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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니코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 아무도 못 말리는 고양이와의 동거기
재윤 글.그림 / 내안에뜰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독특한 고양이 관련 에세이, 고양이 니코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이 책, 진짜 특이했다.
이 책의 특이함은 시작부터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고양이의 무공 8가지에 관한 설명부터 심상치 않았다.
수공, 외보, 형운권, 탐각저, 미란장, 감묘후, 호비퇴, 무념무공.
이 여덟가지 무공에 대한 소개가 하나하나 이어지며 이 책은 이전에 읽었던 고양이 관련 에세이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드보일드'라는 말이 제목에 들어가서, 고양이와 투닥거리는 일상 아니면 미스터리의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야 말았다.
일단, 이 책의 가장 큰 정체성은 '무협'인 것 같다. 처음의 일명 '묘소공'이 인상적이기도 했고, 중간 중간 많은 부분에서 '무협 소설'을 떠오르게 하는 진법들이나 무공들을 재미나게 비틀어 패러디한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소설 삼국지의 세 나라에 빗대어 주인과 고양이 2마리의 세력다툼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실 무협에 그리 익숙하지는 않은 독자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는데, 계속 접하니 나름 재미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거기에 패러디 되는 요소는 '무협' 관련 요소들 뿐만이 아니다. 미술, 음악,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예술 분야들이 총 망라되어 패러디되고 있었다. 여기에 철학적인 요소까지 더해져 뭔가 단순히 고양이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게 아니라 깊이있는 지식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기도 했다. 나중에는 그 패러디된 내용의 원래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특히 '콩자'의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이어서 그 가르침이 담긴 한 마디는 적어두기까지 했다.
"변하게 할 수 있는 걸 변하게 해야지. 그러면 용기가 생긴다네." (p.111)
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패러디만 하는 것도 아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니코들의 생각과 저자의 생각들을 읽어가다보면, 깊이있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 점이 이 책을 끝까지 읽어가게 해준 것이기도 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의 이야기들은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관해 말하고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그 관계가 주는 특별함을 생각하게 만들어주어 좋았다.
당신은 당신의 개로부터, 당신의 고양이로부터 지금의 당신이 전혀 알지 못해서 예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p.211)
누구도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경계 없음의 자유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하는 것이다. 끝까지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혹은 할 수 없는, 바로 그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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