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이 아니라 독특함입니다 - 부모와 교사를 위한 신경다양성 안내서
토머스 암스트롱 지음, 강순이 옮김, 김현수 감수 / 새로온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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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렸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에 오래 있으면서, 아이들의 독특함을 ‘증상’으로 쉽게 규정짓는 목소리들을 종종 듣다보니, 책의 제목이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모호하다. 이 책은 증상이 아니라 독특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증상임에 분명한 것도 자꾸 증상의 바깥으로 빼내고 있다.

물론,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해서 같은 것 또한 아니다. 이 책은 어느 순간, 다른 것을 다르게 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저자의 아버지도 신경다양성 증세 - 우울증 - 를 드러내었고, 저자 또한 그러하기에 어찌보면 다른 것을 다른 것 이상으로 보는 시선이 싫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 저자의 기저가 너무 강력하게 드러나, 책의 말미에 오면 모든 것이 같아 보인다.

책의 내용이 짧고 간단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을 만들다보니 그렇게 여겨지는 것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름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공감하려면, 차라리 앤드루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 훨씬 낫다. 분량은 서너배 되지만, 다름에 눌리면서 살아가는 가족의 무게를 담아내는 글의 담담함에 그저 어쩔 줄 몰라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것이 힘들고 조심스러우며 당혹과 고민을 느끼는 독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신경다양성에 대해 더 깊이있는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하튼. 이 책은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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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다위니즘을 피상적으로 이해 혹은 오도하고 있는가.

이쯤에서 데닛이 제시한 다위니즘의 본의를 정리해 보자. 요점만 끄집어내면 다음과 같다.
• 다윈의 혁명성은 생물 진화가 자연도태라는 알고리즘 프로세스의 결과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에 있다.
• 진화론은 자연도태의 알고리즘을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해독하는 학문이다.
• 진화론이 실행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은 리서치 프로그램이 적응주의다.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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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등교의 시기에, 오프라인 배움에 대해 더 고민해야하는 이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로는 지속적인 교육 혁신을 이루지 못하다. 실제로 지속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 방식을 형성하는 교사의 새로운 교수법이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주제는 이른바 21세기 교육 기술이다. 21세기 기술들에는 혁신을 위한 요소로서 창의성, 협력,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공감, 실패 같은 유행어들이 담겨 있다. 이들은 읽기, 쓰기, 수학, 과학 등 서양의 고전적 기초 교육과는 상당히 다르다. 소프트 스킬soft skills 이라고 불리는 21세기 교육 기술은 특정 사실에 대한 지식보다는 일련의 행동들에 가깝다. (343쪽)

"가르침과 배움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입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교육학 교수인 래리 큐번의 말이다. 그는 자기 학교에서 MOOC의 대실패를 목격했다. "관계는 아날로그입니다. 테크놀로지를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가르침과 배움을 관계가 아니라 지식의 전수로 여깁니다. 교육을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지 않습니다. 그저 정보에 더 많이 접근하고 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으로만 여깁니다. 그런 건 관계가 아니지요. 저는 고등학교 교사, 대학교 교수, 교육감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면서 배움의 기반은 관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한 명의 교사가 한 그룹의 학생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배움의 기초는 그런 독립적인 관계들이며, 다른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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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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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것이 점점 가까와지며 쌓아올린 미스테리를 벗겨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로의 이야기는 마치 메기고 받듯이 자연스레 흘러가며 이야기의 끝을 향해 치달아간다.

그러나 이야기의 종지부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들)을 둘러싼 모략과 협잡과 음모와 (새하얀) 사기 가운데서도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 서로의 손을 부여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주체로써의 종지부를 위한 마지막의 장치 - 탈주와 탈출 - 가 너무 허술하고 맥빠진다는 느낌이 든다. 일껏 스테레오 사운드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더니, 마지막에 이를 합쳐놓으니 모노톤의 밋밋한 사운드가 되어버린.

이야기가 겨누어대는 표적도 명쾌하고, 이야기의 흘러감도 경쾌하지만, 묘하게 둘이 화음을 이룬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루는 소재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고, 내러티브를 둘러싼 이야깃거리도 풍성하지만, 글쎄.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면... 독자가 너무 메마른 것일까? 잘 살았으면 좋겠다만... 진짜 문제의 시작은 실은 책장을 덮으면서부터 아닐까?

좋은 미스테리 소설이지만, 다루는 소재는 논쟁적이지만, 둘은 어울려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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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사생활 - 블랙홀을 둘러싼 사소하고 논쟁적인 역사
마샤 바투시액 지음, 이충호 옮김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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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잘 정리된 블랙홀 이야기.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되기까지의 스토리와 함께 그를 둘러싼 이론들의 기여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잘 정리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에게 놀라운 깨달음을 안겨주는 서술도 두어군데 있어 즐거운 독서를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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