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자본주의
로버트 라이시 지음, 형선호 옮김 / 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의 자본주의는 '슈퍼 자본주의'라고 보는 것이 저자의 입장입니다. 이전의 자본주의는 무엇이었는가. 민주주의적인 자본주의라는 명칭을 저자는 사용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과정 이상인, 시민들이 힘을 합쳐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p10)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즉 민주주의적인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운영이 시민들의 협동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셈입니다. 정부는 시민이 정당한 댓가를 얻도록 기업을 독려하고, 기업은 자신들의 수익이 노동자에게 돌아가도록 분배 체계를 정비하며, 노동자는 자신들의 수익을 사용하여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정부에 세금을 내는, 그런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운영되는 것이 민주주의적인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가 되면 이러한 흐름이 바뀝니다. 이 책에서는 가장 중요한 변화로 '신기술'을 이야기합니다. 처음엔 이 부분이 납득이 잘 되지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어느 정도 설득력있는 진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1970년대는 제조업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금융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제조업 중심의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신기술의 개발과 함께 자본주의는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 중심으로 바뀌어 갑니다. 미 국방부의 인트라넷이었던 인터넷이 범용화되면서, 우리 사회에 불러온 변화는 가히 혁명적입니다. 그 혁명이 이루어놓은 가장 위대한 일은 바로 금융 산업의 발달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정보가 삽시간에 공유/전파되고, 그것은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 생겨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노동자보다 투자자가 훨씬 중시되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또 하나, '세계화'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제 노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됩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굳이 공장이 지금 여기에 있지 않아도 상관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노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이제 소비자는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값싼 물건을 찾아다니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노동의 댓가는 더욱더 낮아지고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는, 소비자이기도 하면서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소비자이며 투자자이기도 한 노동자는, 지금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댓가에 집중하기보다는, 더 값싼 물품을 소비하길 바라며 자신의 투자가 이익을 남기기를 원합니다.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점차로 그 무게의 양상은 소비자와 투자자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편으로, 효율적인 소비와 투자 대비 이익의 극대화를 바라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업은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오염 물질을 여과없이 방류한다든지, 저개발국가의 노동에 대하여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든지 등. 이런 모든 현상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시스템 아래에서의 시민이 그들입니다. 시민들은 기업의 몰지각하고 몰상식적인 행동에 대해서 분개하고 분노합니다. 그래서 기업의 행동 변화를 촉구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민들도, 결국 소비자이면서 투자자입니다. 분개하고 분노하지만, 가격의 매력 앞에서, 이익 추구 앞에서 자신들의 시민됨을 잠시 미루어두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대변되는 현재를, 저자는 '슈퍼 자본주의'라고 이름 붙입니다. 



자그마치 5년 전에 책을 구매했습니다. 그래서 읽은 줄 알았던 책인데... 얼마 전에 [완벽한 가격]이라는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잡은 이 책이 글쎄, 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얼마나 웃기던지... 


짧은 지식에, 작금의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보여주는 문제에 대해서 잘 통찰해 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대안은 마땅치 않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됩니다. 


더 값싼 노동을 구할 수 있는 한, 노동자가 처한 현재 상황은 개선되기 난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생각하자면, 물건값은 계속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게 될 것입니다. 월마트 같은 저가형 할인매장은 기술의 혁신과 노동 비용의 혁신 아래에서 계속 저렴한 물건을 공급할테고, 그것은 저소득 노동자가 계속 생산되는 원인이자 결과가 될 것입니다. 주주 자본주의라고 불리우는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금융은 끊임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자본을 늘려나가게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하여 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묘안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묘안은 결국 노동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귀결되겠지요.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다른 여러 책들처럼 대안이 마땅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어찌보면 그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올바른 태도는 아닙니다. 지금 이 시대가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비록 실현 불가능한 해결책이긴 하겠지만, 내 안의 시민을 계속 깨워내서, 더 저렴한 것을 찾는 나, 더 많은 이익을 찾는 나, 그것을 위해서 약간의 불법과 탈법, 위법과 편법에 눈감는 나와 맞서 싸우도록 하는 것이 지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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