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 결투단의 최후,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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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 결투단의 최후> 천효정 / 비룡소 (2015)

[My Review MMCCXXIV / 비룡소 10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세 번째 리뷰는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의 후속작으로 발표된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이다. 그래서 2권부터는 1권에는 없던 '부제'가 달렸다. 이제 본격적인 건방이의 수련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 건방이는 '무술 천재'일지도 모른다. <예언서>에 모든 무술을 통달한 '팔팔동자'가 등장할 거라 했는데, 그 '팔팔동자'가 다름 아닌 건방이가 아닐까 짐작된다는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무협소설>에서는 이런 천재가 종종 등장한다. 무술의 고수가 등장해서 혼탁해진 무술인들의 세상을 평정하고, 악인들을 멸하며 벌주는 영웅으로 활약하는 대서사가 펼쳐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어린이책으로 출간되었다고는 하나 그런 '기본 공식'에서 아주 탈피한 것은 아니라서 더욱 흥미진진했다. 그래서 제목도 '수련기'인 모양이다. 아직 무술 천재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형편 없지만 차차 성장하면서 엄청난 재능을 선보여 줄 것이니 말이다. 암튼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관점 포인트 : 사실 <무협소설>에서 무공대결을 뺀 나머지는 정말 지루하다.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대결만 할 수도 없기에 이야기의 기본 구조에 걸맞게 '기승전 결투'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이 책도 그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 그러다 보니 대결, 대결, 또 대결의 연속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등장인물이 다 대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놈저놈 다 싸우다보면 금세 식상해지기 때문에 '결정적인 결투'를 위해 남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스승끼리 아무리 오래전부터 '대결 약속'을 했더라도 저들끼리 싸우고 나면 제자들의 결투가 시시해질 수가 있다. 그런 연유로 '스승의 대결'이 '제자의 대결'로 대리 승부를 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스승은 제자를 심혈을 기울여서 길러내고 '대리전'을 치루게 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런 이야기 구조를 위해서 오방도사의 제자로 뽑힌 '건방이'광독지존삼천갑자도사의 제자 '오지만'이 결투단이란 곳에서 최후의 승부를 보게 되는 것이 2권의 메인 스토리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 서브 스토리로 각각 '건방이'와 '오지만'이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서사를 풀어내는데, 건방이는 손을 돌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권법, '수석술'을 연마함과 동시에, 손에서 칼처럼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어 검술을 펼칠 수 있는 '수검술'까지 연마하게 된다. 권법에, 검법까지 마스터한다면 무술인으로 굉장한 고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한편, 오지만은 우연히 광독지존삼천갑자도사를 만나 '암기'와 '독'을 이용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술수를 익혀서 부당한 힘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를 혼쭐을 내주는 것에 성공하면서 '찌질이'에서 '실력자'로 급성장하여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 이렇게 '건방이 vs 오지만'의 대결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보다 훨씬 큰 라이벌의 대결 양상으로 확전되고 만다.

뭐, 승부 결과는 보나마나 뻔할 것이다.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논해봐야 할 것이 있다. 무술대결에 있어서 정정당당하고 공명정대한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헌데 대결 상대의 주특기가 건방이는 '권법'을 기본으로 쓰고, 오지만은 '암기와 독'을 이용해서 공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게 정정당당한 대결일까? 우리는 '암기'를 쓰거나 '독'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나는 '맨주먹'으로 대결을 하려는데, 상대는 '무기'를 들고서 덤빈다면 전혀 공평하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이런 대결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더구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훨씬 유리하다. 왜냐면 '무기'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엄청난 위력 때문이다. 더구나 비겁하게 몰래 숨겨 놓고서 쓰는 '암기'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독'을 쓰는 것은 애초부터 힘이 약한 비겁하고 찌질한 사람이 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암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엄청난 수련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총처럼 '발사장치'를 갖추거나 총알처럼 '그 자체로 지닌 물리력, 폭발력'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주는 무기라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수리검'이나 '표창' 같은 것을 던지는 수법은 정말이지 엄청난 수련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 '독'을 쓰는 것은 어떨까? 총알처럼 '독'이 애초에 가지고 있는 생명에 치명적인 맹독성, 온몸을 꼼짝 못하게 하는 마비성, 정신을 착란시키거나 혼란하게 만드는 환각성 등의 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손쉽게 결투에서 승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허나 이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아닐까? 그런 엄청난 맹독을 사용하려면 자신도 부주의하게 다뤄선 안 된다. 그래서 해독 방법도 연마해야 하고, 자신이 당하지 않도록 수련을 거듭해야 하며, 자신은 안전하면서도 상대에 독을 주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독'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가? 독을 쓰는 것이 단순히 비겁한 행위라고 보기는 힘들 수도 있다.

이처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지만, 그런 논란에 빠지지 않도록 천효정 작가는 아주 치밀하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비록 맹독을 사용하는 악당처럼 보이는 캐릭터지만 성정이 야비하고 비열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덕분에 '암기'와 '독'을 사용하는데 능숙한 초절정 고수로 그려 놓았기에 '결투단'에서 벌이는 대결이 공정하도록 보이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덕분에 이야기가 논란으로 빠지지 않고 아주 재밌고, 심지어 코믹한 대목도 연출 가능했던 것이다.

나가는 글 : <무협소설>은 인기가 다 했다. 요즘 독자들은 실현불가능한 환상은 용납해도, 황당무계한 거짓에는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무술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중국무술'이 최고를 넘어 최강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뻔뻔함에는 완전히 손절해버린 셈이다. 더구나 <무협소설>의 원조로 불리는 중국에서마저 번번히 흥행에 참패를 면치 못하겠는가.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의 원작소설들은 여전히 많은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번번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무술대결'에 대한 환상이 처참하게 깨졌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스포츠 경기'에서 쿵푸(무술) 기술을 쓰는 선수조차 없을 정도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성적이 좋지 않거나 처참한 패배를 보이며 일찌감치 탈락의 쓴잔을 마시는 꼴이 되고 만다. 쿵푸로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이소룡'이 마지막이었다. 그후에 '성룡', '이연걸', '견자단'이 뒤를 이었지만, 모두 '이소룡'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현재는 겨우 명백만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실제 무술도 이소룡이 창안한 '절권도'라는 것이 실전에서 쓰이고 있을 뿐, 그 외에 다른 무술들은 실전에서 사용하다가는 큰 코를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소림쿵푸, 태극권, 영춘권, 팔괘권 등 유명한 무술들은 실전에선 무용지물에 가깝다. 이소룡조차 엽문에게 '영춘권'을 전수받았지만, 그것만으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어서 '태권도'를 접목해서 '절권도'라는 실전무술을 선보였을 뿐이다. 그나마 1980년대를 마지막으로 '홍콩영화의 붐'이 끝을 맺으면서 중국무술의 신비감도 함께 사그라들고 만 것이다.

그 뒤로 인기를 끈 것은 실전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마샬아츠(실전무술)'로 상대를 제압하고 효과적인 타격을 갖춘 무술에만 환호했다. 일본의 '가라데(공수도)'도 좀 시들하지만, '합기도'와 '유도' 기술과 결합하면서 실전에서 여전히 유용하다고 할 수 있고, 태국의 '무에타이'는 킥복싱이라고 불리며 전투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남미의 '카포에라', 러시아의 '삼보' 등도 실전무술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무술은 단연 대한민국의 '태권도'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발 펜싱'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태권도가 단지 '신체단련'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수련'으로 충효를 강조하고, 인간의 기본 예절인 '공경'을 비롯한 '예절'을 교육프로그램에 넣음으로써 '상대를 제압하는 힘'뿐 아니라 '인류공영에 이바지 할 마음가짐'인 예절까지 강조하면서 무술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를 널리 공감받는 일이 가능해졌다.

바로 이것이 '무술인'이 가져야 할 궁극적인 힘이다. 힘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힘을 올바르게 쓰도록 '수양'까지 겸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다. 이 책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시리즈를 읽으면서도 흐믓해지는 까닭이 바로 이런 '수련'과 '수양'을 아주 당연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힘을 쌓고, 그 힘을 무단으로 사용해서, 세계 정복 같은 허망된 욕망을 보여주는 것뿐이라면 좋아해줄 가치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책에 흠뻑 빠진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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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1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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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천효정 / 비룡소 (2014)

[My Review MMCCXXIII / 비룡소 9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전문리뷰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두 번째 리뷰는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다. 스토리킹 문학상은 독특하게도 심사원이 '어린이들'이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정식 심사원'이 수상작을 선정하겠지만, 적어도 수상 선정에 '어린이 독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그런 까닭에 '스토리킹 수상작'인 경우에 '재미'는 보장이 되는 셈이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1회 수상작은 '스무 고개 탐정'이었다. 수수께끼 같은 20개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건 추리'를 완벽하게 해내는 장면이 참 기발했는데,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살짝 긴장감이 떨어지고 억지로 '스무 고개'를 한다는 설정이 작위적인 느낌마저 주었다. 그런데 2회 수상작인 이 책은 그야말로 '재미'로 시작해서 '재미'로 끝을 맺었다. 1부는 모두 다섯 권으로 완결이 되었는데, 정말이지 시간만 주어진다면 앉은 자리에서 다섯 권을 독파해버릴 정도로 몰입감이 최고인 어린이책이었다. 그럼 그 최고의 재미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관점 포인트 :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하나 뿐인 혈육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보육원으로 들어가야 할 처지에 놓인 초등학생 2학년 건이가 우연히 '오방도사'의 수제자가 되고 권법 수련을 하면서 생기는 우당탕탕 폭소대소동이기 때문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폭소(爆笑)'라는 말도, '대소동(大騷動)'이란 말도 잘 쓰지 않겠지만, '시끌벅적 요란한 웃음 폭탄'이란 뜻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딱 어울릴 표현이다. 이름조차 '건방지게 건방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물론 뜻은 거창하게도 '하늘 건(乾)'을 써서 하늘에 올려놓다는 뜻으로 쓰고 있지만 말이다.

하긴, 무술을 다룬 '무협소설'이 대부분 그렇다. 권법을 사용하면 손을 무쇠처럼 다루며 한 대 쳤을 뿐인데 박살이 나거나 칼로 자른듯 단숨에 두 동강을 내는 등 신묘한 일들이 '일상'으로 벌어지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살짝 허풍이 첨가되어서 흥미를 끌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무협소설이라면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뛰어난 무술과 기예를 선보이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 '협(俠)의 정신'이 녹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의협심이라고 쓰며 '의리'와도 일맥상통한다. 그토록 힘이 센 무술의 고수들이 '의협심'이 없다면 그야말로 악당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건방이도 의협심으로 똘똘 뭉친 정의의 사도처럼 행동한다. 뭐, 살짝 모자란 행동으로 실수연발을 하지만 말이다.

1권의 줄거리는 전반적으로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채웠다. 무술 고수도 '권법'과 '검술'의 달인을 내세웠고, 그밖의 다양한 기예는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소재로 삼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건방이가 속해 있는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이는 2권, 3권으로 이어지면서 점차 스케일이 확대될 것이고, '무술대회'가 펼쳐질 수 있도록 밑밥(?)을 까는 것이니 사건의 흐름보다 '세계관'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능동적인 독서법일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권법의 달인인 '오방도사'와 검술의 달인인 '설화당주'이 등장하고, 오방도사의 수제자로 건방이가, 설화당주의 막내제자로 백초아가 등장해서 '같은 학교(5학년)'에 다니고 있다. 1권에서는 악당 캐릭터로 '대도 도꼬마리'가 등장하는데, 수억 원짜리 다이아를 훔치는 등 값진 물건들을 범행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훔쳐내서 '대도(큰 도둑)'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 도둑이 물건을 훔친 자리에 항상 '도꼬마리'를 남겨뒀기 때문에 '대도 도꼬마리'라고 불린다. 과연 도꼬마리의 정체는 누구이고, 도꼬마리가 물건을 훔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나가는 글 : 사실 무협소설은 우리 나라에서 굉장히 흔한 장르에 속하며, 살짝 한물 간 장르라서 인기가 사그라드는 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보통은 '무협장르'가 남성적인 색채가 강한 탓에 '남성작가'가 거의 대부분인데, 천효정 작가는 여성이면서도 아주 천연덕스럽게 무협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품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는 천효정 작가가 '여성'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소설의 주제가 '권선징악'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느껴져서 살짝 의심을 해봤는데, 그제서야 천효정 작가가 여성임을 눈치 챘던 것이다. 어쩐지 여성 등장인물의 세심한 감정 묘사가 그래서 가능했구나 싶었다. 보통은 '무협소설'에서 여성의 감정묘사는 얼렁뚱땅하기 십상인데 말이다.

또한, 무협소설에서는 '권선징악'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보통이다. 왜냐면 주로 '정파 vs 사파'의 대결 양상을 보여주면서 반전적인 요소를 담기 위해 '정파'가 개쓰레기 같은 행동을 일삼고, 오히려 '사파'가 혼란한 틈속에서 정의를 외치는 양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누가 착한 놈이고, 누가 나쁜 분인지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총체적인 난국이 펼쳐지는 것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에서도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등장인물이 나오긴 한다. 바로 '대도 도꼬마리'인데, 그의 행동이 꽤나 수상쩍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이 파헤쳐지고 나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긴 하지만, '정통 무협소설'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난감한 전개가 펼쳐지곤 하는데, 여성 작가인 덕분에 그런 혼란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진행으로 어린이 독자들의 눈마저 순식간에 사로잡게 되었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은 책인데, 다시 보아도 재미있다. 내친김에 2부까지 빠르게 독파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만화 버전'도 읽어보고 싶다. 분명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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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엘런 싱어 지음, 이민희 옮김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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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엘런 싱어 / 이민희 / 딥앤와이드(Deep&Wide) (2026) [원제 : Don`t Eat The Marshmallow...Yet! (2005)]

[My Review MMCCXXII / 딥앤와이드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한 번째 리뷰는 정말정말 유명한 자기계발서 <마시멜로 이야기>다. 성공을 부르는 기적의 공식이라고 오해를 받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었다. 그럼 지금도 그 기적이 통할까? 지금도 '성공'을 꿈꾸는 이들이 많이 있으니 통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게다. 단지 그 기적의 공식이 너무 오래되어서 약효가 떨어졌을까봐 걱정할 뿐. 그렇다면 각설하고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마시멜로 이야기> 관점 포인트 :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만 4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하는 '마시멜로' 한 개를 주면서 딱 한 마디만 하고서 아이를 홀로 방에 두고 관찰을 한 것이다. "지금 네가 마시멜로를 한 개 줄게. 지금 바로 먹어도 좋고 나중에 먹어도 좋아. 하지만 바로 먹지 않고 참는다면 마시멜로 두 개를 줄거야. 이해했지. 그럼 15분 뒤에 다시 돌아올게." 이렇게 한 아이와 한 개의 마시멜로만 남은 상황을 연출하고 관찰을 했다. 어린이 참가자는 모두 600명이었다고 한다. 실험은 단 15분 만에 끝났고,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아이는 그대로 되돌려 보냈으며, 그때까지 먹지 않고 참은 아이에게는 약속대로 마시멜로를 하나 더 손에 들려주고서 귀가 시켰다. 하지만 실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어른으로 자랐을 즈음에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을 추적해서 현재 상황이 어떤지 추적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실험참가자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약 100여 명의 참가자를 찾아서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험참가자 가운데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버려서 한 개밖에 못먹은 아이는 '성공'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은 반면에,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아서 두 개를 먹는데 성공한 이이는 '성공'적인 일상을 누리고 있는 빈도가 높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만족지연'으로 자기 욕구를 조절하고, 절제하는 성격을 가진 아이가 인생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로 비춰졌다. 그래서 이 책 <마시멜로 이야기>가 전세계에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인내력'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참을성'을 가르치는 교육열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했었다.

그런데 정말 '인내'하고 '참을성'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결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한다. 이 책 <마시멜로 이야기>를 잘못 이해하면 그런 엉뚱한 결론에 다다른다면서, 단순히 마시멜로 두 개를 얻는 것만으로 성공적인 삶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착각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와 비슷한 유형의 '성공비결'이 꾸준히 유행을 타기도 했었다. 이를 테면 '칭찬'을 많이 받으면 성공하고, '꿈'을 크게 꾸면 성공하며, '아침' 일찍 일어나면 성공하고, '긍정'의 힘을 발휘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기적을 바라며 '성공 공식'처럼 무작정 따라하는 식의 조언들이 난무했던 것이다.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성공하기가 그렇게 쉽다면 '성공'을 달성하지 못한 사람은 완전 바보가 될 것이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단한 성공을 이루며 넘치는 부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전세계 방방곡곡에 널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성공의 기준이 '부자'라면 더더욱 희소할 뿐이다. 그렇게나 희소하고 희박한 성공을 단지 '마시멜로 안 먹고 버티기 15분'으로 판가름할 수 있다면...그게 말이 되겠냔 말이다.

그렇기에 <마시멜로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인내하고 참기만 하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이익'에 눈 멀어서 '장밋빛 미래'를 보지 못하고,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데도 조그만 이익에 탐을 내면 '성공한 삶'과는 영영 멀어지게 될 것이다라는 진리가 <마시멜로 이야기>의 참뜻이다. 이것과 뜻이 상통하는 우화가 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매일 한 개씩 주어지는 황금알을 모아 편하고 안락한 삶을 살 궁리를 하지 않고, 당장의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서 거위의 배를 갈라 결국 빈털털이가 되고 마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는 '주식투자'와 같은 투자 방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주식 한 주를 사서 '기대 이상의 수익'이 나왔다고 바로 팔아버리면 고작 '한 주'가 가지고 있는 수익만 얻을 뿐이다. 이렇게 투자를 하면 당장에는 이익을 챙기는 것 같지만, 투자수익이 그리 많지 않아 재투자를 할 자금도 넉넉치 못하고, 잔돈만 만지다 결국 투자금을 모두 잃고 말 것이다. 허나 어제 한 주를 사고, 오늘도 한 주를 사고, 내일도 한 주를 사는 등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꾸준히 투자를 하면 주가가 짧은 기간 동안엔 오르락내리락 하겠지만, 1년이면 365주를 갖게 되고, 10년이면 3650주를 갖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하루에 1주씩 아주 작은 투자를 꾸준히 하면 나중에는 엄청난 대량주를 갖게 되며, 주가가 '우상향'으로 꾸준히 성장했을 경우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게 <마시멜로 이야기>가 이야기하는 '만족지연'이다.

단 한 번의 '인내'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마시멜로 한 개 더'일 뿐이다. 하지만 참고 또 참고, 바라는 목표만큼 꾸준히 할 일을 하면서 참고 견디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목표에 다가가 있고, 애초에 목표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챙길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꾸준함'에 있다.

나가는 글 : <마시멜로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인내'와 '성실'이다. 성공하는 삶에는 '우연'이 없다. 일확천금이라는 행운이 따를 때도 있지만, 그런 행운이 두 번, 세 번 연달아서 찾아올리 만무하다. 그래서 '행운'은 바랄 것이 못 된다. 하지만 '인내하는 습관'을 가지고 하나씩 하나씩 '꾸준히 실천'하면 누구나 성공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은행에 적금상품 가운데 '복리'를 챙겨주는 것이 있다. 이 상품은 '원금'에 '이자'를 주는데, 매번 원금에 대해서만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원금+이자'를 합산한 금액에 '또 이자'를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보장받는다. 그러니 '원금'에만 이자를 주는 상품보다 '복리상품'이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바로 챙겨야 이득이다.

그럼 우리 일상에서도 '복리상품'과 같은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한 달 월급이 200만 원밖에 안 되서 돈을 모을 수가 없다고 비관만 하지 말고, 일상 생활에서 '돈 나가는 구멍'을 막는 것만 잘 계획을 해도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가 있다. 사실 월급 200으로는 서울에서 월세를 내면서 살기는 힘들다. 그래서 무엇보다 월세 비중을 낮춰야 한다. 보증금을 올려서라도 월세는 깎아야 한단 말이다. 더 좋은 방법은 '월세'를 내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것이다. 기숙사를 들어가든, 절친과 반띵을 하든, 부모님에게 얹혀 살든 '방법'을 찾아라. 그렇게 집과 관련된 비용을 50만 원 선으로 묶어놓고, 월 100만 원씩 적금을 들고, 나머지 50만 원으로 한 달을 버티는 것이다. 당연히 술 담배는 끊는 것이 좋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것이 '술친구'다. 쓸데도 없고, 의리는 더더군다나 없다. 정 마시고 싶다면 얻어 마셔라. 담배는 그냥 끊고 못 끊겠으면 얻어서 펴라. 식비는 최대한 아껴라. 나도 젊었을 때는 염치불구하고 얻어먹고 다녔다. 그리고 내 돈으로 먹어야 한다면 '사발면'에 '공깃밥'으로 한끼를 해결했다. 그렇게 아끼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나머지 돈은 몽땅 모아지는 돈이다. 그렇게 1년에 1200만 원 이상씩 모으면, 2년이면 2400만 원, 5년이면 6000만 원을 모은다. 이 돈을 '은행이자'만 챙겨도 좋겠지만, 우량상품에 꼬박꼬박 투자를 했다면 은행이자보다는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5년만에 1억 가까운 돈을 모을 수도 있다. 물론 경제공부 좀 해야 한다.

이게 바로 '복리'와 다를 바 없는 일상에서 푼돈으로 몫돈 만드는 습관이다. 실제로는 200만 원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며, '나가는 돈'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그래서 200만 원을 예시로 잡은 것이다. 여기까지가 <마시멜로 이야기>가 담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고작 1억 모으기가 '성공기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 100배, 1000배 정도는 되어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100억, 1000억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여러 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말한 '인내'와 '성실'이라는 꾸준한 습관이 없다면 그런 성공도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그런 큰 성공을 이룬 사람이 많겠는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 대박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손을 꼽지만, 그들이 <마시멜로 이야기>에 나온 성공비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의 작은 이익에 욕심 부리지 않고 더 큰 이익을 위해서 참고 견디며 성과가 나올 때까지 꾸준함을 보여주었기에 큰 성공을 이룬 것이다. 그럼 그보다는 조금 작은 성공의 비결은 어떨까? 역시나 성공 비결은 똑같다. 그 크기의 차이는 '만족지연의 성과 차이'와 비례할 뿐이다.

물론 <마시멜로 이야기>의 성공 비결이 늘 이루어진다고 보장받진 못했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실패'를 담보로 잡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마시멜로 이야기>에서는 그런 실패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인가? 그건 '인내'와 '성실'만 갖추고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실패했다고 좌절에 빠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나가는 '끈기'까지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내력과 성실성을 갖고 있다면 '끈기'는 당연히 따라오게 된다.

이제 문제는 딱 하나만 남았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성공비결에 '나이제한'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물론 어릴 적부터 '만족지연'을 이해하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더 확실한 성공을 장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살이 넘어서도, 50살이 넘어서도 <마시멜로 이야기>는 효과를 낼 수 있겠느냔 말이다. 인내하고 성실한 것도 젊었을 때가 가능한 일이지, 다 늙은 뒤에는 어느 세월에 성공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럼에도 나이에 상관없이 유효하다. 왜냐면 성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성큼 다가서기 때문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성공기준을 '부자'가 아닌 '행복'으로 바꾼다면 '인내와 성실, 그리고 끈기'만으로 이룰 수 있는 행복한 일들이 정말 많다. 그렇기에 지금 이순간에도 <마시멜로 이야기>의 성공공식은 유효하다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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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의 선택 초등 읽기대장
김영주 지음, 오삼이 그림 / 한솔수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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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수북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피아의 선택> 김영주 / 한솔수북 (2026)

[My Review MMCCXXI / 한솔수북 1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전문리뷰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 번째 리뷰는 모든 환경을 파괴해버린 지구온난화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동화책 <피아의 선택>이다. 지구의 운명을 한 어린이의 '선택'에 의해 가를 수 있다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리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잘못된 과거'를 되돌리는 일이 옳은 일인지, 아니면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담겨 있을 뿐이다. 어리둥절 하겠지만, 이 동화책의 시간적 배경은 무려 2101년이다. 그리고 '타임점퍼'라는 기계를 통해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럼 다짜고짜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피아의 선택> 관점 포인트 : 안타깝지만 책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지구의 미래'는 그리 밝은 상황은 아닌 듯 싶다. 때는 2101년으로 '기후 위기'로 인해 지구의 기후가 엄청나게 삭막하게 변했고, 엄청 뜨거워진 지구에서 바다가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지상에서는 너무 뜨거운 환경 때문에 그 어떤 생물도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살아남은 인간들은 '돔'이라는 것을 산꼭대기에 만들고, 그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지구의 환경은 왜 이렇게 변했을까? 그건 어떤 미친 과학자가 한 실험 때문이라고 한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온난화를 한 방에 해결하겠다면서 비밀리에 실험을 했는데, 그 여파로 지구의 기온은 급격하게 올라 극지방의 빙하가 한 순간에 올라 대홍수가 일어났고, 그로 인해 지상의 모든 육지는 바닷물속에 잠겨버리게 되었단다. 그 난리를 '대재난'이라고 부르는데, 그속에서도 살아남은 인간은 산꼭대기에 '돔'을 만들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결국엔 바다가 매말라버릴 정도로 지구는 뜨거운 행성이 되고 말았다. 이제 인간은 '돔'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극한의 환경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인간은 그 돔 안에서 살아남았다. 대재난이 벌어진 해가 2026년 8월이었는데, 그 뒤로 인간은 '돔' 안에서만 살게 된 것이다. 행여라도 돔이 망가진다면 그 안에 살던 인간은 모두 죽고 말 것이다. 그래서 돔 안의 주민들은 최대한 돔 안에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낡아가는 돔은 '이상 현상'을 계속 일으켰고, 돔을 정상적 작동을 유지하려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들이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이런 지구에서 과연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돔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먼 옛날 지구의 아름다운 환경을 전혀 모르고 지낸다.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돔 안의 어린이는 과거의 아름다웠던 지구 환경을 꿈에서라도 볼 수 있을까?

그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타임점퍼'를 피아는 12살의 생일날 선물로 받게 된다. 피아, 민피아는 사실 라피키 인이다. 물병자리에 있는 트라피스트 별 주변을 도는 행성에 살던 외계인이다. 그런데 그 행성이 더는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자 피아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행성을 떠나 지구에 정착한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라피키 인들이 살 수 있는 적당한 환경의 행성을 찾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었고, 운 좋게 적합한 환경을 갖춘 지구를 찾았지만, 지구인이라는 지적생명체가 이미 살고 있었기 때문에 지구인이 외계인을 달갑게 반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피키 인이 갖고 있던 과학기술로 황폐해진 지구의 환경을 극복하고 살 수 있는 '돔 건설'에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돔' 안에서 지구인과 함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구인 아빠와 라피키 인 엄마가 만나 민피아가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라피키 전통에 열두 살이 되면 각자 '타임점퍼'를 선물 받게 된단다. 그리고 타임점퍼를 통해서 '시간여행'도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사용횟수가 그리 많지 않고 쓰면 쓸수록 '정확도'가 떨어져서 계속 쓸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자 피아는 '지구 환경'을 위험하게 만든 위험한 과학 실험을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그게 가능하다면 오래된 동영상 속에서만 보던 지구의 원래 하늘과 바다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돔 밖을 안전하게 나가서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피아의 하나뿐인 단짝 친구인 '환상'과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렇게 도착한 2026년에 '열매'라는 또래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열매라는 친구의 아빠가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 미친 과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나가는 글 :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어린이 동화책으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몇 장 넘기지도 않아서 등장한 '외계인'과 '타임점퍼'를 통한 시간여행을 하면서 한 편의 SF소설을 읽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어린이책답지 않게 아주아주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고 엄청나게 스펙타클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이런 모험은 다름 아닌 누구에게도 인정 받지 못하는 '기후 위기'를 막는 비법을 알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한 과학자의 무모한 실험 때문에 일어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 실험이 실패하면서 '지구온난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서 뜨거운 지구로 변하게 되어서 지구 환경은 그야말로 불지옥과 다를 바 없는 매마른 환경이 된다. 이는 실제로도 2050년 이후가 되면 급속하게 진행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의 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한 셈이다. 그런 까닭에 현재의 지구는 '미친 과학자'의 괴짜 실험이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온실효과를 부추기고 지구 기온이 상승하게 되면 2101년 즈음에는 지구인은 '돔' 안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극한 상황이 펼쳐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이 책의 이야기는 그런 지구가 되지 않도록 '과학 실험'을 막으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현실에서는 그 미친 과학 실험에 못지 않는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킬 지구인들의 만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및 교토의정서 이행 포기선언 따위가 그것이다. 현재에도 태평양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있고, 그 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고향을 잃고, 살 터전을 마련하지 못해 그야말로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해마다 더 강력한 태풍과 허리케인이 불어닥치고 있으며, 50도가 넘는 폭염과 영하 20도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혹한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그 때문에 엄청난 자원에너지를 소모하고, 또다시 그로 인해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기후의 심각한 변화 때문에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사막화가 점점 확대되면서 더 심한 기후 변화를 부추기고, 그런 까닭에 서식지를 잃어버린 동식물들이 강제 이동하거나 멸종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위기다. 지구의 기후 변화는 지형 변화를 일으키고,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균형이 깨지게 되면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극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만, 아무런 제약도 없이 자연환경을 누리며 살던 시대는 영원히 마감하고 말 것이다. 정말이지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는 심각한 것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누리며 살던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지 못하게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더러워진 물과 공기로 인해서 '마실 물'이 없어지고, '숨쉴 공기'가 없어서 우주복과 같은 불편한 장비의 도움이 없으면 한 순간도 생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책속에서처럼 '돔'이라는 인공환경을 만들어서 그 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들 '제한된 환경'에서 한정된 삶을 살아가는 일은 결코 낭만적일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바이오스피어'라는 인공생태계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인간이 1년 간 살아남기 실험을 했는데,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참가자들은 전한다.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 '바이오스피어'라는 인공생태계가 점점 제 기능을 잃고 망가지는 공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나 뿐인 지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해서 '다른 행성'을 개척하고, 그곳에 인공기지를 건설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70~80억 인구 모두가 이주해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이제 그 하나 뿐인 소중한 지구가 '지구온난화'라는 몸살을 겪고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뀐다고 한다. 머지 않은 미래에 말이다. 그때 '타임점퍼'를 이용해서 과거를 되돌리는 일을 실행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한 번 바뀐 '지구 환경'을 되돌리는 일도 불가능한 것은 마찬가지다.

책 속의 이야기는 '피아의 선택'으로 인해 소중한 친구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지구환경을 다시 되돌릴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바뀐 미래'로 인해서 소중한 친구를 영원히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만약 당신에게도 그런 '선택'이 주어진다면 당연히 '지구'를 지키기 위해 '친구'를 포기할 것인가?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의 아름다움을 되돌리는 큰 공을 세운 셈이지만, 외계인인데도 따돌리지 않고 항상 곁을 지켜준 소중한 친구와 영영 이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소중한 친구와 평생을 함께 하며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피아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가장 현명한 선택은 어느 쪽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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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3반 예쁜 말 도둑 5학년 도둑 시리즈
김연희 지음, 이경석 그림 / 지구별아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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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3반 예쁜 말 도둑 : 5학년 도둑 시리즈> 김연희 / 지구별아이 (2026)

[My Review MMCCXX / 지구별아이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마흔아홉 번째 리뷰는 '5학년 도둑 시리즈' 가운데 두 번째 책인 <5학년 3반 예쁜 말 도둑>이다. 첫 번째 책은 <5학년 2반 집중력 도둑>(2024)이란 책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어린이 자기계발'에 관한 책들이다. 특히 학업에 꼭 필요한 '집중력'과 사회생활에 가장 기본이 될 수 있는 '바른말 습관'에 대해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한 번 쯤 겪어봤음직한 일화를 바탕으로 재미나게 자기계발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그렇다고해서 '훈계'만 가득한 책이라는 오해는 없길 바란다. 실제로 '집중력'이 부족하면 학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성적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고, '바른말'을 쓰지 않고 비속어나 은어, 유행어, 욕설 따위를 자주 쓰다보면 정말 중요한 자리에서 말실수를 해서 힘들게 쌓아온 것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 '학폭'이나 '생활기록부', '교우관계'가 엉망진창이라고 기록에 남게 되면 어른이 되어서 큰 코를 다치는 경우가 최근 들어서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이돌로 인기를 몰아 엄청난 유명세를 떨치다가 '학폭'을 당한 당사자의 폭로로 인해서 단박에 나락으로 추락하는 일도 일어났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금의환향을 하는 순간에 개인 SNS에 '욕설'이 난무한 영상과 대화방 캡처가 올라서 사회적 공분을 산 적도 있지 않았던가.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 까닭이 어린 시절 무심코 했던 실수나 나쁜 습관 때문이었다면 어떨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라면서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자신이 한 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책임도 분명히 져야만 한다. 그럼 이제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5학년 3반 예쁜 말 도둑> 관점 포인트 : 나쁜 말은 하면 안 된다. 이는 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더 어린시절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도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예절로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어린이들이 '나쁜 말'을 서슴없이 하곤 한다. 왜냐면 또래 친구들이 자주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쁜 말을 하는 친구가 왠지 모르게 쎄 보이고, 때로는 멋져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나쁜 말'을 하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아주 쉽게 '나쁜 말'을 배우고 종종 쓰곤 한다. 여기서 나쁜 말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욕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욕설이나 비속어, 그리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차별적인 말', '상대를 낮잡아 부르는 말' 등을 포함해서, 일상에서 어른들도 종종 쓰는 '은어'나 '유행어' 따위도 포함 된다. 아니 욕설은 그렇다 치더라도 '유행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한편, 나쁜 말을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바른말', '표준말'만 쓰면 어떨까?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을 본 적은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드문 것이 사실이고, 실제로 그런 말만 쓰는 사람을 만나면 '존경'스럽기보다는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그런 말을 듣고 있으면 고리타분하고 따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런 말을 듣고 있다보면 깜빡 졸리기까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재밌게 하고 맛깔나게 하기 위해서라도 살짝살짝 '유행어'를 써주고, 적절한 비유로써 '비속어'나 '은어'도 써주면 금세 친근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지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러니 '나쁜 말'이라고해서 아주 그냥 안 쓰고 살 수는 없을 바에야 시기적절하게 살짝살짝 써주는 것은 큰 문제도 없을테니 절대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딴에는 그럴 법 하다. 하지만 한 번이 두 번 되는 건 금방이고, 두 번이 세 번 되는 건 더 쉽다. 그렇게 열 번도 허락하게 되면 백 번이라고 어렵겠느냔 말이다. 그 정도로 '나쁜 말'을 쓰게 된다면 맛깔나는 수준을 넘어가는 일은 정말 순식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말인줄은 알지만 정말 친한 사이끼리만 재미를 위해서 쓰는 것까지 나쁘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좀 너무한 것이 아니냐고 따질 수도 있다. 그럴 법 하다. 그런데 그래도 안 된다. 친한 사이일수록 '말실수'로 인해서 나쁜 일이 생기면 더욱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친구라면 '나쁜 말'을 일상어처럼 쓰고 싶겠냔 말이다. 겉으로는 친하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개무시'하면서도 그것을 깨닫게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그냥 장난이었는데요?", "혼잣말이에요"라며 가볍게 넘기는 어린이들의 말실수가 큰 사건을 일으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른 사람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말을 해놓고서 그냥 장난이었다고 하면 그런 말을 들을 상대의 마음이 어떨까? 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못해 큰소리로 감정 섞인 말을 해버리고서는 그냥 혼잣말이었다고 하면 그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겠느냔 말이다. 비록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한순간에 분위기가 싸해지는 불편한 상황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고 다들 속마음으로 '어떻게 저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지? 아무리 장난이었고, 화가 났어도, 저런 말은 상대방이 들을 수 없게 속으로만 했어야지. 기본도 없고, 예의도 없네'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나쁜 말'을 하면 아무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이 얼마나 불리한 일이냔 말이다. 그러니 말실수라고 하더라도 '나쁜 말'을 주어섬기면 절대 안 될 일이다.

물론, 어른들도 종종 나쁜 말을 쓴다. 그러니까 어린이인 나도 써도 된다? 모범이 되어야 할 어른이 말실수를 한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다. 그런데 상대가 잘못을 했다고 자신도 잘못을 해도 된다는 것은 말이 될까? 우리는 이런 실수를 곧잘 하지만 결국 잘못한 사람 모두가 나쁜 행동을 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일 뿐이다. 빨간 불에 건널목을 건너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첫 번째'로 신호를 어긴 사람만 잘못이고, 그 뒤를 따라 신호를 어긴 사람은 잘못이 아니냔 말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어른이 나쁜 말을 쓴다고 해서 그걸 핑계 삼아 나쁜 말을 하게 된다면 결국 '나쁜 사람'이 되고 만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나가는 글 : 이 책을 읽으면서 어른인 나도 많은 것을 새삼 배우게 되었다.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하지만 나와 2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아들, 조카 뻘 되는 직장동료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나쁜 어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옛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했다. 가끔이지만 나이도 한참 어린 것들이 어른인 나에게 함부로 대거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요즘 어린 것들은 정말 싸가지가 없구나. 라떼는 그러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맞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쓰던 말 가운데 '나쁜 말'이 상당했었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쁜 말을 쓰지 않고자 나이에 상관 없이 '존댓말'을 쓰기로 했다. 그러자 어린 친구들도 나에게 함부로 대거리를 하지 않고 내가 '듣기 좋은 말'을 쓰는 것을 실감했다. 속으로는 참 놀라운 변화구나 싶었다.

솔직히 세상이 어지러우니 '욕설'도 적절히 사용하면 좋다고 생각해왔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늘어놓고 제 잇속을 위해서라면 상대를 속이는 일 따위는 서슴 없이 저지르는 나쁜 놈들이 정말 많은 세상 아니냔 말이다. 그런 놈들이 돈 많은 부자이고, 국가 권력을 쥐고 있으니 함부로 탓할 수 없는 더러운 세상이지만, 익명의 힘을 빌어서 '쌍욕'을 시원하게 날려주면 속이라도 시원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평소의 지론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앞선 경험을 하니 '나쁜 말'을 하면 내 속이 시원한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정말 나쁜 놈들에게는 '나쁜 말'로 꾸짖으면 똑같이 나쁜 사람이 될 뿐이란걸 깨닫게 되었단 말이다. 나쁜 일을 일삼는 사람에겐 '좋은 말'로 준엄하게 꾸짖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꾸짖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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