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사실 어느 정도는 낚여서(!) 산 책입니다. 요즘 지역에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보니, 또 제가 사는 동네인 서울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도 점점 늘다보니, 이런 제목의 책에는 그냥 낚여서 구매하게 되네요. 이 책은, 서울 지리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라기보다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변화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고찰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에서 다룬 서울의 장소들은 반드시 특정 공간일 필요도, 심지어는 서울에 있는 장소일 필요도 없'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서울의 장소들은 '구체적인 장소'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장소들의 이름'입니다. (273쪽) 저자가 서울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서울이 저자의 추억이 담긴 장소인 까닭도 있겠고, 저자의 표현대로 서울의 특정 장소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클리셰로 여겨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은, 서울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배제의 원리가 작동하는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서울은, 우리 삶은 점차로 배제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주거환경만 하더라도, 중정을 가지던 미음자 모양의 공동체 지향 형식의 주택으로부터, 복도식, 계단식을 거쳐, 이제는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그런 주택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배제의 원리가 지배하는 서울의 삶에서도, 고단함을 가지고 배제의 빈 곳을 채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은 그런 이들에게 어떤 공간입니까. 


책은 읽기 쉽습니다. 이야기 형식으로 쓰여져서 훅훅 읽힙니다. 그런데 책은 읽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이 풀기 쉬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는 모여들고, 사람들은 그 부를 욕망껏 쫓아드는데, 그 욕망에 대한 방정식의 답이 (거의) 모두 같은 상황에서, 풀이 조건의 차이 때문에 답에 도달하는 사람과 도달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갈리고, 답에 도달한 사람들과 답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의 편차는 갈수록 심화되는 그런 상황... 을 책을 읽는 내내 보아야 하니 책을 읽기가 어렵습니다. 책 읽기가 버겁기도 합니다. 저자의 서술이 정리된 것이라기보다는 결대로 가는 것이다보니 이야기가 돌고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하다보니 정리된 저자의 사유를 쫓기가 버겁습니다. 


그러나 결국 저자의 이야기는, 서울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혹은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 능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부여하라, 그것이 민주주의가 아닌가, 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국 지금 발현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양상은 민주적인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장소, 그렇게 누군가를 배제하고 시작하는 경쟁이 어떻게 모두에게 가장 좋은 결과이겠습니까. 그러한 장소인 서울을 살아내면서 자신의 삶을 소진시켜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민주적 절차와 방식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는 그런 이야기를 저자는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조금 더 생겼습니다. 사실 저자가 조금 더 책을 정제하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탓에, 저자가 인용한 이런저런 책들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자가 가진 감정의 흐름이 그대로 드러난 이런 방식의 책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몇 번 더 읽어야 저자의 사유가 조금 더 명확히 와닿을 듯 싶지만, 뭔가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느낌이 싫어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드는 것은 아니지만, 결대로 흐르는 이야기 방식이 좋아서 언젠가 다시 한 번 읽겠구나 싶은 책이라고 이 책을 평가하고 싶네요.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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