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빛 행복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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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이 전해준 따스한 위로, 바나나 빛 행복

<달팽이 식당>으로 알게된 작가인 오가와 이토. <달팽이 식당>을 처음 접했을 때의 좋았던 느낌 때문에 이 작가의 책들도 한번쯤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영혼과 히바리의 영혼은 영원히 리본으로 묶여 있을 거야."
리본이 나와 스미레짱의 영혼을 묶고 있다. 투명한, 보이지 않는 리본으로 연결하고 있다. (p.60)

<바나나 빛 행복>은 단편집이다. 왕관 앵무 리본의 여정이 나타나는 단편들이 묶여 있는 책.
어린 히바리와 스미레가 새의 알을 품어 부화시켜 그 새에 리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야기인 '리본'을 시작으로 '벚꽃 피던 날', '레몬과 바나나', '주머니 속 작은 깃털', '잠깐, 그리고 오래', '내 길의 저 앞을', '눈물이 솟구치는 날에 햄버그', '빛나는 밤'을 거쳐 마지막으로 '스미레의 숲'으로 마무리 된다.
처음에는 따로 떨어진 단편적인 이야기였다가, 뒤에는 연결되어 있는 단편들도 있었다.

바나나가 어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내 속에 있던 분노며 슬픔이 스르륵 거즈 손수건에 빨려들듯이 소멸한다. (p.138)

히바리와 스미레가 사랑으로 아껴주며 기른 리본은, 어느날 집을 떠나 날아가버린다. 그리고 바나나(바나), 스에히로, 스보, 마법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함께한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준다.
앵무새이기 때문에 말을 배우기도 하는데, 이곳에서 리본이 배운 말을 다른 곳에서 위로로 건네며 리본은 머무는 곳에 따스함을 전한다.
처음엔 안그랬는데, 나중엔 결국 눈물이 나버렸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리본이 '스에히로'란 이름으로 함께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세 개의 이야기, 아니 혹은 그 다음 이야기까지 네 개의 이야기가 연결된 구조였는데, 사람들이 '연결되어있다'라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었던 에피소드들이었다.
처음과 마지막인 '리본'과 '스미레의 숲'의 중심 인물인 히바리와 스미레가 이 책의 주인공급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그들보다 리본이 '스에히로'로서 있었던 이야기가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더 와닿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인 책의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특히 '스미레의 숲'에서 스미레의 과거 이야기는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갑자기 역사적 사건인 베를린 장벽 이야기가 등장해버렸기 때문이다. 복선없이 나온 것 같아서 별로였다. 끼워맞추는 느낌.
제목도 딱 와닿지 않는 것이, '리본'이 원래 이름이기도 하고 이 새가 옮겨다니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결시켜주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비슷한 느낌의 단어가 어울렸을 것 같다. 물론 새가 노란색이고 '바나나'란 이름을 가졌을 때 일화도 흥미롭긴 했지만, 그 이야기는 다른 것과 연결된 느낌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긴 하다. '리본'이라는 새를 알게 되어 좋았다. 리본이 연결해준, 위로해준 이야기들을 읽게 되어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도 꽤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래, 나는 이제 앞을 보며 살 수 있다. 무섭지 않다.
우리의 영혼은 보이지 않는 리본으로 영원히 연결되어 있을 테니까.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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