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 결투단의 최후,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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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 결투단의 최후> 천효정 / 비룡소 (2015)

[My Review MMCCXXIV / 비룡소 10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세 번째 리뷰는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의 후속작으로 발표된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이다. 그래서 2권부터는 1권에는 없던 '부제'가 달렸다. 이제 본격적인 건방이의 수련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 건방이는 '무술 천재'일지도 모른다. <예언서>에 모든 무술을 통달한 '팔팔동자'가 등장할 거라 했는데, 그 '팔팔동자'가 다름 아닌 건방이가 아닐까 짐작된다는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무협소설>에서는 이런 천재가 종종 등장한다. 무술의 고수가 등장해서 혼탁해진 무술인들의 세상을 평정하고, 악인들을 멸하며 벌주는 영웅으로 활약하는 대서사가 펼쳐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어린이책으로 출간되었다고는 하나 그런 '기본 공식'에서 아주 탈피한 것은 아니라서 더욱 흥미진진했다. 그래서 제목도 '수련기'인 모양이다. 아직 무술 천재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형편 없지만 차차 성장하면서 엄청난 재능을 선보여 줄 것이니 말이다. 암튼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관점 포인트 : 사실 <무협소설>에서 무공대결을 뺀 나머지는 정말 지루하다.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대결만 할 수도 없기에 이야기의 기본 구조에 걸맞게 '기승전 결투'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이 책도 그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 그러다 보니 대결, 대결, 또 대결의 연속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등장인물이 다 대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놈저놈 다 싸우다보면 금세 식상해지기 때문에 '결정적인 결투'를 위해 남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스승끼리 아무리 오래전부터 '대결 약속'을 했더라도 저들끼리 싸우고 나면 제자들의 결투가 시시해질 수가 있다. 그런 연유로 '스승의 대결'이 '제자의 대결'로 대리 승부를 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스승은 제자를 심혈을 기울여서 길러내고 '대리전'을 치루게 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런 이야기 구조를 위해서 오방도사의 제자로 뽑힌 '건방이'광독지존삼천갑자도사의 제자 '오지만'이 결투단이란 곳에서 최후의 승부를 보게 되는 것이 2권의 메인 스토리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 서브 스토리로 각각 '건방이'와 '오지만'이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서사를 풀어내는데, 건방이는 손을 돌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권법, '수석술'을 연마함과 동시에, 손에서 칼처럼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어 검술을 펼칠 수 있는 '수검술'까지 연마하게 된다. 권법에, 검법까지 마스터한다면 무술인으로 굉장한 고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한편, 오지만은 우연히 광독지존삼천갑자도사를 만나 '암기'와 '독'을 이용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술수를 익혀서 부당한 힘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를 혼쭐을 내주는 것에 성공하면서 '찌질이'에서 '실력자'로 급성장하여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 이렇게 '건방이 vs 오지만'의 대결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보다 훨씬 큰 라이벌의 대결 양상으로 확전되고 만다.

뭐, 승부 결과는 보나마나 뻔할 것이다.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논해봐야 할 것이 있다. 무술대결에 있어서 정정당당하고 공명정대한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헌데 대결 상대의 주특기가 건방이는 '권법'을 기본으로 쓰고, 오지만은 '암기와 독'을 이용해서 공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게 정정당당한 대결일까? 우리는 '암기'를 쓰거나 '독'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나는 '맨주먹'으로 대결을 하려는데, 상대는 '무기'를 들고서 덤빈다면 전혀 공평하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이런 대결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더구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훨씬 유리하다. 왜냐면 '무기'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엄청난 위력 때문이다. 더구나 비겁하게 몰래 숨겨 놓고서 쓰는 '암기'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독'을 쓰는 것은 애초부터 힘이 약한 비겁하고 찌질한 사람이 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암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엄청난 수련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총처럼 '발사장치'를 갖추거나 총알처럼 '그 자체로 지닌 물리력, 폭발력'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주는 무기라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수리검'이나 '표창' 같은 것을 던지는 수법은 정말이지 엄청난 수련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 '독'을 쓰는 것은 어떨까? 총알처럼 '독'이 애초에 가지고 있는 생명에 치명적인 맹독성, 온몸을 꼼짝 못하게 하는 마비성, 정신을 착란시키거나 혼란하게 만드는 환각성 등의 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손쉽게 결투에서 승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허나 이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아닐까? 그런 엄청난 맹독을 사용하려면 자신도 부주의하게 다뤄선 안 된다. 그래서 해독 방법도 연마해야 하고, 자신이 당하지 않도록 수련을 거듭해야 하며, 자신은 안전하면서도 상대에 독을 주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독'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가? 독을 쓰는 것이 단순히 비겁한 행위라고 보기는 힘들 수도 있다.

이처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지만, 그런 논란에 빠지지 않도록 천효정 작가는 아주 치밀하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비록 맹독을 사용하는 악당처럼 보이는 캐릭터지만 성정이 야비하고 비열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덕분에 '암기'와 '독'을 사용하는데 능숙한 초절정 고수로 그려 놓았기에 '결투단'에서 벌이는 대결이 공정하도록 보이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덕분에 이야기가 논란으로 빠지지 않고 아주 재밌고, 심지어 코믹한 대목도 연출 가능했던 것이다.

나가는 글 : <무협소설>은 인기가 다 했다. 요즘 독자들은 실현불가능한 환상은 용납해도, 황당무계한 거짓에는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무술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중국무술'이 최고를 넘어 최강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뻔뻔함에는 완전히 손절해버린 셈이다. 더구나 <무협소설>의 원조로 불리는 중국에서마저 번번히 흥행에 참패를 면치 못하겠는가.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의 원작소설들은 여전히 많은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번번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무술대결'에 대한 환상이 처참하게 깨졌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스포츠 경기'에서 쿵푸(무술) 기술을 쓰는 선수조차 없을 정도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성적이 좋지 않거나 처참한 패배를 보이며 일찌감치 탈락의 쓴잔을 마시는 꼴이 되고 만다. 쿵푸로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이소룡'이 마지막이었다. 그후에 '성룡', '이연걸', '견자단'이 뒤를 이었지만, 모두 '이소룡'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현재는 겨우 명백만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실제 무술도 이소룡이 창안한 '절권도'라는 것이 실전에서 쓰이고 있을 뿐, 그 외에 다른 무술들은 실전에서 사용하다가는 큰 코를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소림쿵푸, 태극권, 영춘권, 팔괘권 등 유명한 무술들은 실전에선 무용지물에 가깝다. 이소룡조차 엽문에게 '영춘권'을 전수받았지만, 그것만으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어서 '태권도'를 접목해서 '절권도'라는 실전무술을 선보였을 뿐이다. 그나마 1980년대를 마지막으로 '홍콩영화의 붐'이 끝을 맺으면서 중국무술의 신비감도 함께 사그라들고 만 것이다.

그 뒤로 인기를 끈 것은 실전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마샬아츠(실전무술)'로 상대를 제압하고 효과적인 타격을 갖춘 무술에만 환호했다. 일본의 '가라데(공수도)'도 좀 시들하지만, '합기도'와 '유도' 기술과 결합하면서 실전에서 여전히 유용하다고 할 수 있고, 태국의 '무에타이'는 킥복싱이라고 불리며 전투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남미의 '카포에라', 러시아의 '삼보' 등도 실전무술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무술은 단연 대한민국의 '태권도'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발 펜싱'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태권도가 단지 '신체단련'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수련'으로 충효를 강조하고, 인간의 기본 예절인 '공경'을 비롯한 '예절'을 교육프로그램에 넣음으로써 '상대를 제압하는 힘'뿐 아니라 '인류공영에 이바지 할 마음가짐'인 예절까지 강조하면서 무술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를 널리 공감받는 일이 가능해졌다.

바로 이것이 '무술인'이 가져야 할 궁극적인 힘이다. 힘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힘을 올바르게 쓰도록 '수양'까지 겸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다. 이 책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시리즈를 읽으면서도 흐믓해지는 까닭이 바로 이런 '수련'과 '수양'을 아주 당연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힘을 쌓고, 그 힘을 무단으로 사용해서, 세계 정복 같은 허망된 욕망을 보여주는 것뿐이라면 좋아해줄 가치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책에 흠뻑 빠진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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