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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3 : 혼세편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My Review MDCCCLIV / 엘릭시르 10번째 리뷰] <퇴마록>의 '혼세편'에서는 '세계편'의 연장선이며 <외전 : 마음의 칼>에서 정체가 드러난 '마스터'가 다시 등장하는 '홍수 편'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말그대로 '세상의 모든 것'을 물로 씻어내고 깨끗이 정화한다는 뜻을 품고 있는 전세계의 '홍수 신화'를 연관지어 펼쳐낸 장엄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스케일도 엄청 커졌고 '퇴마사'들의 능력 또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서 읽는 내내 손에 땀을 낼 지경이라 표현하는 것으로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대단한 퇴마사들과 상대하는 '악령의 힘'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다시 '퇴마행'을 떠나는 의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먼저, '홍수 이야기'로 시작해야 할 듯 싶다. '혼세편 3권~4권'에 이르는 방대한 줄거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테니 말이다. 가장 유명한 '홍수 이야기'는 다름 아닌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다. 타락한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서 하느님은 온세상에 비를 내리게 하였고, 세상은 온통 물로 잠기게 될 운명에 놓였다. 허나 딱 한 사람 '노아'만은 착한 사람이었기에 이를 가엾게 여긴 하느님은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라는 계시를 남긴다. 이에 방주를 완성한 노아는 자신의 식구와 한 쌍의 모든 생명을 방주에 태우고서 비를 기다린다. 마침내 큰 비가 내리고 온세상이 다 잠길 때까지 그치지 않던 비는 깨끗하게 정화된 새 세상에서 다시 시작하게끔 안배하였으며, 이런 끔찍한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징표로 '무지개'를 선사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이러한 '홍수 이야기'는 의외로 전세계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비옥한 토지를 형성했던 '고대 4대문명'도 주기적인 범람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이렇게 홍수는 인류에게 큰 재앙이었지만 동시에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선물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수준을 넘어 모든 것을 앗아가는 끔찍한 재앙으로 '기록'된 홍수가 있었다는데 전세계가 한목소리로 이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점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대부분 모든 것을 싹쓸이하거나 몰살시켰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그런데 유독 이런 홍수를 '극복'했다는 유일무이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중국의 동쪽나라인 '우리 나라'였단 말이다. 중국의 역사에 기록된 '삼황오제 시절'에도 홍수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데, 매번 물난리를 겪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런 물난리를 잘 다스려 극복하게 되었다는 임금이 바로 요, 순, 다음에 등장하는 '우'라는 임금이었다. 다시 말해, 순 임금때 홍수를 극복하지 못해 임금조차 초근목피하고 허름한 초가집에 머물 정도로 극심한 물난리를 겪자 '치수(治水)'에 능한 우에게 임금 자리를 양보한 뒤에야 나라가 평안해졌다는 기록이 남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 임금도 처음부터 치수를 잘 했던 것은 아니란다. 그가 동쪽나라에 가서 '치수 방법'을 배우고 온 뒤에야 물난리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국의 동쪽 나라가 어느 나라였겠는가? 바로 '고조선'인 것이다.
물론 이런 기록이 담긴 고서는 <한단고기>, <규원사화> 등이다. 그런데 이런 고서들은 우리 나라 학자들조차 일찌감치 '위서(僞書)'로 낙인 찍고 말짱 거짓 기록만 담겼다고 폄훼하는 내용들이다. 이렇게 우리의 고대사, 즉 '상고사'에 해당하는 기록물을 우리 스스로 부정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알쏭달쏭한데, 이우혁은 이를 모티브로 삼아 '홍수 편'을 만들었고, 식민사학과 민족사학 모두를 돌려까는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이른바 '강단사학자' 집단은 위의 기록들을 완전 부정하고 있고, '재야사학자'들만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처지다. 그런데 역사학의 권위를 갖고 있는 '강단사학자'들은 왜 우리의 역사기록인 <한단고기>나 <규원사화>, 심지어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까지 싸잡아서 참고할 가치조자 없다고 깎아내리는 것일까? 한마디로 '역사적 시기'가 맞지 않고, '그 시대의 용어'가 아닌 '후대의 용어'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의심스러운 것은 중국이나 일본의 '고서'들도 시기가 맞지 않고 엉뚱한 용어로 써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중국과 일본은 자신들의 고대기록을 '왜곡'해서라도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우리 나라의 학자들은 조금이라도 틀린 부분이 있으면(그마저도 중국과 일본의 기록에 맞춰서 말이다) 가차 없이 '거짓기록'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위서'라고 낙인을 찍어버렸다.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사학자'들에 의해서 이런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해방 뒤에는 이들의 '제자들'이 앞장 서서 날조하고 있다.
이에 맞서서 '민족사학자'들은 우리의 기록이 거짓이 아닌 '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부족한 재정지원으로 연구는 지지부진인데다가 중국과 일본 등지로 달려가 발품을 팔며 연구를 할라치면 '간첩 혐의'를 뒤집어 씌워서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으니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이면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서 활발한 연구지원을 해주면 좋으련만, 정부조차 '중국의 역사'와 '일본의 역사' 연구의 결과를 가져와 배포하는데에만 적극적일 뿐,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연구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국민적 관심'인데, 이마저도 '대입시험 이슈'로 매몰되어 '한국사 공부'는 그저 단순암기로 한정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 책이 쓰이던 90년대 당시의 '역사왜곡 논란'을 떠올리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지금이야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국사 연구'에 대한 지원 또한 많이 개선되었지만, 위의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암튼, 전세계 가운데 오직 우리 나라만이 '대홍수'를 극복할 지혜를 갖고 있었다는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의 물꼬를 튼 '홍수 편'은 마스터의 등장으로 퇴마사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만다. 마스터가 누구인가? '세계편'에서 '블랙서클'의 우두머리로 악마 아스타로트에게 인간의 영혼을 넘겨주고 세상을 멸망에 이르게 하려던 악당 중의 악당이 아니었던가. 심지어 퇴마사 일행을 모조리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하였고, 심지어 '박신부'는 임사체험까지 하며 '그분'을 직접 만나고 되돌아오는 일까지 겪고 말았다. 하지만 박신부가 죽다 살아난 뒤에 '그분'께 얻은 능력으로 마스터를 제압할 수 있었지만, 끝내 악마 아스타로트가 재림하는 것까지 막진 못했었다. 그런데도 의외로 아스타로트는 아직 자신이 인간세상으로 돌아갈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며 마스터를 죽여버리고 지옥으로 다시 돌아가버리고 만다. 어째 심심한 결말이긴 했지만, 그렇게 죽었던 '마스터'가 다시 살아돌아와 온세상을 깨끗이 쓸어버린다는 '대홍수'를 일으킬 새로운 무기 '수다르사나'를 차지하기 위해 음흉한 계략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퇴마사 일행들은 지체없이 '마스터의 음모'를 무색하게 만들기 위해 중국으로, 인도로 뿔뿔히 흩어져 떠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무사히 '마스터'를 물리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