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1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천효정 / 비룡소 (2014)

[My Review MMCCXXIII / 비룡소 9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전문리뷰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두 번째 리뷰는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다. 스토리킹 문학상은 독특하게도 심사원이 '어린이들'이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정식 심사원'이 수상작을 선정하겠지만, 적어도 수상 선정에 '어린이 독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그런 까닭에 '스토리킹 수상작'인 경우에 '재미'는 보장이 되는 셈이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1회 수상작은 '스무 고개 탐정'이었다. 수수께끼 같은 20개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건 추리'를 완벽하게 해내는 장면이 참 기발했는데,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살짝 긴장감이 떨어지고 억지로 '스무 고개'를 한다는 설정이 작위적인 느낌마저 주었다. 그런데 2회 수상작인 이 책은 그야말로 '재미'로 시작해서 '재미'로 끝을 맺었다. 1부는 모두 다섯 권으로 완결이 되었는데, 정말이지 시간만 주어진다면 앉은 자리에서 다섯 권을 독파해버릴 정도로 몰입감이 최고인 어린이책이었다. 그럼 그 최고의 재미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관점 포인트 :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하나 뿐인 혈육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보육원으로 들어가야 할 처지에 놓인 초등학생 2학년 건이가 우연히 '오방도사'의 수제자가 되고 권법 수련을 하면서 생기는 우당탕탕 폭소대소동이기 때문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폭소(爆笑)'라는 말도, '대소동(大騷動)'이란 말도 잘 쓰지 않겠지만, '시끌벅적 요란한 웃음 폭탄'이란 뜻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딱 어울릴 표현이다. 이름조차 '건방지게 건방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물론 뜻은 거창하게도 '하늘 건(乾)'을 써서 하늘에 올려놓다는 뜻으로 쓰고 있지만 말이다.

하긴, 무술을 다룬 '무협소설'이 대부분 그렇다. 권법을 사용하면 손을 무쇠처럼 다루며 한 대 쳤을 뿐인데 박살이 나거나 칼로 자른듯 단숨에 두 동강을 내는 등 신묘한 일들이 '일상'으로 벌어지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살짝 허풍이 첨가되어서 흥미를 끌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무협소설이라면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뛰어난 무술과 기예를 선보이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 '협(俠)의 정신'이 녹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의협심이라고 쓰며 '의리'와도 일맥상통한다. 그토록 힘이 센 무술의 고수들이 '의협심'이 없다면 그야말로 악당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건방이도 의협심으로 똘똘 뭉친 정의의 사도처럼 행동한다. 뭐, 살짝 모자란 행동으로 실수연발을 하지만 말이다.

1권의 줄거리는 전반적으로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채웠다. 무술 고수도 '권법'과 '검술'의 달인을 내세웠고, 그밖의 다양한 기예는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소재로 삼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건방이가 속해 있는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이는 2권, 3권으로 이어지면서 점차 스케일이 확대될 것이고, '무술대회'가 펼쳐질 수 있도록 밑밥(?)을 까는 것이니 사건의 흐름보다 '세계관'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능동적인 독서법일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권법의 달인인 '오방도사'와 검술의 달인인 '설화당주'이 등장하고, 오방도사의 수제자로 건방이가, 설화당주의 막내제자로 백초아가 등장해서 '같은 학교(5학년)'에 다니고 있다. 1권에서는 악당 캐릭터로 '대도 도꼬마리'가 등장하는데, 수억 원짜리 다이아를 훔치는 등 값진 물건들을 범행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훔쳐내서 '대도(큰 도둑)'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 도둑이 물건을 훔친 자리에 항상 '도꼬마리'를 남겨뒀기 때문에 '대도 도꼬마리'라고 불린다. 과연 도꼬마리의 정체는 누구이고, 도꼬마리가 물건을 훔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나가는 글 : 사실 무협소설은 우리 나라에서 굉장히 흔한 장르에 속하며, 살짝 한물 간 장르라서 인기가 사그라드는 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보통은 '무협장르'가 남성적인 색채가 강한 탓에 '남성작가'가 거의 대부분인데, 천효정 작가는 여성이면서도 아주 천연덕스럽게 무협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품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는 천효정 작가가 '여성'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소설의 주제가 '권선징악'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느껴져서 살짝 의심을 해봤는데, 그제서야 천효정 작가가 여성임을 눈치 챘던 것이다. 어쩐지 여성 등장인물의 세심한 감정 묘사가 그래서 가능했구나 싶었다. 보통은 '무협소설'에서 여성의 감정묘사는 얼렁뚱땅하기 십상인데 말이다.

또한, 무협소설에서는 '권선징악'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보통이다. 왜냐면 주로 '정파 vs 사파'의 대결 양상을 보여주면서 반전적인 요소를 담기 위해 '정파'가 개쓰레기 같은 행동을 일삼고, 오히려 '사파'가 혼란한 틈속에서 정의를 외치는 양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누가 착한 놈이고, 누가 나쁜 분인지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총체적인 난국이 펼쳐지는 것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에서도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등장인물이 나오긴 한다. 바로 '대도 도꼬마리'인데, 그의 행동이 꽤나 수상쩍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이 파헤쳐지고 나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긴 하지만, '정통 무협소설'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난감한 전개가 펼쳐지곤 하는데, 여성 작가인 덕분에 그런 혼란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진행으로 어린이 독자들의 눈마저 순식간에 사로잡게 되었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은 책인데, 다시 보아도 재미있다. 내친김에 2부까지 빠르게 독파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만화 버전'도 읽어보고 싶다. 분명 재밌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