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여러가지 현상들은, 실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보자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스코프의 범위에 따라 현상을 그저 당연하게 여길 수도, 혹은 현상의 변화 양상을 통찰할 수도 있다. 웃기잖은가. 우리가 당위로 여기는 것이 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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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우리를 잡아당기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지구 쪽으로 굽어있는 장 위에 서 있는 것일 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가면서 태양 원반을 가려 지구의 한낮을 한밤처럼 깜깜하게만들어버리는 현상이다. 태양은 달보다 400배나 크지만 달과 지구의 거리가 태양과 지구의 거리보다 400배나 가깝기 때문에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크기는 400배 작지만 거리가 400배 가까워 하늘에서 보이는 달의 크기는 태양의 크기와 같다. 태양과 같은크기의 달이 있다는 점은 지구인이 누리는 행운이다. (중략) 우리가 개기일식을 관찰할 수 있는 이유는 적절한 장소에 살고 있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달이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달은 지금보다 크게 보였을 테고 미래의 달은 지금보다 작게 보일 것이다. 이는 1억 5,000년 전에는 개기일식을 관찰할 수 없었고, 1억 5,000년뒤에도 개기일식을 관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구의 전체 역사에서 극히 일부 기간에만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 P109

우리는 3차원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3차원 세상이 묻혀 있는 4차원이라는 전체 실재는 인지하지 못한다. 볼링공이 2차원 트램펄린 표면 위에 움푹 꺼진 곳을 만드는 것처럼 태양은 4차원 시공간에 움푹 꺼진 곳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볼수 없기 때문에 지구가 원 궤도 -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타원 궤도 - 를 그리며 태양 주위를 도는 이유를 태양에서 어떤 ‘힘’이 뻗어 나와 지구를 움켜잡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트램펄린 위에 있는 볼링공이 힘을 발산하지 않듯 지구와 태양을 이어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무줄은 없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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