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수학을 배우지? - 수학교실 연구시리즈 2
김수환 지음 / 경문사(경문북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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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떻게 수학을 배우지? (이하, 어떻게)]는 '수학교실 연구시리즈'라는 시리즈 중 제 2권입니다. 

 

 

이 책은 CGI, Cognitively Guided Instruction 에 의한 수학학습을 수와 연산 -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 의 기본적인 계산에 적용한 사례를 기술한 책입니다. CGI를 굳이 러프하게나마 해석하자면 '인지적으로 안내된 교육' 정도로 말할 수 있겠지만, 쉽게 언급하면 '구성주의적 학습방식'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구성주의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학습자가 스스로 하나의 개념을 구성해나가도록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하나의 개념을 만들어 온 과정이 학습자 안에서도 구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구성주의가 표방하는 바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학습이 이루어질 때, 전통적인 교사 중심의 학습이 학생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CGI는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구현해가는데 있어서 교사의 안내를 받아 '스스로' 개념의 습득에 이르도록 하는 방식의 교육을 일컬으며, 이 책은 수와 연산의 초보적인 -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 - 과정을 어떻게 학생 주도적으로 돌파해내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우선, 덧셈과 뺄셈, 곱셈과 나눗셈의 문제 유형을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덧셈과 뺄셈의 문제 유형으로는 첨가하기, 덜어내기, 부분/전체, 비교 문제의 네 가지 큰 틀 아래 총 11가지 유형으로 문제가 나온다고 안내하고 있고, 곱셈과 나눗셈의 문제 유형으로는 곱셈, 측정 나눗셈(포함제), 분할 나눗셈(등분제) 문제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와 연산 문제에 있어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이루어진 문제 풀이 방법을 경험하도록 이 책은 안내하고 있습니다. 

 

모델링 전략 - 수 세기 전략 - 수에 관한 지식

 

모델링 전략은 (문장제) 문제에 있어 문제에 나오는 수를 구체물을 활용하여 직접 연산하도록 하는 문제 풀이 방식입니다. 예컨대, 비둘기가 세 마리 있었는데 다섯 마리가 더 날아온다면 비둘기는 모두 몇 마리가 되겠는가? 같은 문제가 주어질 때, 학생은 산가지 혹은 바둑돌 같은 것을 사용하여 비둘기를 대신 나타낼 수 있습니다. 구체물을 활용하여 이렇게 직접적인 계산을 하다보면, 학생은 자연스럽게 구체물 없이도 계산을 할 수 있도록 안내받게 되고,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 세기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수 세기 전략이 체화되면 학생은 두 자리 이상의 계산에서 자신이 취득한 전략을 지식으로 하여 확장된 연산을 이룰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단계를 '수에 관한 지식' 단계라고 일컫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 풀이 방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곱셈 문제에 관련된 수에 관한 지식은, 십진기수법으로 일컬어지는 자리수의 확장으로 연계가 되면서 학생들의 수개념은 확장될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정이 교실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사례를 통해 안내하고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여건 상, 학생 주도적인 수학 수업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이 참 많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교육과정 상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성취기준이, 학생 주도적인 수학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많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학기 동안 수학 수업을 해 본 결과, 학생 주도적인 수학 수업을 하기에는 여덟 단원이나 되는 학습량이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어떻게]에서 나타나는 CGI가 고학년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있습니다. 처음으로 수와 연산을 다루는 클래스의 경우에는 학생 간의 편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교사의 효과적인 안내에 따른 학생 주도적 수업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 학생들의 편차는 천차만별이 되고, 교사는 학생들의 편차에 따른 유형화가 불가능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 교사의 안내는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나 한 반에 30여명이나 되는 학생들에게 개별화 수업은 난망합니다. 32인 32색을 수학 수업 시간에 보여주었던 저희 반 학생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클래스의 사이즈가 줄어든다면, 고학년 과정에서라도 힘들게나마 학생 주도적인 개별화 수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규모로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이미 선행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워야 할 것을 누군가에게서 '지도받고' 왔다는 사실입니다. 교실 수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누군가에게서 배워온 지식은 기실 사상누각이며, 그러한 지식이 스스로 쌓아올려진 것이 아니라면 다시 쌓아올려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십수년간의 사교육 경험을 통하여,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학생 주도적인 학습이 이루어졌을 때 향상된다고 (거의) 단언할 수 있습니다. 여지를 두는 것은, 교사 주도적인 학습에 의해서도 실력이 향상되는 학생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학생은 5%도 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생들은 스스로 수학 지식을 구성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학년을 올라오고 있습니다. 

 

조금만 한글 습득이 늦어도, 조금만 수학 계산이 서툴러도, 큰일이 난 것마냥 부산스레 대책을 세우고 추가적인 학습량을 투입하기에 급급한 우리나라 사회에서, 수를 처음 만나는 시간부터 천천히 차근차근히 수를 이리저리 엮어보고 만져보면서 스스로 '수에 관한 지식'을 쌓아올려가는 학생을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어차피, 학습량을 산더미처럼 밀어넣어도 안된다면... 천천히 학생 스스로 '수에 관한 지식'을 쌓아올려가도록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것은 어떨까, 라는 발상의 전환을 의욕하게 됩니다. 

 

 

결국 CGI를 구현하기 위하여 연구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 학습 여건에 비추어보자면, 부진아 학습, 그리고 개별화 수업에 관련한 부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 쪽 방향으로 관련된 책들을 보면서, 교실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CGI를 구안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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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1 - 일상생활의구조 -상 까치글방 97
페르낭 브로델 지음 / 까치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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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1]은 총 여섯 권으로 구성된 책 중 첫 권입니다. 아마 원저작물이 여섯 권은 아니겠지요. 아마 번역하면서 여섯 권으로 나누어서 출간된 듯 합니다. 그런 책 중 첫 권인 이 책은 '일상생활의 구조 상'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미루어보건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은 우리나라에서는 두 권으로 분책되어 출간되었고, '일상생활의 구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불현듯 들었던 생각은, 우리나라 판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이하, 물질문명)]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이 책 [물질문명]이 방대한 1차 저작물을 가지고 중세 이후의 일상사를 일상생활의 범주에 따라 재조명해두었고, 그런 저자의 노고가 신대륙의 (재)발견 이후의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다양한 몰이해와 편견, 그리고 무지에 대한 경종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물질문명 1-1]은 총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 수의 무게, 일상의 양식: 빵, 사치품과 일상용품: 음식과 음료, 사치와 일상용품: 주택, 의복, 그리고 유행이라는 제목으로 구성된 각 장의 표제를 보건대, 이 책의 부제처럼 저자는 근세 이후의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구조'를 밝히려는 시도를 이 책에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정말 광범위한 당시 사료를 분석하고 언급하면서 중세 시대 이후 근대 시대의 초입까지의 일상생활을 차근차근히 재현해내고 있습니다.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 현대 시대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정치사를 중심으로 하여 여러 중요한 사건들의 전개와 원인에 대한 해제를 기록해놓는데 그치지 않습니까. 그렇다보니, 머리로는 프랑스 대혁명을 생각하지만, 당시 사람들의 삶의 양상은 현대 프랑스 사회와 맞추어보는. 그렇다보니 특정한 사건과 일상의 사건이 유리될 수 밖에 없는 것을 당연하다고 알고 지내게 되는 것이죠. 

 

불현듯, 우리나라의 다양한 동시대 사료를 읽은 연후에, 우리나라 판 [물질문명]을 써본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실은 우리나라 역사책들도 정치사를 중심으로 한 특정한 사건에 초점을 맞춘 탓에, 실제로 일상생활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박약하다는 데에 인식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인데, 저자가 일상생활사를 먼저 살펴보는 것은 분명,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일상생활과 일상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다양한 사물의 오고감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일 것이고, 1권을 읽으면서 그러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된지라, 우리나라의 경제사를 살펴보기 위해서도 임란 이후의 일상생활의 양상을 복원한다면 유의미한 작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저의 생각의 주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2권을 준비해두고 있습니다만, 지금 [30년 전쟁]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해서 2권을 마치는 것은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이야기의 주된 흐름과는 약간 벗어나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역사의 연구]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토인비는 험한 도전에 응전하는 것이 문명을 꽃피운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은 편안한 빈자리를 찾아간 문명이 활짝 꽃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침 [역사의 연구]도 지금 읽고 있는터라, 두 저자의 약간 다른 서술을 볼 수 있었습니다. 

 

2권의 독서도 상당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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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쟁 - 오늘의 유럽을 낳은 최초의 영토 전쟁 1618~1648
C. V. 웨지우드 지음, 남경태 옮김 / 휴머니스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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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찌보면 세계 역사의 큰 흐름을 결정지었다고도 볼 수 있는, 30년 전쟁에 대한 책입니다. 책의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는 바처럼, 중세의 질서였던 '종교'가 그 역할을 다하면서, 이제 종교 아닌 '국가'가 새로운 질서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만든 계기가 바로 30년 전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아니, 저자의 생각과는 달리 '국가'보다는 '민족'이라고 보아야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생활에 큰 헤게모니를 휘두르는 '민족'이라는 키워드는 바로 이 때부터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전까지 민족이라는 개념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30년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신성로마제국의 경우, 오스트리아부터 독일의 여러 제후국들을 다 아우르고 있는 방대한 영토였지만, 그들을 묶은 것은 민족이라기보다는 전통이라고 보아야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30년 전쟁이 벌어지고,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에스파냐 등등의 주변 국가들이 다 독일 땅으로 덤벼들면서 독일은 전통을 대신할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획득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즉, 30년 전쟁 이전의 독일 땅에는 신성로마제국이라는 울타리에 둘러싸인 제후국들이 존재하였고, 그들 사이에는 신성로마제국이라는 전통의 끈으로 묶여 있었지만, 30년 전쟁이 진행되면서 이제 독일땅에 사는 이들은 '우리'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프로이센의 통일로 결실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과정 가운데, 어떻게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왕조)와 독일 제후국 사이에 심정적인 장벽이들어서는지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스물 여덟 살에 이 책을 썼습니다. 다양한 참고 자료들을 사용하여 전쟁 이전과 전쟁 과정, 그리고 전쟁 이후를 자세하고 지루하지 않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량의 책은, 원래 읽다보면 지치고 루즈해지는데, 이 책 같은 경우에는 사람을 지루하지 않게,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매력을 가진 책입니다. 그것이 저자의 역량인지, 혹은 마치 중국의 고대사를 보는 듯한, 다양한 인물과 제후국, 주변 국가 및 등장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야기 자체의 매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길지 않은 시간에 - 1주일 - 짧지 않은 분량의 책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저자의 인물평이 엇갈리거나 모순되는 경우들이 간혹 느껴지기도 하였고 - 가령 한 인물에 대한 사건마다의 촌평이 엇갈리거나 일관되지 못하고 약간 핀트가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었습니다 - 저자의 견해가 지엽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30년 동안 등장인물도 어찌나 많은지... 독서에 텀을 두었다면 아마 주요 인물들이 기억나지 않아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지역명은 정말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책의 표제부에 관련 지도가 있었지만, 지도를 참조하면서 독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지도도 당시 지도인지라 현재 지명과 매치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꽤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울러, 정치사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어, 일상사 혹은 경제·문화사 관련한 정보를 얻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시대에 대한 저자의 뚜렷한 통찰이 보이지는 않으며, 이벤트 중심의 서술이 이루어진데 대한 아쉬움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찌보면 중세와 근대를 가로지르는 가장 주요한 사건 중 하나인 '종교개혁'이 직접적으로 서유럽의 역사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된 전쟁이라고 볼 수도 있는 - 또한 '신대륙의 발견'이 기반이 되어 발발하게 된 전쟁이라고 볼 수도 있는 - 이 30년 전쟁에 대해서 이만큼 잘 정돈하여 쓴 책을 쉽게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로, 30년 전쟁에 대하여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보드게임 취미를 가지고 있고, 보드게임 중에서 30년 전쟁을 테마로 한 다양한 게임이 있는 터라 - Here I Stand, Revolution: the Dutch Revolt 1618-1648, Wallenstein 등 -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역자인 남경태 씨는, [개념어사전]의 저자이며, [생각의 역사]의 역자로서, 두 권 다 좋은 인상을 가졌던 책에 관여하였던 분인지라, 역자의 안목을 믿고 책을 고른 부분도 있음을 언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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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주의 수학교실 : 곱셈 초등수학교육 18
메릴린 번스 지음, 김진호 외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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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주의 수학교실 - 곱셈]이라는 책은, 구성주의 교육 이론에 맞추어 학생들에게 곱셈을 지도해나가는 실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곱셈이라는 하나의 개념을 가르치기 위하여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길고 꾸준하게, 다양한 사례와 실례를 통해 학생들이 곱셈의 원리를 깨닫고 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에 사용된 총 13개의 교수-학습 과정안을 소개하면서, 실제로 활동 중에 일어난 아동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기술하고, 이를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곱셈 개념은 아주 중요하고 핵심적인 수학의 개념입니다. 아동들은 곱셈 개념을 통해서 덧셈을 확인하고 나눗셈으로 확장해가게 됩니다. 수의 범위가 점차로 넓어지면서 곱셈은 유리수와 실수를 넘어서 더 깊은 수체계까지 우리를 인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 상황을 보건대, 어떤 어린이도 아마 곱셈 개념을 스스로 구축하지 못한 채로 수학 과목을 공부하리라고 확신합니다. 개인적인 예를 들더라도, 저는 저희 딸한테 곱셈의 개념을 스스로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곱셈이 교육과정에 처음 소개되는 것은 2학년 1학기이기도 하니... 그러나, 어느 순간 7살짜리 저희 딸은 어린이집에서 곱셈구구를 '암기'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암기의 근본이라도 제시하는 것 말고는 없겠죠. 그 불똥은 저희 둘째에게도 튀어, 이제 고작 다섯 살짜리가 이일은 이, 이이 사... 이러고 있는 지경이네요. (쿨럭)


스스로 구축하지 못한 개념은, 비틀어지고 변질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것을 저는 경험으로 체득한 바 있습니다. 개인지도로 가르치던 중학생 하나가, 17 더하기 3을 21로 자동화하는 것을 보고 특히 큰 충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선행과 자동화의 기제가 너무 강력하게 작용할 경우, 그에 수반하는 반작용이 언젠가는 학생에게 미치겠지요.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도, 과도한 선행학습과 자동화 기제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동들이 스스로 개념을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맞지 않나, 라는 생각이, 이 책을 통해서 더 강화되었습니다. 


마침, 부진아 관련 논문을 몇 편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새로 부임하는 학교에서도 기초학력미달학생지도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고학년이 되어서 주요 과목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맞이할 때, 이 책을 읽은 것이 제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학년에 학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아마 환경에서 오는 어려움이 아닌 한은, 저학년 당시에 스스로 개념을 깨우칠 기회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오랜 사교육 경험을 통해 가져왔기 때문에, 이 책을 쓴 저자가 학생들에게 곱셈 개념을 스스로 구축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 과정안을 마련한 것이 제게도 많은 자극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구성할 수 있도록 교사가 학생들을 조력하고 안내하여야 한다는 말은 현재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강조되는 흐름입니다. 수학 교과서를 비롯해 대부분의 교과목이 학생들로 하여금 개념을 구성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의 운용이 여러가지 원인 때문에 매끄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죠. 


약간은 안타까운 마음에, 또 곧 여러가지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가지 내외적 시스템이 공고하게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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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생각의 역사 1 - 불에서 프로이트까지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피터 왓슨 지음, 남경태 옮김 / 들녘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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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마 번역/출간되었을 때 구매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읽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그리고 엊그제 드디어 다 읽어내었습니다. 


이 책, [생각의 역사 Ⅰ]은 요즘 여러모로 유행하는 역사 서술 방식으로 기록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 내전]이나 [1차세계대전사] 같은 책이라면 어떤 특정한 사건의 추이를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은 [포스트워 1945-2005] 같은 책이라면 어느 특정한 시대의 특정한 장소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권력의 조건] 같은 책이라면 어느 특정한 인물의 삶을 중심으로 하되 전기라기 보다는 인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  [생각의 역사 Ⅰ]  같은 책이라면 특정된 사건과 특정한 장소, 혹은 특정한 인물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는 특정한 키워드에 초점을 두고 기술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이런 방식으로 쓰여지는 역사 관련 서적이 점차로 많아지지 않나 싶습니다. 저희 집에만 해도 제 손길을 기다리는 [총, 균, 쇠]나 [지식의 역사] 혹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같은 책들이 있네요. 아, 이 책의 후속작일 것으로 생각하는 [생각의 역사 Ⅱ]도 저의 손길을 기다리면 다소곳이 책꽂이에 꽂혀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폭넓다는 것을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책 말미에 수록된 각주목록만 120여쪽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주는 저자가 참고한, 혹은 저자가 읽으면서 영감을 떠올렸을 꽤 많은 책들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글 속에서도 저자는 다양한 인물의 견해나 주장 혹은 발견을 인용하거나 축약하거나 평가함으로써, 저자가 얼마나 다양한 견해들을 모아두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선가 한 번쯤 들어본 인물과 사건, 혹은 발견과 주장에 대한 이야기가 쉴 새 없이 나오며, 그보다 훨씬 많은, 대부분은 처음 듣는 내용들이 계속 밀려들면서 독자로 하여금 글의 흐름을 곱씹으면서 읽어내려가도록 하는 재미를 책이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폭넓음은,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 서유럽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서 인도와 동아시아, 아랍권과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안배하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탄생하면서 지금까지 해오고 발전시켜온 다양한 '생각'들이 저자가 제시하는 키워드를 향해 동서남북 사방에서 몰려드는 것을 독서를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저자는 인류가 '생각'을 시작한 이래로 드러난 여러 사건과 경험과 주장과 발견을 크게 세 가지 키워드인 '영혼', '유럽', '실험'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의 다양한 정치와 경제, 종교와 사상, 발견과 주장들을 이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관통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장점으로는, 저자가 단순히 여러 '생각'들을 모아두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의 '생각'도 피력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책의 말미에 나오는 프로이트에 대한 경우, 저자는 다양한 '생각'들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생각'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생각을 잘 모아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인류의 역사가 누천년동안 이어져온 이래로, 모든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세계와 관계와 인간본연에 대해서 생각을 피력해왔고 그것을 다양하게 펼쳐두었습니다. 그러한 다양다종의 사유들을 잘 간추려만 놓아도 유의미할 것인데, 이 책의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다양함에 대한 명확한 견해도 표현함으로써, 독자가 흐름을 잃지 않도록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천여쪽이 넘어가는 두꺼운 책임에도, 그래서 한걸음에 내어달리지 못하고 여러 걸음으로 나누어 달려도, 큰 줄기를 잃지 않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은, '여러' 사람들의 생각들 속에서 '하나'의 생각이 나온 것인지, 혹은 '하나'의 생각을 위해서 '여러' 사람들의 생각들을 가지고 온 것인지를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수많은 '생각'들이 처음 그 생각을 가졌던 이의 것에 그나마 가까운 것인지, 혹은 저자에 의해 사용하기 쉽게 가공된 것인지를, 실은 독자들이 알기 어렵습니다. 저만해도, 이 책에 등장하는 '생각'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것들입니다. 저자가 그것을 가지고 인류의 생각을 '영혼'과 '유럽' 그리고 '실험' 이라는 키워드로 꿰어 낸 것인지, 혹은 미리 생각해 둔 키워드를 위해 인류의 다종다양한 생각을 맞추었는지를 알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책들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1차 저작물로 가야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 인용한 바로 그 책들과 생각들로 가야, 더 실감나는 독서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종류의 책은 얕을 수 밖에 없다는 난점도 있습니다. 백과사전류의 책들이 그러하겠지만, 이런 책은,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새로운 탐험로를 발견하기 위한 자극물로써 접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이들이 이런 옅은 책을 통해 다른 지향점에 대한 도전을 받는 것이 더 의미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즉, 저같은 옅은 독자들은, 이런 옅은 책을 통해, 이것이 전부인 양 받아들이고 만족할 가능성이 크고, 그것이 (만에 하나) 왜곡되었을 경우에는 자칫 생각의 방향성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반드시 원전을 접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저같은 옅은 독자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의 난점은, 저자의 글이 쉽고, 키워드가 명확하게 제시됨에도 불구하고, 그 방대한 양 때문에 갈래길에 대한 고민이 힘들다는데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자는 하나의 생각에 대한 여러가지 주장과 발견들을 제시하고는 자신의 키워드를 통해 가야할 길로 안내하지만, 워낙에 양이 많은 탓에, 여러 갈래길에 대한 고민보다는, 저자가 보여주는 길을 따라가기에 벅찬 부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책은 생각의 역사인데, 독자인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면서 읽고 있더라는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잘 쓰여졌습니다. 읽고 나서 명확한 방향이 잡히지는 않지만, 종횡무진 지식과 생각 사이를 넘나드는 저자의 필력 덕택에 읽은 후에 '많이 알게 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언급한대로, 저자의 키워드가 설득력있게 와닿지는 못하고, 그냥 여러 지식과 생각 사이에서 겉돈다는 느낌은 난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의 번역자인 남경태 씨는 [개념어 사전]이라는 책애서 만난 바가 있습니다. 사고 나서 처음 읽을 때는 후회하였지만, 다 읽고 나서는 '잘 읽었다'고 생각했던 책입니다. [개념어 사전] 저자의 안목을 믿고, 이 책 [생각의 역사 Ⅰ]을 골랐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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