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가격 - 뇌를 충동질하는 최저가격의 불편한 진실
엘렌 러펠 셸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경제의 단위는 이제 더이상 가정이나 지역사회 공동체로만 제한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세계화/국제화는 이제 더 이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특징이 되어 버렸습니다. 혹자는 지구 경제 시스템이라고도 부르는 듯한 이 세계화/국제화 경제 시스템은, 일견 새로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은 듯 보이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었으며,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부를 탐욕스럽게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 책의 시작은 아마 이 지점에서부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노동하는 사람 - 우리 모두 - 에게 어떤 문제를 주게 되었는가를 책의 마지막에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동은 더 싼 비용을 치루는 곳으로 지속적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일은 예전과 다르지 않게, 예전보다 더 힘들고 어렵고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의 노동에 대한 댓가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효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의 노동은 더 낮은 댓가를 요구받고 있으며, 지구 경제 시스템 아래 있는 한은 더 낮은 댓가를 치룰 수 있는 곳으로 노동은 계속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과 베트남이며 앞으로 더 낮은 댓가에도 노동을 제공할 수 있는 곳으로 계속, 계속 이동하겠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을 하면서도 자신을 소비자로, 혹은 다른 무언가로 신분세탁당한 사람들은, 빡빡한 가계 경제를 더 낮은 가격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할인점 혹은 아울렛이 이렇게 득세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가계 경제가 점차로 힘겨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싼 값에 이런저런 것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실제로 그렇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기억은, 열 몇 개씩 묶어서 파는 건전지였습니다. 건전지를 두 개씩, 네 개씩 사는 가격보다, 열 몇 개씩 묶어서 사는 가격이 단위 개수당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는 높은 가격을 주고 건전지를 열 몇 개 구매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두 개, 네 개 쓰고 나머지를 어딘가 잘 넣어놓는다고 했던 것이 도무지 어디에 간지 몰라서, 다음에 또 사게 되는 그런 일들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이제 저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구매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 책은 왜 회사들이 그렇게 판매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저는 보드게임 수집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보드게임을 파는 대부분의 쇼핑샵들은 정가와 할인가를 따로 표시합니다. 십수년 보드게임을 사다보니,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보드게임 쇼핑샵의 정가는 가상의 숫자이며, 할인가가 실제 판매가라는 것을 말이지요. 그러면서 때때로 보드게임 쇼핑몰에서 자신들의 재고 보드게임을 털어내기 위해서 하는 할인 행사에 저도 한때는 열정적으로 참여하곤 했지만, 그렇게 사는 보드게임들을 실제로는 잘 즐기지 않게 되는 것을 보면서, 지금은 그런 할인 행사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왜 정가와 할인가를 따로 책정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드러나는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비판적으로 하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내 노동의 댓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대 사회에서, 가격이 우리에게 어떤 착시 효과를 주는지에 대해서 실증적으로 접근한 책이며, 설득력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더더욱, '제 값'을 지불하고 '필요한' 물건을 그 때 그 때 구매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얼마 전부터, 대형 마트에서는 공산품 - 세제, 분유, 기저귀 등 - 이 필요할 때 구매하고, 그 때 그 때의 먹거리는 그 때 그 때 사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생활협동조합 - 저희는 한살림이라는 생활협동조합의 회원입니다 - 에서 그 때 그 때 필요한 먹거리를 사거나, 집 옆에 있는 동네 마트 혹은 목요 장터에서 필요한 먹거리를 사고 있습니다. 그 때 그 때 사므로, 규모의 측면에서는 비싼 듯 싶지만, 절대적인 비용 지불은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한 번에 사는 것은 불필요한 것을 사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습관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매한지는 벌써 5년이 지났는데 - 출간되던 당시에 샀네요 -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잘 읽었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책은 이리저리 널뛰면서 진행되는 탓에 연속성있게 읽히지는 않지만,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당장 읽지 않더라도, 일단 사두면 언젠가는 읽게 될테니, 앞으로도 계속 사 두어야겠습니다. 이런저런 책들을 말이죠.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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