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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평점 :
우연이 모여 삶을 바꾸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분명 요나스 요나손의 책이 가독성이 좋은 건 사실인 것 같다. 전에 읽었던 그의 전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가독성만큼은 뛰어났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역시 술술 읽혔다. 하지만
이게 저자의 능력인지 아니면 역자의 능력인지는 알 수 없다. 번역본을 읽었으니까. 그러고보니 역자가 같았는지도 한 번 알아봐야겠다.
이번에 읽은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지난 번 읽은 전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보다는 마음에
들었다. 주요 캐릭터들에 좀더 애정을 쏟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공감까지는 힘든 캐릭터들이었지만, 그래도 이번 책의 주인공들은
동정의 여지가 더 많이 있어서 좀더 호감이 갔다.
그런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인지 몇몇 비슷한 특징들이 눈에 띈다.
가장 큰 유사점은 대부분의 사건이 '우연'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책에서도 대부분의 '결정적인' 사건들이 우연 때문에
일어난다.
처음에는 너무나 터무니 없는 일들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애초에 폭탄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어느 정도 흐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실제 삶도 결국은 '우연'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것 같다.
순간순간의 마주침, 작은 선택이 엮여서 결국 만나게 되는 인연들. 그리고 그 인연이 연인으로 바뀌어가는 순간들.
다만 이 책의 주인공 놈베코는 그 우연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똑똑함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었다.
남아공의 청소부에 불과했던 소녀가 유럽에 와서 차근차근 성공의 단계에 오른 이야기.
이렇게만 보면 이 책은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 같지만 그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그 과정 중 상당 부분이 언급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이야기일뿐이라고 처음에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이를테면 놈베코가 어린시절부터 사고 때문에 하녀가 되어서 지냈던 기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시피 하다.
다만 그 사이 제대로 된 음식도 먹기 힘들었다는 점이 암시될 뿐이다.
어쨌거나 전작과 비교했을 때 좀더 미소지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던것 같다.
물론 중간중간 분노가 생길 때도 있긴 하지만, 그건 그만큼 책에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