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전기 - 축복과 저주가 동시에 존재하는 그 땅의 역사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유달승 옮김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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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시공사 책이네요. 실은 알면서도 읽었지만, 요 근래에는 알기 때문에 더 이상은 팔아주어선 곤란하겠다, 라는 생각을 강력하게 가지고 있는 출판사입니다. 시공사 책으로 감상글을 쓰는 마지막 책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예루살렘 전기]는,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의 일대기입니다. 마치 사람의 일대기처럼, 약 3000년 전에 생겨나 긴 시대를 겪어온 예루살렘이라는 땅의 이야기를 연대기 형태로 쓴 것입니다. 

 

이 책의 서술 의도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 나온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루살렘은 그 누구의 땅도 아니라, 그 땅을 살아낸 모든 사람의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수십 쪽의 에필로그를 위해, 저자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처음으로 거주민이 자리잡은 때를 시작으로 해서, 그 땅을 거쳐간 수많은 민족과, 종교에 대해서 연대기 순으로 주욱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내면, 예루살렘이라는 도시를 다만 유대인의 도시라고 이야기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단지 예루살렘이 유대교와 이슬람교, 그리스도교의 성지라서가 아닙니다. 종교와 함께 그 땅을 살아내었던 민족이 가진 그 땅에 얽힌 인연과 이야깃거리가, 그 민족과 강고하게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이제 그 땅은 한 공동체를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의미있고 가치있는 땅이 되어버린 것이죠. 시리아 사람들에게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도, (당연히) 유대인들에게도 그 땅은 자신들의 공동체와 연결되어 가치를 가지는 땅임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은 정말 깁니다. 성경의 구약 시대와, AD 70년의 예루살렘 성의 함락, 그리고 십자군 전쟁의 부분까지는 흥미롭게 읽힙니다. 오리엔트 땅을 살아내었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나라들이 예루살렘을 어떻게 거쳐갔는지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그러나... 십자군 전쟁 이후부터는 조금 밀도가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랍의 역사는 약간은 많이 생소한 부분이기에, 제게도 꽤나 생소한 편이고, 그래서 밀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러나, 그 부분부터 현대의 '6일전쟁'까지, 이야기는 줄기차게 이어지기 때문에, 흐름을 놓치면 읽기가 쉽잖습니다. 게다가, 저자는 가깝게 자리잡은 사건들은 그 연대기를 바꾸기도 합니다. 그리고 줄기차게 나오는 사람, 사람들. 고유명사의 홍수에서 허우적거리다보면, 자연스레 책을 읽던 눈은 감기고, 책갈피를 찾아 북마크해두고는 잠을 청하게 됩니다. 

 

대신에 저자는 어마어마한 사료를 토대로 예루살렘에 얽힌 오만가지 이야기를 다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흥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고, 잘 읽어내면 아랍의 여러 시대를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800쪽에 가까운 분량은, 한 번에 책을 읽어내려가기에는 정말 부담스럽습니다. 저도 한 달 정도 꾸준히 읽다가 15세기 접어들면서 흐름을 놓치고는, 결국 놓친 흐름 그대로 끝을 보았습니다. 조금 정제되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조심스레 피력해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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