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로 향하는 인류의 발걸음이 테크놀로지의 귀결이라고 말하기 위해 전반적인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되짚고 메타버스 속에서의 디지털 인격체를 이루는 삶을 조망하는 책.다만 궁금한 것은, 그렇다면 리니지도 또 다른 아바타의 메타버스인 것인가? 이 책의 메타버스는 게임 속 또 다른 현실과 자아와 구분되지 않는다. 메타버스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혹여 옥토타칼니스의 아이들을 팔란티어 안으로 우겨 넣은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닐까.
일껏 존재론적 쳇바퀴에서 탈출했는데, 테크놀로지가 우리 삶에 붙으면서 다시 존재론적 사유 아래로 우리를 끌고 가는 것일까. 어쨌든.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데, 실은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고 이를 그저 따라가는 것 뿐이라면,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걸 아는 것 또한 정해진 순서를 따라 가는 과정일 뿐인데.이 세상은 시뮬레이션인가, 롤-플레잉인가.
만약 우리의 현실이 시뮬레이션이라면, 이 현실에서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 나는 이 시뮬레이션의 플레이어 player 일까 아니면 NPC non-player character 일까?플레이어라면 다행입니다. 여러 현실들을 시뮬레이션하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NPC중 하나라면, 현실은 한층 더 우울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선택은 나의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안에 정해놓은 파라미터나 코딩에 따른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 P44
과학은 수학과 달리 30여년 전의 것과 지금의 것이 확연하게다르다. 뇌에 대한 지식도 그러하다. 이 책은 지난 세월동안 우리에게 친숙하게 자리잡은 뇌에 대한 지식이 어떻게 변하여 왔고 그래서 현재의 과학은 뇌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짧은 글 속에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다.띠지의 말을 그리 주목하여 보지 않지만, 이 책의 띠지는 현재 시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뇌에 관해 단 한 권을 읽는다면, 이 책을 읽어라. 여러 권을 읽겠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라.”쉽게, 얼마든지 다시 잡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날 때 읽기 위해 가까이 둘 요량이다.
어떤 표현이 기억난다. 엠비티아이는 성격 검사가 아니라 선호 검사라는. 결국 내 본연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내 이상향을 보여준다고 봐야겠지. 특히 어줍잖은 간이 검사로 엠비티아이를 했다면, 그 결과는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맞지 않을까 싶다.
수년간의 증거에 따르면 MBTI는 그 검사가 주장하고 있는 것에 부응하지 못하며, 업무 성과를 일관되게 예측하지도 못한다. (중략) 검사 결과를 받아보면 왜 전부 사실처럼 느껴질까? 왜냐하면 그 검사들은 당신이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란 그 신념들을 요약해서 당신에게 돌려주는 것일 뿐이다. 그러면 당신은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와! 진짜 딱 맞네!"핵심은 이것이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는 행동을 측정할 수 없다. 여러 가지 맥락 안에서 그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 P225
초등학교 6학년 1, 2학기의 정치/일반사회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포지션이 모호하다. 교과용 도서의 내용과 크게 차별화도 되지 않으며, 깊이 있게 들어갈 만한 지점에서 더 들어가진 않는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이란 한계도 있다. 결국 다루는 내용의 양은 많지 않다.차라리 초등 사회 교과용 도서를 기저에 놓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갈 부분에 힘을 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정치철학자들이나 트롤리 딜레마에 대해 이렇게 간단하게 다룬다면… 많이 다룬다고 어려운 것이 아니고, 조금 다룬다고 쉬운 것도 아닌데, 이 책은 차별점을 줄 수 있는 부분에서 오히려 힘을 빼는 바람에 교과용 도서의 내용 정도와 큰 차이가 안 나게 되어버렸다. 그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