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서메리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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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나게 해준 문장들, 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책을 즐겨 읽습니다, 라고 하면 한번쯤 들어보게 되는 질문이 있다.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 중 '인생의 책'은 무엇인가요?

혹은, 가장 인상 깊은 책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답하긴 어렵다. 지금까지 읽어온 수많은 책들 중 딱 한 권을 도저히 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책은 어느 순간에 만났을 때만 의미 있는 책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 큰 의미가 되어준 책도 있었다. 책 자체는 별로였지만 문장 하나만큼은 반짝반짝 빛났던 책도 있었다.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인생의 책은 변할 수밖에 없다. 장르도, 주제도 다양한 책들은 각자의 의미를 내게 남기며 삶에 녹아들었다.


내가 '인생의 책'으로 그토록 다양한 책을 꼽아온데는 또 다른 중요한 까닭이 있다. 내 인생의 책은, 내 삶을 지탱해주고 내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안겨준 책은, 실제로 한 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p.6)


『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저자 서메리가 머릿말에 쓴 말에 공감했다. 인생의 책을 한 권만 고르기에, 매력적이고 의미있는 책은 너무 많으니까. 이 책에 실린 문장 73개를 고르는 건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

73개의 문장들은 좋았다. 몰랐던 책의 문장들도 있었는데, 그 문장들은 책까지 읽어보고 싶어진다. 뭐,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겪게 되는 일이다.

내용은 문장을 소개하고, 에세이가 이어지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나눠 읽기에 좋을 구성이다.

문장의 경우 담겨 있는 책을 소개하고, 한글이 있고, 영어로 쓰인 문장까지 있었다. 영어 문장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었다.

문장을 담은 페이지의 편집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복잡한 꾸밈없이 간결하게 글들을 배치한 것이 좋다.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규정한다는 건 한계를 정한다는 거야.

To define is to limit. (p.26)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유명한 책이지만 내용 소개를 보니 끌리지 않아 읽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간간이 접하게 되는 문장들은 왜이리 매력적인지. 이번에도 그랬다. 문장 구성을 대비되게 한 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짧은 문장이지만, 좌우명으로 삼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 책도 읽어봐야하는 걸까.


로힌턴 미스트리 《적절한 균형

사람 얼굴은 한정된 공간이고, 웃음을 채우면 슬픔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지지.

The human face has limited space.

If you fill it with laughter there will be no room for crying. (p.108)

이 문장도 좋았다. '공간'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단순히 웃는 얼굴을 하는 게 좋다는 말을 조금 다듬어 다르게 표현한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진짜 외로움이란, 네게 가짜 모습을 강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산다는 거야.

The real loneliness is living among all these kind people who only ask one to pretend! (p.110)

곱씹게 되는 문장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가면을 쓰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자의에 의해, 타의에 의해.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카멜레온처럼 주변 환경에 자신을 맞추어 간다.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숨긴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웃고 있더라도 그 마음 속엔 외로움이 있을 수 있다. 같아보여도 사실은 다른 존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가끔은 가짜 모습에서 벗어나 진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도 필요한거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자존심 강한 사람들은 스스로 슬픈 일을 만들어내니까.

Proud people breed sad sorrows for themselves. (p.116)

이 문장은 읽자마자 『폭풍의 언덕』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떠오르게 했다. 꽤 오래전 읽은 책인데도 등장인물들이 선명히 떠오르는 걸 보면 이 책의 인상이 강렬하긴 강렬했나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소설이니까. 소설 내용을 모르더라도, 이 문장 자체로도 공감하게 된다. 자존심을 세웠다가 긴 시간 후회하게 되는 일들은 의외로 꽤 있으니까. 머리로는 아는데 막상 자기 일이 되면 자존심을 굽히고 싶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존심, 그게 뭐라고.


얀 마텔 《파이 이야기

세상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 존재해요. 아닌가요?

The world isn't just the way it is. It is how we understand it, no? (p.128)

실제 읽지는 않았지만 대충 내용은 알고 있는 책이 꽤 있었다. 『파이 이야기』도 그렇다. 이 문장은 파이 이야기 내용과 연결되기도 하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 존재하는 세상. 각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 다를수밖에 없음을 생각해본다.


서머셋 모옴 《달과 6펜스

가면을 너무 완벽하게 유지하다보면 때로 그 가면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Sometimes people carry to such perfection the mask they have assumed that in due course they actually become the person they seem. (p.178)

예전에 읽은 적 있는 책인데, 이 문장은 낯설게 느껴졌다. 요즘 '가면'에 대한 글들을 접한 적이 많아서인지 기억에 남는 문장이라 옮겨 적어 보았다. 너무 완벽한 가면은 어느새 진짜 모습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건, 노력으로 본질을 바꿀 수 있는 긍정적인 의미일까, 아니면 가면을 쓰다보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잊게 된다는 부정적인 의미일까.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회상

사소한 것들이 무한히 중요하다는 말은 내 오랜 좌우명이네.

It has long been an axiom of mine that the little things are infinitely the most important. (p.188)

셜록 홈즈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 문장은 꼭 옮겨적고 싶었다. 셜록 홈즈의 좌우명이라는 '사소한 것들이 무한히 중요하다'는 건 탐정인 그의 직업에 딱 맞는 좌우명이다. 작은 단서도 지나치지 않는 신중한 태도. 작은 것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고 의미를 찾아내려 하는 태도. 삶에 충분히 적용하기 좋을 문장이다.


폴 오스터 《달의 궁전

모든 인간은 자기 인생의 작가이다.

Every man is the author of his own life. (p.220)

폴 오스터의 문장을 만날 때마다,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몇 권 읽긴 했지만, 아직 마음만큼 많이 읽진 못했다. 특히 글에 대한 그의 문장들이 좋아서, 그의 책을 좀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소개한 문장들 외에도 좋은 문장들이 많다. 문장들과 함께한 에세이들도 좋았다. 그 문장들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었다. 간결한 편집 디자인처럼, 책 내용 자체도 차분한 느낌이 좋았던 책이다. 마음을 붙잡아줄 좋은 문장들을 갖고 있다면,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줄 수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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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어서야 딸이 되었다
소효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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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어야 그 마음 알게 된다는 말, 엄마가 되어서야 딸이 되었다


"너 같은 아이 낳아 키워봐야, 부모 마음 알지."

많은 이들이 부모로부터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란다.

『엄마가 되어서야 딸이 되었다』는 포근한 일러스트와 함께, 그 말을 이야기로 보여주는 책이었다.


표지의 일러스트. 깔끔하고 따스한 느낌으로 그린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나서 다시 보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거울 속 소녀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 그 거울 속 아이는 자신의 딸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의 자신일지도 모른다. 딸과의 관계를 통해 엄마와의 관계를 되새기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그냥 놓여 있는 오블제라 생각했던 거울 옆 4단 서랍장도 의미 있는 것이었다.

차례를 보면 '서랍'으로 파트를 구분했다. 첫번째 서랍, 두번째 서랍, 세번째 서랍, 네번째 서랍.

서랍을 위에서부터 차례차례 하나씩 열어가며 점점 깊고 어두운 이야기로 들어간다. 파고든다.


첫번째 서랍 속 이야기는 젊은 부부와 그들의 어린 딸, 세 사람이 이룬 가족의 이야기.

밝고 행복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가족간의 사랑과 배려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즐거운 날들.

두번째 서랍을 연다. 딸에게 전하는 메세지와 그 메세지를 전하고픈 순간을 이미지로 그려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부모님이 우리들에게 해주고 싶었을 그런 이야기들.


삶은 스스로 정해야 돼

스스로 책임지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

괜찮아.

절대적인 건 없어.

내가 정한 삶이 무너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얼마든지 다시 정하면 돼.

그렇게 네가 정하는 삶을 살아 줘. (p.91, '네가 정하는 삶' 전문)


세번째 서랍은 육아일기를 담았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점점 커가는 모습을 일기 형식으로 따라간다.

아이는 점점 자라 부모의 품을 떠나간다. 가까웠다가 멀어졌다가 하는 관계. 그렇게 부모는 나이가 들고, 마지막 순간이 온다.

네번째 서랍은 가장 깊이 숨겨두었을 이야기. 원망, 후회, 그리움, 그 뒤에 숨겨놓은 진심.

화자가 '딸'이었던 시절의 기억이다. 어린시절 가족을 떠난 엄마의 이야기. 그 후 힘들었던 어린 시절의 날들.

좋은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생각해보는 엄마의 마음. 나이가 든 후, 병원에 입원한 아빠에게서 전해들은 엄마의 행방.

그리고... 마지막은 만남으로 끝난다.


때론 자식의 입장에서, 때론 부모의 입장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읽었을 때, 네 가지 서랍 속 이야기는 각각 다른 느낌들이 있었다.

초반을 읽었을 때, 행복한 가족의 이야기인줄만 알았지만, 사실 어릴적에 상처가 있었던 인물이 주인공이었다.

상처 입었던 마음을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

'만남'의 장면으로 끝나는 구성이 먹먹함을 주고,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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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후, 인생의 멋을 결정하는 습관들 - 온전히 나답게 사는 행복을 찾다
이시하라 사치코 지음, 신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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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멋진 것, 50이후 인생의 멋을 결정하는 습관들

가끔 기대 이상의 책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읽은 『50이후, 인생의 멋을 결정하는 습관들』도 그 경우에 포함할 수 있었다.
예상과 다른 부분이 있었는데, 달라서 더 좋았던 책.

'젊게 보이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일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이가 든 만큼 외모도 변해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웃는 얼굴로 즐겁게 살아가는 쪽이 훨씬 더 멋지게 보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p.29)

제목만 보면, 타깃층이 어느 정도 나이든 이들일 거라고 예상하게 된다.
내용을 읽으면 확실히 그런 느낌이다. 그러나 책에 실린 조언들은 꼭 나이든 이에게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꽤 보편성이 있다.
게다가 '습관'이라는 제목을 보고 '마음가짐'에 대한 비중이 높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스타일링 비중이 높았다.
저자의 직업과 이력을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이시하라 사치코는 패션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로 오래 일해온 일본의 스타일 멘토라고 한다.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를 론칭하여 신선한 콘셉트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런 이의 스타일 조언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을 더 열고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패션에는 나이가 관계없다. 내가 지금 입고 싶다고 생각하는 옷을 차례차례 입으면 된다. (p.127)

저자는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라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꼭 나이든 사람에 한정지어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라는 것은 나이가 들지 않아도 적용되는 조언이니까. 아니, 오히려 젊은 시기부터 자신의 스타일을 잘 알아둔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수월하게 인생의 멋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뭐든지 해보면 좋다. 뭐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붓질에 자신 없어도 괜찮다. 자신 없는 채로 일단 즐겁게 해보면 된다. (p.225)

나이가 들어서도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새로운 도전'은 망설여지나 보다. 할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해보면 좋다. 자신이 없어도 자신 없는 채로 일단 즐겁게 해보면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스타일링 조언 뿐 아니라 인테리어나 요리할 때의 습관, 정리하는 습관 같은 것들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대한 이야기까지 있다.
전반적으로 글 자체가 정리된 느낌, 간결한 느낌이 배어나는 것이 좋았다.

최고의 즐거움은 내가 직접 찾아가는 것이고 최고의 인생은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에게 최고의 인생을 살았는지 물어본다면 "글쎄요, 저는 잘 살긴 했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오늘을 살고 싶다. (p.269,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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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
조민진 지음 / 문학테라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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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흔들릴 때 붙잡아줄 마음가짐에 대하여, 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


『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는 JTBC에서 16년째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두번째 에세이다.

첫 책은 휴식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책은 휴식 이후 다시 돌아온 일터에서의 삶과 마음가짐을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는 계속해서 일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발전하기 위해 계획한 게 있다면 열심히 해야 한다. 뭔가를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시간이 쌓이면 열심히 하는 자세가 습관이 된다. 열심히 하는 습관은 우리가 일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p.35)


지금의 일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적성을 고려해 고른 일이어서, 하고 싶은 일이어서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능력치와 상황에 맞춰 적당히 취직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한 번 일을 시작했다면 계속해서 일하는 것을 지향하게 된다.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 시간 일을 해내가는 건 쉽지 않다.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낯설고 서툰 능력을 다듬어 능숙해지게 하는 노력, 빠르고 끊임없는 변화에 따라 한층 성장하기 위해 쌓아야 하는 시간들. 그 노력과 시간들을 이어가며 일에 대해 알아간다. 그러다보면 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흥미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말이다.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즐기게 된다. 결국 잘하게 된다. 그리고 잘하는 그 일을 당연히 오래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p.35~36)


잘하면 좋아하게 된다. 좋아하면 잘하게 된다. 그리고 좋아하면서 잘하기까지 한다면 그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자는 다짐을 제대로 실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다짐들이 그렇듯, 꾸준한 실천이 어렵긴 하지만, 노력해야 한다.


직장은 늘 유연성을 요구한다. 내가 절대 하지 않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p.59)


그러나 익숙해진 일을 계속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익숙해졌다 싶을 때 인사이동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자신의 성향과 거리가 있는 일을 맡을지도 모른다. 회사는 내 사정을 고려해주는 존재가 아니니까. 한 분야의 일만 하게 되는 회사는 없다. 저자도 방송에 나오는 기자 일을 한 적도 있고, 뒤에서 서포트하는 데스크 업무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다고 했다. 모든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듯, 모든 회사 업무에 있어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업무가 잘 돌아가야 회사도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일터가 소중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다. 집은 피곤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다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자신을 정화시키고 리셋해주는 곳이다. (p.132)


마음가짐을 붙잡아 보는 것과 별개로 일터는 피곤이 쌓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일을 한다는 건 그런 거니까. 그렇기 때문에 쉬면서 지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인 집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집에서 충분한 재충전을 하고, 일터에서 할 일을 묵묵히 해내가며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전진과 후퇴, 성공과 실패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게 삶의 제 모습이다. 신이 아닌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고 방황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잠시 쉬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낼 수만 있다면 단 한 번 주어지는 생의 여행에 실패하진 않을 것이다. (p.196)


일하다가 힘들다, 지친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한 번 노력해보자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로 채워져 있는 책이었다. 일방적인 조언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자신의 경험도 곁들이며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해 쓴 부분들이 좋았다. 각 글들의 양도 많지 않은, 적당한 분량이다. 차례를 보고 마음이 끌리는 글을 그때 그때 한두 편씩 읽어본다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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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 - 텃밭 중심 라이프
정원 지음 / 피그말리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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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가을까지 텃밭 중심 라이프! 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회색빛 건물 사이 아스팔트 길을 걸어다니며 생활하다보면 자연이 그리워진다.

숲세권, 팍세권(공세권)이 집을 구할 때 고려하는 요소로 떠오르는 것도 자연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가족들은 아이들이 있는 경우도 많다. 삭막한 세상이 아니라, 많은 변화를 품고 있는 자연을 아이들이 마주하며 좋은 경험들을 많이 쌓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여가를 즐기는 삶을 추구하는, 인식의 변화. 주말 농장을 신청해 작물들을 기르고, 공동으로 땅을 빌려 작게 텃밭을 만들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공동체에 참여해본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베란다에 조그맣게라도 텃밭을 만들어 농사짓는 '도시농'들이 많아졌다.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도시농'이란 단어가 익숙한 단어가 되었음을 느낀다.

이번에 읽은 『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도 이 시류에 닿아 있다. 텃밭 농사 5년차인 저자가 봄부터 가을까지 텃밭 농사 지은 이야기를 일기처럼 날짜의 흐름에 따라 차곡차곡 담아냈다. 각 날짜별 에피소드의 끝에 '농사의 말'이라는 부분도 실어 좀더 '농사' 지식에 가까운 내용을 추가로 담고 있다.


텃밭이 나를 새로이 규정해간다. 새로운 연인을 만나면 사람이 변하거나 새롭게 규정되듯이 나는 이 텃밭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간다. (p.139)


책 속 이야기에 친근감을 느끼고 공감한다.

가족이 공동 텃밭에서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기에 종종 나도 텃밭 농사를 도우러 가곤 하기 때문이다. 아직 완연한 도시농이 되었다 할 수는 없겠지만. 도시농 수습생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도 텃밭이 나를 새로이 규정한다는 느낌을 알 것 같다.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땅을 고를 때 농기구를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자주 먹는 작물의 뿌리, 잎, 열매, 꽃들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수확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크기의 작물을 수확하면 되는지. 물은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초보일지라도 공감 100퍼센트인 이야기들이 있었다.


씨앗 뿌려놓고 싹이 나오는데 무슨 싹인지 몰라 애태우던 경험.

밭을 가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다. (p.78)


정말 그렇다. 작은 땅이지만 다양한 작물을 심어 두었기 때문에 어느 공간에 무엇을 심었는지 그림을 그려두거나, 팻말을 꽂아야 한다.

게다가 난 아직도 잡초와 작물의 어린 싹을 구별하지 못해서 봄에 싹이 나면 항상 물어본다. "이거 뽑아도 되요?"


텃밭 농사를 시작한 뒤로 달라진 것 하나는 날씨 변화에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p.80)


또 다른 공감포인트는 날씨. 날씨를 고려해 텃밭을 방문하게 되기 때문이다. 맑은 날이 계속되면 텃밭에 물을 주러 가야 하고, 너무 비가 많이 와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예전엔 날씨에 무심했는데, 이젠 매일 날씨를 확인해본다.


처음에는 몰랐던 일, 미숙할 때는 몰랐던 일, 낯설었던 일, 내 것이 아니었던 일들이 나의 세계로 서서히 편입되고 있었다. (p.143)


자연을 오감으로 선명하게 느낀다. 완성품만 봐왔던 채소들의 성장과정을 생생하게 마주한다. 

텃밭은 나의 세계를 더 넓게 만들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경험을 되새겼다.

텃밭 농사가 힘든 부분도 있지만 해보면 넘치도록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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