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빛 행복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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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이 전해준 따스한 위로, 바나나 빛 행복

<달팽이 식당>으로 알게된 작가인 오가와 이토. <달팽이 식당>을 처음 접했을 때의 좋았던 느낌 때문에 이 작가의 책들도 한번쯤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영혼과 히바리의 영혼은 영원히 리본으로 묶여 있을 거야."
리본이 나와 스미레짱의 영혼을 묶고 있다. 투명한, 보이지 않는 리본으로 연결하고 있다. (p.60)

<바나나 빛 행복>은 단편집이다. 왕관 앵무 리본의 여정이 나타나는 단편들이 묶여 있는 책.
어린 히바리와 스미레가 새의 알을 품어 부화시켜 그 새에 리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야기인 '리본'을 시작으로 '벚꽃 피던 날', '레몬과 바나나', '주머니 속 작은 깃털', '잠깐, 그리고 오래', '내 길의 저 앞을', '눈물이 솟구치는 날에 햄버그', '빛나는 밤'을 거쳐 마지막으로 '스미레의 숲'으로 마무리 된다.
처음에는 따로 떨어진 단편적인 이야기였다가, 뒤에는 연결되어 있는 단편들도 있었다.

바나나가 어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내 속에 있던 분노며 슬픔이 스르륵 거즈 손수건에 빨려들듯이 소멸한다. (p.138)

히바리와 스미레가 사랑으로 아껴주며 기른 리본은, 어느날 집을 떠나 날아가버린다. 그리고 바나나(바나), 스에히로, 스보, 마법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함께한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준다.
앵무새이기 때문에 말을 배우기도 하는데, 이곳에서 리본이 배운 말을 다른 곳에서 위로로 건네며 리본은 머무는 곳에 따스함을 전한다.
처음엔 안그랬는데, 나중엔 결국 눈물이 나버렸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리본이 '스에히로'란 이름으로 함께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세 개의 이야기, 아니 혹은 그 다음 이야기까지 네 개의 이야기가 연결된 구조였는데, 사람들이 '연결되어있다'라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었던 에피소드들이었다.
처음과 마지막인 '리본'과 '스미레의 숲'의 중심 인물인 히바리와 스미레가 이 책의 주인공급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그들보다 리본이 '스에히로'로서 있었던 이야기가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더 와닿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인 책의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특히 '스미레의 숲'에서 스미레의 과거 이야기는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갑자기 역사적 사건인 베를린 장벽 이야기가 등장해버렸기 때문이다. 복선없이 나온 것 같아서 별로였다. 끼워맞추는 느낌.
제목도 딱 와닿지 않는 것이, '리본'이 원래 이름이기도 하고 이 새가 옮겨다니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결시켜주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비슷한 느낌의 단어가 어울렸을 것 같다. 물론 새가 노란색이고 '바나나'란 이름을 가졌을 때 일화도 흥미롭긴 했지만, 그 이야기는 다른 것과 연결된 느낌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긴 하다. '리본'이라는 새를 알게 되어 좋았다. 리본이 연결해준, 위로해준 이야기들을 읽게 되어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도 꽤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래, 나는 이제 앞을 보며 살 수 있다. 무섭지 않다.
우리의 영혼은 보이지 않는 리본으로 영원히 연결되어 있을 테니까.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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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영문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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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앤의 이야기 원어로 만나다! Anne of Green Gables

 

But if you call me Anne please call me Anne spelled with an e.

그래도 굳이 절 앤이라고 부르시려거든 제발 'e'가 붙은 앤으로 불러주세요. (p.57)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었고, 많은 캐릭터들을 만나왔다. 좋아하는 시리즈물이 아주 많아졌고 매력적인 캐릭터도 많이 만났다.

그 중 최고의 캐릭터를 뽑아보라 한다면 난 역시, 이 아이를 뽑게 될거다.

주근깨 빨강머리 귀여운 소녀, 철자 끝에 꼭 "e"를 붙여야 하는 "Anne"을.

앤은 어릴적부터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였다. 그밖에 좋아하던 다른 소녀 캐릭터로 도로시, 앨리스, 웬디 등등이 있었더랬다. 그런데 굳이 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된 이유 중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앤의 후속이야기는 그녀의 삶이 이어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앤이 나이들어가면서 새로운 경험과 관계를 쌓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일 것만 같았다.

물론 앤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자주 공상에 빠져들면서도 수다쟁이인 앤은 내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면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앤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앤의 어린시절을 담은 이 책, <Anne of Green Gables>이다.

 

Yes, she certainly is an odd child, but there is something kind of taking about her after all.

그래요, 저 아인 확실히 별난 아이에요. 하지만 뭔가 마음을 당기는 구석이 있어요. (p.148)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시리즈에서 영문판이 한 권 두 권 나오기 시작했을 때, 앤 시리즈는 언제 나올까 생각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예쁜 일러스트를 다시 보면서 앤의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고전시리즈에서 새로 나온 영문판이 <Anne of Green Gables>이라는 걸 알고 너무 기뻤다.

책을 받았을 때 앤의 빨간머리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마차를 모느라 앞만 보고 있는 매슈 옆에서 고개를 돌려 독자쪽을 바라보는 앤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 일러스트를 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일러스트는 좋았지만, 역시 영문판을 읽는 건 조금 힘들었다.

전체적인 에피소드들은 너무 많이 읽어서 알고 있지만, 세세하게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모두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빨간머리앤 한글판과 영문판을 비교하며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영문판만으로 읽었을 때는 직역만 하느라 매끄럽지 않았던 부분들을 한글판을 읽으며 보완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글판으로 읽으면서 이 부분을 원서에서는 뭐라고 했을까? 하고 들었던 궁금함도 영문판을 읽으며 해소할 수 있었다.

다시 영어공부하는 느낌이 새록새록 들어서 즐거웠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즐겁게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 무엇이든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애정이 가장 큰 에너지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Now there is a bend in it. I don't know what lies around the bend, but I'm going to believe that the best does.

이제 전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그 모퉁이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 거예요. (p.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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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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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폴 오스터가 풀어놓는 그의, 내면 보고서

 

이번에 읽은 폴 오스터의 <내면 보고서>는 2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다. 이번 리뷰는 그 형식을 따라 2인칭 시점으로 써보려 한다.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당신은 이미 <내면 보고서> 전에 2인칭 시점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친구가 되기 5분전>이라는 청소년 도서였다. 그 책은 당신의 마음에 들었었고, 그래서 <내면 보고서>의 이 2인칭 시점에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신선함이 이 책의 매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 더. 당신은 폴 오스터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게 아니다. <왜 쓰는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 역시 당신의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연결지을 수 있게 되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 책에서 폴 오스터는 그의 과거, 생각들을 온전히 써내려갔었다. <내면 보고서>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 성향이 더 강화되었다. 그는 자신이 아주 어렸던 시절, 소년 시절의 기억에서부터 대학에 다니던 청년 시절의 기억까지 당신 앞에 풀어놓고 있다.

 

당신이 가장 처음에 한 생각들, 당신이 자신 안에서 어린 소년으로 살았던 시절의 잔여들. 성인이 된 지금, 그중 일부만을 조각조각 단편적으로, 뭔가의 냄새나 감촉, 어딘가에 빛이 비치는 모습에 아무 순간 불쑥불쑥 당신 안에서 솟아오르는 한순간의 번득이는 인식으로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 적어도 당신은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억한다고 믿는다. (p.10)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온전히 그 자신의 기억에 의존한다면 청년 시절의 이야기는 당시 연인에게 보낸 편지와 교차되며 진행된다. 흥미로운 지점이다. 당신은 저자에게 감탄한다. 어린 시절의 당신이 어땠는지,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기억은 백지 상태니까. 폴 오스터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신은 당신의 과거가 어땠는지 궁금해진다.  당신은 어느 순간부터 기록을 게을리한 것을 후회한다. 기억에 도움이 되었을텐데. 오래 전, 같은 의문을 지닌 적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때 초등학생 시절 쓴 일기를 읽고, 당신의 기억과 다른 서술에 당황한 적도 있다. 시간이 흐른 뒤 과거를 기억하는 건 왜곡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걸 당신은 그때 뼈저리게 느꼈었다.

문득 당신 안에 악의가 싹튼다. <내면 보고서>의 모든 이야기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폴 오스터가 원했던 과거의 모습만이 선택적으로 담겨 있는 것은 아닌가? 왜곡된 기억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닌가? 이건 저자 자신도 의심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당신 안의 다른 소리가 말한다. 굳이 의심을 하기에는 너무 생생한 내용이다. 사실 어떤 부분에서는 엄청 빠져들었다.

 

폴 오스터가 본 영화들을 소개하는 부분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충격을 받았던 영화 두 편에 관해 이야기한다. 둘다 당신이 본 적 없는 영화였다. 첫번째 영화는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였다. 영상이 아닌, 폴 오스터가 쓴 글로만 내용을 접했는데도 당신은 강하게 충격을 받았다. 정말이지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대로다.

 

당신 안에서 세상이 모습을 바꾸어 버린 기분이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더이상 두 시간 전에 존재했던 그 세상이 아닌 것 같다. 다시는 그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돌아갈 수도 없을 것 같다. (p.143)

 

두번째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폴 오스터가 소개하는 줄거리에 정신없이 빠져들다가 충격적인 결말에 이른다. 첫번째 영화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가 영상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면, 두번째 영화는 절대로 영상을 보고 싶지 않았다. 우울해질게 분명했으니까.

 

당신은 저자의 글솜씨가 부럽다. 그의 기억력도 부럽다. 푹 빠져들어 읽다가도 그런 것들에 대한 질투심이 일어나 당신의 정신을 깨운다. 그러다가 당신은 폴 오스터도 완벽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위로가 되는 지점이다.

 

당신은 그 당시엔 너무 어려서 나중에 얼마나 많은 것을 잊어버리게 될지 몰랐다. 현재에만 갇혀 있어서 당신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대가 실은 미래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은 일기장을 내려놓았고, 그 후로 47년동안 조금씩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p.193)

 

이 부분을 읽으며 당신은 과거의 당신을 생각한다. 과거의 당신은 미래의 당신(그러나 지금보다는 과거의 당신)에게 정말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었던 거다. 당신은 그 편지를 찾아본다. 어릴적의 당신이 품고 있던 꿈, 미래들이 담겨있다. 너무나 아이같다. 당신은 씁쓸함을 느낀다. 당신은 과거의 당신에게 미안해진다.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멋진 어른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당신은 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미래의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편지 쓰는 것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과거의 당신도 지금의 당신과 같은 생각으로 그 편지들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두 사람은 한 사람이니까.

 

다시 책으로 돌아간다. 대학 시절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편지다. 폴 오스터는 스스로 타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당신은 그 반대지만 어쨌거나 독자인 당신에게 선택권은 없다. 그런데 편지 형식이 의외의 효과가 있다. 폴 오스터가 마치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효과를 가지게 된 것이다. 당신은 폴 오스터의 편지 속에서 종종 비슷한 고민을 발견한다. 시대가 다른데도 말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결국 사람들은 다 똑같은건가. 당신은 생각한다.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 너무 혼란스러워져.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 이후로 어떻게 될지 감조차 잡지 못하겠어. 프랑스에 있을까? 유럽 다른 데 어딘가에? 미국으로 돌아가? 미국의 어느 대학으로-컬럼비아? 그 다음에는 대학원? 취업?(글쓰기로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할 게 틀림없어.) 비평을 할까? 번역을 할까? 그냥 굶주리며 글을 쓸까? 정치는 어떨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이거야. <모르겠어.> (p.222)

 

당신은 당신의 대답도 '모르겠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유명 작가인 폴 오스터가 청년시절 당신과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것은 약간의 위안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폴 오스터는 당신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다. 여러 면에서. <내면 보고서>를 읽어갈수록 당신은 이리저리 생각이 휘둘리는 것 같다고 느낀다.

마침내 글은 대학 시절의 마지막 편지와 함께 끝난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또 다른 책에서 다뤄진다고 한다. 생각들을 자세하게 풀어놓은 폴 오스터 때문에, 당신은 자꾸만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당신 안에서 이리저리 흩어지는 생각들을 어떻게 그러모아 글로 풀어내야할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생각한다. 만일 당신이 폴 오스터처럼 당신만의 '내면 보고서'를 쓰게 되면 어떤 내용들이 담기게 될까. 분명 그처럼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아닐거라고 생각하다가... 생각이 바뀐다. 지금 어린시절을 돌이켜 생각하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다 풀어놓으면 아마, 책 한 권으로 모자를 것이다.

사람의 인생이란 그런 것일까. 아무리 보잘것 없어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그 안을 살펴보면 현재의 그를 만들어준 과거의 다채로운 경험들이 있다.

당신은 언젠가 폴 오스터가 쓴 <내면 보고서> 이후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책을 다 읽은 후에 당신만의 '내면 보고서'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것 역시 이 리뷰를 쓰면서 느꼈던 것처럼... 의식의 흐름으로 쓰다보면 예상 외의 이야기가 많이 나올테니까,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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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니코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 아무도 못 말리는 고양이와의 동거기
재윤 글.그림 / 내안에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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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고양이 관련 에세이, 고양이 니코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이 책, 진짜 특이했다.

이 책의 특이함은 시작부터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고양이의 무공 8가지에 관한 설명부터 심상치 않았다.

수공, 외보, 형운권, 탐각저, 미란장, 감묘후, 호비퇴, 무념무공.

이 여덟가지 무공에 대한 소개가 하나하나 이어지며 이 책은 이전에 읽었던 고양이 관련 에세이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드보일드'라는 말이 제목에 들어가서, 고양이와 투닥거리는 일상 아니면 미스터리의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야 말았다.

일단, 이 책의 가장 큰 정체성은 '무협'인 것 같다. 처음의 일명 '묘소공'이 인상적이기도 했고, 중간 중간 많은 부분에서 '무협 소설'을 떠오르게 하는 진법들이나 무공들을 재미나게 비틀어 패러디한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소설 삼국지의 세 나라에 빗대어 주인과 고양이 2마리의 세력다툼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실 무협에 그리 익숙하지는 않은 독자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는데, 계속 접하니 나름 재미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거기에 패러디 되는 요소는 '무협' 관련 요소들 뿐만이 아니다. 미술, 음악,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예술 분야들이 총 망라되어 패러디되고 있었다. 여기에 철학적인 요소까지 더해져 뭔가 단순히 고양이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게 아니라 깊이있는 지식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기도 했다. 나중에는 그 패러디된 내용의 원래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특히 '콩자'의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이어서 그 가르침이 담긴 한 마디는 적어두기까지 했다.

 

"변하게 할 수 있는 걸 변하게 해야지. 그러면 용기가 생긴다네." (p.111)

 

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패러디만 하는 것도 아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니코들의 생각과 저자의 생각들을 읽어가다보면, 깊이있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 점이 이 책을 끝까지 읽어가게 해준 것이기도 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의 이야기들은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관해 말하고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그 관계가 주는 특별함을 생각하게 만들어주어 좋았다.

 

당신은 당신의 개로부터, 당신의 고양이로부터 지금의 당신이 전혀 알지 못해서 예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p.211)

누구도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경계 없음의 자유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하는 것이다. 끝까지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혹은 할 수 없는, 바로 그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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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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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모여 삶을 바꾸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분명 요나스 요나손의 책이 가독성이 좋은 건 사실인 것 같다. 전에 읽었던 그의 전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가독성만큼은 뛰어났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역시 술술 읽혔다. 하지만 이게 저자의 능력인지 아니면 역자의 능력인지는 알 수 없다. 번역본을 읽었으니까. 그러고보니 역자가 같았는지도 한 번 알아봐야겠다.

이번에 읽은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지난 번 읽은 전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보다는 마음에 들었다. 주요 캐릭터들에 좀더 애정을 쏟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공감까지는 힘든 캐릭터들이었지만, 그래도 이번 책의 주인공들은 동정의 여지가 더 많이 있어서 좀더 호감이 갔다.

그런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인지 몇몇 비슷한 특징들이 눈에 띈다.

 

가장 큰 유사점은 대부분의 사건이 '우연'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책에서도 대부분의 '결정적인' 사건들이 우연 때문에 일어난다.

처음에는 너무나 터무니 없는 일들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애초에 폭탄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어느 정도 흐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실제 삶도 결국은 '우연'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것 같다.

순간순간의 마주침, 작은 선택이 엮여서 결국 만나게 되는 인연들. 그리고 그 인연이 연인으로 바뀌어가는 순간들.

다만 이 책의 주인공 놈베코는 그 우연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똑똑함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었다.

 

남아공의 청소부에 불과했던 소녀가 유럽에 와서 차근차근 성공의 단계에 오른 이야기.

이렇게만 보면 이 책은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 같지만 그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그 과정 중 상당 부분이 언급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이야기일뿐이라고 처음에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이를테면 놈베코가 어린시절부터 사고 때문에 하녀가 되어서 지냈던 기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시피 하다.

다만 그 사이 제대로 된 음식도 먹기 힘들었다는 점이 암시될 뿐이다.

 

어쨌거나 전작과 비교했을 때 좀더 미소지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던것 같다.

물론 중간중간 분노가 생길 때도 있긴 하지만, 그건 그만큼 책에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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