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인 척 -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이진이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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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고 위로받은 에세이, 어른인 척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에 비해 좀더 작가의 진짜 속내가 담겨져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좀더 가깝고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다. 에세이는 사람들의 '생각'을 담고 있기 때문에 소설과 달리 장르나 소재에 따른 호불호가 적은 편이기도 하다.

최근 '공감'과 '위로'를 중심으로 한 책들이 판매에서 선전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언뜻 본 기억이 난다. 확실히 요즘 접하는 에세이들에도 그런 부분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혼자 견뎌야 하는 현실이 힘들어서 책을 통한 위로를 받고 싶은 걸까? 책 내용에 공감하고, 그래서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만약 그런 목적으로 책을 읽으려 한다면, <어른인척>이라는 에세이도 좋은 선택지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부터 어쩐지 공감간다.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어른인 척. 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찡 하고 와닿는 느낌이었다. 아마 그런 사람들 많지 않을까. 겉은 자랐지만 속은 아직도 아이인 사람들. 하지만 사회에서 그런 걸 티냈다가는 뒤쳐질까봐, 무시당할까봐, 결국 혼자가 될까봐 숨긴다. 어른인 척 가면을 쓴다. 무수히 상처받으면서도 담담한 척 씁쓸하게 미소짓는다. 이렇게 '어른인 척'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따뜻하게 말을 건네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신 혼자만이 아니라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그러니까 혼자서 속으로 우울해하지 말라고... 표지 또한 따스한 색감의 노란색이고, 웃음의 입꼬리가 마음에 담아둔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아도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책 속의 많은 이야기들을 공감했고, 그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았지만 그 중에 몇 가지만 이야기해볼까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어릴적 받았던 '고백'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어렸을 때는 '사랑'이라는 것이 뭔가 낯설고 두렵기만 한 존재라서 자꾸 뒷걸음 쳤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 것 같아도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했고, 누군가 다가오는 데도 벽을 세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더 편안하게 생각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저자가 언급했듯이 '학생은 공부가 우선이야' 뭐 그런 생각,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이제야 알게 된 것은, 학창시절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공부'로만 채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 시기도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의 한 순간들이었으니까, 좀더 다양한 색채로 채웠으면 어땠을까. 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망설이다가 좋은 추억을 만들 기회를 놓쳐버려서 아쉽고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과거는 과거로 접어두고 이제 앞으로 올 사랑과 운명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었던 이야기.

또다른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위로가 되었던 글, '괜찮아'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꼭 달려야하는 것도 아니고, 빨리 가야하는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성공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니까, 쏟아지는 책들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그런 줄 알았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힘들어도 죽도록 달려야 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인생은 한 번 뿐인데, 내 삶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건데. 느리더라도 천천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이래선 안된다고,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나 자신을 다그쳤었다. 그랬던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이 글이 너무 고맙고 따스했다. 여전히 그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위로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은.

그리고 표제작인 '어른인 척'이 있었다.

 

슬프지 않은 척

아프면서 아프지 않은 척

힘들면서 힘들지 않은 척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척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질투나지 않는 척

혼자가 익숙한 척

다 괜찮은 척

어른인 척 (p.84)

 

정말 슬픈 건 이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고, 또 위로받았지만 사람들을 만날 땐 또 어른인 척 하고 있을 거라는 거.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기에는 세상은 아직 몇 겹의 가면을 쓴 채 대해야 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어른인 척>이 건네는 위로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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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15-11-0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ㅎㅎ 울컥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