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 & 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3
미우라 시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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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의미를 생각하다, 마사&겐

 

나는 아직 어딘가에 이어져 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든든해졌다. (p.224)

 

이 책은 오랜 기간 단짝으로 지내온 마사와 겐,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엔 부러웠다. 그토록 긴 시간 동안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단짝을 가질 수 있었던 두 사람이.

그래서 처음엔 조금 삐딱한 시선으로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들 역시 서로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음을 알게 되었다.

각자의 비밀도 있었고, 마사는 자신과 다르게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겐에 대한 질투어린 시선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을 읽어가면서, 이제까지 생각해왔던 '친구' 그리고 '단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사이라고 해도, 서로에게 모든 속내를 털어놓을 필요는 없다는 것, 그런 마음까지 이해하는 것이 친구고 단짝이라는 것.

가끔 서로를 질투하게 될 수도 있다. 인간이라면 당연하다.

친구라는 관계는, 그런 것들로 인해 부서지지 않는 좀더 끈끈한 어떤 것이다.

 

미우라 시온의 다른 소설들이 그랬듯이, 이 책에서도 직업정신을 볼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단짝 중 하나인 겐지로. 그는 전통비녀 직인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제자를 들인 것에 대한 내용과,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책 속에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직업정신보다는 '단짝'이라는 소재가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일을 겪게 되지만, 결국 친구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항상 함께 있지 않아도, 성격이 다르고 가치관이 달라도... 그래도 친구는 친구다.

 

단짝에 대한 부러움으로 시작했지만, 친구라는 의미를 제대로 느끼게 되며 독서를 마무리했던 것 같다.

나도 이 책의 주인공, 마사와 겐 할아버지들처럼 지금의 친구들과 오래오래 추억을 나눌 수 있었으면.

아, 그래도 어릴 적부터 완전 친한 단짝이 없는 건 역시 아쉽다.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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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연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1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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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두번째 단계, 신곡 연옥편

 

단테의 신곡 3부작 중 두번째 편인 연옥편은 약간의 정보를 미리 접하고 읽어서인지 지옥편을 읽을 때보다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조금 더 수월했다. 그러나 여전히 주석을 보면서 읽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연옥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지옥에서 만난 인물들처럼 배경 정보를 모르는 인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순례자가 죽음 이후에 영혼들이 가는 3개의 단계 중 중간에 있는 단계인 '연옥'을 지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부분이다. 이전의 '지옥편'에서 그랬듯이 연옥의 안내자도 여전히 베르길리우스이다. 연옥은 7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층마다 해당되는 죄가 존재하며, 그 죄를 저지른 죄인들이 그곳에서 벌을 맞으며 자신들의 영혼을 정화하고 있다. 각 층의 죄와 해당되는 죄인이 받는 벌은 다음과 같다. 지옥도 잔인한 형벌이 많았지만 연옥이라 해서 크게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벌의 강도가 강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꽤 있었다.

첫번째, 교만의 죄. 죄인들은 돌을 등에 지고 걸어가야 한다.

두번째, 질투의 죄. 죄인들의 눈은 철사로 꿰매져 있어서 볼 수 없다.

세번째, 분노의 죄. 죄인들은 자욱하고 답답한 안개 속을 다녀야 하는 벌을 받고 있다.

네번째, 나태의 죄. 죄인들은 쉬지않고 계속해서 달려야 하는 벌을 받는다.

다섯번째, 탐욕의 죄. 죄인들은 바닥에 엎드려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부절제의 죄와 낭비의 죄를 저지른 인물들이 포함된다.

여섯번째, 탐식의 죄. 죄인들이 말라비틀어진 몸으로 걷고 있다. 엄청나게 야위어 있는 죄인들은 갈증과 허기를 겪어야 한다.

일곱번째, 색욕의 죄. 죄인들은 불길 주변을 돌면서 자신들의 죄를 언급하며 자책한다. 죄인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 있다. 한 쪽은 '소돔'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동성애와 관련된 것이고, '파시파이'라고 불리는 것은 이성애와 관련된 것이다. 이 둘은 각각 관련 설화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연옥에서 이야기하는 죄도 상당히 무거워보이는데, 지옥이 아니라 연옥이라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 7개의 죄를 범한 죄인들을 두었던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당대의 종교관에 대해서 좀더 알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옥'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지는 공간인지 잘 알지 못하니 어려웠다. 단테의 글은 당대의 종교관을 바탕으로 해 쓰였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미 알 것으로 생각했을 부분들이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한편 순례자는 연옥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이마에 7개의 'P'가 새겨졌는데, 7개의 공간을 통과할 때마다 'P'가 한 개씩 지워지고, 마지막에는 불길을 통과하게 된다. 여기서 'P'는 죄를 의미하는 단어의 첫 글자라고 한다. 그리고 순례자는 레아와 라헬을 보는 꿈을 꾼 뒤 마텔다의 안내로 에덴에 도착해 베아트리체를 만나고, 그곳에서 새롭게 거듭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연옥을 통과한 뒤 순례자가 마주하는 공간은 굉장히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이다. 고통을 지나온 이후의 행복이랄까. 이후의 천국편이 어떨지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연옥편을 읽으면서 여전히 어려움을 느꼈다. 고전을 읽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고전은 일반 소설보다는 읽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신곡'의 경우 책 속의 정보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내용이 너무나 많다. 이대로 천국편을 읽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한 이상 3부작을 다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연옥편 마지막에서는 천국편에 대한 암시가 있다. 좀더 높은, 별의 세계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 더없이 성스러운 물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새로 돋아난 잎사귀와 새로워진 나무로

다시 살아나고 순수해져서,

 

별들에게 올라갈 열망을 가다듬었다.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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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0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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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을 읽기 시작하다, 신곡 지옥편

 

어릴적 단테의 신곡을 읽었었다. 물론 산문 형식이었고, 축약본이었다. 그러고보니 어릴적의 난 지금보다 훨씬 폭넓은 독서생활을 한 것도 같다. 웬만한 고전은 접해봤으니까. 과거보다 나은 인간이 되어야하는데, 폭넓은 독서쪽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잠시 반성해본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지금, 다시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을 읽었다. 민음사에서 번역한 단테의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단권의 책으로 되어 있었다. 3부작이다보니 쉽게 손이 가지 않았는데, 마음먹고 3부작을 읽기 시작했다.

 

단테가 쓴 신곡은 '서사시'라는 글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읽어가기에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서사시'라는 형식은 가독성이 좋았다. 깔끔하게 글이 정리된 느낌이라서 눈에 잘 들어왔다. 서사시라는 형태는 산문적인 '이야기'와 '시'의 간결함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 때문에 읽을 때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지옥편에서는 특히 단테가 정치적으로 대립 관계에 놓여있던 인물들이 많이 언급되었던데다가, 유럽, 특히 단테의 고향 이탈리아의 이눔ㄹ들을 언급하는 부분이 워낙 많아 하나하나 주석을 찾아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주석이 워낙 많은 탓에 뒤쪽에 있어서 자꾸 뒤의 페이지를 넘겨볼 수밖에 없었고, 그때마다 이야기의 흐름이 끊겼다. 당대에 널리 알려진 교양, 지식이었을 것들도 지금은 배우지 않고 들어보지 못한 부분이 많아 생소한 것들 투성이였다.

이 문제는 지옥편 뿐만이 아니라 연옥편, 천국편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지금 리뷰를 쓰는 시점은 3부작을 다 읽고난 뒤인데, 3부작 중에 '지옥편'이 제일 내용적으로나 구성적으로나 흥미로웠다.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와 지옥에 관한 단계별 묘사가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신곡의 지옥편에서 이야기하는 지옥의 단계는 다른 매체에서도 많이 다뤄진 적이 있다. 드라마에서 범죄의 소재로 언급된 부분도 있었다. 특이하고 생생한 형벌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채색 삽화들도 내용의 이미지를 구상하는데 큰 역할을 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역시, 아직은 신곡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단테가 이 책에 담아내는 다양한 인용글과 이야기들, 인물들의 모습. 그리고 종교적인 것에까지 알아야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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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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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으로 인한 희생을 이야기하는, 앵무새 죽이기

 

역시 책은 직접 읽어봐야 한다.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으로 유명한 책. 하지만 2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에서는 '인종차별'에 관한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외받는 이웃, 편견에 희생된 인물. 그들 모두가 이 책의 주제에 속하는 거였다. 1부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인종 차별 문제가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이 책을 읽기를 두려워했다. 드디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인종차별 문제가 등장하는 부분에 이른 뒤 잠시 책을 덮었다. 뭐가 두려운 걸까, 무엇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지만 외면해왔다. 약한 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그들의 슬픔을 외면하고 싶은 것이다. 부당하게 상처받고 때로는 죽음에까지 이르는 것들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편견이란 걸 가지고 책을 차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꾸만 고개를 내밀려 하는 거부감을 꾹꾹 누르며 다시 책을 펼쳤다.

한 걸음, 한 걸음.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떼듯이 조금씩 조심스럽게 읽어나간다. <앵무새 죽이기>에 쏟아진 찬사는 내겐 오히려 무게감을 가중시키는 장애요소였다.

 

<앵무새 죽이기>의 화자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오랜시간 도덕과 정의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칭송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발간된 이 책의 후속작 <파수꾼>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파수꾼>을 읽지 못해서 확실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정보를 알고 이 책을 접하게 되니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비판적인 시선으로 이 인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것 또한 편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편견 없이 순수하게 책 내용이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책에서 사람들이 편견으로 대하는 인물들이 몇 등장한다. 스카웃은 그들과 교류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편견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스카웃이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고, 그녀의 아버지 애디커스 핀치는 이야기한다. 다른 이들의 말이나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아직 받아들이지 않은 순수한 존재. 그런 걸 보면 세상의 많은 정보들은 수많은 편견을 이끌어오기도 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그런 인물들을 만나게 된 스카웃과 그녀의 오빠 젬에게 애티커스 핀치는 가르침이 담긴 말을 해주는데, 명언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많다.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해. (p.200)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p.213)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어. 전에도 그랬고, 오늘 밤도 그랬고, 앞으로도 또다시 그럴 거야. 그럴 때면 오직 애들만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구나. 그럼 잘 자거라 (p.393)

 

드디어 읽은 고전, 앵무새 죽이기.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책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생각치 않는다. 몇 가지 물음표가 남았다. 그것은 책 내용에 대한 의문 뿐 아니라, 이 책 속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물론 전반적인 주제는 이해했지만, 인물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에피소드에 남긴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생각하자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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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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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의 잔잔한 하루하루,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이 책을 알게 된 건 서점에 관한 책을 찾으면서였다. '서점'이라는 검색어로 검색한 결과 중에 이 책도 있었다. 책소개를 읽어보니 나름 흥미로울 것 같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을 한 후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읽게 되었다. 뭐 그래도 어쨌든 읽게 된 걸 보면, 눈길을 끈 책들은 언젠가는 꼭 읽게 되는 것 같다. 기억 속에 남겨져 있다가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하곤 하는 것이다.

 

책 속의 이야기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진다. 주인공 다카코가 실연의 상처를 안고 진보초에 있는 외삼촌의 헌책방, '모리사키 서점'에서 일하면서 겪게 되는 일상과 긴 가출을 끝내고 돌아온 외숙모 모모코와의 이야기. 두 이야기 모두 잔잔한 미소를 띄우는, 소소한 느낌의 이야기였다. 둘 중에 굳이 더 좋았던 이야기를 골라보자면 앞의 이야기일까. 서점 그리고 책에 관한 이야기가 비교적 더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의 처음은 다카코의 이별 장면으로 시작한다. 갑작스레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이별을 고하는 남자친구. 어쩐지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했던 것은 기분 탓일까. 이렇게 무책임한 애인들이 소설 속에서 다뤄진 적이 한둘이 아닌가보다. 어쨌거나 충격으로 인해 회사까지 그만두게 된 다카코는 외삼촌의 권유로 모리사키 서점에 가게 된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묘했다.

큰길(외삼촌이 가르쳐준 야스쿠니 거리)을 따라 서점만 죽 늘어서 있었다. 오른쪽을 봐도 서점, 왼쪽을 봐도 서점. (p.20)

 

모리사키 서점이 있는 진보초 거리에 대한 다카코의 첫 인상이다. 오직 서점만 가득한 거리, 그것도 헌책방이 가득한 거리라니! 오래된 책 냄새와 낡은 책들이 늘어선 풍경이 뭔가 멋질 것 같다. 이 짧은 두 문장만으로도 진보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주인공 다카코는 이때만 해도 책에 관심이 없었기에 단지 놀랐을 뿐이었겠지만.

어쨌거나 모리사키 서점에서 일하면서 다카코는 점차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주변 카페의 아르바이트생과 친구가 되기도 하면서 그곳에서의 생활에 점차 적응해나간다. 그러면서 외삼촌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게 되고, 그전에는 몰랐던 외삼촌의 과거 이야기 등을 듣게 되기도 한다. 외삼촌이 젊었을 적 세계를 여행하고 다녔으며, 많은 책을 읽어왔다는 사실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다카코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데......"

외삼촌은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렇지 않아. 인생이란 가끔 멈춰 서보는 것도 중요해. 지금 이러고 있는 건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의 짧은 휴식 같은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다시 출항하면 되지." (p.50)

 

다카코의 외삼촌 사토루의 이 말이, 나에게도 위로로 다가왔다. 그런데 지금 필요한 건, 다시 출항할 용기를 갖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외삼촌은 다카코를 위로하고, 다카코가 갇혀있던 과거를 깨고 새로운 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그런데 후반부의 이야기에서는 이렇게 위로를 하던 외삼촌이 다카코의 도움을 구하게 된다. 그러고보면 자기 자신의 일에는 누구나 자신이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오랫동안 집을 나가 있던 외숙모가 돌아오자, 그녀의 마음을 알아봐 달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외숙모는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다카코는 매일같이 모리사키 서점에 오게 되어 오랜만에 들른 단골 카페에서 만난 남자와도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중간에 자신이 다소 착각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어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다 다카코는 외숙모 모모코의 제안으로 함께 여행을 가고, 그녀의 속내를 듣고 떠난 이유를 알게 된다. 결국 어찌어찌 모든 것은 잘 해결되어 해피엔딩이었다.

 

큰 임팩트는 없었다. 그렇지만 헌책방 거리를 배경으로 했기도 하고... 소장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헌책방의 이미지와 많이 겹쳐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매일의 평범한 일상이 담겨있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평범한 일상이 아니지만, 전해지는 느낌은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하다. 해피엔딩이면서도 약간은 열린 결말인 것도 마음에 든다.

그나저나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있는 것 같던데, 그 영화도 궁금하다. 일본은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책들을 영상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드라마든, 영화든. 물론 원작을 잘 살린 느낌이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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