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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
생강 지음 / 로그인 / 2020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 찾아 떠난 이야기! 회사 가기 싫으면 뭐하고 싶은데?
『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는 안 맞는 일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나선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이다.
동글동글한 느낌의 그림체가 주는 편안함과, 공감 가득 내용으로 순식간에 읽어갈 수 있는 책이다.
책 읽기 전엔 그냥 지나쳤던 표지 이미지.
지금 다시 보니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두 방향으로 각각 건널목이 놓여 있는 길 모퉁이에 서 있는 모습. 빨간 머리 앤의 글귀가 떠오른다. 길 모퉁이에 이르렀고, 그 모퉁이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것이 있을 거라고 믿어 보겠다는 앤의 이야기. 앤의 이야기처럼, 저자는 길 모퉁이에 다다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고,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야기는 총 4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은 첫 직장에서 생긴 일.
특별한 꿈도, 목표도 없이 마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다가 취직해버린 직장에 적응하려 애썼던 이야기.
답답해도 애써 적응하려 노력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조언도 받았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문득 어떤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뭐랄까...
나를 잃은 기분...?
하지만 정확히 뭘 잃었다고 할 수 있지?
애초에 나다운 게 있었나?
직장인이란, 어른이란
원래 이렇게 사는 거 아닐까? (p.32)
그렇게 저자는 고민을 시작한다.
맞지 않은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을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게 오히려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
맞지 않은 직장생활은 결국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고, 저자는 3개월의 병가를 내게 된다.
이어지는 2장은 이직하면서 생긴 일.
회사에 다시 복귀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것 저것 정보를 알아보게 된다.
대학원을 생각했지만, 회사로부터 도피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는 안되겠다는 결론.
결국 복직을 했지만 이직을 하게 된다.
새 회사는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라 좋은 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즐거움이나 보람을 느낄 수 없었던 저자.
살면서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열정적이던 때가 있었던가.
좋아서 미칠 것 같은,
완전히 빠져든 무언가가 있었던가.
한 번뿐인 나의 삶은 그냥 이대로
미지근하고 맹숭맹숭한 채로
끝나버리는 걸까. (p.139~140)
자신이 무언가에 깊이 빠져든 순간이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생각해보면 완전히 무언가에 빠졌던 기억들은 나중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일단 우울감을 지울 수 있는 '좋은 추억'이라는 점이 가장 크고, 빠져드는 과정에서 쌓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건 어떤 분야에 관한 지식이 될 수도 있고, '할 수 있다'란 자신감이기도 하다.
좋은 관계들이 이어져 가기도 하고, 관련 기술들을 배우는 결과로 남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것에 완전히 빠져드는 때는 언제 올지 모른다. 일찍부터 그런 것을 발견하는 사람도 있지만, 뒤늦게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걸 찾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대상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곤 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3장은 퇴사 후 발리에서 생긴 일.
퇴사를 결정하고 저자는 발리로 떠난다. 굳이 발리로 간 이유는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영화에서 본 '발리 전통 치료사'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기에, 만나보려고 했다.
가이드의 소개로 만나게 된 발리 전통 치료사는 저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일을 한다는 건
아주 중요한 거예요.
생계를 유지하는 고귀한 행동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삶 전부가 될 순 없어요.
정말로 중요한 건 균형이랍니다." (p.186)
나에게 가장 소중한 건 나 자신이에요.
그러니 시간이 나를 스쳐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걸 내버려두지 마세요.
"그러다 보면 삶의 균형을 찾게 될 겁니다." (p.193)
이 말들을 읽어가면서, 나는 저자가 왜 발리 전통 치료사를 직접 만나고 싶어했는지 이해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을 보았다면, 고민에 빠져 힘들어하는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균형'의 중요성. 무엇보다 소중한 게 '나 자신'이라는 말.
어떻게 생각하면 '뻔하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잔잔하게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이 말을 들으며 함께 호흡과 명상까지 하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마음이 서서히 풀어질 것 같다.
4장은 일상으로 돌아와서 생긴 일.
발리에서 무사히 힐링하고 돌아온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해보기로 마음 먹는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으로 저녁에 간단하게 일기를 썼다.
오늘의 기분을 나타내는 색깔, 오늘 들은 음악, 오늘 입은 옷, 소소하게 산 것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간단하게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꿈을 찾고,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