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려운 이야기이다. 좁은 가족주의 언어… 가 지방이라서 더 좁다는 느낌이 드는 사례가 책에 가득하다.

결국 지방과 서울의 차이가, 지방대 졸업생들을 가족주의 언어 속에 가둔다는 혐의를 계속 가지게 된다.

가족주의 언어와 선호의 언어가 상호 침투할 때에는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때로는 가족주의 언어를 선호의 언어 안에 넣어 해석한다. 어떨 때는 선호의 언어를 가족주의 언어 안에 집어넣어 해석한다. 이런 과정에서 둘이 하나로 결합해 더 큰 공동체의 언어로 나아간다. 선호의 언어가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의미한다면, 가족주의 언어는 구성원들 사이의 연대를 뜻한다. 지방대 졸업생은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이 좁은 가족주의 언어 안에서는 온전히 성취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더 큰 공동체를 꿈꾸게 된다.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이 공동체의 연대와 닮아가고, 공동체의 연대는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담보한다. 서로 보강한다. 이 경우 지방대 졸업생은 개인의 선호와 가족의 행복을 넘어선 더 큰 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좋은 삶을 기획하게 된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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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랜선 독서 수업 - 특별한 온라인 수업을 만들어가는 물꼬방 교사 6인의 기록 배우는 사람, 교사
김병섭 외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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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년 동안 온라인 혹은 온-오프라인 연계 배움에 대한 많은 책과 글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그 이전의 수업 기록들과의 차이는 커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배움/수업에 관련된 책이나 글을 읽을 때에는 세 가지 정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교사의 배움 철학이 드러나는가


이 책의 프롤로그와 첫 장의 글에서는 배움에 대한 교사의 철학에 오롯이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공정성이 학교의 '중요한' 가치라고 말하는 것과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학교가 추구해야 할 것은 평가의 공정성을 넘어선 배움의 공공성이다. (104쪽)


결국 성취기준을 해석하고 이를 배움으로 설계하는 것은 교사의 철학이며, 이것이 드러나지 않는 배움이라면 특별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원격 등교가 교실 등교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던 당시의 많은 수업/배움 이야기들에서는 교사의 철학은 고사하고 테크니컬한 이야기만 잔뜩 드러나는 것을 본 바 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구글 클래스룸 같은 것의 사용 후기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도구가 철학에 부속되어야지, 앞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2. 무엇을 배우는/배웠는지가 드러나는가


이 책에 마침 시 수업 이야기가 두 장이나 들어가 있어서 내심 기대하였다. 그러나 좀 아쉬움을 느꼈다.


교사가 활동을 목적한 까닭도, 활동에서 사용한 제재도, 활동의 얼개도 있지만, 결국 그 활동이 성취기준의 무엇과 연계된 것인지를 알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 근래, 근무하는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교사의 담당 학년은 달라지는데 교실에서 하는 활동은 한결같다는. 결국 학년 간 계열성이 무너진다는 말이다. 예컨대, 근무하는 학교에서 5학년 외부강사 활동으로 배드민턴을 몇 년 동안 해 왔었다. 그런데 네트형 게임인 배드민턴은 6학년 과정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 5학년 때도 하고 6학년 때도 하면 되지 않는가. 물론 그래도 되지만, 5학년 때 해야 할 성취기준 상의 활동을 하지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책의 다양한 활동들이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의 어떤 배움에 근거한 것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의 전문성은, 국가 수준의 성취기준, 그 위계에 기반할 때 학생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3. 선남선녀들만 드러나지는 않는가


거칠게 말하자면, 교사가 엉망진창인 활동을 하여도, 누군가는 찰떡같이 배워가는 곳이 바로 교실이다. 그러다보니 교사들이 속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기가 막힌 결과물을 생산하면 그것이 배움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배움의 설계·운영 결과 드러나는 결과물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보고 이를 토대로 배움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 때, 다음 배움이 더 나은 것으로 화할 수 있다. 그러나, 사례 중 많은 것들이 좋은 부분만 드러난다.


온라인, 혹은 온-오프라인 수업은 그럴 수가 없다. 이 책에서도 그 일면이 드러나지만, 그저 일방항의 동영상 강의만 들었을 뿐, 배움에 오롯이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이 상당수 있는 것이 온라인 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것을 어떻게 고민하는가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배움으로 학생을 이끌지 않았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이 책은 여섯 분의 교사들이 2020년 한 햇 동안 온-오프라인에서 수업한 것을 기록한 옴니버스 식의 구성물이다. 어떤 분의 수업은 일개 독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내용으로 꽉 찼고, 어떤 분의 수업은 그 철학에 갸우뚱하지만 학생들의 배움이 잘 드러나는 것이기도 했다. 어떤 분의 수업은... 글쎄, 국어과 전공이 아닌 초등 교사의 눈에도 조금 많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것은, 이런 책의 에필로그 정도로 저자들의 간단한 협업 결과물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저자들은 과연 서로의 수업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런 점이 교사 공저 혹은 교사 다수의 연수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이다. 한 권의 책에 같이 이름을 올렸는데,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짧디 짧은 저자 서문으로 갈음하는 책은 과연 일개 독자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어쨌든 서가에 두고 다시 읽을 요량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독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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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삶만 객체화되어 취급받는가. 우리 모두가 우리 각각을 한 울타리 안에 넣고 그저 한 덩어리로 보고 있진 않은가.

동물은 사람들의 이익에 의해 처참히 희생당하고 있어요. 동물 복지를 추구하는 농장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극소수잖아요. 사람들은 돼지를 보고 무슨 돼지, 무슨 돼지 분류해서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쟤는 돼지, 쟤는 소, 모두 고기. 이런 식이죠. 하나하나의 존재로 보지 않고 객체화시켜 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동물의 삶에 무감각하단 생각이 들어요. 그것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다른 독자들과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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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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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가미는 미적분 같은 게 대체 무슨 소용이냐던 모리오카의 말을 떠올렸다. (중략)
그러나 그런 질문을 한 모리오카의 자세가 이시가미는 싫지 않았다. 왜 이런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그런 의문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학문에 매진할 목적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은 수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길로도 연결된다.
그런데 그들의 소박한 의문에 답하려 하지 않는 교사가 너무 많다. 아니, 아마도 답할 수 없을 거라고 이시가마는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가르치면서 학생에게 적당한 점수를 주는 것밖에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리오카 같은 학생이 던지는 질문이 귀찮을 따름인 것이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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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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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트릭에 몰두하기보다는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편이다.인터넷 우스갯 소리로 ‘기둥 뒤 공간 있어요’가 있다. 어찌보면 추리소설은 기둥 뒤 공간을 찾는 일이다. 행간에 가리워진, 작가가 덮어놓고 있는 것을 일껏 찾아야 하는 것. 결국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과 독자가 봐야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추리소설의 트릭이라면, 글쎄,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트릭은 (많이 읽진 않았지만) 에거서 크리스티의 에크로이드 살인사건 말고는 딱히. 그래서 추리소설의 트릭은 본질적으로는 수학 퍼즐 트릭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도 추리소설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처음부터 작가와의 트릭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글을 따라갔다. 숨겨두었던 것을 슬슬 꺼내어놓는 작가의 솜씨가 훌륭했고, 그래서 흔치 않게, 책장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손가락으로 헤아리고, 책의 앞부분을 들춰보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시가미가 본 두 모녀의 눈빛은 아마도, 논리가 전개되어가는 아름다움 말고도,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도 있다는 것을, 천상 수학자(로 작중에서 여겨지는 인물)인 이시가미에게 알게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그것마저도 논리의 체계에 밀어 넣었겠지만.

그래서 어른인 그는, 자신의 논리적 시스템 아래에서 완전한 범죄를 그려냈을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어른인 나의 시선으로도, 이는 완벽하다고 느꼈다.

진짜 반전은, 그렇다, 어찌보면 먹구름 가득 마음 속에 안은 채로도 그냥저냥 살아낼 수 있는,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어른들에게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들에게로부터 시작된다.

무엇이 중요하랴. 그들에게는 수학이 주는 삶의 의미를 고구하기보다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 누리는 것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모리오카는 그런 것이다. 그리고 미사토도...

이것이, 내러티브가 주는 매력일 것이다. 트릭 뒤에 숨겨진 진짜 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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