방향을 바꾸어 기후변화의 속도를 조절해야 가능하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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