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에 대한 거의 모든 것 - 가장 유명하지만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힘
마커스 초운 지음, 김소정 옮김 / 현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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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이다. ’무려’ 리차드 파인만에게 석사 지도를 받은. 요 근래 읽은 과학 교양 서적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은 대부분 저널리스트가 쓴 책이다. 이 책도 마음에 들었다.

중력장은 우리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다. 만유인력 - 이 책에서는 보편인력, 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 은 물체와 물체가 잡아당기는 힘이라고 알고 있다. 중력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뉴턴 역학에 의한 설명이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장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체가 다른 물체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물체가 질량을 가진 물체에 의해 왜곡되는 ‘시’공간의 장을 따라 떨어지는 것이라고.

그래서 사과도 떨어지고, 달도 떨어지고 있다. 지구 쪽으로.

이 책은 뉴턴 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조심스러운 표현을 쓰는 것은, 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짧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알게 된 지식에 기반할 때, 이 책은 중력장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하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자기력, 왜 자석 주위의 철가루가 그렇게 늘어서는지를 설명해 주는 덕택에 장 field 을 이해하는 쪽으로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었다. 아, 블랙홀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블랙홀의 특이점에 대한 설명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블랙홀보다 조금 더 알게 도와주었다.

다만, 책 말미의 양자 이론에 대한 부분은 좀 쉽지 않았다.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양자 컴퓨터와 스핀 이론에 대한 이야기까지는 대강 알아차렸는데, 그 이후 끈이론 부터는 좀 쉽지 않았다. 당연할 것이다. 혹자의 말대로, 누가 양자 이론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건 내 무지의 탓이 아닐 것이라고 애써 위안해본다. 어쨌든.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저널리스트라는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이 가진 앎을 기반으로 굉장히 폭넓고 깊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인가보다. 외국 과학 저널리스트들의 책은, 그런 면에서 크게 의문 갖지 않고 읽게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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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다른 것에 같은 이름을 붙이는 기술이다.” ( [기하학 세상을 설명하다], 96쪽)

이 책의 3장은 대칭의 좁은 엄밀함이 조금씩 완화되면서 조금씩 위상동형의 모습으로 나아가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수학이 세상을 수식으로 번역하는 일련의 과정임을 알고 있지만, 수학은 다르다고 생각한 것들에 무언가의 특징을 찾아 같게 보도록 만드는 사유의 기본을 제공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이를 위해 수학하는 사람들은 엄밀함에 도전하게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울타리는 끊임없이 검증된다.

그 가운데, 결국 상대성이론이 등장했다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수학의 눈으로 물리학을 보고자 했을 때,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 - 뉴턴 역학 - 이 삐그덕거림을 발견할 수 있었고, 가장 뛰어난 기하학자가 넘어서지 못한 울타리에 천공을 낸 것은 다름아닌 아인슈타인이다.

그렇게 본다면… 아인슈타인이 수학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좀… 상대적일지도 모르겠다.

"수학은 다른 것에 같은 이름을 붙이는 기술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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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던 엘렌버그이다.

이 책의 1장은, 수학을 배우는 이유로 유클리드의 공리를 언급하면서, 세상의 비증명 - 비합리 - 에 스스로 맞서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뭐, 스스로 확신에 차서 이리저리 떠들어대는 일을, 수학을 통해 조금은 덜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그러나, 이를 위해 우리가 교실에서 하는 수학적 논리 구축이 때로는 너무 과도하지 않나 하는 이야기도 아울러 하는 듯 싶다. 수학의 두 날개 중 하나가 직관인데, ‘탁 보아 알겠다’ 같은 이야기를 너무 도외시하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10년간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이런 저자의 생각과 같은 것을 점점 더 느끼고 있다. 예컨대, 분수의 나눗셈을 풀기 위해 그저 나누기 분수를 곱하기 분수의 역수로 고쳐 풀어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을 왜 망설이느냐는 말이다. 억지로 논리를 만들게 되고, 그 논리를 잘 ‘알고’ - 이해하고가 아닌 - 있는지 물어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알고 있는가를 평가하게 되고, 빈 칸 넣기 같은 문항을 통해 억지 논리를 외우게 만드는 것이다. 그걸 못 해내면, 나누기 분수를 곱하기 분수의 역수로 만들 수 있더라도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는, 수학을 제대로 할 줄 모른다고 낙인찍어 버리는 것이다.

수학은, 직관을 키우는 학문이기도 할 필요가 있다. 옳고 옳지 않은 것을 바로 알아낼 수 있도록 해 줄 필요도 있다는 말이다. 모든 것을 논리성의 사슬로 얽어 맬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이 책의 1장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바라고 생각하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하학자 앙리 푸앵카레 Henri Poincare는 1905년에 쓴 에세이에서 수학적 사고의 필수불가결한 두 기둥으로 직관과 논리를 지목했다. 그는 모든 수학자가 둘 중 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기하학자‘라고 불리는 사람은 직관 쪽으로 기울어진 수학자라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양쪽 기둥이 모두 필요하다. (중략) 그러나 직관이 없다면 기하학의 주제가 모든 풍미를 잃게 된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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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2차전지 이야기 - 탄생부터 전망, 원리부터 활용까지 전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시라이시 다쿠 지음, 이인호 옮김, 한치환 감수 / 플루토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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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에 대한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다만, 전지의 화학 반응식이 잘 몰입되지 않는다. 기대하기에는 전지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 제목이 ‘이야기’잖은가 - 아주 자세한 산화-환원 반응이 좀 벅차게 다가왔다. 어쨌든, 현존하는 모든 전지에 대한 산화-환원 반응식은 도해와 함께 다 소개한 듯.

어쨌든 과유불급이다. 주요한 산화-환원 반응식 정도만 소개했으면 어땠을까… 일본 저자의 책이 좀 이런 식인 듯 싶다. ‘비커 군과 실험기구 선배들’도 그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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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여러가지 현상들은, 실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보자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스코프의 범위에 따라 현상을 그저 당연하게 여길 수도, 혹은 현상의 변화 양상을 통찰할 수도 있다. 웃기잖은가. 우리가 당위로 여기는 것이 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

지구는 우리를 잡아당기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지구 쪽으로 굽어있는 장 위에 서 있는 것일 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가면서 태양 원반을 가려 지구의 한낮을 한밤처럼 깜깜하게만들어버리는 현상이다. 태양은 달보다 400배나 크지만 달과 지구의 거리가 태양과 지구의 거리보다 400배나 가깝기 때문에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크기는 400배 작지만 거리가 400배 가까워 하늘에서 보이는 달의 크기는 태양의 크기와 같다. 태양과 같은크기의 달이 있다는 점은 지구인이 누리는 행운이다. (중략) 우리가 개기일식을 관찰할 수 있는 이유는 적절한 장소에 살고 있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달이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달은 지금보다 크게 보였을 테고 미래의 달은 지금보다 작게 보일 것이다. 이는 1억 5,000년 전에는 개기일식을 관찰할 수 없었고, 1억 5,000년뒤에도 개기일식을 관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구의 전체 역사에서 극히 일부 기간에만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 P109

우리는 3차원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3차원 세상이 묻혀 있는 4차원이라는 전체 실재는 인지하지 못한다. 볼링공이 2차원 트램펄린 표면 위에 움푹 꺼진 곳을 만드는 것처럼 태양은 4차원 시공간에 움푹 꺼진 곳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볼수 없기 때문에 지구가 원 궤도 -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타원 궤도 - 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도는 이유를 태양에서 어떤 ‘힘’이 뻗어 나와 지구를 움켜잡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트램펄린 위에 있는 볼링공이 힘을 발산하지 않듯 지구와 태양을 이어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무줄은 없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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