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간과 살면서 느끼는 시간 사이의 관계는 모래시계를 보면 알 수 있다. 미래의 시간은 흘러내리면서 점점 짧아진다. 과거의 시간은 점점 불어나고 쌓인다. 미래는 비단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셀 수 없는 기회를 제공하는 듯하다. 현재에서 실현되어 과거로 바뀌는 개별적인 미래의 시간 속에 많은 것들이 제외된다. (p53)
민주주의의 이상은 현실 속에서 지속적으로 가다듬어진다. 프랑스 같은 나라가 백 년 가까이 가져왔던 민주주의의 실현. 1980년의 아픔과 1987년의 저항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한 민주주의가 실은, 그저 첫 걸음을 떼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절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나면서부터 시민이 될 수는 없다. 시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시민은 ‘형성되고 ‘교육‘되어야 한다. 돌과 화염병으로 민주주의를 일구어 냈던 사람들조차 저절로 민주주의를 제대로 가꾸고 운영할 수 있는 좋은 시민이 되지 못했음을 우리는 지난 몇십 년 동안 너무도 생생하게 확인해 왔다. (14쪽)
시계는 시간을 나타내는 도구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시계로 시간을 인지한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 모두가 관계맺을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공유하는 것은 함께 경험하는 ‘사건’이며 그것이 우리의 시간이 마치 공통의 것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고 이해해 보았다.결국, 시간은 각자의 것이며, 고유한 것이다.이 책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문과 출신으로 이런저런 과학 교양서적을 읽으며 군데군데 알아왔던 물리학 지식이,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확 묶이는 놀라운 경험을 이 책은 하게 해 주었다. (아직도 문과 수준일 뿐이지만)무엇을 착각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같은 사건을 경험하고 있을 뿐인데 그것을 공간과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범주화하고 있었던 듯 싶다. 이제는 알겠다. 모두의 시간은 다르다. 확실히.
Dubito ergo cogito.
스스로를 주체라고 생각한 경험은 일차적인 경험이 아니다. 수많은 생각들에 기초한 복합적인 문화의 산물이다. (이 경험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인정한다면) 나 자신이 아닌, 내 주위의 세상을 보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우리와 닮은 존재들이 우리 자신에 대해 가졌던 생각의 반영이다. p183-184
세상을 사건과 과정의 총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세상을 가장 잘 포착하고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대성이론과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세상은 사물들이 아닌 사건들의 총체이다. (p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