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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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트릭에 몰두하기보다는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편이다.인터넷 우스갯 소리로 ‘기둥 뒤 공간 있어요’가 있다. 어찌보면 추리소설은 기둥 뒤 공간을 찾는 일이다. 행간에 가리워진, 작가가 덮어놓고 있는 것을 일껏 찾아야 하는 것. 결국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과 독자가 봐야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추리소설의 트릭이라면, 글쎄,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트릭은 (많이 읽진 않았지만) 에거서 크리스티의 에크로이드 살인사건 말고는 딱히. 그래서 추리소설의 트릭은 본질적으로는 수학 퍼즐 트릭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도 추리소설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처음부터 작가와의 트릭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글을 따라갔다. 숨겨두었던 것을 슬슬 꺼내어놓는 작가의 솜씨가 훌륭했고, 그래서 흔치 않게, 책장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손가락으로 헤아리고, 책의 앞부분을 들춰보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시가미가 본 두 모녀의 눈빛은 아마도, 논리가 전개되어가는 아름다움 말고도,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도 있다는 것을, 천상 수학자(로 작중에서 여겨지는 인물)인 이시가미에게 알게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그것마저도 논리의 체계에 밀어 넣었겠지만.

그래서 어른인 그는, 자신의 논리적 시스템 아래에서 완전한 범죄를 그려냈을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어른인 나의 시선으로도, 이는 완벽하다고 느꼈다.

진짜 반전은, 그렇다, 어찌보면 먹구름 가득 마음 속에 안은 채로도 그냥저냥 살아낼 수 있는,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어른들에게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들에게로부터 시작된다.

무엇이 중요하랴. 그들에게는 수학이 주는 삶의 의미를 고구하기보다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 누리는 것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모리오카는 그런 것이다. 그리고 미사토도...

이것이, 내러티브가 주는 매력일 것이다. 트릭 뒤에 숨겨진 진짜 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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