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영웅전 5 - 악비의 유서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y Review MDCCLVIII / 김영사 27번째 리뷰] 5권 줄거리의 핵심은 남송의 명장 악비가 남겼다는 '무목유서'의 행방이다. 이 '무목유서'는 김용 무협 3부작인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 그리고 <의천도룡기>까지 모든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에 알아두면 유용하다. 허나 '무목유서'는 실존하는 책은 아니다. '정충보국(精忠報國 : 사사로운 감정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라의 은혜를 갚다)'는 글자를 등에 새기고 전투에 임했다는 '무목 악비'라면 아마도 그런 책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어 글쓴이가 '가상'으로 만든 아이템이다.


  거두절미하고, 결국 '무목유서'는 곽정이 갖게 된다. 그리고 금나라에 맞서 싸운다. 이는 <신조협려>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의천도룡기>에서는 남송도, 금나라도 멸망했기 때문에 원나라에 의해 멸시 당하는 한인들이 훗날 명나라를 세운다는 '역사적 흐름'에 발맞춰 '무목유서'가 유용하게 쓰여진다. 그렇다면 '무목유서의 등장'은 바로 한인들의 '애국심 고취'를 위해서 만들어놓은 것일테다. 아무리 '절대고수'라 하더라도 '군대'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남송'이 멸망할 때까지 송나라 군대를 이끌고 혁혁한 공을 세운 장군은 '악비'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사조영웅전>에서도 무림고수를 등장시켜 '금나라'를 무던히도 괴롭히지만, 결국 금나라가 망한 것은 '몽골부족'을 통일한 테무친, 즉 '칭기즈칸'에 의해서다. 남송은 칭기즈칸에게 숟가락만 얻어서 '금나라'를 멸망시키는데 일조하지만, 결국 칭기즈칸에 의해 남송도 풍전등화의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다 <신조협려>에서 쿠빌라이칸에게 남송이 멸망하게 되는데...그건 나중의 이야기다.

  4권에서 곽정과 황용은 혼약을 하게 되지만, 주백통 때문에 산통이 깨지고 만다. 딸의 혼약이 이루어지며 우여곡절 끝에 곽정을 사위로 맞아들였지만, 곽정의 의형이 된 주백통이 자신도 모르게 '구음진경'을 익혀버린 탓에 천하오절보다 더 강한 '절대고수'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황약사도 어쩔 수 없이 주백통을 도화도에 더 묶어두지 못하고 풀어주게 되는데, 하필 '황약사의 호의'를 주백통이 무시(?)하고 '꽃배'를 선택하고 만 것이다. 이 '꽃배'는 겉모습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사실은 배바닥을 허술하게 만들어서 바다에 몰고 나가면 반드시 침몰하고마는 '죽음의 배'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배를 주백통이 '도화도 탈출용'으로 선택하고 말았으니, 육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을 운명을 스스로 선택한 셈이다. 그런데 황약사도 순순히 이실직고를 하며 그 '꽃배'에 타지 못하게 했으면 좋았으련만, 그 배가 '자신의 처(황용의 어머니)'와 관련된 사연이 있는 배였던지라 차마 그 속내를 주절주절 이야기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꽃배'애 주백통과 홍칠공, 곽정까지 모두 태워 내보냈는데, 그만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5권은 시작부터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무림고수들'이 등장한다. 어찌어찌 먼저 도화도를 떠난 '구양봉의 배'에 의해 세 사람은 구조되지만, 뱃전에 오르자마자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더니 '곽정 일행'과 '구양봉 일행' 모두 바다에 빠져버리게 되고, 마침맞게 곽정을 구하기 위해 배를 몰고 왔던 '황용'도 그 싸움에 휘말려서 일행들은 모두 '외딴섬'에 표류하고 만다. 주백통만 빼고 말이다. 그렇게 '섬 생활'을 함께 하던 와중에 홍칠공과 곽정, 그리고 황용은 '구음진경'을 연마해서 무공이 상당히 높아졌고, 이를 탐한 '구양봉'은 세 사람을 계속 괴롭히게 된다. 이미 바다에 빠진 곽정 일행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구음진경'을 탈취한 구양봉은 아직 자신조차 수련하지 못했지만, 날로 무공이 높아지는 세 사람을 보고서 죽일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까닭인 즉슨, '구음진경'을 외우고 있는 곽정과 이를 익힌 황용과 홍칠공을 죽이기만 한다면 '구음진경 필사본'을 갖고 있는 자신만이 '구음진경'의 무공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쁜 맘을 먹은 탓에 구양봉의 조카인 '구양극'은 커다란 바윗돌에 두 다리가 깔려서 망가져버리는 불우한 일을 당하고 만다. 사실 조카라고 알려져 있지만 몰래 형수와 사통해서 낳은 '친아들'이었다. 어찌어찌 뗏목을 만들어서 섬을 탈출하지만, 홍칠공은 구양봉의 독수에 의해 '독사의 독'에 중독되었고,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끝내 무공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다행히 '구음진경' 속에 치료법이 있었으나 너무 늦게 알아내었기에 홍칠공은 무공을 되살리지 못하고 만다. 그래서 자신의 뒤를 이어 황용에게 '타구봉법'을 전수해주며 '개방의 방주' 자리를 물려주게 된다.

  한편, 자신의 딸이 곽정을 구하러 도화도를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황약사는 딸을 찾기 위해 배를 몰고 나갔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다 바다 위에서 우연히 만난 '완안홍열 일행'과 마주치며 '황용'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사실 이는 '거짓말'이었지만 처음 만난 이들에게서 '거짓말'을 듣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황약사는 딸의 죽음이 '곽정' 탓이라는 억지를 부리게 되었고, 곽정이 이미 죽었다(거짓말)니 그의 스승인 '강남육괴'를 죽여서 분풀이라도 해야 겠다며 떠나버린다. 이 사실을 모르는 곽정 일행은 홍칠공의 마지막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황궁'으로 숨어들어간다. 황궁주방에서만 만든다는 '음식(원앙오진회)'을 훔쳐먹기 위해선데, 마침맞게 '무목유서'를 찾으러 황궁에 몰래 숨어든 완안홍열 일행과 마주치며 싸움을 벌이게 되었고, 곽정 혼자서 악전고투를 벌이다가 '완안강(양강)'의 배신으로 곽정은 옆구리에 비수가 꽂힌 채 큰 부상을 입고 만다. 그리고 곽정을 살리기 위해서 또다시 '구음진경'에 수록된 '치료법'을 시행하다가 황약사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김용의 소설 가운데 <사조영웅전>이 제법 등장인물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줄거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자주 전개되면서 약간의 식상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릴 적에 읽을 때에도 <사조영웅전>은 다른 소설에 비해서 손이 덜 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곽정과 황용'이라는 두 캐릭터의 매력이 담뿍 들어 있기 때문에 <사조영웅전>을 읽지 않고서 김용의 다른 작품을 논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눈이 돌아갈 수도 있으니, '떼거리'로 묶어서 이해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곽정'을 주축으로 한 '강남칠괴', '전진칠자와 그 제자들과 주백통'으로 묶을 수 있고, '황용'을 주축으로 한 '도화도 문파(황약사, 진현풍, 매초풍, 육승풍, 곡영풍)와 자식들'을 묶을 수 있으며, '완안홍열과 그 떨거지들(구양극, 사통천, 후통해, 양자옹, 평련호, 영지상인, 그리고 완안강)'로 묶어버리며, '천하오절'에 속하는 동사 황약사, 서독 구양봉, 북개 홍칠공, 그리고 이미 죽은 중신통과 아직 등장 못한 남제를 한데 묶어버리고서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이런 '묶음들'이 세트로 함께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고 보면 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사조영웅전>의 초반과 후반에만 등장하는 '칭기즈칸과 몽골친구들'이 등장할 텐데, 이들은 '곽정'과 늘 함께 등장하니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번 이야기가 전개되면 '십여 명'이 함께 등장해서 줄거리를 이어나가기 일쑤라서 여전히 혼란스럽기 그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어김없이 '곽정과 황용'이 주축이 되어 있으니 너무 이야기가 번잡스러워진다 싶으면 '곽 앤 황'에게만 집중해도 무방하다. 그렇게 두세 번 탐독하다보면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묶음세트'도 하나씩 풀어헤치며 혼란스러움을 극복하고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